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박정희 띄우기' 나선 까닭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15 14: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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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박정희 우상화 "속 뻔히 보인다"

[일요시사=정치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한쪽에선 '추악한 독재자'라 비난하고 또다른 한쪽에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영웅'이라며 추앙한다.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역사논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로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박정희 띄우기'가 한창이다. 첨예한 역사적 논쟁을 겪고 있는 인물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하나같이 우격다짐이다. 각 지자체가 박정희 띄우기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좇아가봤다.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인물은 드물다. 박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우리나라를 눈부시게 발전시킨 뛰어난 지도자라는 평가도 있지만,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고 자신의 정권 연장을 위해 수많은 민주투사들을 억압한 악랄한 독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로 전국 각지에선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작업이 한창이다. 첨예한 역사적 논쟁을 겪고 있는 인물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지만 각 지자체들은 이렇다 할 논의도 없이 국민세금으로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미화작업 강행
역사의식 후퇴

우선 경상북도에서는 최근 5년 동안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사업에 무려 12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경북은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행사나 시설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 사실상 우상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는 '박정희 생가 공원화 사업'을 위해 시비와 도비 286억원을 투입했으며 오는 2015년까지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을 위해 국비 396억원, 도비 119억원, 시비 227억원 등 총 792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18년 독재, 풀리지 않은 울분 산더미인데...
박정희 우상화 경쟁에 민주투사는 '멘붕'

이 밖에도 구미시는 매년 박 전 대통령의 생일인 11월14일 열리는 미술 공모전 대한민국정수대전에 1억7000만원, 탄신제에 7500만원, 추모제에 700만원의 예산을 각각 배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행사는 박 전 대통령을 거의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수준의 행사라 과연 지자체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구미시청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계'까지 따로 두고 박정희 미화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경제 살리기?
줄줄 새는 혈세

이밖에도 경북 문경시는 박 전 대통령이 초등학교 교사시절 생활했던 하숙집인 '청운각'을 공원으로 조성하는데 17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경북 울릉군은 15억원을 들여 박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울릉도를 방문했을 때 숙박했던 옛 울릉군수 관사를 재정비하고 박정희 기념관으로 조성 중이다.

경북 청도군과 포항시는 '새마을운동 발상지 성역화 사업'과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을 개관하는 데 각각 45억원과 40억원의 사업비를 사용했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라는 같은 내용의 사업에 두 지자체가 중복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청도군과 포항시는 서로 자신의 지역이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라며 벌써 10년째 대립 중이다. 청도군은 지난 2009년 '새마을운동 발상지 청도'라는 문구와 이미지를 상표화해 특허청에 등록했지만 포항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경북지역에서는 2009년 포항시가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운 이후 경쟁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지고 있다.

게다가 이들 지자체는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20% 미만으로 가난한 지자체 살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우상화에 과도한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박정희 띄우기는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란 경북지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현재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정희 성역화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충청북도 옥천군은 지난 2011년 37억5000만원을 들여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를 복원했다. 옥천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생가 옆에 140억원을 들여 '퍼스트레이디 역사문화교육센터'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 집은 조선후기 지어진 99칸짜리 전통 한옥이며 육 여사는 박 전 대통령과 결혼할 때까지 이 집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또 지난해 2월에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박정희 기념도서관'이 개관했다. 이 도서관은 연면적 5290㎡에 3층 규모로 1층은 전시실, 2층은 전시실과 열람실, 3층은 특별자료 열람실로 지어졌다.

강원도 철원군은 지난 3월26일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에 있는 '군탄공원'을 25년 만에 옛 이름인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지공원'으로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63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육군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의 육군 제5군단 비행장에서 전역했다.

너도나도 충성
정치적 의도?

철원군의 지명변경 발표를 두고 벌써 논란이 뜨겁다. 철원군이 지난 1988년에 전역지공원을 군탄공원으로 개명한 것은 5·16군사쿠데타를 비판하는 뜻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다시 전역지공원으로 개명한다는 것은 5·16군사쿠데타를 미화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철원군은 전역지공원을 테마가 있는 관광지로 만들어 유적공원화하는 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 양구군은 박 전 대통령이 사단장 시절 머무르던 공관을 복원했다.

서울 중구청은 박 전 대통령이 육군 1군 참모장이던 1958년 5월부터 1961년 5·16쿠데타를 성공한 후 8월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관사로 이주할 때까지 3년3개월간 가족과 함께 살았던 신당동 가옥을 원형대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주변 일대는 기념공원으로 바뀐다. 이 같은 내용의 박정희기념공원 조성 사업에는 총 314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1층의 목조 건축물이다. 신당동 가옥은 박 전 대통령이 5·16을 계획하고 총지휘한 장소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서거한 후에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거주한 곳이다. 지난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으며, 현재 재단법인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가 소유하고 있다.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박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과 비슷하게 꾸민 가짜 트위터 계정에 과잉충성 글을 올렸다가 발각돼 네티즌들 사이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각 지자체들은 왜 앞다퉈 박정희 띄우기에 나선 것일까?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박정희 띄우기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들이 박정희 띄우기 사업을 펼치며 내세우는 명분은 대부분 '관광 수익 창출'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과잉충성 경쟁
"다음 선거도 생각해야" 사업성은 뒷전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경북 구미 생가는 과거에도 하루 평균 500~600명의 방문객들이 줄을 이었으며, 대선을 전후해서는 매일 2000명에 육박하는 방문객들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방문자수는 50만 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충북 옥천군의 육영수 여사 생가에도 지난해 2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객들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대다수의 지차체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은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관광자원으로서 그 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정치권은 또 다른 이유를 의심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열악한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으로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벌이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박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지자체의 장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음 공천 등을 의식한 과잉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에 대한 과잉충성 경쟁이라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사업들은 박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나설 때마다 각 지자체별로 앞다퉈 논의 됐다.

일각에선 또 다른 분석도 있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워낙 커 이 같은 기념사업을 벌이는 것이 지역 표심을 사로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둔 일종의 선심성 행정이라는 것이다.


지역보배 될까?
애물단지 될까?

또 다른 정치전문가는 "지금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관광자원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당장 5년 후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면 관심이 줄어들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기념물들이 오히려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역사적 논쟁이 되고 있는 인물을 충분한 여론 수렴 절차도 없이 무작정 국가 예산을 투입해 우상화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해봐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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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