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A급 타짜녀, 한마담 정체

화려한 손기술 도박꾼 킬러 ‘사기의 여왕’

[일요시사=사회팀] 사기 도박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한모씨. 이 여성은 영화 <타짜>에서 ‘정마담’처럼 일명 ‘한 마담’이라고도 불린다. 평소 건장한 남성 2명을 대동하는 한씨는 서울·경기 일대를 주무대로 여성으론 유일하게 ‘A급 타짜’로 칭해지고 있다. 도박꾼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보복성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1990년대 중반부터 큰 판돈이 오가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도박장에서 ‘사기도박의 꽃’으로 활약을 떨친 한모(56)씨. 한씨는 2000년대 들어서서 국내 최대 사채업자로 알려진 ‘명동 사채왕’으로 이름을 떨쳤던 최모(59)씨와 손잡고 직접 도박장을 열거나, 상습 도박꾼에게 10%를 이자로 받고 현금을 빌려주는 일명 ‘꽁지꾼’ 역할을 도맡으며 자금을 축적해 나아갔다. 또 서울 영등포 지역 조폭 원로인 유모(62)씨와도 꽁지놀이를 한 것으로 알려져 조직폭력배와 사채업자 등 넘사벽 인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갈협박에도
수사망 피해

영화 <타짜>에서 배우 김혜수가 연기한 정 마담을 연상케 하는 그의 사기도박 수법은 수도권 일대를 단번에 주름잡을 만큼 교묘하고 철저했다. 한씨와 단 한 번이라도 도박을 해 본 사람들은 일제히 “화투장 뒷면만 보고도 자신이 원하는 패를 제외한 나머지 패를 상대방에게 배분할 수 있는 신의 손기술을 자랑한다”고 언급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한씨를 두고 “도박계에서 흔치 않은 ‘A급 여성타짜’로 꼽힌다. 90년대 중반부터 조직폭력배와 사채업자를 등에 업고 체계적으로 사기도박과 관련된 사건사고 등을 제조하며 차츰 거물이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십수년을 넘게 자행해온 한씨의 사기도박과 상습 도박꾼을 상대로 한 공갈 협박 및 보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2년 전 서울 여의도 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상습 도박꾼 A씨를 집 안으로 불러들인 한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옆에 건장한 남성 2명을 끼고 있었다. 한씨는 A씨에게 “네가 매일 상습 도박판을 벌이는 것도, 도박 때문에 경찰 수배를 피해 다니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말을 안 들으면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넣을 것이니 내 말 잘 들어라”라고 협박했다.

수도권 도박장 주무대 “극악무도”악명 자자
명동 사채왕·영등포 조폭두목과 손잡고 활동


얼마 뒤 A씨는 한씨가 요구한 돈 2000만원을 울며 겨자 먹기로 건넸다. 한씨 일당의 횡포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A씨는 자신의 상습 도박 혐의를 자수해 처벌을 받고 나온 뒤,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빌려준 돈을 갚지 않으면 경찰에게 도박장을 신고 당하거나 그와 연계된 조폭들에게 죽지 않을 만큼 무작위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실토하고 한씨 일당의 악행을 제보했다. 그런데 한씨의 협박에 돈을 뜯긴 상습 도박꾼은 비단 A씨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피해자 B씨 역시 같은 아파트로 불려가 한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뜯겼다고 검찰에 제보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고 곧바로 서민 생활 침해사범 합동수사부를 출범시켰다. 전국 각 검찰청에서 ‘여성 타짜’ 한씨에 대한 수사와 내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 룸살롱의 황제’가 이경백이라면 ‘도박계의 여왕’은 한 마담이라는 말이 방방곡곡에서 돌고 있을 정도로 한씨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일대 도박장에서는 유명인사로 꼽히고 있다.

한씨는 ‘도리짓고땡’이라는 종목에서 화투장 뒷면만 보고도 원하는 패를 자신과 상대에게 정확히 배분할 수 있는 화려하고 능수능란한 손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는 도박꾼들이 한씨를 상대로 공갈 및 도박장 개장 혐의 등으로 수차례 고소했지만 한씨는 모두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아 요리조리 수사망을 피해나갔다.

