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보이지 않는 손’ 실체추적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4.01 14: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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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 났는데 책임질 사람 없어…당한 사람만 “억울해”

[일요시사=정치팀] 서울 노원병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무소속 후보 덕분일까? 민주통합당 관련 기사 행간에 다가오는 5·4전당대회 보도는 어찌 된 영문인지 쏙 들어갔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안 후보에 신경 쓰느라 쩔쩔매며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를 개편하는 전당대회가 사실상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시들한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포착돼 <일요시사>가 전격 취재에 나섰다.




민주당 주류와 비주류는 오랜 진통 끝에 가까스로 5·4전당대회 방식에 합의했지만, 당내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직적인 움직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당대회를 둘러싼 잡음이 몹시 소란스러운 탓이다.
틈새는 민주당 지도부 선정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의원 선출 권한에 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대의원 선출 권한을 가진 지역위원장 명단 221명을 공개했다.

지역위원장 신청 자격
피선거권, 당직 보유

계파 갈등이 정점에 이르렀던 긴 여정이었다. 주류와 비주류는 설전 끝에 합의에 이르렀지만 갈등은 또 다른 곳에서 분출됐다. 새 지도부 선출 50%에 이르는 대의원 구성이 이들의 대립 지점이다. 이것은 비주류 측이 양보한 전체 3.3%에 이르는 경선참여선거인단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지난 2월28일 민주당은 지역위원장 모집 공고를 냈다.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의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고 신청일 현재 당적보유자’로 지역위원장 신청 자격을 제한했다. 그 외 특별한 자격을 요하진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 A씨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절차에 따라 신청하면 지역위원장 후보로 당원들의 투표나 경선과정을 거친다”라고 말했다.


지도부 전략공천에
박힌 돌 ‘탈락’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경쟁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지역위원장 후보에서 탈락한 이들이 곳곳에서 속출해 후보선정기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 안산 단원갑(이하 단원갑)에서 일어나 현재 이 지역은 ‘사고지역위원회’로 지정된 상태다.

당초 단원갑에 지역위원장을 신청한 인사는 2 명이었다. 단원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던 백혜련 변호사와 고영인 전 경기도의원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이들의 이력에 지역당원들은 두 후보의 치열한 경쟁을 예상했다.

단원갑은 천정배 전 의원이 내리 4선을 지냈을 만큼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 4·11 총선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패배하면서 그 후유증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지명된 사람이 백 변호사다. 그는 조성찬 진보당 후보와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밀렸으며, 조 후보는 새누리당 의원에게 무릎을 꿇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으로 후보직에서 밀려난 이가 바로 고 전 의원. 총선을 앞두고 이 지역 시도 지방의원들이 “낙하산 공천을 반대한다”며 예비후보였던 고 전 의원을 지지하고 나섰을 정도로 고 전 의원에 대한 민주당원들의 신망은 두터웠다.

한 민주당 당원은 이를 두고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지역인데 지도부의 잘못된 전략공천으로 우리가 한자리 내줬다”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3.3% 양보한 비주류, 갈등은 50% 대의원 선출 과정서 또다시 분출
텃밭이던 ‘안산 단원갑’ 작년 4?11총선 전략공천 후 새누리에 뺏겨

민주당의 전략공천은 총선을 패배에 이르게 한 원흉으로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결국 한명숙 의원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물러나야 했다.

고 전 의원은 민주당 전략공천에 대해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충분히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대항할 만한 후보가 없다든가, 상대가 너무 강해 대항마를 데려온다든가. 지역 당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또는 선거를 이슈화 시켜 전선 형성을 한다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단원갑 지역위원장 후보에 고 전 의원을 탈락시키기로 결정, 백 변호사를 단수로 후보에 올렸다. 쓰디쓴 참패를 맛봐야 했던 작년 4·11 총선 상황이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고 전 의원은 “많은 대의원과 당원들의 마음에 총선 트라우마가 상기됐다”라고 말했다.

지역위원장은 중앙당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가 심사했다. 조강특위는 총9 명의 의원들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서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 A씨는 “비대위가 지역 안배를 기준으로 조강특위원들을 선출했으며, 계파에 치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특위 구성에 아무런 원칙이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조강특위 위원장은 박지원 의원 측 인사로 분류되는 김영록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이학영 윤리위원장은 시민단체를 대표하며, 노웅래 서울시당 위원장은 비주류로 분류되는 인사다.

민주당 일각에선
“한명숙 측근 봐주기?” 

