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A급 타짜녀, 한마담 정체

화려한 손기술 도박꾼 킬러 ‘사기의 여왕’

[일요시사=사회팀] 사기 도박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한모씨. 이 여성은 영화 <타짜>에서 ‘정마담’처럼 일명 ‘한 마담’이라고도 불린다. 평소 건장한 남성 2명을 대동하는 한씨는 서울·경기 일대를 주무대로 여성으론 유일하게 ‘A급 타짜’로 칭해지고 있다. 도박꾼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보복성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1990년대 중반부터 큰 판돈이 오가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도박장에서 ‘사기도박의 꽃’으로 활약을 떨친 한모(56)씨. 한씨는 2000년대 들어서서 국내 최대 사채업자로 알려진 ‘명동 사채왕’으로 이름을 떨쳤던 최모(59)씨와 손잡고 직접 도박장을 열거나, 상습 도박꾼에게 10%를 이자로 받고 현금을 빌려주는 일명 ‘꽁지꾼’ 역할을 도맡으며 자금을 축적해 나아갔다. 또 서울 영등포 지역 조폭 원로인 유모(62)씨와도 꽁지놀이를 한 것으로 알려져 조직폭력배와 사채업자 등 넘사벽 인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갈협박에도
수사망 피해

영화 <타짜>에서 배우 김혜수가 연기한 정 마담을 연상케 하는 그의 사기도박 수법은 수도권 일대를 단번에 주름잡을 만큼 교묘하고 철저했다. 한씨와 단 한 번이라도 도박을 해 본 사람들은 일제히 “화투장 뒷면만 보고도 자신이 원하는 패를 제외한 나머지 패를 상대방에게 배분할 수 있는 신의 손기술을 자랑한다”고 언급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한씨를 두고 “도박계에서 흔치 않은 ‘A급 여성타짜’로 꼽힌다. 90년대 중반부터 조직폭력배와 사채업자를 등에 업고 체계적으로 사기도박과 관련된 사건사고 등을 제조하며 차츰 거물이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십수년을 넘게 자행해온 한씨의 사기도박과 상습 도박꾼을 상대로 한 공갈 협박 및 보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2년 전 서울 여의도 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상습 도박꾼 A씨를 집 안으로 불러들인 한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옆에 건장한 남성 2명을 끼고 있었다. 한씨는 A씨에게 “네가 매일 상습 도박판을 벌이는 것도, 도박 때문에 경찰 수배를 피해 다니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말을 안 들으면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넣을 것이니 내 말 잘 들어라”라고 협박했다.

수도권 도박장 주무대 “극악무도”악명 자자
명동 사채왕·영등포 조폭두목과 손잡고 활동


얼마 뒤 A씨는 한씨가 요구한 돈 2000만원을 울며 겨자 먹기로 건넸다. 한씨 일당의 횡포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A씨는 자신의 상습 도박 혐의를 자수해 처벌을 받고 나온 뒤,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빌려준 돈을 갚지 않으면 경찰에게 도박장을 신고 당하거나 그와 연계된 조폭들에게 죽지 않을 만큼 무작위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실토하고 한씨 일당의 악행을 제보했다. 그런데 한씨의 협박에 돈을 뜯긴 상습 도박꾼은 비단 A씨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피해자 B씨 역시 같은 아파트로 불려가 한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뜯겼다고 검찰에 제보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고 곧바로 서민 생활 침해사범 합동수사부를 출범시켰다. 전국 각 검찰청에서 ‘여성 타짜’ 한씨에 대한 수사와 내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 룸살롱의 황제’가 이경백이라면 ‘도박계의 여왕’은 한 마담이라는 말이 방방곡곡에서 돌고 있을 정도로 한씨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일대 도박장에서는 유명인사로 꼽히고 있다.

한씨는 ‘도리짓고땡’이라는 종목에서 화투장 뒷면만 보고도 원하는 패를 자신과 상대에게 정확히 배분할 수 있는 화려하고 능수능란한 손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는 도박꾼들이 한씨를 상대로 공갈 및 도박장 개장 혐의 등으로 수차례 고소했지만 한씨는 모두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아 요리조리 수사망을 피해나갔다.