끈질긴 보복에
피해자 수십명

검찰 관계자 및 피해자들은 “한씨가 사전에 참고인을 찾아가 진술을 번복시키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벌을 피하는 수법을 사용해 그간 수사가 만만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씨에게 거액을 뜯긴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검찰 조사에서 “한씨는 돈을 갚지 않으면 경찰에 도박 현장을 직접 신고해 구속시키는 등 반드시 보복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전국의 타짜 수십 명이 손 쓸 겨를도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씨는 2011년부터 사채왕 최씨와 돌연 갈라서면서 검찰에 최씨에 대한 비리 사실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한 부동산투자신탁회사는 거액의 사채를 끌어들여 회사를 코스피에 상장시킨 뒤 회사 임원 여러 명이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 회사 임원들을 줄줄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협박해 돈 뜯어내고 보복 위협
검찰 첩보 입수해 비밀리 내사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해 4월 부동산투자신탁회사 조모(50) 부회장에게 “비리 사실을 알려 상장폐지 시키겠다”며 협박해 9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최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후 이 회사는 상장폐지 됐는데, 이 사건이 들통 난 배후에 한씨가 숨어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씨의 제보로 인해 최씨가 저지른 그동안의 행각이 밝혀지며 불똥은 경찰로까지 튀기도 했다. 최씨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관 2명에 대한 영장이 청구된 것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하던 검찰은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사건 무마와 관련 청부수사를 해주는 대가로 브로커 유씨를 통해 최씨로부터 총 4회에 걸쳐 2600여만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고 영장청구 원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서민생활 침해사범 단속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도박의 여왕 한씨 사건도 재차 수면 위에 떠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한씨와 관련해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와 수원지검, 대구지검 서부지청이 내사해왔다”며 “서민생활 침해사범 단속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또 다른 도박의 꽃
우씨와 라이벌관계

‘도박계의 여왕’ ‘여성 타짜’라고 불리는 이는 또 있었다. 한씨와 쌍두마차로 꼽히는 우모(59)씨. 그는 지난해 가평의 모 펜션에서 억대 불법 도박판을 벌였다가 경찰에 검거돼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상태이나, 그녀 역시 한씨와 마찬가지로 국내 도박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거물이라고 알려졌다.

사기도박판을 떡 주무르듯 군림해온 우씨는 지난해 12월 내연남이자 한씨의 지인인 조폭 원로 유씨의 비호를 받아 전문도박꾼이 동원된 수억원대의 사기도박장을 운영한 바 있다. 검거 당시 우씨는 경기도 가평 소재의 모 펜션에서 화투에 칩이 달린 ‘총책’이라는 신종 억대 도박장을 개설해 운영해 왔는데, 총책수법을 잘 간파하고 있는 익명의 전문 도박꾼은 “화투패 뒤에 달려있는 칩이 컴퓨터와 연결돼있어 알아서 계산을 한다”며 총책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도리짓고땡 하면 화투장
뒷면만 보고도 패 알아”

또한 우씨 도박장의 주요 타깃은 평범한 가정주부들로 이들은 지인을 통해 우연히 도박판에 발을 들여놨다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까지 천정부지의 돈을 잃고 나가기 일쑤였으며, 우씨는 이들에게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겨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영화 <타짜>의 정 마담이 호구로 정한 건설업자를 속여 몇 차례에 걸쳐 부당이익을 취한 것과 동일한 수법이다.

우씨가 운영하는 도박장을 경찰에 신고한 한 남성은 “주먹계에 있는 내연의 처들이 도박계를 주름잡고, 조직폭력배들이 주부들에게 돈을 대주며 도박을 시켰다. 만약 채무를 상환하기로 한 날짜에 안 돌려주면 온갖 협박도 일삼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씨 도박장에서 거액의 돈을 잃은 한 여성은 “돈을 잃게 되면 곧바로 조폭들이 나서서 돈을 대주고 강제로라도 도박을 하게 만든다”며 “정해진 기일 내에 금액을 갚지 못 할 경우 가족들에게 불법 도박한 사실을 알리겠다고 하거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로 찾아가겠다고 협박해왔다”고 심경을 밝혔다.

현재 검찰에서는 한씨는 물론 우씨 등과 연계돼 있는 또 다른 인물이나 불법 도박 조직 등은 없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도박의 여왕’ ‘도박의 꽃’이라고 불리는 한씨와 우씨 등 거물들이 검찰수사의 레이더망에 포착됨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피해사실 확인 및 관련자 색출이 가능할지에도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도 검찰
칼날 피해갈까

십수년간 불법 사기도박판을 운영해 왔음에도 한씨는 미꾸라지처럼 검경 수사망을 잘 피해 다녔다. 그가 가진 남다른 인맥과 타인 앞에서 기죽지 않는 두둑한 배짱, 카리스마를 동원해 수많은 피해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자신의 등을 돌린 이는 감방에 넣어버리는 등 반드시 복수하는 잔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때 한씨와 쌍맥을 이뤘던 우씨는 지난해 부당이익 취득 및 불법도박 운영혐의로 현재 수감 중인 상태지만 한씨는 아직 건재하다. 이번에는 검찰이 단단히 마음먹고 한씨의 범행을 모두 벗겨낼 것이라고 일침을 놓은 상태라 한씨가 또다시 검찰의 칼날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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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