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이 뭐길래" 지방선거 공천폐해 '천태만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25 14: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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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 오가는 건 기본, 주민보다 중앙당 우선"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이 다가오는 4·24재보궐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선거 후보자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의 공통된 공약이었다. 민주당은 꺼림칙하지만 공천권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역풍에 휩싸일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공천권 행사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자 정당정치의 근간이다. 정치권은 왜 이를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폐해들을 살펴봤다.




새누리당이 지난 19일 다가오는 4·24재보선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선거 후보자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깜짝 선언했다. 4월24일 재보선을 치르는 경기 가평군수, 경남 함양군수 등 2곳의 기초단체장선거와 서울 서대문(마), 경기 고양시(마), 경남 양산시(다) 등 3곳의 기초의원선거에서 당이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치 개혁 이룰까?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당혹해 하고 있다. 당장 정치권은 큰 혼란에 빠졌다. 민주당은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새누리당도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데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은 자살행위라며 내부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의 공통된 공약이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국면에서 안철수 전 교수가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들고 나오자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 이후 떠밀리다시피 이를 수용했다.

여당보다 조직동원력이 취약한 야당으로선 지방조직이 정당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은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하면서도 이제와 뒤집을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파기, 공약축소 등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민주당으로서는 지방선거 무공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더 큰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당의 공천권 행사는 현재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자 정당정치의 근간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왜 이를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일까?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지방선거가 마지막으로 열린 것은 지난 2010년 6월2일이다. 당시에도 지방선거 정당공천과 관련한 많은 잡음이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선거사범은 4102명이나 됐다. 모두 정당 공천과 관련한 선거사범들은 아니었지만 지방선거가 얼마나 많은 부정 속에 치러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지난 1995년 도입된 지방자치 선거 정당공천제는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켜 왔다. 우선 정당공천이 해당 선거구의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혹은 지역구위원장들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면서 공천이 아닌 사천(私薦)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권 지방선거 공천폐지 놓고 기싸움 팽팽
대선 땐 '지방선거 공천폐지' 함께 외치더니

심지어 중앙당이나 국회의원 등이 연계된 이른바 '공천장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실제로 발각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영호남 지역에서 공천관련 비리는 끊이질 않았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철저히 예속됐고, 대선과 총선 등 각종 선거 때마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은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때문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주장은 그동안 시장, 군수, 구청장협의회 등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는 경남 거제 윤영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부인 김모씨가 지방선거 출마예정자 부인들에게서 돈을 받아 구속되는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 해당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의 입김이 워낙 막강하다보니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그 배우자에게까지 로비가 들어왔던 것이다. 

김씨는 6·2지방선거를 앞둔 2010년 3월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는 거제지역 지방의원 출마 예정자 부인 옥모씨와 조모씨에게서 남편 공천 대가로 각 2000만원과 1억원을 받고 며칠 뒤 돌려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옥씨 남편은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경남도의원에 당선됐지만 조씨 남편은 공천을 받지 못했다.

또 기초의회 의원들은 이러한 지역 국회의원의 막강한 권력 때문에 지역구 주민보다도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더 충성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로 기초의회 의원들은 지역 국회의원이 해당지역에 내려가면 의정활동도 내팽개치고 국회의원 보좌에 나설 정도다.

모 지역의 경우는 기초의회 의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위해 의사일정을 미루고 중앙당 정당대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국회의원의 의정보고서를 도·시의원들이 직접 나서 유권자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하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기초자치단체 통합과 같은 중요한 문제도 기초의원들은 정당공천을 의식해 지역민의 의사를 대변하기보다는 정당의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2년 전 서울시장 재선거를 불러온 무상급식 사태, 3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성남시와 시의회 간의 갈등도 대표적인 지방선거 정당공천의 부작용 사례다.

물론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후보 간 변별력이 약화되고, 지역 토호세력 중심의 지방자치가 이뤄지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폐지하고 보는 것이 개혁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앙당의 공천 폐지를 위해선 공직선거법 개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남겨진 과제다. 지금도 당이 공천을 하지 않겠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상대 당은 공천을 하는데 한쪽만 공천을 하지 않는다면 선거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불균형적인 행태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벤트로 그칠까?

지난해 9월 새누리당의 정몽준 의원과 이재오 의원은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도 소관 상임위에 상정되지 못했다. 지방선거철만 돌아오면 재현되는 공천 잡음이 올해에는 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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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