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 방만경영 '천태만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26 17: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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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도 부러워하는 '신이 내린 직장'

[일요시사=정치팀] "국회에서 진짜 알짜배기는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국회 직원들이다?"
국회의원은 4년마다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얻어야 하는 계약직이지만 국회 직원들은 국회의원들과 비슷한 혜택을 누리면서도 평생 고용이 보장되는 이른바 '신의 직장'이다. 국회는 공무원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국정감사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롭다. 국회 내 있는 어린이집, 미용실, 치과, 한의원 등도 자유롭게 이용한다. <일요시사>가 국민들을 허탈하게 하는 국회의 방만경영 천태만상을 살펴봤다.



국회는 실로 엄청난 권한을 휘두르는 기관이다. 법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고, 국정 전반을  감사한다. 최고위 공무원이나 엄청난 재산을 가진 대기업 오너조차도 국회 앞에만 서면 작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국회의 방만경영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정작 이러한 국회를 견제할 기관은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경우는 4년마다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받지만 특히 국회 직원들은 국회의원 못지않은 혜택을 누리면서도 평생고용이 보장된다. 국회에서 진짜 알짜배기는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국회 직원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이유다.

진짜 알짜배기

국회는 전체 직원 숫자에 비해 고위공무원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장관급인 사무총장 휘하에 차관급인 사무차장과 입법차장, 국회도서관장을 비롯해 수석전문위원(차관보급)이 각 상임위마다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매년 공무원들을 벌벌 떨게 하는 국정감사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롭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매년 사무처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이긴 하지만 실무적 현안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요식행위로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회 직원들은 국회 내에 위치한 어린이집을 비롯해 이발소ㆍ미용실ㆍ은행ㆍ실내배드민턴장ㆍ치과ㆍ도서관 등 편의시설도 자유롭게 이용 할 수 있어 일반 직장인들에겐 그야말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국회의 방만경영 실태를 좀 더 깊게 살펴보면 문제는 사뭇 심각해진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008년 이후 임직원의 해외출장비로 약 7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강동원 진보정의당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입법조사처는 2008년 이후 46차례에 걸쳐 임직원 140명이 해외출장에 7억1482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법 및 정책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국회 입법조사처가 정책개발이나 조사·분석이 주요 기능임에도 해외연수비용을 과도하게 많이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입법 및 정책 분석은 소홀히 한 채 해외출장과 연수에 막대한 혈세를 지출하고 있는데 대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회는 올해 제2어린이집을 준공한 지 불과 3년 만에 제3어린이집 신축예산을 편성해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국회는 2014년 5월까지 총 25억6300만원을 들여 제3어린이집을 완공할 계획이다. 현재 제1, 2어린이집을 합쳐 정원이 290명인데 대기자가 260명이라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어린이집 대기자 수가 많은 상위 10개 지역은 평균대기자 수가 약 7200명에 이른다. 국회에서 배정하는 우리나라 전체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예산은 4년째 19억8200만원에 머무르고 있다. 국회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집 신축예산이 우리나라 전체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예산보다 많은 것이다.

이 같은 방만경영과 함께 국회 직원들의 기강해이는 도를 넘었다. 지난 2011년도 감사원 감사에서는 국회사무처와 국회도서관이 직원 27명에게 업무수행경비 8320여만원을 부당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업무수행경비는 국내 훈련기관에 1개월 이상 파견된 4급 이상 공무원들에게 교육기간 중 연구 및 자료수집 등의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이다.


나날이 비대해지는 국회 "국민보다 나부터 먼저"
도서관 책까지 내다파는 직원, 기강해이 '심각'

하지만 국회사무처와 국회도서관은 업무수행경비 지급대상이 아닌 공로연수자 등에 대해 수개월간 많게는 1인당 700만원이 넘는 돈을 지급해 오다 적발됐다.

국회사무처 직원이 부서운영비를 횡령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이 사무처 직원은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써야 하는 특정업무경비를 허위로 지급받아 부서운영비 계좌로 입금시킨 후 790여만원을 술값, DVD 구입 등 사적인 용도에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원은 형사고발은커녕 정직조치를 받는데 그쳐 국민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국회도서관의 한 직원은 국회의원 저서와 기증도서 등을 인터넷에 몰래 판매하다 적발돼 해임된 일도 있었다. 국회도서관 기능9급사서인 직원 A씨는 2008년 3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인터넷을 통해 국회의원의 저서를 비롯한 기증도서 1952권을 몰래 팔아 2219만원의 이득을 챙겼다. 이후 외부 제조자에 의해 적발된 A씨는 업무상 횡령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도서관에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각종 비리와 부당업무,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은 무려 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국회의 평균 예산 증가율은 9.9%로 정부의 8.7%를 상회한다. 인력과 시설 등이 무차별적으로 늘어나면서 2011년 국회 예산은 5174억원으로 2001년 2027억원과 비교할 때 10년 사이 255%나 늘어났다. 이같이 높은 예산 증가율은 국회사무처 조직의 인력  증가, 건물 관리비, 처우 개선비 등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국회사무처 인력은 1764명으로 개원 당시 198명과 비교할 때 무려 8.9배나 늘어났다. 이 같이 인력이 늘어난 것은 필요에 의한 것도 있지만 국회가 불필요한 조직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일례로 국회는 지난 2003년 예산정책처를 설립했지만 지난 2007년 이와 역할이 비슷한 입법조사처를 추가로 설립했다.

브레이크가 없다

이처럼 방만경영이 심각하지만 앞서 지적했듯 국회는 국정감사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데다 감사원의 감사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직무감찰의 경우도 국회 직원은 감사원법 제24조3항에 따라 감사원의 감찰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감사의 사각지대다. 국회를 감사해야 할 감사원은 국회로부터 국정감사를 받고 예산심의를 당한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이 국회 감사를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정치전문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국회를 견제할 기관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현재 국회는 브레이크가 없는 스포츠카와 마찬가지"라며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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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