중립적 성향의 의원도 있다. 백재현 경기도당 위원장과 김승남 사무부총장이 그들이다. 친손학규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게 눈에 띈다. 홍재형 충북도당 위원장, 김영춘 전 최고위원, 이준석 전북도당 위원장이 손학규계 인사로 분류된다. 민주평화국민연대의 유은혜 의원도 조강특위 구성원이다.

단원갑 지역위원회와 민주당 일각에서는 "작년 총선처럼 백 변호사가 한명숙 의원의 측근이라는 이점이 이번 지역위원장 선출과정에서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 B씨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백 변호사가 한 의원 측근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라고 말했다.

고 전 의원은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검사 출신인 백 변호사는 검찰 개혁에 앞장섰던 비중 있는 인물이다. 한 의원이 당 대표로 있을 때 백 변호사가 추천받은 것을 두고 그런 이야기가 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 측 보좌관 C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다.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일요시사>는 작년 총선에서 공천팀장을 맡았던 한 의원 측 보좌관 D씨와 통화할 수 있었다.

D씨는 “백 변호사와 한 의원님과 어떤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 총선 공천팀장으로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서 “작년 초 백 변호사가 검찰문제를 제기하면서 사회적으로 부각됐다. 공적인 이슈를 불러일으켜 전략공천 대상자 중 1 명이 됐다”라고 답했다.

조강특위, 5·4전당대회 지역위원장 경선 없이 단수로 후보 지명
지도부 지지받은 지역위원장 후보, 지역 당심 외면에 체면 구겨

취재기자가 "작년 총선에서 전략공천이 실패한 것 아니냐"라고 묻자 D는 “통합진보당 요구로 야권연대를 했다. 통진당 내부도 여론조사 문제로 매우 심각했던 상황이었다. 통진당 후보가 백 변호사와의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로 이겼는데,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백 변호사로 후보단일화가 됐으면 총선에서 이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지역위원장 선정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든든한 지원에도 백 변호사는 끝내 단원갑 당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조강특위는 지난 18일 백 변호사를 단원갑 지역위원장으로 단수 추천했으나, 22일 열린 단원갑 대의원 찬반투표에서 인준이 부결돼 체면을 구겼다. 이날 안산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찬반투표에서 백 변호사는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 88명 가운데 찬성 35표, 반대 52표, 무효 1표를 얻어 인준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는 당초 백 변호사와 고 전 의원 등 2명이 지역위원장을 신청했음에도 경선과정 없이 단수 추천된 것에 대한 대의원들의 반감이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조강특위와 비대위의 의견을 듣기란 쉽지 않았다. 지역위원장 선정 과정에 대해 김영록 조강특위 위원장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조강특위는 안을 올리고 최종적인 의결은 비대위에서 한다”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 측의 안내에 따라 문희상 비대위원장 측에 전화했지만 “대변인실에 문의해야 한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문 위원장 측 또 다른 관계자는 “당의 조강특위 업무는 당 비서실에서 보고되는 사안으로 그곳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라고 답했다. 당 비서실은 조직국에 문의하라고 했지만, 조직국에서도 이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 E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내 상황이 안 좋아서 기자와 통화하는 것을 민주당에서 꺼려한다”라며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백혜련 부결에
“표심은 민심”

이어 후보 선정 절차에 관한 사항만 답변하겠다며 “최종적인 결정은 조강특위에서 한다. 그 후 비대위에 보고 드리고 별 문제 없으면 조강특위 뜻이 비대위에 반영된다”라며 “이번 단원갑은 조강특위에서 단수 후보로 최종 결정했다. 비대위에서 예외사항으로 되돌려 보낼 수도 있지만, 조강특위 결정을 그대로 인준했다”라고 설명했다. 

작년 총선에서 공천팀장을 맡았던 한 의원 측 보좌관 E씨는 백 변호사가 부결된 데에 대해서 “조강특위에서 결정한 사안을 두고 뭐라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고 전 의원은 “계파주의가 만연되는 것은 지역위원장이나 국회의원 후보 등 자기 세력을 많이 심고 그것으로 영향력을 확대해서 당권을 확장시켜 나가기 때문이다”라며 “이것을 막는 장치 중 하나가 당원 중심의 상향식 공천이다. 지역위원장 선출은 요식이 아니라 경선을 통해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전부터 있었다. 당에서는 여러 가지 혼란이 있다는 논리로 경선지역을 축소했다”라고 지적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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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