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수백억 건설뇌관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03 18: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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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좋아하는 '리틀MB'… 터질락 말락 '처남 스캔들'

[일요시사=사회팀] MB는 떠났지만 MB를 롤모델로 대형 토목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자치단체장이 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라는 거대 지하도시 건설을 목표로 동분서주 중이다. 그러나 진 청장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강남 일대에 '언더그라운드 시티(지하도시)' 건설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퍼졌다. 다음날인 12일 관련주는 일제히 뛰었다. 코스닥 시장에서 한 건설사 주식은 전 거래일보다 3.7% 오른 가격에 거래됐으며 코스피에서도 D건설사는 1.44%의 오름세를 보였다.

건설 업종은 아니지만 '언더그라운드 시티' 추진으로 반사 이익을 얻은 곳도 있었다. 해당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상장사들은 각각 6∼8%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돈이 몰리고 있었다.

확정되지 않았는데
지역에 뜬소문 난무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사업이다. 사실상 개발 포화 상태인 서울 강남과 서초 일대 지상 상권을 지하로 분산시킨다는 이 매력적인 프로젝트는 오 전 시장의 '디자인 서울' 행정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관할 구청인 강남구와 서초구도 '지하도시'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강남역과 논현역 사이의 밀집된 교통량을 근거로 각 구청은 지하도시 건설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몇몇 구청 공무원들은 자신의 지인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보궐 당선과 함께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토목 사업에 박 시장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익철 서초구청장이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은 진 청장의 지방선거 핵심 공약이기도 했다. 강남역 지하 일대를 너비 42m, 길이 670m, 총면적 2만8517㎡ 규모로 개발한다는 게 선거 당시 진 청장이 내세운 복안이었다.

진 청장의 당선 직후 서초구는 해당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쓰인 용역비는 모두 5억원. 더불어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의 원류인 캐나다 몬트리올에 직접 시찰을 다녀오는 등 '지하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서울시와의 협의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 여부를 놓고 사업 가능성을 검토했다. 당시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서초구는 공공연히 지하도시 건설 계획을 외부로 알렸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무리한 추진 구설수
구 재정 위기에도 강행…구청장 의도는?

서초구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서 '신논현역 지하도시' 건설은 기정사실과 다름없었다. 대형 브랜드 아파트 입주 전단지에는 "논현역 역세권에 '지하도시'가 들어선다”는 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 한 관계자는 "언더그라운드 시티와 관련한 뜬소문이 인근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형 토목공사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배경에는 신분당선 신축공사가 있다. 신분당선 공사를 주관하고 있는 두산건설은 서초구의 지하도시 건설안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서울메트로9호선 등 지하철 사업이 이윤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역 주변의 상권 개발은 두산건설에 이득을 안겨줄 게 분명했다.


두산건설은 올 1월 서울시에 정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의 개발권을 갖는 대신 60년 후 서울시에 개발된 구간을 '기부채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기업이 지하도시 개발권을 놓고 서울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보니 진 청장도 힘을 냈다. 지하도시가 곧 개발될 것처럼 언론 인터뷰를 이어갔다. 2014년 지방선거 재선을 노리고 있는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로 또 한 번의 '세몰이'에 나선 것이다.

선거용 공약
MB와 닮은꼴

그러나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 건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진 청장 스스로가 지하도시 건립 가능성을 봤을 때 '건설이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진 청장이 MB의 '청계천 사업'처럼 대규모 토목공사로 치적을 쌓으려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원래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구상된 '언더그라운드 시티'가 상가 분양을 통한 이권 챙기기로 돌변했다"며 "서울 회현역 등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지하도시 건설은 결국 수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9년 기준 4166억원의 세금을 거뒀던 서초구는 불과 2년 사이 약 1200억원이나 감소한 세수(2967억원)를 보였다. 또 서초구는 예산 고갈로 서초역 주변의 국유지를 매각하는 등 재정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정 예산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 청장은 왜 언더그라운드 시티 건설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 개발 소문과 관련 오랜 추문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진 청장의 처남이자 건축사인 김모씨와 관련한 의혹이었다.

지난 2010년 9월 진 청장은 서초구 산하 건축위원회와 건축민원조정위원회에 김씨를 위원으로 임명했다. 또 같은 해 11월 구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에도 김씨를 위촉했다. 건축위원회와 도시계획위원회는 지역의 대규모 건설 심의를 담당하는 기구로 소위 '노른자'로 분류된다. 즉 공직의 수장이 자신의 인사권을 남용, 친인척을 알짜 기구에 앉힌 것이다.

2011년 7월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씨는 위원직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김씨와 관련한 의혹은 잦아들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 관계자는 "서초구에서 김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오래 전부터 구청장과의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경북 안동 출신의 건축설계사로 알려져 있다.

구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2월 김씨가 경찰의 내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초경찰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김씨의 내사 사실을 전하며 구체적인 진술을 내놨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서초구의 건축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한 후에도 최근까지 서초구의 건설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초구는 태안과 횡성에 각각 휴양소를 갖고 있는데 이중 한 휴양소의 내부 보수를 맡은 게 김씨라는 설명이었다. 해당 보수 사업에는 수천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거론되는 이상한 사업은 또 있다. 바로 우면산 예방사업이다.