끈질긴 보복에
피해자 수십명

검찰 관계자 및 피해자들은 “한씨가 사전에 참고인을 찾아가 진술을 번복시키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벌을 피하는 수법을 사용해 그간 수사가 만만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씨에게 거액을 뜯긴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검찰 조사에서 “한씨는 돈을 갚지 않으면 경찰에 도박 현장을 직접 신고해 구속시키는 등 반드시 보복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전국의 타짜 수십 명이 손 쓸 겨를도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씨는 2011년부터 사채왕 최씨와 돌연 갈라서면서 검찰에 최씨에 대한 비리 사실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한 부동산투자신탁회사는 거액의 사채를 끌어들여 회사를 코스피에 상장시킨 뒤 회사 임원 여러 명이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 회사 임원들을 줄줄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협박해 돈 뜯어내고 보복 위협
검찰 첩보 입수해 비밀리 내사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해 4월 부동산투자신탁회사 조모(50) 부회장에게 “비리 사실을 알려 상장폐지 시키겠다”며 협박해 9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최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후 이 회사는 상장폐지 됐는데, 이 사건이 들통 난 배후에 한씨가 숨어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씨의 제보로 인해 최씨가 저지른 그동안의 행각이 밝혀지며 불똥은 경찰로까지 튀기도 했다. 최씨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관 2명에 대한 영장이 청구된 것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하던 검찰은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사건 무마와 관련 청부수사를 해주는 대가로 브로커 유씨를 통해 최씨로부터 총 4회에 걸쳐 2600여만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고 영장청구 원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서민생활 침해사범 단속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도박의 여왕 한씨 사건도 재차 수면 위에 떠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한씨와 관련해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와 수원지검, 대구지검 서부지청이 내사해왔다”며 “서민생활 침해사범 단속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또 다른 도박의 꽃
우씨와 라이벌관계

‘도박계의 여왕’ ‘여성 타짜’라고 불리는 이는 또 있었다. 한씨와 쌍두마차로 꼽히는 우모(59)씨. 그는 지난해 가평의 모 펜션에서 억대 불법 도박판을 벌였다가 경찰에 검거돼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상태이나, 그녀 역시 한씨와 마찬가지로 국내 도박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거물이라고 알려졌다.

사기도박판을 떡 주무르듯 군림해온 우씨는 지난해 12월 내연남이자 한씨의 지인인 조폭 원로 유씨의 비호를 받아 전문도박꾼이 동원된 수억원대의 사기도박장을 운영한 바 있다. 검거 당시 우씨는 경기도 가평 소재의 모 펜션에서 화투에 칩이 달린 ‘총책’이라는 신종 억대 도박장을 개설해 운영해 왔는데, 총책수법을 잘 간파하고 있는 익명의 전문 도박꾼은 “화투패 뒤에 달려있는 칩이 컴퓨터와 연결돼있어 알아서 계산을 한다”며 총책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도리짓고땡 하면 화투장
뒷면만 보고도 패 알아”

또한 우씨 도박장의 주요 타깃은 평범한 가정주부들로 이들은 지인을 통해 우연히 도박판에 발을 들여놨다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까지 천정부지의 돈을 잃고 나가기 일쑤였으며, 우씨는 이들에게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겨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영화 <타짜>의 정 마담이 호구로 정한 건설업자를 속여 몇 차례에 걸쳐 부당이익을 취한 것과 동일한 수법이다.

우씨가 운영하는 도박장을 경찰에 신고한 한 남성은 “주먹계에 있는 내연의 처들이 도박계를 주름잡고, 조직폭력배들이 주부들에게 돈을 대주며 도박을 시켰다. 만약 채무를 상환하기로 한 날짜에 안 돌려주면 온갖 협박도 일삼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씨 도박장에서 거액의 돈을 잃은 한 여성은 “돈을 잃게 되면 곧바로 조폭들이 나서서 돈을 대주고 강제로라도 도박을 하게 만든다”며 “정해진 기일 내에 금액을 갚지 못 할 경우 가족들에게 불법 도박한 사실을 알리겠다고 하거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로 찾아가겠다고 협박해왔다”고 심경을 밝혔다.

현재 검찰에서는 한씨는 물론 우씨 등과 연계돼 있는 또 다른 인물이나 불법 도박 조직 등은 없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도박의 여왕’ ‘도박의 꽃’이라고 불리는 한씨와 우씨 등 거물들이 검찰수사의 레이더망에 포착됨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피해사실 확인 및 관련자 색출이 가능할지에도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도 검찰
칼날 피해갈까

십수년간 불법 사기도박판을 운영해 왔음에도 한씨는 미꾸라지처럼 검경 수사망을 잘 피해 다녔다. 그가 가진 남다른 인맥과 타인 앞에서 기죽지 않는 두둑한 배짱, 카리스마를 동원해 수많은 피해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자신의 등을 돌린 이는 감방에 넣어버리는 등 반드시 복수하는 잔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때 한씨와 쌍맥을 이뤘던 우씨는 지난해 부당이익 취득 및 불법도박 운영혐의로 현재 수감 중인 상태지만 한씨는 아직 건재하다. 이번에는 검찰이 단단히 마음먹고 한씨의 범행을 모두 벗겨낼 것이라고 일침을 놓은 상태라 한씨가 또다시 검찰의 칼날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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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