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억대 굿판' 논란 제2막 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24 15: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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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굿판 없었다더니 "그럼 이건 뭡니까?"

[일요시사=정치팀] 지난해 대선을 강타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억대 굿판' 논란이 다시 재점화 되고 있다. 대선기간 한 사찰에서 실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리는 억대 제사를 지낸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행사에는 박 대통령의 친동생 근령씨와 사촌오빠 박준홍 전 의원도 참석했다. 억대 굿판은 진짜 있었던 일일까? <일요시사>가 억대 굿판 논란을 되짚어 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억대 굿판' 의혹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지난해 대선 기간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꼼수다(이하 나꼼수)'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을 위해 1억5000만원 짜리 굿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 사건은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시민캠프 소속 원정 스님의 의혹제기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원정 스님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가 잘 해결되라고 거액의 굿을 했다"며 "굿 경비는 1억5000만원. 굿당 현장에 참여했다는 초연 스님에게 직접 들었다"는 글을 올렸다. 나꼼수는 원정 스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를 기사화 한 것이다.

풀리지 않은 의혹

새누리당 측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원정 스님과 나꼼수팀은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새누리당 측은 억대 굿을 했다는 초연 스님과 직접 통화를 했다며 "초연 스님은 박 후보와 굿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초연 스님은 '원정 스님이라는 분을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나꼼수팀은 취재기자를 임신을 원하는 부부로 가장시켜 초연 스님을 찾아가 박 대통령이 한 굿판과 같은 조건으로 굿을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초연 스님은 "사람마다 생년월일이 달라서 박 후보(박근혜 대통령) 굿판 일시와 똑같이 맞출 수는 없지만 같은 장소에서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나꼼수팀의 함정취재에 초연 스님이 박 대통령을 위한 굿을 했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나꼼수는 방송을 통해 "새누리당은 우리를 고발할 것이 아니라 이제 따질 상대는 초연 스님이 되었다"며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억대 굿판 의혹은 양측의 진실공방이 이어지며 지난 대선을 뜨겁게 달궜지만 결국엔 증거부족으로 대부분 사실무근으로 결론이 났다. 의혹을 제기했던 나꼼수팀과 원정 스님은 현재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 허위사실 유포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대로 끝나는 줄 알았던 억대 굿판 의혹이 최근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경북 문경의 한 사찰에서 지난 대선기간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리는 '억대' 제사를 지낸 사실이 우연히 알려지면서다. 이 제사에 투입된 금액은 수억 원대인 것으로 추산된다.

사찰 측은 무용단을 동원해 공연을 하고 심지어 박 전 대통령 내외의 영정을 보호해야 한다며 경호원까지 고용하는 등 초호화 행사를 치렀다. 무척 큰 행사였지만 이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제사를 지낸 후 행사에 동원된 사람들에게 대금지급을 약속했던 사찰 주지가 대금지급을 차일피일 미루자 법정다툼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억대 제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일반에 알려진 것이다.

대선 앞두고 박정희 기리는 제사에 수억 투입?
억대 제사 그동안 꾸준히 해왔나? '의혹 증폭'

이날 행사에는 박 대통령의 친동생 근령씨와 사촌오빠 박준홍씨도 참석했다. 특히 제사를 주최한 이 사찰의 주지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운영한 직능총괄본부 불교본부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던 인물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 사찰의 주지는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사촌오빠인 준홍씨가 자신에게 1억5000만원을 주기로 했다며 그 돈으로 인건비를 주겠다고 약속해왔다. 이와 관련 박씨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사찰 측도 근령씨와 준홍씨가 제사에 참여한 것은 재정적인 도움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 같이 행사에 동참한 것뿐이라며 피해자들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근령씨는 이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울산의 한 사찰에서 치러진 박 전 대통령의 영정 봉안식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 사찰은 법원의 강제 퇴거조치로 비어있는 상태다. 피해자들은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검찰은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 제사와 관련돼 금전적 피해를 본 사람은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 주변의 상인들과 행사진행요원, 장비대여업체 등이다. 피해 액수는 수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선기간 불거졌던 억대 굿판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로 억대 굿판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일반인들 사이에선 '금액이 너무 터무니없이 크다'며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다.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제사에 수억 원의 돈이 투입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억대 굿판 의혹도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다시 시작된 진실게임

두 번째는 이 행사를 주최한 인물이 지난 대선기간 박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불교본부 자문위원에 위촉됐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의 관련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행사에 참여했던 사촌오빠 준홍씨도 지난 대선기간 물밑에서 박 대통령을 적극 지원했던 인물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그동안 개인적인 문제와 관련해 실제로 억대 제사나 굿판 등을 벌여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사와 굿을 일반인들이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억대 제사가 굿판으로 와전됐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대선기간 억대 굿판을 진행한 것으로 지목돼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도 초연이라는 스님이었다.

한 정치전문가는 "지난 대선기간 억대 굿판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네티즌들의 각종 제보가 이어졌지만 대부분 사실무근이었다"며 "이번 사건을 박 대통령과 무조건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관련되어 있는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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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