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박정희 띄우기' 나선 까닭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15 14:31:54
  • 댓글 0개

너도나도 박정희 우상화 "속 뻔히 보인다"

[일요시사=정치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한쪽에선 '추악한 독재자'라 비난하고 또다른 한쪽에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영웅'이라며 추앙한다.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역사논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로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박정희 띄우기'가 한창이다. 첨예한 역사적 논쟁을 겪고 있는 인물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하나같이 우격다짐이다. 각 지자체가 박정희 띄우기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좇아가봤다.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인물은 드물다. 박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우리나라를 눈부시게 발전시킨 뛰어난 지도자라는 평가도 있지만,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고 자신의 정권 연장을 위해 수많은 민주투사들을 억압한 악랄한 독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로 전국 각지에선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작업이 한창이다. 첨예한 역사적 논쟁을 겪고 있는 인물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지만 각 지자체들은 이렇다 할 논의도 없이 국민세금으로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미화작업 강행
역사의식 후퇴

우선 경상북도에서는 최근 5년 동안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사업에 무려 12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경북은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행사나 시설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 사실상 우상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는 '박정희 생가 공원화 사업'을 위해 시비와 도비 286억원을 투입했으며 오는 2015년까지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을 위해 국비 396억원, 도비 119억원, 시비 227억원 등 총 792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18년 독재, 풀리지 않은 울분 산더미인데...
박정희 우상화 경쟁에 민주투사는 '멘붕'

이 밖에도 구미시는 매년 박 전 대통령의 생일인 11월14일 열리는 미술 공모전 대한민국정수대전에 1억7000만원, 탄신제에 7500만원, 추모제에 700만원의 예산을 각각 배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행사는 박 전 대통령을 거의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수준의 행사라 과연 지자체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구미시청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계'까지 따로 두고 박정희 미화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경제 살리기?
줄줄 새는 혈세

이밖에도 경북 문경시는 박 전 대통령이 초등학교 교사시절 생활했던 하숙집인 '청운각'을 공원으로 조성하는데 17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경북 울릉군은 15억원을 들여 박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울릉도를 방문했을 때 숙박했던 옛 울릉군수 관사를 재정비하고 박정희 기념관으로 조성 중이다.

경북 청도군과 포항시는 '새마을운동 발상지 성역화 사업'과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을 개관하는 데 각각 45억원과 40억원의 사업비를 사용했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라는 같은 내용의 사업에 두 지자체가 중복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청도군과 포항시는 서로 자신의 지역이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라며 벌써 10년째 대립 중이다. 청도군은 지난 2009년 '새마을운동 발상지 청도'라는 문구와 이미지를 상표화해 특허청에 등록했지만 포항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경북지역에서는 2009년 포항시가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운 이후 경쟁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지고 있다.

게다가 이들 지자체는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20% 미만으로 가난한 지자체 살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우상화에 과도한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박정희 띄우기는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란 경북지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현재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정희 성역화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충청북도 옥천군은 지난 2011년 37억5000만원을 들여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를 복원했다. 옥천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생가 옆에 140억원을 들여 '퍼스트레이디 역사문화교육센터'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 집은 조선후기 지어진 99칸짜리 전통 한옥이며 육 여사는 박 전 대통령과 결혼할 때까지 이 집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또 지난해 2월에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박정희 기념도서관'이 개관했다. 이 도서관은 연면적 5290㎡에 3층 규모로 1층은 전시실, 2층은 전시실과 열람실, 3층은 특별자료 열람실로 지어졌다.

강원도 철원군은 지난 3월26일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에 있는 '군탄공원'을 25년 만에 옛 이름인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지공원'으로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63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육군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의 육군 제5군단 비행장에서 전역했다.

너도나도 충성
정치적 의도?

철원군의 지명변경 발표를 두고 벌써 논란이 뜨겁다. 철원군이 지난 1988년에 전역지공원을 군탄공원으로 개명한 것은 5·16군사쿠데타를 비판하는 뜻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다시 전역지공원으로 개명한다는 것은 5·16군사쿠데타를 미화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철원군은 전역지공원을 테마가 있는 관광지로 만들어 유적공원화하는 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 양구군은 박 전 대통령이 사단장 시절 머무르던 공관을 복원했다.

서울 중구청은 박 전 대통령이 육군 1군 참모장이던 1958년 5월부터 1961년 5·16쿠데타를 성공한 후 8월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관사로 이주할 때까지 3년3개월간 가족과 함께 살았던 신당동 가옥을 원형대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주변 일대는 기념공원으로 바뀐다. 이 같은 내용의 박정희기념공원 조성 사업에는 총 314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1층의 목조 건축물이다. 신당동 가옥은 박 전 대통령이 5·16을 계획하고 총지휘한 장소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서거한 후에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거주한 곳이다. 지난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으며, 현재 재단법인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가 소유하고 있다.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박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과 비슷하게 꾸민 가짜 트위터 계정에 과잉충성 글을 올렸다가 발각돼 네티즌들 사이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각 지자체들은 왜 앞다퉈 박정희 띄우기에 나선 것일까?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박정희 띄우기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들이 박정희 띄우기 사업을 펼치며 내세우는 명분은 대부분 '관광 수익 창출'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과잉충성 경쟁
"다음 선거도 생각해야" 사업성은 뒷전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경북 구미 생가는 과거에도 하루 평균 500~600명의 방문객들이 줄을 이었으며, 대선을 전후해서는 매일 2000명에 육박하는 방문객들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방문자수는 50만 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충북 옥천군의 육영수 여사 생가에도 지난해 2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객들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대다수의 지차체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은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관광자원으로서 그 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정치권은 또 다른 이유를 의심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열악한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으로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벌이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박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지자체의 장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음 공천 등을 의식한 과잉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에 대한 과잉충성 경쟁이라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사업들은 박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나설 때마다 각 지자체별로 앞다퉈 논의 됐다.

일각에선 또 다른 분석도 있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워낙 커 이 같은 기념사업을 벌이는 것이 지역 표심을 사로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둔 일종의 선심성 행정이라는 것이다.


지역보배 될까?
애물단지 될까?

또 다른 정치전문가는 "지금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관광자원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당장 5년 후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면 관심이 줄어들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기념물들이 오히려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역사적 논쟁이 되고 있는 인물을 충분한 여론 수렴 절차도 없이 무작정 국가 예산을 투입해 우상화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해봐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