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수백억 건설뇌관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03 18:10:33
  • 댓글 0개

공사 좋아하는 '리틀MB'… 터질락 말락 '처남 스캔들'

[일요시사=사회팀] MB는 떠났지만 MB를 롤모델로 대형 토목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자치단체장이 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라는 거대 지하도시 건설을 목표로 동분서주 중이다. 그러나 진 청장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강남 일대에 '언더그라운드 시티(지하도시)' 건설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퍼졌다. 다음날인 12일 관련주는 일제히 뛰었다. 코스닥 시장에서 한 건설사 주식은 전 거래일보다 3.7% 오른 가격에 거래됐으며 코스피에서도 D건설사는 1.44%의 오름세를 보였다.

건설 업종은 아니지만 '언더그라운드 시티' 추진으로 반사 이익을 얻은 곳도 있었다. 해당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상장사들은 각각 6∼8%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돈이 몰리고 있었다.

확정되지 않았는데
지역에 뜬소문 난무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사업이다. 사실상 개발 포화 상태인 서울 강남과 서초 일대 지상 상권을 지하로 분산시킨다는 이 매력적인 프로젝트는 오 전 시장의 '디자인 서울' 행정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관할 구청인 강남구와 서초구도 '지하도시'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강남역과 논현역 사이의 밀집된 교통량을 근거로 각 구청은 지하도시 건설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몇몇 구청 공무원들은 자신의 지인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보궐 당선과 함께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토목 사업에 박 시장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익철 서초구청장이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은 진 청장의 지방선거 핵심 공약이기도 했다. 강남역 지하 일대를 너비 42m, 길이 670m, 총면적 2만8517㎡ 규모로 개발한다는 게 선거 당시 진 청장이 내세운 복안이었다.

진 청장의 당선 직후 서초구는 해당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쓰인 용역비는 모두 5억원. 더불어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의 원류인 캐나다 몬트리올에 직접 시찰을 다녀오는 등 '지하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서울시와의 협의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 여부를 놓고 사업 가능성을 검토했다. 당시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서초구는 공공연히 지하도시 건설 계획을 외부로 알렸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무리한 추진 구설수
구 재정 위기에도 강행…구청장 의도는?

서초구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서 '신논현역 지하도시' 건설은 기정사실과 다름없었다. 대형 브랜드 아파트 입주 전단지에는 "논현역 역세권에 '지하도시'가 들어선다”는 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 한 관계자는 "언더그라운드 시티와 관련한 뜬소문이 인근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형 토목공사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배경에는 신분당선 신축공사가 있다. 신분당선 공사를 주관하고 있는 두산건설은 서초구의 지하도시 건설안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서울메트로9호선 등 지하철 사업이 이윤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역 주변의 상권 개발은 두산건설에 이득을 안겨줄 게 분명했다.


두산건설은 올 1월 서울시에 정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의 개발권을 갖는 대신 60년 후 서울시에 개발된 구간을 '기부채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기업이 지하도시 개발권을 놓고 서울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보니 진 청장도 힘을 냈다. 지하도시가 곧 개발될 것처럼 언론 인터뷰를 이어갔다. 2014년 지방선거 재선을 노리고 있는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로 또 한 번의 '세몰이'에 나선 것이다.

선거용 공약
MB와 닮은꼴

그러나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 건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진 청장 스스로가 지하도시 건립 가능성을 봤을 때 '건설이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진 청장이 MB의 '청계천 사업'처럼 대규모 토목공사로 치적을 쌓으려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원래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구상된 '언더그라운드 시티'가 상가 분양을 통한 이권 챙기기로 돌변했다"며 "서울 회현역 등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지하도시 건설은 결국 수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9년 기준 4166억원의 세금을 거뒀던 서초구는 불과 2년 사이 약 1200억원이나 감소한 세수(2967억원)를 보였다. 또 서초구는 예산 고갈로 서초역 주변의 국유지를 매각하는 등 재정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정 예산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 청장은 왜 언더그라운드 시티 건설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 개발 소문과 관련 오랜 추문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진 청장의 처남이자 건축사인 김모씨와 관련한 의혹이었다.

지난 2010년 9월 진 청장은 서초구 산하 건축위원회와 건축민원조정위원회에 김씨를 위원으로 임명했다. 또 같은 해 11월 구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에도 김씨를 위촉했다. 건축위원회와 도시계획위원회는 지역의 대규모 건설 심의를 담당하는 기구로 소위 '노른자'로 분류된다. 즉 공직의 수장이 자신의 인사권을 남용, 친인척을 알짜 기구에 앉힌 것이다.

2011년 7월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씨는 위원직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김씨와 관련한 의혹은 잦아들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 관계자는 "서초구에서 김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오래 전부터 구청장과의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경북 안동 출신의 건축설계사로 알려져 있다.

구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2월 김씨가 경찰의 내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초경찰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김씨의 내사 사실을 전하며 구체적인 진술을 내놨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서초구의 건축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한 후에도 최근까지 서초구의 건설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초구는 태안과 횡성에 각각 휴양소를 갖고 있는데 이중 한 휴양소의 내부 보수를 맡은 게 김씨라는 설명이었다. 해당 보수 사업에는 수천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거론되는 이상한 사업은 또 있다. 바로 우면산 예방사업이다.


