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900호 특집①> 일요시사 선정 '9인의 잠룡'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08 13: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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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승천 노리는 이무기들 "지금은 낮게 더 낮게"

[일요시사=정치팀]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권의 권력지형도는 언제나 국민들의 큰 관심사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고작 한 달여가 지났지만 지난 대선에서 아쉽게 꿈을 접었던 잠룡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멀게만 보이는 5년 후 대선은 실제론 눈 깜빡하는 사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은 누구일까? 지령 900호를 맞은 <일요시사>가 5년 후 대한민국의 정치권을 뒤흔들 잠룡 9인을 선정해 해부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도 어느새 한 달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협상 난항과 연이은 인사실패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수직 하락했고, 대외적으론 북한의 도를 넘은 강경한 안보위협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했던가? 지난 대선에서 아쉽게 꿈을 접었던 잠룡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분주해진 모양새다. 때론 소신있는 발언으로 때론 파격적인 행동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문재인(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잠행을 이어오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4·24 재보선을 계기로 활짝 기지개를 펴려하고 있다. 문 의원은 3곳의 의석이 걸린 이번 재보선에서 구원투수를 자처한 모양새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부산 영도지역이다. 이 지역은 박근혜 정부 탄생에 핵심역할을 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문 의원이 이곳을 집중 지원한다면 박근혜-문재인 대리전 구도가 형성된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무려 48%의 지지를 얻어내면서 정치거물로 성장했다. 당 안팎에선 여전히 문 의원을 향해 대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문 의원이 화려하게 부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선거판세는 만만치 않다. 아직까진 김무성 후보의 압도적인 우세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설령 패배하더라도 문 의원이 당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대선 패배 책임론을 일정부분 희석하고 정치적 입지를 넓힐 좋은 기회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무성(부산 영도 보궐선거 새누리당 후보)
김무성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든든한 정치적 동지다. 지난 18대 국회 때 세종시 이전 문제로 박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지만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긴급 투입돼 삐걱대던 대선캠프를 다잡고 대선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대선기간 야전침대를 가져다놓고 선거운동을 지휘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고,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해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다면 이미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 그와 맞붙을 정치인은 별로 없다는 평이다. 선거판세도 유리하다. 일단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김 후보가 타 후보들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김 후보가 국회로 돌아와 당권을 거머쥔다면 당과 청와대와의 관계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새누리당을 비롯한 현 집권세력 주변에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후보는 순식간에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벌써부터? 조심스레 기지개 켜는 잠룡들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권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안철수(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무소속 후보)
자칫 밋밋해질 뻔했던 4·24재보선은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안 후보는 지난해 12월19일 미국으로 떠난 뒤 두 달여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안 후보가 이처럼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정치복귀를 선언하게 된 것은 대선 이후 박근혜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모두 추락하는 등 여야 모두 혁신과 정치력 부재의 난맥상을 보인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후 원내에서 정치력을 보여준다면 다가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신당 창당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에 대해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과 피 말리는 개혁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안 후보와 관련해서는 대선기간 보여줬던 애매모호한 태도와 삼성X파일 공개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겪은 논란 등으로 이미 '안철수 현상'은 끝났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한때 박근혜 대통령을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지르는 등 무서운 돌풍을 일으켰던 안 후보는 언제든지 정치권을 집어삼킬 저력이 있는 태풍이다.

김문수(경기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새누리당 대선경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실력자다. 물론 박 대통령과 큰 격차를 보인데다 이재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등이 경선룰 갈등을 이유로 불참해 큰 의미가 없었던 2위라는 지적도 있지만 대선경선을 완주함으로써 김 지사가 향후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다진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 김 지사는 대선과정에서 대선 출마여부 말 바꾸기 논란과 도지사직 유지 논란으로 정치적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김 지사 주변에서도 경선 참여를 반대하는 의견이 무척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김 지사가 당의 요청에 따라 대선경선 출마를 강행하면서 당내 입지는 오히려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탄탄해진 당내 입지는 향후 대권도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200만의 인구를 자랑하는 경기도정을 이끌어본 경험은 김 지사만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박원순(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때 지지율 5%의 초라한 서울시장후보였다. 만약 당시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던 안철수 후보의 파격적인 양보가 없었다면 이미 정치권에서 사라졌을 인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박 시장의 위상이 달라졌다. 달라진 위상은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너나할 것 없이 박 시장을 찾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당권 주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선 패배 이후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진 민주당 의원들의 관심이 박 시장에게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박 시장은 취임 후 그동안 비교적 무난하게 서울시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이미 향후 서울시장 재선 도전을 기정사실화 했지만 잠재적인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시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인 데다 인지도도 높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정치신인에 속하지만 정치적 잠재력은 그 어느 중진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정몽준(새누리당 국회의원)
7선(13~19대)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제19대 국회 최다선의원이다. 비록 박근혜 대통령과의 경선룰 갈등 끝에 지난 대선에선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했지만 정 의원은 분명히 저력있는 정치거물임에 틀림없다.

사실 정 의원은 지난 2002년 이전까지만 해도 울산에서 내리 5선에 성공했음에도 대권주자로까지 분류되던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대한축구협회장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성공리에 개최하면서 순식간에 그해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1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경선대결에서 패하면서 본선에 오르지는 못했다.

정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도 비록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이후에도 당내 중진의원으로서 중량감 있는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손학규(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 민주당 대선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유력 대권주자였다. 비록 대선경선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손 고문의 대선 당시 슬로건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때문에 손 고문은 대선이 끝나고 난 후 지난 1월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저녁이 있는 삶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손 고문은 현재 2개월째 독일 유학 중이다. 귀국 예정일은 오는 7월10일이다. 당초 손 고문은 큰딸의 출산을 지켜보고 김비오 부산 영도지역위원장의 보선 지원을 위해 4월에 일시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부득이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손 고문과 안철수 후보 간의 연대설과 신당 창당설 등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손 고문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멀게만 보이는 5년, 실제론 눈 깜빡할 새 간다
여야 잠룡 9인, 거품 빠질까? 새바람 일으킬까?

이재오(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당내 비박계의 핵심이다. 이 의원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이 의원의 행보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친박계가 했던 행동들을 비박계가 벤치마킹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친박계는 당내에서 소수였지만 '여당 내 야당'의 역할로 세종시 수정안·미디어법 논란 등 주요 정국현안들의 성패를 결정짓곤 했다.

현재 중립 성향을 제외하고 확실한 비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15명 정도로 과거 친박계보다는 훨씬 적은 숫자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겨우 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현안마다 비박계의 결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김두관(전 경남도지사)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김 전 지사는 동네 이장에서부터 시작해 37세로 최연소 남해군수 당선과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인생역정 자체가 가장 큰 자산이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로 어렵게 이뤄낸 경남도지사직을 포기하고 나오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그의 끊임없는 노력은 '바보 노무현'을 떠올리게 한다.

김 전 지사도 손학규 고문과 마찬가지로 대선 패배 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김 전 지사는 독일 사회민주당의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후원을 받아 6개월간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 머물며 독일 연방제를 비롯해 통일 이후 독일의 사회통합 과정, 유럽형 자본주의 모델 등을 연구하고 9월에 있을 독일 총선까지 지켜본 뒤 귀국할 예정이다.

김 전 지사의 독일 거주지는 손학규 고문이 머물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내 바로 옆집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귀국한 뒤 함께 야권 정계개편에 힘을 모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 김 전 지사의 행보는 앞으로도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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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