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제2국회의원회관 '부실공사' 논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5.03 17: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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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억 짜리 초호화 건물에 하자만 84건?"

[일요시사=정치팀] 준공 9개월 만에 하자가 84건이나 발생한 황당한 건물이 있다? 국회가 무려 2500억원을 들여 새로 건립한 제2국회의원회관 이야기다. 준공 당시 호화 청사 논란을 겪었던 제2의원회관은 이번엔 부실공사 논란에 휩싸였다. 도대체 어찌된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제2의원회관을 둘러싼 부실공사 논란을 추적해봤다.



2500억원이나 들여 새롭게 지은 제2의원회관이 건립 9개월여 만에 부실공사 논란에 휩싸였다. 벌써 84건의 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18일 국회운영위원회 국회사무처 업무보고에서 여야는 정말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신장용 민주통합당 의원은 "제2의원회관은 잦은 설계변경으로 공사비가 수백억원 증액됐다"면서 "의원동산의 사랑재 건물도 원래 계획보다 면적은 157평, 사업비는 26억원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강동원 진보정의당 의원은 "제2의원회관 공사에 총 사업비 2524억원이 투입됐는데 준공 전 1년 2개월 사이에 84건의 하자가 발생했다"면서 "이는 국회사무처의 관리감독 소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줄줄 샌 혈세

국회운영위원장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도 "화장실도 없는 사무실을 의원들에게 배치하고 더 기다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알아야 한다"면서 "국회사무처도 객관적으로 믿을 수 있는 기관에 감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국회는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국회사무처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만 63건, 2013년엔 두달 사이에 21건의 하자가 발생했다. 하자보수 내역을 보면 △의원실문 소음과 고장 △화장실문 고장 △블라인드 고장 △엘리베이터 비상문과 문고장 등 보수 종류도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입주가 완료된 제2의원회관은 시공과정에서는 내부 장식에 고급 대리석을 사용하는 등 '호화판 회관'이라는 논란을 빚었었다. 의원 1명당 사무실 면적은 구 의원회관(85.6㎡)과 비교해 1.7배가 넘는 148.76㎡로 늘어났고, 보좌관이나 비서관이 사용하는 보좌관실의 면적은 35.3㎡에서 76.2㎡로 2배 이상 넓어졌다. 또 현 의원회관에는 없던 회의실(17.8㎡)과 창고(2.64㎡)도 생겼다.

제2의원회관 신축 및 현 의원회관 리모델링에 드는 공사비용은 당초 2200억 정도로 계획됐지만 설계변경으로 예산이 크게 늘어났다. 현재 의원회관 공사에 들어간 예산은 신축에 1800억원, 리모델링 600억원, 부대시설에 90억원 가량으로 총 2500억원 정도다. 국회내 부지에 들어선 덕에 토지비가 들지 않았는데도 건축비만 수천억원이 들어간 것이다.

방음도 안 되는데 도청방지? 의원들 '열불'
국회 주변선 이미 부정비리 소문 '파다'

제2의원회관의 건립 당시 시민단체들은 "국회의원과 보좌관을 포함하더라도 3000명 남짓한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느냐"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국회 사무처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오히려 당당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새롭게 지어진 의원회관은 새 부대가 아닌 찢어진 부대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공식입장을 통해 "하자의 대부분인 69%는 주로 일부 출입문의 문고리 고장 등 경미한 하자"라며 "나머지 31%는 하자로 볼 수도 없는 사용상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또 "이는 준공 후 무상 하자보수 기간 동안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자그마한 문제라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하자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발굴한 결과로,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설계부실이나 감독부실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입주 1년도 안돼 문고장만 27건이나 발생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여전히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이한구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제2의원회관 건립과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도 자꾸 돌고 있다"며 "이것을 규명해내겠다"고 말해 제2의원회관 부실공사 논란을  둘러싼 잡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국회 주변에선 제2의원회관 건립을 놓고 온갖 부정비리 스캔들이 소문으로 돌고 있다. 여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이 의원이 이를 공론화 한만큼 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제2의원회관의 시공사인 태영건설은 지난 2012년 무려 14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파주 장남교 붕괴사건을 일으킨 기업으로 이 사건과 관련, 입찰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다.

이밖에도 태영건설은 지난 2012년 8월에도 경기도 부천시가 발주한 '노인복지시설 건립공사'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억7500만원의 과징금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최근까지도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입찰에서의 담합 의혹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등 각종 공사에서 담합,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은 기업이다. 때문에 국회 주변에 돌고 있는 의원회관과 관련된 부정비리 소문은 더욱 신빙성을 더해가고 있다.



또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 300명의 사무실에 대해 도청 방지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는데, 이에 대해 일선 보좌진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현재 방음도 제대로 안돼 옆방에서 하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보안이 취약한데 도청방지 시스템을 설치해 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보좌진들에 따르면 현재 제2의원회관에선 옆 의원실에서 이용하는 사무기기 소리나 전화벨 소리는 물론이고 심한 경우 작은 목소리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까지도 들릴 정도다. 때문에 각 의원실마다 보안문제로 신경이 곤두서 있다.

진실공방 치열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 측은 "제2의원회관의 경우 기존 의원회관 보다 벽의 두께(115mm→150mm)가 두꺼우며, 벽체 재료인 석고보드(일반 석고보드→차음용 석고보드)는 차음효과가 우수한 재료로 시공했다"고 설명했으나 정작 제2의원회관을 이용하는 의원들과 보좌진 사이에서는 방음과 관련한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재 국회사무처는 국회가 제기한 각종 의혹들에 대해 '일부 언론에 보도된 제2의원회관 부실공사 논란 등에 대한 국회사무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과연 2500억원대 의원회관 부실공사 의혹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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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