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어설픈 '방송장악' 꼼수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01 14: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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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조르면서 해치지 않겠다 "그걸 믿으라고?"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정부가 발의한 정부조직개편안이 여야의 첨예한 대립 끝에 지난달 22일 통과됐다. 지난 1월 말 법안이 제출된 이후 무려 52일만이다. 핵심쟁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둘러싼 이견이었다. 야권은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안대로라면 방송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끝까지 버텼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방송장악 의도는 추호도 없다며 발끈했다. 야권의 방송장악 우려는 정말 기우였을까? <일요시사>가 박근혜 정부의 어설픈 방송장악 음모를 분석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청와대에서 기습적으로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한 달 넘게 발목이 잡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의 정치공세에 국가에 대한 자신의 충정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송산업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것은 정부가 방송산업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착한 대통령
나쁜 야당?

박 대통령은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의 핵심인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주제를 모두 방통위에 남겨두기로 했고 뉴미디어 방송사업자가 보도방송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뉴미디어 방송사업자가 직접 보도방송을 하는 것을 보다 더 엄격히 금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며 "소셜미디어들과 인터넷언론이 넘치는 세상에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과거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적 논쟁으로 이 문제를 묶어 놓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읍소 끝에 민주당은 '착한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나쁜 야당'으로 전락했다. 여론의 압박을 느낀 민주당은 많은 논란을 낳았던 정부조직개편안을 결국 거의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고 말았다. 하지만 야권이 박 대통령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받아가며 끝까지 반대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정부조직 개편 완료, 커지는 방송공정성 우려
"방송장악 의도 없다?" 착착 진행되는 방송장악

당초 박 대통령이 처음 제안한 정부조직개편안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기능 대부분을 신설될 핵심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 넘기는 내용이 담겼었다. 지상파방송 허가 추천권과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승인권 등만 방통위에 남기고, 전반적인 방송진흥정책과 아이피티브이(IPTV)·종합유선방송(케이블)·위성방송에 관한 정책 권한을 미래부로 넘기도록 한 것이다. 방송 광고 정책, 8000억원의 방송통신발전기금 운용권, 방송 관련 법령 입법권도 미래부가 가져갈 예정이었다.

방송장악 착착
무조건 믿어라?

이명박 정부에서 방통위와 관련한 잡음이 많긴 했지만 방통위는 그나마 합의제 기구다. 방통위는 상임위원 5명 중 야당 추천 인사 2명이 포함돼 어느 정도 견제의 원리가 작동한다. 그런데 방통위가 맡던 방송 정책 대부분을 미래부로 귀속시킨다는 것은 장관이 혼자 전권을 쥐고 방송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장관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없다지만 조직개편안이 원안대로 처리된다면 박 대통령이 얼마든지 방송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야권이 방송장악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실제로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 때에는 독임제 부처인 공보처가 방송 정책을 전담했는데, 김대중 정부 때인 지난 2000년부터 합의제 독립기구인 방송위원회에서 방송 정책을 맡았다. 방송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들어 정보통신부와 통합돼 방통위가 됐다. 그런데 방송 정책권 대부분을 장관이 지휘하는 독임제 부처에 다시 귀속시키자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로 회귀하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는 보도채널은 계속 방통위가 규제할 것이라면서 방송장악 의도가 없음을 거듭 주장했지만 비보도채널 역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니고 여론을 형성한다. 비보도채널에서 방송하는 시사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미래부라는 독임제 부처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은 언제든지 방송장악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었다.

때문에 야권은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 새정부 발목잡기라는 비판 속에서도 무려 52일간이나 버티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야 협상에 따르면 정부조직 개편안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변경 및 허가와 지상파방송 재허가 문제는 민주당의 입장이 대부분 반영됐다. 여야는 방통위가 전파법상 방송국의 무선국 개설 등에 대한 허가·재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으며 SO 등의 변경 및 허가에 대해서도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들 쟁점은 당초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강력히 반발했던 내용이지만 원내대표 협상을 통해 전격 선회한 것으로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사퇴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박 대통령의 인사 난맥상을 희석시키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냐는 지적들도 나왔다. 그러나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며 국민들에게 읍소하던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자 돌변했다.

돌변한 새정부
순진한 민주당?

정부조직법 통과 뒤 이어진 박 대통령의 방송통신위원장과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인선 결과를 본 야권 관계자들은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던 말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방통위원장에 이경재 전 새누리당 의원을 내정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 내정자는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다. 이 내정자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주류로 칩거하던 2009~2011년에는 친박계 중진으로 무게중심 역할을 했다. 개헌론, 세종시 수정론 등을 놓고 당내 친이계와 친박계가 충돌할 당시에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옹호했다.

정치인 출신 비전문가인 이 내정자를 박근혜 정부 초대 방통위원장에 내정한 데 대해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황당한 이유를 댔다. 52일을 끈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에서 '방송 중립성 확보'를 명분으로 방통위에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던 민주당은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았다.

박 대통령은 방송통신융합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정작 방통위원장은 정치인 출신 비전문가를 임명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개편안의 원안을 고수한 이유가 정말 신성장 동력 육성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방송장악을 위한 것인지는 더욱 헷갈리게 됐다. 

또 지난달 23일 공포한 '미래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르면 여야 합의에 의해 방통위의 소관업무로 존치하기로 한 방송광고, 방송프로그램 편성, 방송채널, 이용자 보호 정책 등이 미래부 관할 업무로 교묘히 둔갑했다.

여야 합의는 어디로 "새정부 발목 잡는 나쁜 야당?"
방통위원장에는 전례 없는 정치인 출신 측근 임명

특히 이 과정에서 미래부는 방송광고와 관련해 '방송통신광고'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까지 광고업무를 미래부의 소관사무로 정했다. 광고시장은 지상파, 뉴미디어 구분이 없이 같은 시장을 공유하며 현실적으로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방송광고정책은 일관되고도 균형 잡힌 정책이 필수다. 기존에는 방통위가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운영'을 업무로 지정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미래부는 여야 합의사항을 무시한 채 방송광고 업무와 거의 동일한 방송통신광고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방송광고 업무를 미래부의 업무로 지정해놓은 것이다. 이는 사실상 미래부가 편법을 써서라도 방송광고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방송프로그램 편성 정책과 채널정책, 개인정보보호정책에 대해서도 미래부의 양다리 걸치기는 심각했다. 이러한 정책은 여야가 지난달 22일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때 방통위 존치업무로 합의했던 사항이다.

미래부는 그러나 이번에 공포한 직제에서 ▲방송광고 및 방송프로그램 편성비율과 관련된 ‘방송법’ 위반에 관한 업무 ▲방송국의 채널배치 및 허가제원 조정 ▲개인정보 침해관련(접수된 사항에 한정한다)에 대한 자료 제출요구 및 검사를 소관 업무로 정해놓았다.

이와 같은 내용은 필연적으로 방통위 업무와 충돌할 수밖에 없고 정부가 방송을 입맛대로 주무르는데 큰 무기가 된다. 민주당의 신경민 의원은 이에 대해 "여야 합의를 뒤엎는 명백한 위약이며 독임제 부처가 방송정책을 관할하려는 꼼수"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여야 합의 무시
이어지는 꼼수

야권의 한 관계자는 "누군가가 절대 해치지 않을 거라면서도 서서히 목을 조이면 무조건 믿고 기다려야 하는가? 제도는 방송장악을 위한 플랜대로 착착 진행해나가면서도 방송장악 의도는 없고 야당만 나쁘다고 한다"며 "실제로 본인은 방송장악을 할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제도 자체를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방송장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 것은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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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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