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부터 판결까지’ 담철곤 비리 풀스토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06 15: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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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회삿돈 쓰기…초코파이 팔아 ‘황제생활’

[일요시사=경제1팀] ‘정(情)’으로 유명한 국민간식을 만들어 온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초코파이 포장재 등을 납품하는 위장계열사에 회삿돈을 빼돌려 고급외제차를 몇 대씩 굴린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실형은 면했지만 2015년 아시아 넘버원을 꿈꾸던 오리온의 향후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담 회장의 기막힌 횡령사건. 수사부터 판결까지 풀 스토리를 들여다봤다.



▲2011년 3월22일 오리온 본사 압수수색 ▲5월6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구속 ▲5월11일 조경민 오리온 사장 구속 ▲5월14일 담철곤 회장 자택 압수수색 ▲25월23일 담 회장 소환 조사 ▲5월26일 담 회장 구속 ▲10월20일 담 회장 징역 3년 선고 ▲2012년 1월18일 담 회장 항소심서 징역3년·집행유예 5년 선고….

초코파이 회장님
횡령·배임 망신

‘초코파이 회장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던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담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담 회장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사실을 인정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담 회장은 총 300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리고 비자금을 조성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11년 6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고가 미술품을 법인자금으로 매입해 자택에 장식품으로 설치하고, 람보르기니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계열사 자금으로 리스해 자녀들을 태워 학교에 보내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주방 담당 등 자택 관리 인력을 계열사 직원처럼 꾸며 20억여원의 관리비도 회삿돈으로 부렸다. 재판부는 이 같은 공소 내용을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담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 금액은 수사 초기 의심됐던 40억원에서 구속 당시 100억원대로, 다시 최종적으로 300억원대로 늘어났다. 담 회장 자택에 있던 100억원이 넘는 미술품들의 가격이 횡령액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회삿돈으로 구입한 개인 소장 미술품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한 것은 담 회장이 처음이었다.

담 회장은 해외 유명작가의 고가 미술품들을 계열사 법인자금 140억원으로 매입해 서울 성북동 자택에 설치했다. 담 회장이 회사 소유의 그림을 대여료 없이 집에 걸어놓는 작품은 모두 10여점. 그러다 지난 2010년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이 가운데 6점을 경기도 양평 그룹 연수원으로 옮겨 놨다.

검찰은 담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4점이 인테리어 용도로 설치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모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작품으로, 담 회장이 대표로 있던 계열사들이 홍송원 대표의 서미 갤러리에서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 300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 유죄 확정
횡령·배임 혐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담 회장은 회사가 구입한 프란츠 클라인의 시가 55억원짜리 그림 ‘Painting 11’을 자택 식당에 걸었다. 주방 천장엔 알렉산더 칼더의 28억원짜리 모빌 ‘Three White Dots and One Yellow’를 매달았다.

담 회장은 안젤름 키퍼의 작품 ‘Rock and Lead Books’도 자택에 설치했다. 이 작품의 가격은 14억원에 이른다. 오리온 계열사가 약 20억원에 사들인 데미안 허스트의 설치미술 작품 ‘After Stubbs Cigarette Butts Wall Mounted Cabinet’도 있었다.


당시 검찰은 “담 회장 자택에 걸린 작품들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오리온그룹 계열사 4곳의 법인자금으로 사들인 것”이라며 “미술품의 경우 소유자를 공시하지 않는 만큼 지속적으로 집에 걸어뒀다면 소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녀들 통학용
최고급 외제차

이외에도 담 회장의 ‘회삿돈 쓰기’는 한마디로 기가 막혔다.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고가의 외제 고급 슈퍼카를 굴렸다. 2002∼2006년 계열사에서 법인자금으로 사들이거나 리스한 ‘포르쉐 카레라 GT’,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쉐 카이엔’, ‘벤츠 CL500’등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계열사가 리스료와 차량보험료, 자동차세 등 부수적인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량을 리스해 자녀 통학 등 개인 용도로 무상사용, 해당 계열사에 2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황제 생활’을 누리기도 했다. 담 회장은 1999년부터 최근까지 자택에 집사와 가정부 등 관리자 8명을 두고 연간 2억원씩 10여년 동안 총 20억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 돈은 모두 위장계열사 I사에서 나갔다.

담 회장이 받은 혐의 곳곳엔 위장계열사 I사가 등장한다. 담 회장은 I사의 차명 지분을 사들일 목적으로 홍콩에 세운 유령회사 P사에 I사 중국 자회사 자금 19억원을 빼돌리고, 다시 자회사 지분을 P사에 헐값에 팔아치우며 회사에 31억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이 있다. I사는 담 회장 부부가 지분 76.66%를 보유한 실소유주로 전해졌다.

