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야권대물 ‘경우의 수’ 대예측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06 15: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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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끝 차이’로 밀리거나 밀어내거나 혹은 같이 살거나

[일요시사=정치팀] ‘예상대로’ 김한길 의원이 민주당 새 대표로 선출되면서 야권의 ‘빅3’가 새롭게 재편됐다. 지난해 대선까지만 하더라도 야권은 문재인-안철수 구도였다. 하지만 김한길 의원이 민주당 당권을 장악하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노원병 보선에서 국회에 입성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차기 대권을 둘러싼 야권대물 3인의 역학관계를 <일요시사>가 미리 예측해봤다.



민주당의 ‘안철수 카드’에 대해 최종결단을 내릴 이는 이제 김한길 민주당 대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게 큰 빚을 지고, 차기 대권후보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안 의원의 정치 행보는 향후 민주당과 야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도 남는다.

김 대표는 안 의원의 신당 창당을 경계하면서 안 의원 포섭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 시장은 일단 민주당 가까이에서 신당 합류설을 일축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눈치다. 안 의원은 국회에 적응하고 국회 인사들과 스킨십을 넓히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신당 창당은 민주당 종말
계파색 반드시 지워야

대선과 재보선 이후 패배주의에 허덕이며 갈라진 민주당심을 봉합하기 위해 김 대표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안 의원과의 관계설정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안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머지않아 민주당이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안 의원의 국회 입성으로 민주당 계파 갈등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은 당내 위기감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민주당에는 무시 못 할 악재라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러한 평가는 주로 친노·주류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친노·주류는 최악의 경우 민주당의 분열까지 내다보는 상황이다.


김한길 역할론 지우고
우회로 뚫어 공략

반면 비노·비주류에 대한 평가는 다르다. 정가는 향후 김 대표를 필두로 비노·비주류와 안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안 의원을 둘러싼 민주당 계파 득실 계산이 오히려 안 의원과 민주당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시 말해 민주당의 내전 자체가 유불리를 떠나 안 의원이 민주당과 손을 잡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비노·비주류와 손을 잡아 자칫 친노·주류세력의 배제 혹은 이탈이라는 결과를 야기할 경우, 안 의원은 민주당의 분열을 초래한 원흉으로 회자될 것이란 당내의 평가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나온 상황을 빗댄 말이다. 실제로 <일요시사>와 만난 대다수의 민주당 당직자들은 안 의원으로 인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민주당 역사가 반복될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김 대표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대표가 비노?비주류라는 이유로 안 의원과의 연대에 수월한 인물이라는 정가의 평가가 바뀌지 않는 한, 안 의원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에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비노·비주류 김한길 오히려 안철수와 야권연대 불리할 수도 
‘호남쟁탈전’ 경쟁구도 부담, 세력 분산 막기 위한 연대 모색

김 대표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안 의원에 대한 친노·주류와 비노·비주류의 온도 차를 좁혀야 하는 입장이다.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안 의원과 접촉할 때에 이러한 시각차를 좁히기 위한 인사를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의원과의 관계에서 ‘김한길 역할론’이 공론화되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최적의 환경 조성을 우선과제로 삼아 우회로를 뚫는다는 것이다.


안 의원으로 하여금 민주당과 거리를 둘 명분을 없애고 친노·주류로 하여금 안 의원을 적대시할 위기감을 희석시켜, 민주당 세력 이탈을 막고 안 의원 지지층을 흡수한다는 셈법이다. 그 이후에 자연스럽게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불리한 여론을 타개할 수 있다는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사실상 안 의원도 민주당과의 관계에 최소한의 정성을 쏟지 않을 수 없는 입장임에 틀림없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 때문이다. 안 의원으로선 작년 대선과 같이 민주당과 경쟁구도로 나아갈 경우 호남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듯, 호남은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의 분열로 이어지는 것을 내심 걱정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호남쟁탈전’을 통해 야권세력이 분산되지 않는 노선을 찾기 위해서라도 김 대표와의 연대가 불가피한 상황이 올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서 거론되는 인사가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안 의원 당선과 함께 야권 개편과정의 최대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동력 상실 민주당
우위 선점 박원순

박 시장은 안 의원과 마찬가지로 조직력 열세라는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것은 ‘야권령’ 서울시장 깃발과 ‘안철수 측근’이라는 카드로 어느 정도는 민주당 세력을 견제하며 잡아둘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 대표와의 관계다. 제3의 야권대물로 평가받는 박 시장에게 민주당의 갈라진 계파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매우 불편한 요인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박 시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면서 야권 새판짜기가 인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어, 리더십 공백상태인 민주당의 입장이 더욱 곤혹스러워지는 상황 또한 박 시장이 해결해야 할 난제다.

박 시장은 무게 중심을 잘 잡아가며 이 같은 난제를 풀어야 하는 처지다. 현재 김 대표와 안 의원의 연대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박 시장이 비노·비주류에 조금이라도 치우친 스탠스를 취해 친노·주류의 반발을 산다면, 이 역시 안 의원과의 관계를 요원하게 만들 위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박 시장은 김 대표와 안 의원의 거리에 따라 상대적으로 친노·주류와 거리 조절을 하면서 민주당과 안 의원 사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에 참패해 민주당의 정계개편 추동력이 상실된 터라, 안 의원과 관계설정의 주도권은 박 시장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민주당 계파 사이 무게 중심 잡으며 가교 역할 해야
서울시장 대권플랜 가동 시 민주당 세력 두고 안-박 경쟁    

반면, 박 시장은 안 의원에 대해서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양보’로 정치적 채무를 가지고 있어 다소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정치권은 두 사람의 묘한 인연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정을 운영하면서 확고한 위상을 확보해 ‘차기 대권주자’로서 위상을 굳히고 있다. 박 시장의 위상 변화는 굵직한 야권인사 등으로부터 잇단 러브콜을 받은 데서 감지된다.


박 시장은 노원병 보선 출마를 앞둔 안 의원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이어 5·4 전당대회에 출마할 민주당 대표 후보군들도 잇달아 박 시장을 만났다. 이용섭 민주당 대표 후보와 사퇴한 강기정 전 후보도 박 시장을 찾았다.

박 시장이 민주당 내에서 자신의 정치공간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이 같은 배경에서 박 시장이 민주당 후보로 내년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히자 언론은 이를 박 시장의 차기 대권행보로 앞 다퉈 해석했다.

또한 얼마 전 안철수 신당 합류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안 의원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치권의 시선이 일제이 박 시장의 의중에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당선되면서 안 의원의 민주당 흔들기가 더 이상 불가능해, 박 시장으로서는 입지가 좁아진 안 후보를 위해 같이 갈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이러한 박 시장의 행보를 안 후보와 거리두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도 있다. 오히려 박 시장이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안 의원과 민주당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여전한 세력 싸움
관건은 변수 주도


만약 박 시장이 안 의원을 뛰어넘어 차기 대권을 노리는 심산이라면, 안 의원도 민주당 지도부와 접촉면을 넓혀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작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민주당과 세력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 대표의 역할도 변수 중 하나로 등장한다.

그렇지 않다면 안 의원은 민주당과는 별개로 독자적 세력 구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박 시장은 민주당과 안 의원의 가교로서 야권연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대략 세 사람의 복잡한 삼각관계가 정리되는 듯하다. 야권 정계개편은 김 대표의 계파 갈등 수습, 민주당과 안 의원 중심에 있는 박 시장의 대권플랜, 안 의원의 세력구축 등에 따라 2:1 구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중 누가 변수를 견인해 야권의 중심으로 차기 대권주자가 될지,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정치판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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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