건축 관련 비리
경찰 내사 진행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 서초구 도시디자인국이 지난 2012년 11월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우면산 산사태 복구 사업비'에 쓰인 돈은 모두 591억여원이다. 또 2012년 '우면산 예방사방사업'에 책정된 세비는 136억여원에 이른다. 도합 727억원이 넘는 거액이 산사태 복구 및 예방 사업에 쓰인 것이다.

그러나 우면산 복구사업은 졸속 행정으로 뭇매를 맞았다. 산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과 치밀한 설계 없이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복구공사를 맡은 산림조합중앙회는 공사가 절반 이상 진척되고 나서야 설계를 완료했다. 이는 서울시가 우면산 산사태 복구사업에 'Fast Track'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면산 산사태 진상조사위로 활동했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원인조사 없이 복구공사부터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공사하지 말아야 할 걸 하고, 일단 때우자는 식으로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또 이 교수는 우면산 복구 사업에서 있었던 재해 위험지역 선정에 대해 "토양의 지질과 지형, 산사태 이력 등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해 각 지역마다 적절한 예산이 편성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시는 우면산 복구사업 및 예방사업 시행을 서초구로 위임했다. 2011년 7월 서울시가 서초구로 보낸 공문(산지대책반-100684)에 따르면 시는 '2억원 이상의 사방사업 시공감리'를 담당 구청에 위탁했다. 즉 우면산 공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기관이 바로 서초구란 설명이다.


우면산 복구공사 업체로 선정됐던 산림조합중앙회는 2012년 서초구 예방사방사업에도 참여했다. 서초구 소재 남부순환로 도로변(방배동 산102-8) 등 모두 26곳에서 공사가 진행된 가운데 산림조합중앙회는 이중 18곳의 공사를 맡았다. 그런데 남은 5곳의 공사를 맡은 업체와 관련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됐다. 구청 주변의 산사태 예방사업을 맡은 업체가 '안동시산림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지난 2012년 4월께부터 예방공사에 참여했으며, '말죽거리공원 호우 피해 복구'를 명목으로 '말죽거리공원 우성아파트' '말죽거리공원 구민회관' '말죽거리공원 횃불선교원' '말죽거리공원 경진갓길사면' 등 모두 4곳에서 공사를 진행했다. 또 우면산 예방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10억3000만원)이 책정된 관문사 주변의 공사도 맡았다.

친인척 특혜 의혹 재점화우면산 복구사업에도 거론
'강남 지하도시' 치적용? 재선용?

2012년 작성된 '서울시내 산사태 예방사방사업 계약현황 목록'에 따르면 서울시의 각 구청 중 모든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맺은 구는 서초구가 유일했다. 서초구는 안동시산림조합을 포함한 3곳의 업체와 모두 수의계약을 맺었다.

복수 관계자는 "왜 서초구가 안동시산림조합과 수의계약을 맺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수의계약은 구청장 재량에 따라 긴급을 요할 때 허용되는데 안동에 있는 산림조합이 어떻게 서울에 있는 현장으로 '긴급히' 출동할 수 있냐는 것이다. 더불어 2012년 4월은 우면산 산사태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음으로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을 했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예정된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했는데 많게는 3차례에 걸쳐 준공이 연기됐다. 안동시가 서초구로부터 추가로 수주 받은 서초구청 뒤 예방공사는 지난 19일이 돼서야 공사가 완료됐다.

이와 관련 한 구청 관계자는 "구는 기상 악화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원래 예방공사는 봄에 시작해 우기인 여름 전까지 끝내는 게 상식"이라며 "처음부터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줘 사업이 지속적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동시산림조합이 처음 사업을 맡았을 때 포클레인이 1대 밖에 없었다"며 "이 같은 업체가 공사를 맡도록 허가를 내준 건 '안동'을 생각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안동 출신인 김씨와 진 구청장의 입김으로 안동시산림조합이라는 부실 건설업체에 사업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이번 예방사업으로 모두 40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안동시산림조합이 공사를 완료한 서초구청 뒤는 나무가 무분별하게 잘려나가 흉물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또 말죽거리공원 횃불선교원 주변은 대대적인 벌목으로 산림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인근 주민은 "말죽거리공원은 집중호우 때 수해를 입지도 않았는데 왜 예방공사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풍경만 나빠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안동시산림조합
특혜 있나 없나

이 같은 배경 속에 서초구의회는 우면산진상조사특위를 발족했다. 구의회 측은 "현재 자료를 모으고 있으며, 6월내에 담당 부처에 감사를 청구해 우면산 예방사업과 관련한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진 청장이 우면산 예방사업 뿐만 아니라 1000억원 규모의 구민회관 재건축 등에서 '턴키' 방식으로 설계를 의뢰하려 한 적이 있다"며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도 결국은 진 청장이 김씨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관련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 진 청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민자 사업이고, 김씨와 관련한 어떠한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며 "만약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를 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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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