'거물들의 귀환' 새누리 떠는 속사정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10 18: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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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좌장 김무성·충청맹주 이완구 '미친 존재감'…권력싸움은 '지금부터'

[일요시사=정치팀] 4·24 재보선의 후폭풍이 새누리당을 집어삼킬 태세다. 지난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완벽한 승리를 거뒀지만 기쁨도 잠시, 당내에선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김무성, 이완구라는 두 거물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의 중앙정치 복귀는 곧 여권 권력구조의 일대변화를 뜻한다. 두 사람의 복귀와 함께 치열한 눈치싸움에 들어간 새누리당의 속사정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야당 의원들과 소주 한 잔 하고 싶다."
지난해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중앙정치무대를 떠났다가 1년여 만에 다시 국회로 돌아온 김무성 의원의 첫 일성이다. 4·24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새로 들어온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김무성·이완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신고식을 치렀다.

돌아온 거물들
깊은 정치 내공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질렀을 정도의 거물 정치인임에도 초선인 안철수 의원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반면 3선의 이완구 의원은 차분했고, 5선 고지를 밟은 김무성 의원은 "야당 의원들과 소주 한 잔 하고 싶다"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두 여권 거물의 정치 내공을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일단 새누리당은 겉으로는 재보선의 완벽한 승리와 부산과 충청을 대표하는 두 인사의 화려한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두 사람의 복귀와 함께 당내 계파 간 경쟁이 본격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24 재보선을 통해 나란히 컴백한 두 사람도 일단은 의정활동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는 두 사람의 복귀로 향후 여권의 권력지형 변화는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고, 당내 인사들 간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두 사람이 4·24 재보선의 후폭풍이 된 이유다.


재보선 이후 새누리당 내부 눈치싸움 치열
대권 공신도 삐끗하면 끝 "어디에 줄 설까?"

우선 김 의원의 등장이 새누리당 인사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김 의원은 차기 당권 도전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주변에선 이미 김 의원의 차기 당권 획득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분위기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새누리당은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 대거 공천한 이른바 '박근혜 키드'들은 자신들의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샌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의 초기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과반수 의석을 가진 거대여당이라는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야당에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

이렇듯 새누리당이 총체적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지난 대선 기간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준 김 의원의 등장은 당장 새누리당의 권력지형을 크게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권력지형
궁지 몰린 새누리

현재 김 의원의 당내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는 지난 재보선 기간에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며 중앙당 인사는 부산 영도다리를 넘지 말아달라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선거 당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형환, 정옥임, 이종혁 전 의원, 홍인길 전 대통령 총무수석비서관, 정운천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 중인 이주영·최경환 의원까지도 김 의원의 선거사무실을 다녀갔다.

후보가 직접 선거현장을 찾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했음에도 고작 재보선에 나서는 한명의 후보를 만나러 유력정치인들이 대거 부산까지 찾아왔던 것이다. 이는 김 의원의 선거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기보다는 앞으로 잘 봐달라는 '눈도장' 찍기에 가까운 방문이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에는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난데없는 실랑이가 벌어져 김 의원의 당내 영향력을 새삼 느끼게 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병석 국회 부의장과 김 의원이 서로 상석에 앉을 것을 권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황우여 대표의 왼쪽으로 선수에 따라 자리 배치가 이뤄진다. 이날 회의에서도 황 대표 바로 옆자리엔 6선의 이인제 의원이 앉은 상황에서 기존 관행대로라면 5선의 김 의원이 그 옆 자리에 앉아야 했지만, 김 의원은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4선의 이병석 의원을 배려해 이 자리를 양보했던 것이었다. 뒤늦게 회의에 참석한 이 부의장이 김 의원에게 옆자리로 이동할 것을 권하며 실랑이를 벌였지만, 김 의원은 이를 끝내 마다했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조차 받지 못하고 당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던 김 의원이 이토록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지난 대선에서의 활약이 크게 작용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박근혜 대선캠프에 합류했고,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며 박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게다가 '무대(무성 대장)'라는 별명답게 리더십도 강해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그를 따르는 의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복귀에 대해 새누리당을 통째로 집어삼킬 엄청난 후폭풍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김 의원이 당권을 거머쥔다면 당내 의원들은 김 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이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가진 실세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의 연명을 위해서는 현재 힘을 가진 자보다 앞으로 힘을 가질 자에게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은 정치권의 자명한 이치다.

힘을 가진 자
힘을 가질 자

김 의원의 급부상에 대해 벌써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우여 대표 등 기존 친박계 지도부가 견제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있다. 김 의원은 친박 뿐만 아니라 비박 의원들과도 두루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기존 친박계 의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의원은 당선사례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친박계, 상실감을 느끼는 비박, 친이계의 역량을 결집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의 화합을 강조하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실제로 김 의원이 당권을 잡고나면 기존 친박계가 기득권을 대거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김 의원의 당내 세력화를 경계하고 있다는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 현 지도부와 비교해 결코 순종적인 성격이 아닌 김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고 나면 박 대통령과의 마찰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김 의원은 과거 박 대통령과 세종시 수정안 건을 두고 이견을 보이다 서로 등을 돌렸던 전력이 있다.

거물 복귀에 일단 환영, 속내는 복잡
무기력한 새누리, 통째로 먹힐까?

아직 정권 초이기는 하지만 새누리당 내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이번 기회를 통해 차기 대권후보 중 한 명으로 부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당내 잠룡들과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예상되는 이유다.

김 의원이 얼마 남지 않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중진 최경환 의원의 당선을 막거나 방해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친박계가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독식한다는 비판에 대한 부담 때문에 김 의원이 최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최 의원 역시 김 의원의 당권론을 탐탁찮게 여기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최 의원은 과거 김무성 당권론에 비판적인 말을 했다가 김 의원이 이에 반발하자 급거 김 의원을 찾아가 해명을 하기도 했다. 

대권까지 직행?
당내 세력 다툼

김 의원과 함께 국회에 재입성한 이완구 의원 역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새누리당을 긴장시키기는 마찬가지다. 충남지사를 역임한 이 의원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득표율도 77.3%로 16.9%를 얻은 민주당의 황인석 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이 의원은 재보선 당시부터 자신이 '충청 홀대론'을 극복할 수 있는 '큰 인물'이란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미 그를 '포스트 JP(김종필)'라 부를 정도다.

이 의원은 충남도지사 재직시절인 지난 2009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면서 도지사직을 전격 사퇴해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후 정계복귀를 저울질하던 이 의원은 지난해 4·11 총선에서 출마를 준비해오다 혈액암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 의원은 병마를 극복하고 이번 재보선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함으로써 김 의원 못지않은 거물 정치인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특히 이 의원은 김 의원과 반대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다 충남도지사직을 던진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 역시 3선 의원으로 당권 도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두 사람의 국회 입성으로 새누리당 내의 역학구도가 복잡해지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아무리 대권 공신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삐끗하면 순식간에 당 중심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거물 정치인들의 복귀가 당 전체로서는 환영할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당장 그들과 권력다툼을 벌여야 하는 중진의원들과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는 초재선 의원들로서는 난감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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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