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리스트 대공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15 14:35:19
  • 댓글 0개

독버섯처럼 퍼진 종북, 국가 뿌리까지 뒤흔든다

[일요시사=정치팀] 전·현직 국회의원, 특정 정당의 당원, 기자, 교수는 물론이고 현역군인까지?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북한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 가입자들의 면면이다. 우리민족끼리는 국가보안법상 이적 사이트로 분류되어 있다. 가입만으로도 처벌 대상이다. 이들은 누구이고 왜 이적사이트에 가입한 것일까? 커지는 안보불안 속에 <일요시사>가 이들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가 지난 4일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9001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국가보안법상 이적 사이트로 분류된다. 만약 이들의 사이트 가입이 자발적인 행동이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종북 척결?
마녀 사냥?

북한의 안보위협이 연일 거세지는 가운데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근거로 "종북 명단이 공개됐다"며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을 공안당국에 신고하고 이들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무차별적인 공격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종북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신매카시즘이며 '마녀사냥'이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게다가 어나니머스가 지난 6일 우리민족끼리 회원 계정 6216개를 추가로 공개하자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우리민족끼리는 가입 시 실명인증이 필요없는 사이트다. 따라서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명단에는 가입자의 성명과 이메일 주소 외엔 별다른 정보가 없었지만 네티즌들은 이 같은 제한된 정보만으로도 가입자들의 직업과 사는 곳, 사진 등을 찾아내 인터넷상에 게재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가입자들의 신상을 알아낼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정보는 이메일 주소다. 현재 인터넷 검색엔진에선 이메일 주소를 검색 해보는 것만으로도 해당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신상정보가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

현역군인, 언론인, 교사, 정당인 총망라 '충격'
"간첩 정말 있었나?" 커지는 안보불안, 이념갈등

우선 1차 공개된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9001명의 이메일 계정을 살펴보면 국내 이메일 계정인 ▲한메일(hanmail.net·1446개) ▲네이버(naver.com·221개) ▲네이트(nate.com·37개) 등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동안 아고라로 대표되는 커뮤니티 운영으로 진보의 아지트 역할을 했던 포털 다음(daum)의 이메일인 한메일 계정이 가장 많이 포함되어있는 것을 놓고는 '역시 다음에는 종북인사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밖에도 1차 명단에서는 삼성(2개), LG CNS(18개) 등 대기업 직원들이 쓰는 이메일 계정도 발견됐고 ▲중앙일보(joongang.co.kr·1개) ▲조선일보(chosun.com·3개) ▲동아일보(donga.com·1개) ▲MBC(imbc.com·1개) 등 언론사 이메일 계정으로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경우도 있었다.

자발적 가입?
명의 도용?


물론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회원들 중 절대 다수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 포털업체가 제공한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고 있었다. 약 4000여 명의 이용자들은 중국의 대표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이나 미국 사이트인 '야후' '라이코스' 등의 계정을 이용했다.

공개된 회원정보를 토대로 네티즌들이 찾아낸 자료에 따르면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에는 평소 종북논란을 겪어온 단체의 회원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종북논란을 겪고 있는 모 진보정당 당원이나 진보성향의 언론사 기자, 전교조 회원 등이다. 아울러 각종 지역 노조원은 물론이고 교수, 유학생, 탈북자, 조선족들도 상당수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가입되어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공개된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것인지 개인정보를 도용당했는지는 파악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만약 이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현행법상 북한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메일을 토대로 공개된 가입자들의 면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실로 기가 막힌다. 우선 정치권의 경우 K모씨는 전직 국회의원이었고, L모씨는 현역 5선 국회의원의 다음카페 관리자다. 특히 이 5선 의원은 과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으며 정치 입문 전엔 남조선민족해방준비위원회, 이른바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수감생활을 한 전력이 있다.

이외에도 P모씨는 모 진보정당의 공천을 받아 서울 시의원선거에 출마했던 인물이고, J모씨와 N모씨는 같은 정당의 당원이다.

또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자 중에는 각종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도 눈에 띈다. W모씨는 모 시민단체의 대변인이고, J모씨와 K모씨는 같은 단체의 언론담당자와 공인노무사로 각각 활동하고 있다. N모씨는 또 다른 시민단체의 통일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J모씨는 모 노조의 지역 수석부지부장이다.