비리 진원지 I사
멈추지 않는 특혜

담 회장 집과 맞닿은 땅에 세워진 I사의 서울영업소는 실상 담 회장 가족의 공간으로 사용됐음에도 8억원 상당의 임대료를 물지 않았고, 오히려 I사 자금 3억여원을 들여 영업소 건물에 체력 단련실, 외제차 보관소, 사진 작업실 등 개인서재 등이 갖춰지도록 구조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소 관리 5억여원은 물론 I사가 부담했다. 담 회장은 I사 임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38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담 회장을 사법처리할 당시 담 회장의 지시에 따라 비자금을 조성한 해외계열사 신모 전 대표가 자진 귀국해 재판에 넘겨지면서 지난 2010년부터 이어진 오리온그룹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매듭지었다.



앞서 1심은 담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투명하고 합법적인 기업경영을 하여야 할 무거운 사회적·법적 책임을 도외시하고 계열사 기업들을 사유물 취급하여 사익 추구에 사용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어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담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횡령·배임액이 285억원 정도에 이를 정도로 큰 금액인 점 등을 보태 죄절이 매우 불량하다 아니할 수 없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건강성과 자정능력, 법치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훼손하였다는 측면에서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수십억 고가 미술품 공금으로 매입해 설치
람보르기니 등 법인리스 고급 외제차 유용
위장계열사 자금으로 집사·가정부 급여


재판부는 특히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중국 자회사를 헐값에 팔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또 거액의 법인자금으로 고가 미술품과 외제 승용차를 구입해 사용하거나 사택관리비까지 회사 자금으로 썼다”고 지적했다. 미술품에 대해서는 “회사를 위한 게 아니라 집을 장식하려 그림을 구입한 것으로 보이고 장기간 집에 전시하면서 개인 소유로 취급할 의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진 2심은 “I사 관련 범행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경민 전 사장 등이 주도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액을 모두 갚은 점, 향후 윤리경영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다짐을 하고 있는 등 개전의 정이 있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담 회장을 풀어줬다. 담 회장은 두 달 뒤 3년 임기 대표이사 연임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측근 비리 수사
뜨거운 감자

담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던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사장도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지만 담 회장과 나란히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러나 조 전 사장은 반년도 되지 않아 스포츠토토 등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다시 구속 기소됐고,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홍송원 서미 갤러리 대표도 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인물 가운데 하나다. 홍 대표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4년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홍 대표는 조 전 사장이 팔아달라고 맡긴 미술품들을 서미갤러리 것인 양 담보로 내놓고 대출을 받아 90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자금 5억 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 대표는 또 2007∼2010년 고가 미술품 및 고급 수입 가구를 거래하며 세금 수십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고발당해 출국금지 조치와 더불어 다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담 회장을 비롯해 그 측근들이 끊임없이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오리온그룹이 과연 ‘도덕성’과 ‘사회적 신용’을 충분히 갖춘 기업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향후 오리온그룹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담철곤은 누구?
재벌가 딸 만나 인생역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재벌가 딸과 결혼해 그룹 회장직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담 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둘째 사위로, 오리온의 전신인 동양제과에서 잔뼈가 굵었다.

창업주 둘째 사위
30년 초코파이맨

화교 3세로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조지워싱턴대(마케팅 전공)를 나온 뒤 1980년 동양시멘트 대리로 동양그룹에 첫 발을 들여놨다. 이양구 선대 회장의 차녀이자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사장과 결혼한 것도 이 무렵. 둘은 서울외국인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 회장은 동양시멘트 입사 이듬해 동양제과 구매부 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30년 동안 대부분 제과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이 전 회장이 타계한 1989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동양제과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오너 집안 출신 중에서 흔치 않은 ‘제과 맨’이라는 게 업계 평가였다. 

2001년 동양그룹에서 분리된 동양제과는 2003년 오리온으로 명칭을 바꾼 뒤 국내 대표적인 제과업체로 성장했다. 담 회장은 오리온을 국내 소비재 기업 중에서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만들기도 했다. 

오리온은 동양그룹에서 분리되기 전인 1997년 중국 베이징 인근에 초코파이 고래밥 등의 생산 공장을 세운 뒤 당시 30억원이던 중국법인 매출을 지난해 5600억원대로 키워냈다. 이 결과 오리온그룹은 2009년부터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초과하는 ‘글로벌’ 제과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무리하게 확장한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5년에는 바이더웨이를 매각했고, 2007년에는 메가박스를 팔았다. 2008년에는 테라마크를 2010년에는 롸이즈온과 온미디어 등 총 12개사를 매각했다. 그 후 오리온 그룹의 ‘효자상품’은 중국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국민과자’ 초코파이와 프리미엄 과자인 닥터유 등만 남았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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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