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뭐하러 가?” 국회의원 딴짓 풀스토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4.01 15: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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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받고 놀자판 “세상에 이런 철밥통이?”

[일요시사=정치팀]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평일에도 등산이나 골프를 즐기고 매년 연수라는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갈수 있는 직업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이야기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국정을 심의·의결하고 입법활동을 하는 직업이지만 본회의 출석률이 50%에도 못 미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임기 시작 후 1년이 다 되도록 법안 발의 건수가 전무한 의원들도 있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딴짓' 스토리를 살펴봤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19일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평일 낮 상임위를 제쳐두고 지역구 산악회 회원들과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운악산을 등반한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 의원이 등산을 했던 이 날은 당초 이 의원이 속해있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이하 안행위)의 전체회의가 예정되어 있던 날이었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은 "오전에 전체회의가 다음 날로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지역구 활동의 일환으로 참여한 것이라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여 취재기자를 놀라게 했다.

취재기자의 전화를 받은 보좌관은 공식적인 행사라면서도 이 의원이 어느 단체와 등산을 간 것인지 조차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 의원은 수행비서도 동행하지 않고 혼자 등반에 나섰다.

평일 낮 등반
당당한 의원님

반면 같은 시각 안행위 소속 다른 의원들은 발의 후 한 달이 넘게 국회에 머물러 있던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해 언론에 입장을 밝히고, 예정돼 있던 이성한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시급한 만큼 언제든 긴급회동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었다.

이 의원은 올해 열린 본회의 7차례 중 3차례나 불참해 참석률은 57%에 그쳤고, 대표법안발의는 3건에 불과했다. 19대 국회의원의 1인당 평균 법안발의는 지난 1월30일 기준으로 9.9건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010∼2011년 국내 759개 직업의 현직 종사자 2만6181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평균 연봉은 1억652만원으로 직업군 중 연봉순위 2위를 차지했다. 기업체 CEO 다음이었고 의사나 변호사보다도 높았다.

국정 제쳐두고 골프·등산 등 각종 취미활동
본회의 출석 안 해도 3만원 깎이는 게 고작

게다가 국회는 지난 2011년 말 별다른 이유 없이 세비를 은근슬쩍 20%나 올려 현재 국회의원들이 1인당 받는 평균 세비는 1억3796만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그만큼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국회의원의 평일 낮 딴짓은 이 의원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된 허태열 전 의원은 심지어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2008년 광복절을 끼고 평일인 8월14일(금)부터~17일(월)까지 일본 오사카를 방문해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밖에도 일부 의원들은 연수를 목적으로 해외에 나갔다가 방문지에서 골프를 치기도 하고, 선진경제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했던 모 의원 일행은 당초 일정에는 없던 인근 비스바덴을 갑자기 방문해 남녀 혼탕을 구경하다 교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낯부끄러운 일도 있었다.

해외연수 빙자한
뻔뻔한 해외여행

국회의원들은 해외에서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자들과 카메라가 즐비한 공식회의 자리에서도 딴짓을 한다. 지난달 22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휴대폰으로 여성의 누드사진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큰 곤혹을 치렀다.


심 최고위원은 "누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줘 뭔가 하고 봤더니 그게 나오더라. 죄송하다"고 해명했지만, 휴대폰으로 직접 '누드사진'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는 사진까지 추가로 공개되면서 이는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23일에는 한선교 국회 문방위원장이 국회 문방위 국감장에서 누군가(?)에게 '이뻐~* 오늘은 어떻게 해서라도 너무 늦지 않으려 하는데'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위원장이 상임위원장석에 앉아 '어떻게든 회의를 일찍 마치려고 한다'는 문자를 보낸 것이다. 이날 문방위 국감은 한 위원장이 예고한대로 평소보다 이른 시간인 저녁 7시44분경에 종료됐다.

당시 문방위는 약 2주 동안의 국정감사 기간 중 이미 1주일 정도를 파행으로 허비하고, 겨우 국감을 재개한 끝에 마지막 확인감사를 진행하던 날이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빨리 회의를 마치고 누군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것이다.

특히 국회는 지난 2005년 약 25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각 의원들의 의석마다 PC를 설치하고 대형 전광판을 통해 프레젠테이션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 디지털화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후 국회의원들이 본회의 중 개인PC를 통해 연예인 사진 등을 감상하고 있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돼 25억짜리 국회PC방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또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친한 의원들과 잡담을 하거나 회의 내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경우도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본회의장의 방청석에는 국회 경위들이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방청석을 감시하며 잡담을 하거나 딴짓을 하는 방청객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경고를 주기도 한다. 국회의 품위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명목이다.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헷갈리는 대목이다.

그나마 국회에 출석해 딴짓을 하는 의원들은 양심적이다. 의원들 중 일부는 본회의 출석률이 50%에도 못 미치는 의원들도 있다. 본회의 출석은 국회의원의 의무이지만 출석을 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는 없다. 다만 특별활동비가 3만1360원 차감될 뿐이다. 지난 2012년 국회의원들의 평균 본회의 출석률은 93%에 달했지만 끝까지 머물러 있는 재석률은 41%에 불과했다.

법안발의 '0'
하는 일이 뭘까?

이외에도 새누리당 심윤조, 이운룡, 장윤석 의원을 비롯해 민주통합당 부좌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5명은 지난 해 대표 법안발의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지난 6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운영된 비상설특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회쇄신특위, 남북관계발전특위, 학교폭력대책특위, 지방재정특위, 태안유류피해대책특위,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특위, 아동여성대상 성폭력대책특위, 국무총리실산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등 모두 8개였으나, 평균 회의횟수는 3회에 그쳤고 평균 회의시간도 1시간39분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업무에 치여 밤새는 건 의원실 직원들뿐
정책입안 등 중요한 일도 보좌관이 알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위와 관련한 활동비는 매달 꼬박꼬박 지급됐다. 국회사무처가 '2012년도 국회 세출 예산집행지침'에 따라 특위 위원장에게 지급된 활동비는 모두 2억817만원이었다. 회의를 몇 차례 열었는지, 특위 활동보고서나 결의안을 채택했는지 여부는 관계없이 단순히 특위를 구성했다는 사실만으로 매달 정액의 활동비가 지급된 것이다.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도 일부 의원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다. 모 의원의 한 비서관은 "국정감사에 들어가기 전 보좌진들이 작성한 질의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한 번 쓱 읽어보고 그대로 감사장에 들어가는 의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서관은 국정감사뿐만 아니라 법안발의 등도 마찬가지로 보좌진들에게 거의 맡겨놓다시피 하고 본인은 지역구 행사 등에 얼굴을 내미는 일에 더 열을 올리는 의원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의원 본인보다도 정책 입안 보좌진을 대상으로 직접 로비를 벌이기도 한다.

근무태만
도덕적 해이

현재 국회의원 1명이 고용할 수 있는 보좌진은 4급상당 보좌관 2명, 5급상당 비서관 2명 그리고 6, 7, 9급 비서 각 1명씩 총 7명과 인턴 2명 등 최대 9명이나 된다. 사실상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일은 처리되는 구조다.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근무태만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정작 본인은 실력이 없음에도 보좌진들을 잘 만나 뜬 의원들이 많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물론 국회에는 열심히 일을 하는 의원들도 많지만 문제는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과 그렇지 않은 의원들을 구분하고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제재할 시스템이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라며 "고액 연봉을 받는 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전적으로 맡기기보단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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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