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900호 특집①> 일요시사 선정 '9인의 잠룡'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08 13: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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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승천 노리는 이무기들 "지금은 낮게 더 낮게"

[일요시사=정치팀]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권의 권력지형도는 언제나 국민들의 큰 관심사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고작 한 달여가 지났지만 지난 대선에서 아쉽게 꿈을 접었던 잠룡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멀게만 보이는 5년 후 대선은 실제론 눈 깜빡하는 사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은 누구일까? 지령 900호를 맞은 <일요시사>가 5년 후 대한민국의 정치권을 뒤흔들 잠룡 9인을 선정해 해부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도 어느새 한 달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협상 난항과 연이은 인사실패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수직 하락했고, 대외적으론 북한의 도를 넘은 강경한 안보위협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했던가? 지난 대선에서 아쉽게 꿈을 접었던 잠룡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분주해진 모양새다. 때론 소신있는 발언으로 때론 파격적인 행동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문재인(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잠행을 이어오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4·24 재보선을 계기로 활짝 기지개를 펴려하고 있다. 문 의원은 3곳의 의석이 걸린 이번 재보선에서 구원투수를 자처한 모양새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부산 영도지역이다. 이 지역은 박근혜 정부 탄생에 핵심역할을 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문 의원이 이곳을 집중 지원한다면 박근혜-문재인 대리전 구도가 형성된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무려 48%의 지지를 얻어내면서 정치거물로 성장했다. 당 안팎에선 여전히 문 의원을 향해 대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문 의원이 화려하게 부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선거판세는 만만치 않다. 아직까진 김무성 후보의 압도적인 우세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설령 패배하더라도 문 의원이 당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대선 패배 책임론을 일정부분 희석하고 정치적 입지를 넓힐 좋은 기회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무성(부산 영도 보궐선거 새누리당 후보)
김무성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든든한 정치적 동지다. 지난 18대 국회 때 세종시 이전 문제로 박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지만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긴급 투입돼 삐걱대던 대선캠프를 다잡고 대선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대선기간 야전침대를 가져다놓고 선거운동을 지휘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고,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해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다면 이미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 그와 맞붙을 정치인은 별로 없다는 평이다. 선거판세도 유리하다. 일단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김 후보가 타 후보들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김 후보가 국회로 돌아와 당권을 거머쥔다면 당과 청와대와의 관계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새누리당을 비롯한 현 집권세력 주변에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후보는 순식간에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벌써부터? 조심스레 기지개 켜는 잠룡들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권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안철수(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무소속 후보)
자칫 밋밋해질 뻔했던 4·24재보선은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안 후보는 지난해 12월19일 미국으로 떠난 뒤 두 달여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안 후보가 이처럼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정치복귀를 선언하게 된 것은 대선 이후 박근혜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모두 추락하는 등 여야 모두 혁신과 정치력 부재의 난맥상을 보인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후 원내에서 정치력을 보여준다면 다가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신당 창당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에 대해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과 피 말리는 개혁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안 후보와 관련해서는 대선기간 보여줬던 애매모호한 태도와 삼성X파일 공개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겪은 논란 등으로 이미 '안철수 현상'은 끝났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한때 박근혜 대통령을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지르는 등 무서운 돌풍을 일으켰던 안 후보는 언제든지 정치권을 집어삼킬 저력이 있는 태풍이다.

김문수(경기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새누리당 대선경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실력자다. 물론 박 대통령과 큰 격차를 보인데다 이재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등이 경선룰 갈등을 이유로 불참해 큰 의미가 없었던 2위라는 지적도 있지만 대선경선을 완주함으로써 김 지사가 향후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다진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 김 지사는 대선과정에서 대선 출마여부 말 바꾸기 논란과 도지사직 유지 논란으로 정치적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김 지사 주변에서도 경선 참여를 반대하는 의견이 무척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김 지사가 당의 요청에 따라 대선경선 출마를 강행하면서 당내 입지는 오히려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탄탄해진 당내 입지는 향후 대권도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200만의 인구를 자랑하는 경기도정을 이끌어본 경험은 김 지사만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박원순(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때 지지율 5%의 초라한 서울시장후보였다. 만약 당시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던 안철수 후보의 파격적인 양보가 없었다면 이미 정치권에서 사라졌을 인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박 시장의 위상이 달라졌다. 달라진 위상은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너나할 것 없이 박 시장을 찾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당권 주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선 패배 이후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진 민주당 의원들의 관심이 박 시장에게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박 시장은 취임 후 그동안 비교적 무난하게 서울시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이미 향후 서울시장 재선 도전을 기정사실화 했지만 잠재적인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시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인 데다 인지도도 높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정치신인에 속하지만 정치적 잠재력은 그 어느 중진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정몽준(새누리당 국회의원)
7선(13~19대)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제19대 국회 최다선의원이다. 비록 박근혜 대통령과의 경선룰 갈등 끝에 지난 대선에선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했지만 정 의원은 분명히 저력있는 정치거물임에 틀림없다.

사실 정 의원은 지난 2002년 이전까지만 해도 울산에서 내리 5선에 성공했음에도 대권주자로까지 분류되던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대한축구협회장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성공리에 개최하면서 순식간에 그해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1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경선대결에서 패하면서 본선에 오르지는 못했다.

정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도 비록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이후에도 당내 중진의원으로서 중량감 있는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손학규(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 민주당 대선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유력 대권주자였다. 비록 대선경선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손 고문의 대선 당시 슬로건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때문에 손 고문은 대선이 끝나고 난 후 지난 1월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저녁이 있는 삶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손 고문은 현재 2개월째 독일 유학 중이다. 귀국 예정일은 오는 7월10일이다. 당초 손 고문은 큰딸의 출산을 지켜보고 김비오 부산 영도지역위원장의 보선 지원을 위해 4월에 일시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부득이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손 고문과 안철수 후보 간의 연대설과 신당 창당설 등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손 고문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멀게만 보이는 5년, 실제론 눈 깜빡할 새 간다
여야 잠룡 9인, 거품 빠질까? 새바람 일으킬까?

이재오(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당내 비박계의 핵심이다. 이 의원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이 의원의 행보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친박계가 했던 행동들을 비박계가 벤치마킹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친박계는 당내에서 소수였지만 '여당 내 야당'의 역할로 세종시 수정안·미디어법 논란 등 주요 정국현안들의 성패를 결정짓곤 했다.

현재 중립 성향을 제외하고 확실한 비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15명 정도로 과거 친박계보다는 훨씬 적은 숫자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겨우 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현안마다 비박계의 결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김두관(전 경남도지사)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김 전 지사는 동네 이장에서부터 시작해 37세로 최연소 남해군수 당선과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 자체가 가장 큰 자산이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로 어렵게 이뤄낸 경남도지사직을 포기하고 나오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그의 끊임없는 노력은 '바보 노무현'을 떠올리게 한다.

김 전 지사도 손학규 고문과 마찬가지로 대선 패배 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김 전 지사는 독일 사회민주당의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후원을 받아 6개월간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 머물며 독일 연방제를 비롯해 통일 이후 독일의 사회통합 과정, 유럽형 자본주의 모델 등을 연구하고 9월에 있을 독일 총선까지 지켜본 뒤 귀국할 예정이다.

김 전 지사의 독일 거주지는 손학규 고문이 머물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내 바로 옆집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귀국한 뒤 함께 야권 정계개편에 힘을 모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 김 전 지사의 행보는 앞으로도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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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