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울린 ‘에스비엠 사태’ 후폭풍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4.17 16: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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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파? PJ파?…조폭 연루설 ‘솔솔’

[일요시사=경제1팀] 영업이익률 30%짜리 알짜 회사가 순식간에 거덜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조폭이 연루된 전형적인 ‘기업 사냥’이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조폭들은 진화 아닌 진화를 했다. 과거 유흥주점 주도권을 놓고 생선회칼을 휘두르던 ‘깍두기 형님’이 기업 인수합병, 주가조작 등의 금융기법에까지 마수를 뻗치다 적발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위폐 감별기 1위 업체인 에스비엠. 지난해 매출 278억원, 영업이익 73억원을 달성한 우량 중소기업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횡령으로 상장폐지됐다. 우량회사에 투자했다 당한 소액주주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지사장 앉히고…

최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5일 경영진이 회삿돈 200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업무상배임)로 에스비엠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월 새 대표로 취임한 김모씨는 양도성예금증서(CD) 90억원과 예금 60억원을 포함해 최소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 기업의 경영진 양수계약 과정에서 회사 내 CD가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이 되고 인수자금을 마련한 경위가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경영진은 대표이사로서의 권한이 전혀 없는 이른바 ‘바지사장’일 뿐이며, 횡령의 배경에 폭력 조직 범서방파와 국제 PJ파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현재 회사를 살리겠다고 나선 이들 중 상당수가 코스닥기업 M&A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상장폐지된 전력이 있어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입장이다.

에스비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내 보유 현금만 250억원 이상 있던 회사였다. 지난 3년간 순이익만 200억원이 넘어 이변이 없다면 앞으로도 매년 수십억원이 이익 잉여금이 쌓이는 구조인 회사였다. 그랬던 에스비엠이 구설수에 휘말리게 된 것은 지난해 말 창업주가 경영권을 매각하면서부터다.


에스비엠 경영권을 인수한 T사는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했지만 사채 자금을 260억원 이상 끌어들여 에스비엠을 인수했고, 2월 중순 4000원대 중반이던 주가는 3월 26일 1645원까지 밀렸다. 그리고 다음날 에스비엠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거래정지 됐다. 단 한번의 M&A로 수백억원 현금을 쌓아놓은 우량 기업이 순식간에 망한 것이다.

에스비엠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알려진 것은 전 대표이사가 현 대표이사를 고발하면서부터다. 더 이상 불법적인 행위들을 방치할 수 없어 현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소했다는 것이 전 대표측의 설명이다.

수십억 흑자 내던 우량기업…M&A 후 폭삭
조폭 사채업자 작품? 경찰 개입정황 포착

전 대표측은 “회사의 자산인 CD나 자사주 등이 정상적인 처분결의 없이 회사 외부로 반출된 사실 등을 인지하고, 현 대표이사에게 원상회복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부사장, 전무등의 회사 출입을 막고 회사 내부의 인사규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해임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또 “우량한 상장회사가 기업사냥꾼 및 조폭, 사채업자들로 인해 망가졌다”며 “현재 김 대표가 인수자금을 차용한 사채업자 등에게 인수자금의 담보 명목으로 회사의 자산을 제공한 것으로 보여지며, 감사 회계 법인으로부터 계속 현금시제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받아왔으나 전혀 소명을 하지 못해 감사보고서 작성이 연기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인터넷 증권 게시판에는 에스비엠이 조폭이 연루된 ‘기업 사냥’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을 국제PJ파 간부의 아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범서방파 김모씨가 ‘S사 돈 200억원은 언제든 빼돌릴 수 있는 돈’이라며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갖고 있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사법 당국도 조폭개입 정황을 어느 정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일부 조직폭력 세력이 에스비엠에 대한 횡령, 주가 조작 등을 논의한 녹취록 등을 입수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자금흐름을 수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조직폭력배와 기업사냥꾼, 사채업자가 손잡고 우량기업을 망가뜨린 대표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진화한 기업형 조폭은 주로 코스닥 상장회사를 노려 사채업자 또는 기업사냥꾼과 공모해 회사 경영권을 탈취하고 자금을 횡령하는 등의 수법으로 해당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다”며 “겉으로는 김씨가 자금을 횡령한 것 같지만 그는 바지사장일 가능성이 농후하며 실질적인 소유권은 조폭에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폭이 사채업자와 짜고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적발된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다. 지난 2004년 4월 서울중앙지검은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 개입해 기업사냥꾼에게서 수억원을 갈취한 ‘양은이파’ 부두목과 회삿돈을 횡령한 ‘서방파’ 부두목 2명을 구속했고, 2006년 1월 주식투자 손실금을 물어내라며 주가조작 전문가를 협박해 거액을 뜯어낸 ‘벌교파’ 두목 등 2명을 구속한 바 있다.

일부러 접근했나

2010년 5월에는 무자본으로 코스닥 회사를 인수한 뒤 161억원을 가장납입해 주가를 조작하고 44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범서방파’ 조직원 등 5명이, 6월에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코스닥 회사를 인수해 20억원의 공금을 빼돌린 ‘콜박스파’ 조직원 등 5명이 각각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 한 관계자는 “경제범죄에 성공한 조직폭력배는 여러 개의 코스닥 상장사를 운영하면서 건실한 사업가로 위장해 정ㆍ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비호세력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범죄의 변화양상에 대응해 전문적이고 특화된 수사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에스비엠은?

에스비엠은 국내 유일 상장 위조지폐감별정사기 제조업체다. 에스비엠의 출발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에서 팩시밀리를 연구하던 개발진들이 지난 1995년 창업해,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응용해 2002년 첫 제품을 내논 후에 가파른 성장을 이어왔다. 에스비엠은 전 세계 40여 개국의 금융기관, 대형할인점, 카지노에 지폐계수기를 공급하고 있다. 

주력 상품인 위폐감별 지폐계수기 SB-시리즈는 첨단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여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고기능 지폐 계수 장비이다. 

세계 약 60개국 지폐의 위조 여부를 감별할 수 있을 뿐아니라, 권종을 인식하고, 신 구권을 구별해내며,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추출해 낼 수 있는 등의 복합기능을 가지고 있다. 2007년 12월 신우아이티를 흡수 합병했고, 계열사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체인 (주)엔터박스미디어그룹이 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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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