건축 관련 비리
경찰 내사 진행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 서초구 도시디자인국이 지난 2012년 11월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우면산 산사태 복구 사업비'에 쓰인 돈은 모두 591억여원이다. 또 2012년 '우면산 예방사방사업'에 책정된 세비는 136억여원에 이른다. 도합 727억원이 넘는 거액이 산사태 복구 및 예방 사업에 쓰인 것이다.

그러나 우면산 복구사업은 졸속 행정으로 뭇매를 맞았다. 산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과 치밀한 설계 없이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복구공사를 맡은 산림조합중앙회는 공사가 절반 이상 진척되고 나서야 설계를 완료했다. 이는 서울시가 우면산 산사태 복구사업에 'Fast Track'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면산 산사태 진상조사위로 활동했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원인조사 없이 복구공사부터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공사하지 말아야 할 걸 하고, 일단 때우자는 식으로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또 이 교수는 우면산 복구 사업에서 있었던 재해 위험지역 선정에 대해 "토양의 지질과 지형, 산사태 이력 등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해 각 지역마다 적절한 예산이 편성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시는 우면산 복구사업 및 예방사업 시행을 서초구로 위임했다. 2011년 7월 서울시가 서초구로 보낸 공문(산지대책반-100684)에 따르면 시는 '2억원 이상의 사방사업 시공감리'를 담당 구청에 위탁했다. 즉 우면산 공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기관이 바로 서초구란 설명이다.


우면산 복구공사 업체로 선정됐던 산림조합중앙회는 2012년 서초구 예방사방사업에도 참여했다. 서초구 소재 남부순환로 도로변(방배동 산102-8) 등 모두 26곳에서 공사가 진행된 가운데 산림조합중앙회는 이중 18곳의 공사를 맡았다. 그런데 남은 5곳의 공사를 맡은 업체와 관련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됐다. 구청 주변의 산사태 예방사업을 맡은 업체가 '안동시산림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지난 2012년 4월께부터 예방공사에 참여했으며, '말죽거리공원 호우 피해 복구'를 명목으로 '말죽거리공원 우성아파트' '말죽거리공원 구민회관' '말죽거리공원 횃불선교원' '말죽거리공원 경진갓길사면' 등 모두 4곳에서 공사를 진행했다. 또 우면산 예방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10억3000만원)이 책정된 관문사 주변의 공사도 맡았다.

친인척 특혜 의혹 재점화우면산 복구사업에도 거론
'강남 지하도시' 치적용? 재선용?

2012년 작성된 '서울시내 산사태 예방사방사업 계약현황 목록'에 따르면 서울시의 각 구청 중 모든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맺은 구는 서초구가 유일했다. 서초구는 안동시산림조합을 포함한 3곳의 업체와 모두 수의계약을 맺었다.

복수 관계자는 "왜 서초구가 안동시산림조합과 수의계약을 맺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수의계약은 구청장 재량에 따라 긴급을 요할 때 허용되는데 안동에 있는 산림조합이 어떻게 서울에 있는 현장으로 '긴급히' 출동할 수 있냐는 것이다. 더불어 2012년 4월은 우면산 산사태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음으로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을 했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예정된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했는데 많게는 3차례에 걸쳐 준공이 연기됐다. 안동시가 서초구로부터 추가로 수주 받은 서초구청 뒤 예방공사는 지난 19일이 돼서야 공사가 완료됐다.

이와 관련 한 구청 관계자는 "구는 기상 악화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원래 예방공사는 봄에 시작해 우기인 여름 전까지 끝내는 게 상식"이라며 "처음부터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줘 사업이 지속적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동시산림조합이 처음 사업을 맡았을 때 포클레인이 1대 밖에 없었다"며 "이 같은 업체가 공사를 맡도록 허가를 내준 건 '안동'을 생각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안동 출신인 김씨와 진 구청장의 입김으로 안동시산림조합이라는 부실 건설업체에 사업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이번 예방사업으로 모두 40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안동시산림조합이 공사를 완료한 서초구청 뒤는 나무가 무분별하게 잘려나가 흉물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또 말죽거리공원 횃불선교원 주변은 대대적인 벌목으로 산림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인근 주민은 "말죽거리공원은 집중호우 때 수해를 입지도 않았는데 왜 예방공사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풍경만 나빠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안동시산림조합
특혜 있나 없나

이 같은 배경 속에 서초구의회는 우면산진상조사특위를 발족했다. 구의회 측은 "현재 자료를 모으고 있으며, 6월내에 담당 부처에 감사를 청구해 우면산 예방사업과 관련한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진 청장이 우면산 예방사업 뿐만 아니라 1000억원 규모의 구민회관 재건축 등에서 '턴키' 방식으로 설계를 의뢰하려 한 적이 있다"며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도 결국은 진 청장이 김씨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관련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 진 청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민자 사업이고, 김씨와 관련한 어떠한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며 "만약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를 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