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만상> '시월드 능가하는' 처월드

백년손님 옛말…생활비 대주고 기사노릇까지

[일요시사=사회팀]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최근 ‘시월드’에 이은 ‘처월드’로 고민하는 남성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의 고부갈등이 대세였던 반면 최근에는 장모와 사위간의 장서갈등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요즘시대 사위들의 가장 큰 고민 처월드. 시월드를 능가한 처월드의 무시무시한 실체를 공개한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드라마 <오자룡이 간다>는 장모와 사위지간인 장백로(장미희 분)와 오자룡(이장우 분)의 갈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시청자는 비단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도 일부 포함됐는데, 일부 남성 시청자들이 오자룡과 자신의 처지가 비슷하다며 전면 공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이혼율이 급증한 원인에 처월드가 일부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된 원인에는 과거 ‘백년손님’으로 불리던 사위를 지금은 철저하게 출가외인으로 취급하는 처가 식구들이 급증하는데 있었다. ‘처월드 증후군’에 시달리는 남성들을 집중 취재했다.

처가댁 생활비
월 300만원

익명을 요구한 20대 후반의 한 기혼남성은 ‘거지근성’에 찌든 처가댁 식구들 때문에 미치기 일보 직전이라며 호소했다. 1살 연하의 처와 슬하에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결혼한 지 만 2년도 채 안 된 아직 젊은 남성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행정고시를 준비했고, 합격한 뒤 직장을 얻었으나 현재는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등 성실하게 살아왔다.      

고정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업 특성상 몫이 좋을 때는 월 1000만원까지 벌고, 몫이 안 좋을 때는 200만원 정도 벌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들쑥날쑥한 수익 때문에 만 2년 동안 2억원 정도 모아 뒀고 아내는 집에서 전업주부로 가사와 양육에 힘쓰고 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언제부턴가 ‘처월드’ 식구들이 그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기면서 사이가 하나둘씩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의 아내를 제외한 처가 식구들은 장인과 장모, 결혼한 큰오빠, 아직 대학교에 재학 중인 작은오빠, 막내 여동생으로 대가족이다. 결혼식을 치를 때도 양가 부모님께 손 한번 안 벌리고 혼식비와 신혼여행 모두 자신의 돈으로 해결했다는 남성은 해가 갈수록 뻔뻔해지는 처월드 때문에 이혼 직전까지 갈 뻔했다고 말했다.


고부갈등? 장모-사위 장서갈등 화두
트러블 시작은 경제적 부담 떠넘기기

그의 말에 따른 처가댁 식구들의 태도는 상상 이상으로 뻔뻔했다. 장인은 일용직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나이 때문에 아파트 경비를 하고 있었고, 장모는 식당 허드렛일을 도맡고 있었다. 장인·장모는 생계를 꾸려갈 정도의 경제적 능력은 되지만 문제는 이들의 자식들이었다.

큰처남의 경우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부부사이가 좋지 않아 항상 돈을 빌리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남성보다 1살 연상인 작은처남은 매제에게 매달 용돈을 받아 생활하면서도 휴학기간에 공부는커녕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고 백수놀음을 한다는 것이다. 막내인 여동생은 상태가 더 심각했다. 예쁘장한 외모 덕분에 남자관계가 복잡한 처제는 전형적인 된장녀였다. 어릴 때부터 공주처럼 자라온 막내처제는 명품과 술, 남자에 빠져 공부는 뒷전이었고, 형부에게 매일 용돈을 타서 쓰고 있었지만 이를 당연시하게 생각했다.

젊었을 때 뭣도 모르고 결혼한 것에 대해 후회막심이라며 한탄한 이 남성은 결혼 후 지금까지 처월드 식구들을 부양하고 살아가는데, 정작 자신의 부모에겐 이렇다 할 효도한번 해본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처가댁에는 매달 300만원 가까이 소비하고 있지만, 꾸려갈 가정생계를 위해 본가에는 월 10만원도 채 보내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

남성은 “아내랑 결혼한 게 아니라 마치 처가댁 식구들 모두와 결혼한 것 같다. 애도 둘이나 되고, 모은 돈 2억으로 앞으로 집도 더 크게 불리거나 현재 사무실도 넓게 확장해서 사람도 고용해야하는데 거지근성으로 똘똘 뭉친 양심 없는 처월드때문에 야망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울화가 치민다”고 격분했다.

친정 우선시 아내
무시하는 장모

최근 4년의 결혼생활을 마지막으로 이혼을 한 남성 김모(34)씨는 친정을 우선시하는 아내와 늘 무시하는 장모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 아내가 제사가 있거나 명절 때는 시댁에 가긴 하지만 친정에는 가족행사다 모임이다 이거저것 핑계를 대며 친정을 늘 우선시하는 모습에 김씨는 아내의 행동이 평소 못마땅했다. 하지만 김씨를 더욱 힘들게 했던 건 장모였다.


이 때문에 아내와 다투기라도 하는 날이면 장모는 “사위가 무능력하다” “내 딸보다 잘난 게 도대체 뭐가 있냐”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었는데 결혼을 허락한 내 실수다” 등의 말로 상처를 주며 늘 아내 편에서 김씨를 무시하는 행동에 결국 4년의 결혼생활을 청산해야 했다.