유력인사 다수
전쟁나면 어쩌나?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자 중에는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론인들과 방송관계자들도 있었다. L모씨는 지상파 방송의 PD, K모씨는 같은 방송국의 시사교양국장이자 논설위원이다. N모씨와 J모씨는 각각 모 중앙일간지와 모 통신사의 기자다. 이외에도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매체들에 L모씨, J모씨, K모씨 등이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청소년과 청년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사나 교수들도 사이트 가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만약 실제 종북인사들이 교사나 교수로 활동하고 있을 경우엔 이들이 학생들에게 편향된 안보관과 사상을 주입하게 될 우려가 매우 크다.

K모씨는 전북 정읍시 모 중학교의 수학교사고, P모씨는 광주광역시 모 중학교의 도덕교사다. 경기 안산의 고등학교 교사, 경남 밀양의 초등학교 교사, 모 대학 교수와 모 대학의 초빙교수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일부는 전교조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인사들도 있었다. P모씨는 한국국방연구원의 박사다. H모씨는 전 통일부 직원, J모씨는 현역 직업군인, L모씨는 현역 사병이었다. C모씨는 남편이 직업군인이었고, P모씨는 북한군 출신 탈북자였다. 북한이 싫어 탈북한 인사가 왜 북한을 찬양하는 사이트에 가입한 것인지 의문이다. 같은 탈북자라도 군 출신이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탈북자가 남한에서 북측과 내통하고 있다면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종북 명단 공개? 마녀사냥 시작? 첨예한 대립
박정희부터 김태희까지 엉터리 명단 '처벌 힘들듯'


이외에도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명단에는 종교계, 체육계, 문화계, 금융권 관계자들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 농협에 근무 중인 한 인사는 최근 발생한 농협 해킹 사건의 공모자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명단을 살펴보니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이들이 실제 종북인사들이라면 국가의 기반이 통째로 흔들릴 정도였다. 분명 심각한 문제다.

물론 가입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이들 모두를 무작정 종북인사로 치부하기에는 증거가 너무나 부족하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의 경우 가명으로도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명의도용 가능성이 크다. 유명인의 경우 메일주소가 일반에 공개되어 있고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메일주소를 알아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내 이메일로 가입된 2600여 명 중에는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안철수 등 국내 정치인은 물론이고 원빈, 조인성, 김태희 같은 연예인과 이순신, 을지문덕 등 역사 속 인물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입자 명단 자체로는 이미 증거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현재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자 중 자신이 종북활동을 위해 사이트에 가입했다고 인정하고 있는 사람은 단 1명도 없다. 대다수는 가입사실 자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일부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대북정보 획득을 위해 가입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이유든 본인이 직접 가입한 경우는 처벌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이들도 막상 수사를 받게 되면 명의를 도용당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면 그만이다. 현재로선 아무런 물증이 없기 때문이다. 


공안당국은 일단 우리민족끼리 회원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기초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들 중 종북인사를 걸러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처벌은 불가능
경각심 갖는 계기로

일부에선 공안당국이 여론을 의식해 어차피 증거능력도 없는 명단을 조사하는 데 인력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재 공안당국은 명단에 대한 기초 분석 작업에만 2~3개월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보수단체 관계자들은 "사이트 가입 사실만으로 이들 모두를 종북인사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들이 모두 종북인사가 아니라고 볼 수도 없다"며 "이들 중 일부 또는 대다수는 분명한 종북인사들이므로 철저히 수사를 진행해야만 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종북인사들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어나니머스' 뭐기에?

주요멤버 인터폴 수배 중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전세계 해커들이 익명을 전제로 활동하는 가장 대표적인 해킹 단체다. 지난 2011년에는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해킹해 얻은 사용자 명단을 FBI에 넘기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중국 정부의 자국 인터넷 검열에 항의하며 중국 정부 웹사이트를 공격하기도 했다.

미국 FBI·CIA 같은 정부 기관, 페이팔·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의 금융기관, 소니를 비롯한 다수의 기업 등도 해킹해 단체의 주요 멤버들이 FBI와 인터폴로부터 추적을 받고 있다. 이들은 "우리민족끼리 외에도 북한 정부 포털사이트인 '내나라', 고려항공 등을 해킹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북한 인공위성인 광명성을 비롯한 인트라넷 등에도 침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