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박정희 띄우기' 나선 까닭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15 14:31:54
  • 댓글 0개

너도나도 박정희 우상화 "속 뻔히 보인다"

[일요시사=정치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한쪽에선 '추악한 독재자'라 비난하고 또다른 한쪽에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영웅'이라며 추앙한다.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역사논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로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박정희 띄우기'가 한창이다. 첨예한 역사적 논쟁을 겪고 있는 인물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하나같이 우격다짐이다. 각 지자체가 박정희 띄우기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좇아가봤다.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인물은 드물다. 박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우리나라를 눈부시게 발전시킨 뛰어난 지도자라는 평가도 있지만,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고 자신의 정권 연장을 위해 수많은 민주투사들을 억압한 악랄한 독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로 전국 각지에선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작업이 한창이다. 첨예한 역사적 논쟁을 겪고 있는 인물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지만 각 지자체들은 이렇다 할 논의도 없이 국민세금으로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미화작업 강행
역사의식 후퇴

우선 경상북도에서는 최근 5년 동안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사업에 무려 12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경북은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행사나 시설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 사실상 우상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는 '박정희 생가 공원화 사업'을 위해 시비와 도비 286억원을 투입했으며 오는 2015년까지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을 위해 국비 396억원, 도비 119억원, 시비 227억원 등 총 792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18년 독재, 풀리지 않은 울분 산더미인데...
박정희 우상화 경쟁에 민주투사는 '멘붕'

이 밖에도 구미시는 매년 박 전 대통령의 생일인 11월14일 열리는 미술 공모전 대한민국정수대전에 1억7000만원, 탄신제에 7500만원, 추모제에 700만원의 예산을 각각 배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행사는 박 전 대통령을 거의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수준의 행사라 과연 지자체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구미시청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계'까지 따로 두고 박정희 미화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경제 살리기?
줄줄 새는 혈세

이밖에도 경북 문경시는 박 전 대통령이 초등학교 교사시절 생활했던 하숙집인 '청운각'을 공원으로 조성하는데 17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경북 울릉군은 15억원을 들여 박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울릉도를 방문했을 때 숙박했던 옛 울릉군수 관사를 재정비하고 박정희 기념관으로 조성 중이다.

경북 청도군과 포항시는 '새마을운동 발상지 성역화 사업'과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을 개관하는 데 각각 45억원과 40억원의 사업비를 사용했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라는 같은 내용의 사업에 두 지자체가 중복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청도군과 포항시는 서로 자신의 지역이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라며 벌써 10년째 대립 중이다. 청도군은 지난 2009년 '새마을운동 발상지 청도'라는 문구와 이미지를 상표화해 특허청에 등록했지만 포항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경북지역에서는 2009년 포항시가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운 이후 경쟁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지고 있다.

게다가 이들 지자체는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20% 미만으로 가난한 지자체 살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우상화에 과도한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박정희 띄우기는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란 경북지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현재 전국 각지의 지자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정희 성역화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충청북도 옥천군은 지난 2011년 37억5000만원을 들여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를 복원했다. 옥천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생가 옆에 140억원을 들여 '퍼스트레이디 역사문화교육센터'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 집은 조선후기 지어진 99칸짜리 전통 한옥이며 육 여사는 박 전 대통령과 결혼할 때까지 이 집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또 지난해 2월에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박정희 기념도서관'이 개관했다. 이 도서관은 연면적 5290㎡에 3층 규모로 1층은 전시실, 2층은 전시실과 열람실, 3층은 특별자료 열람실로 지어졌다.

강원도 철원군은 지난 3월26일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에 있는 '군탄공원'을 25년 만에 옛 이름인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지공원'으로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63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육군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의 육군 제5군단 비행장에서 전역했다.

너도나도 충성
정치적 의도?

철원군의 지명변경 발표를 두고 벌써 논란이 뜨겁다. 철원군이 지난 1988년에 전역지공원을 군탄공원으로 개명한 것은 5·16군사쿠데타를 비판하는 뜻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다시 전역지공원으로 개명한다는 것은 5·16군사쿠데타를 미화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철원군은 전역지공원을 테마가 있는 관광지로 만들어 유적공원화하는 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 양구군은 박 전 대통령이 사단장 시절 머무르던 공관을 복원했다.

서울 중구청은 박 전 대통령이 육군 1군 참모장이던 1958년 5월부터 1961년 5·16쿠데타를 성공한 후 8월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관사로 이주할 때까지 3년3개월간 가족과 함께 살았던 신당동 가옥을 원형대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주변 일대는 기념공원으로 바뀐다. 이 같은 내용의 박정희기념공원 조성 사업에는 총 314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1층의 목조 건축물이다. 신당동 가옥은 박 전 대통령이 5·16을 계획하고 총지휘한 장소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서거한 후에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거주한 곳이다. 지난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으며, 현재 재단법인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가 소유하고 있다.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박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과 비슷하게 꾸민 가짜 트위터 계정에 과잉충성 글을 올렸다가 발각돼 네티즌들 사이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각 지자체들은 왜 앞다퉈 박정희 띄우기에 나선 것일까?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박정희 띄우기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들이 박정희 띄우기 사업을 펼치며 내세우는 명분은 대부분 '관광 수익 창출'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과잉충성 경쟁
"다음 선거도 생각해야" 사업성은 뒷전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경북 구미 생가는 과거에도 하루 평균 500~600명의 방문객들이 줄을 이었으며, 대선을 전후해서는 매일 2000명에 육박하는 방문객들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방문자수는 50만 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충북 옥천군의 육영수 여사 생가에도 지난해 2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객들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대다수의 지차체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은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관광자원으로서 그 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정치권은 또 다른 이유를 의심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열악한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으로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벌이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박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지자체의 장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음 공천 등을 의식한 과잉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에 대한 과잉충성 경쟁이라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사업들은 박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나설 때마다 각 지자체별로 앞다퉈 논의 됐다.

일각에선 또 다른 분석도 있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워낙 커 이 같은 기념사업을 벌이는 것이 지역 표심을 사로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둔 일종의 선심성 행정이라는 것이다.

지역보배 될까?
애물단지 될까?

또 다른 정치전문가는 "지금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관광자원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당장 5년 후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면 관심이 줄어들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기념물들이 오히려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역사적 논쟁이 되고 있는 인물을 충분한 여론 수렴 절차도 없이 무작정 국가 예산을 투입해 우상화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해봐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