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이상한 채용’ 논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4.24 15: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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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박성수…빨갱이·이단 솎아내기

[일요시사=경제1팀] ‘이랜드그룹에 입사하려면 우선 정치성향이 잘 맞아야 한다?’ 이랜드가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시험에 부적절한 질문을 다수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지원자들과 네티즌들은 “지독한 사상검열”이라며 반발했다. 과연 이랜드그룹이 요구하는 신입사원 ‘DNA’는 무엇일까.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와 검찰에 있다. (예/아니오)’
‘기독교인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경제관념이 더 좋을 것이다. (예/아니오)’
‘여성할당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예/아니오)’



노무현 죽음 책임은?

2013년 이랜드그룹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인적성(직무적성) 검사에서 나온 질문과 답변 항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실시한 대졸 신입사원 인적성 검사에서 응시생들에게 정치성향을 묻는 등 다수의 부적절한 질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직무적성검사는 약 3만5000명의 지원자 중 서류전형을 합격한 3000여명이 오전 1차, 오후 2차에 나눠 치렀다.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해당 검사는 말 그대로 응시생이 업무수행과 조직적응에 적합한 소양과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다.

간단한 인적사항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기초인재유형검사, MBTI 등 응시생의 가치관과 성향을 묻는 검사와 언어·수리에 대한 시험도 있다.


그러나 이중 사회의 전반적인 이슈를 묻는 ‘기초인재유형검사’ 항목에서 응시생이 정치성향을 찬반으로 답해야 하는 문항이 포함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질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와 검찰에 있다’ ‘국가에서 우선시해야 할 것은 성장보다 분배다’ ‘여성공무원 할당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다’ 등이다.

기독교 이념 아래 세워진 이랜드는 종교에 대해서도 물었다. ‘기독교인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경제관념이 더 좋을 것이다’와 어떤 기독교 단체 활동을 하는지, 다니는 곳의 교회명과 등 종교적인 자세한 내용까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응시자가 비 기독교인이라면 ‘기타’를 선택하면 되지만 이랜드는 신입사원 지원 자격에 ‘기독교인이거나, 기독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 분’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부모님 연봉, 직업, 학력, 담배, 술을 얼마나 하는지 등도 포함됐다.

이러한 질문은 기초인재유형검사에서 수년 전부터 반복해 사용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죽음의 책임 주체를 묻는 질문은 2011년부터 매년 포함됐다.

정치·종교 등 공채시험에 부적절 질문
인재유형검사 수년 전부터 비슷한 문제

노무현 재단 측은 “이런 내용을 대기업 공채 문제에 왜 담았는지 궁금하다”며 “의도자체가 부정적인 것이 아닌가”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밥줄로 사람 비참하게 만들지 말라! 더러운 폭력 멈추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원자들 역시 채용 과정에서 기업이 정치성향을 묻는 행위는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한 지원자는 “다른 시험은 편하게 임했지만 인재유형 검사가 마음에 걸린다”며 “문제를 보고 정말 난감했다. 당락에 관계가 있는 것인지, 명성 그대로 인성이 ‘멘붕’인 이랜드였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지원자는 “기업이 묻는 것이기 때문에 보수기업 성향에 따라 사실상 정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냐”라며 “비 기독교인이지만 교회에 다니는 척,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해서도 내 생각과 다르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랜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 네티즌은 “기독교 이념 아래 세워진 이랜드 공채시험 질문을 보니 이 기업의 민주주의 수준을 알 수 있겠다”라며 “종교적 자유도 중요하고, 정치 성향의 자유도 중요하거늘”이라고 힐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은 사상검열이며 노조할 사람 미리 솎아내기다”라며 “차라리 국정원 간판을 달아라”라고 질타했다.

파문이 점차 확산되자 이랜드 인사위원회는 지난 15일 오후 채용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관련 검사에 대해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랜드 인사위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이랜드 인재유형 검사 내용’ 관련하여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지난 13일 진행된 공개채용 직무적성 검사 중 일부 문항이 정치적 성향 및 개인의 종교를 묻는 질문으로 오해를 살 수 있음을 발견해 이번 인재유형검사 결과는 전형과정에서 전면 배제하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랜드 인사위는 이어 “향후 이랜드 직무적성검사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인재유형검사를 지원자의 입장에 서서 전면 개편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논란이 된) 기초인재유형검사는 합격 당락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지원자의 유형을 파악하는 데만 사용됐다”며 “향후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지독한 사상검열”

이랜드는 1980년 박성수 회장이 이화여대 앞에서 시작한 7㎡(2평)짜리 옷가게 잉글랜드가 그 모태다. 이 옷가게가 성공을 거두자 곧바로 사업 확장에 들어갔고 헌트, 언더우드, 브렌따노 등 중저가 브랜드를 잇달아 선보이며 연 매출 9조5000억원의 대한민국 대표 패션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특히 매년 순이익의 10%를 은퇴기금을 조성해 직원에게 돌려주는 것은 물론 연봉이 최고 50%까지 인상되는 신 보상 제도를 마련해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이랜드 공격경영 시동
LTE급 문어발 확장


이랜드의 공격 경영이 예사롭지 않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유통 채널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 인수부터 복합 리조트 설립까지 영역도 다양하다.

이랜드는 최근 광주지역에 ‘NC백화점’을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복합쇼핑몰인 ‘NC웨이브’도 함께 운영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예정이다. 레저 사업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이랜드는 광주지역 진출 다음날 충주 와이키키호텔 인수 및 관광 휴양시설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 중부권 최대의 복합 리조트를 만들어 충주를 관광메카로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제주도 테마파크 건설에도 앞장선다. 이랜드는 지난달 제주도의 애월 도유지 사업자 공개 입찰에서 이랜드파크가 제안한 ‘더 오름 랜드마크 복합타운’ 사업안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이랜드는 이를 통해 문화와 휴양, 비즈니스가 결합된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를 만들어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는 계획이다.

패션 사업 진행 또한 어느 기업보다 눈에 띈다. 지난 3월 이랜드 미쏘는 일본 요코하마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또 기존 여성 브랜드 로엠을 SPA(제조·유통일괄형 의류)로 전환, 서울 명동 눈스퀘어에 첫 매장 문을 열었다. 이랜드는 스파오, 미쏘, 디아 등 총 5개의 SPA브랜드를 운영하게 됐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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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