모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임모(37)씨는 처가의 돈 욕심과 장모의 바가지에 아내와의 사이도 틀어진 상태라고 했다. 임씨가 재직하는 회사는 연봉과 상여금, 보너스가 높은 편이었지만 새벽3∼4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등 체력에 한계를 느낄 만큼 힘들었다고 전했다. 주말에 출근하는 것 또한 예사였고 매일 2∼3시간만 자고 출근하는 기계같은 삶을 살았다.

백수 처남·된장녀 처제에 따박따박 용돈
인격모독 기본…따귀에 무릎 꿇고 빌기도

취미생활 한번 가져본 적 없이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다가 몸만 병들고 삶이 피폐해질 것만 같아 큰맘 먹고 이직을 결심했다. 임씨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이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해 공기업으로 이직할 생각이었지만 아내를 비롯한 처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고민이었다고 한다.  

반대 수위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장모는 사돈댁, 즉 임씨의 부모에게 전화해 “임서방이 퇴사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구했고, 장인과 처남은 막무가내로 임씨 내외 집으로 찾아와 “가장의 자세가 돼있지 않다” “내 딸 어떻게 먹여 살릴거냐” 등 욕과 막말을 섞어가며 인신모독을 했다. 당시 임씨는 쪽잠이라도 자고 아침 일찍 출근해야 했지만 처월드 식구가 새벽 3시에 느닷없이 들이닥쳐 난동을 피운 것이었다. 야근을 하고 온 터라 주말에 얘기하자는 임씨의 의견은 무참히 묵살됐고, 아내는 그 옆에서 “아빠가 말씀하시는데 버르장머리 없이 어디서 감히 자러 들어가느냐”고 소리쳤다. 그날 오만정이 다 떨어진 임씨는 이혼 직전까지 생각했지만 결국 처가댁에서 임씨의 진로를 받아들여 결혼생활을 유지한다고 했다.

한고비 넘겼다 싶었는데 임씨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장인이 신장투석 중이라는 것. 임씨의 아내와 처남은 장인과 혈액형이 전혀 달라 신장이식이 불가능했지만 공교롭게도 임씨와 장인의 혈액형이 일치했다. 조직검사를 전부 확인한 아내와 처가 식구들은 당장 장인에게 신장이식을 해달라며 뻔뻔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신장은 하나만 있어도 살 수 있는 거라며. 가장 운운하며 인격모독 할 때는 언제고, 조직이 일치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식을 요구하는 처월드 때문에 임씨는 요즘 단 하루도 편하게 살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임씨는 매일같이 신장이식을 요구하는 처월드의 협박 문자와 전화 때문에 현재는 진심으로 이혼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집살이보다
힘든 사위살이

30대 회사원 박모(35)씨는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위살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박씨의 아내는 산후조리와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길 원했고, 박씨 또한 그게 훨씬 안정적이고 경제적 부담도 덜 할 것이라는 생각에 장모에게 아이를 맡기며 집도 처가 근처에 있는 지역으로 옮겨 이사를 했다. 무려 왕복 4시간이라는 장시간의 출퇴근길이 곤욕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믿고 맡기는 아이 보육소 처가댁이 있어 안심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곤욕스러운 사위살이는 박씨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지치게 만들었다. 장모의 부탁에 걸핏하면 기사노릇을 해야 했고, 마치 아들 대하듯 명령과 요구가 당연시 돼버렸다, 장모의 바람은 끝을 몰랐고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장거리 기사 노릇을 하던 어느 날, 박씨와 장모 간 본격적인 장서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장모는 전날 회식으로 과음을 한 박씨에게 언제나 그랬듯 장거리 운전을 시켰다. 박씨는 숙취가 채 깨기도 전에 200km가 넘는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가 치밀었고, 음주운전으로 걸릴 수도 있을 거란 불안감마저 들었다. 이에 박씨는 장모에게 “어머님. 오늘은 좀 그렇고 내일 가시면 어떨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장모는 울그락불그락 열을 올리며 “미리 약속하지 않았냐. 사람이 신뢰가 부족하다” “그렇게 성실하지 못해서 어떻게 가장이라고 할 수 있냐” “기껏 애들 키워줬더니 기사노릇도 못하고 돈이나 잘 벌면서 아이를 맡기지…”라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마음에 비수를 꽂은 장모의 막말에 자존심이 찢겨진 박씨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더 이상 네 엄마 기사노릇 못 하겠다”며 사위살이를 청산했다. 아이도 다시 집으로 데려와 아내에게 맡겼다.

박씨는 “장모님이 멀리 있었을 땐 정말 인자하시고 좋으신 분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지내니 정말 볼꼴 못 볼꼴 다 봤다. 시월드나 처월드나 어느 한쪽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양가 부모 집과 떨어져 지내는 게 차라리 속 편하고 부부갈등을 최소화 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월드 아닌
처월드 대세        

이처럼 예전에는 시월드로 고생하는 여성이 많았던 반면에 최근에는 처월드로 속앓이를 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부부싸움 후 아내가 친정을 가게 되면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냈던 예전과는 달리 자신의 딸 때문에 사위를 꾸짖거나 심지어 폭행까지 하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심지어 어떤 남성은 부부갈등 때문에 장모 앞에서 따귀는 물론 무릎 끓고 빌기까지 했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양성평등의 시대가 되면서 여성들의 위치가 올라감에 따라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더 늘어가는 것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부부 간에 다툼이 생겨 가정생활에 갈등이 생긴다면 ‘시월드’나 ‘처월드’로 더 큰 갈등으로 번지기 전에 일차적으로 서로 이해와 수용으로 갈등해소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절실한 때이다.


김지선 기자 <jis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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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