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⑥최원석의 동아그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26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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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결혼 3번 이혼…한눈팔다 국대 건설사 '와르르'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동아그룹은 고 최준문 창업주가 1945년 8월 대전에서 설립한 충남토건사를 모체로 한다. 충남토건사는 53년 3월 대전지방의 청라저수지·남포간척지·대천간척지 토목공사를 통해 기반을 굳히고 57년 동아건설산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동아건설은 그해 본사를 대전에서 서울 중구 서소문동으로 이전했다. 60년대 들어 동진강 간척공사, 왕십리발전소공사,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특히 제1차 경제 다목적 토목사업이었던 동진강 간척공사는 동아건설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받침대 역할을 했다.

대한통운 안고
훨훨 날았지만

그룹으로서의 골격을 형성하게 된 때는 68년 당시 국영기업이었던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부터다. 정부는 대한통운을 민영화하면서 동아건설에 경영권을 맡겼다. 동아그룹은 대한통운을 토대로 건설·운송 체제로 외형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만성 적자와 경영부실의 늪에 빠져 있던 대한통운은 동아건설에 인수된 지 3년 반 만에 완전히 정상화됐으며 한국 경제 발전에 든든한 징검다리역할을 했다.

동아그룹은 73년 투자회사인 동아종합상사를 건립해 무역업에 진출하고 기업을 공개,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7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사를 설치한 후 리야드·지다·뉴욕·도쿄·런던 등지에도 지사를 설치했다.

이에 앞선 66년부터 동아콘크리트 사장으로 경영 수업을 받던 최 창업주의 장남 원석씨는 77년 건강악화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아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최 회장은 80년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사로 평가받던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수주했다. 사하라 사막지하에서 뽑아낸 물을 리비아 북부 벵가지와 시르테까지 보내는 총 1874km의 인공수로를 건설하는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한국의 작은 건설사가 따낸 것.

최 회장은 83년 39억달러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 1단계 공사를 따내면서 카다피 리비아 원수와 인연을 맺은 뒤 공사 수행능력을 인정받아 90년 62억달러 규모의 2단계 공사, 98년 51억달러 규모의 3단계 공사까지 따냈다.

부도후에도 동아일가 남부럽지 않은 호화생활
학원 이사장 지내면서 "한푼 없다" 세금 체납

동아건설은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통해 현대건설과 함께 국내 최고 건설회사 반열에 올랐고 '인류 역사상 최대 토목공사'라는 찬사를 받음과 동시에 세계 최대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만일 동아그룹이 무너지지 않았더라면 리비아와의 인연은 물론이거니와 동아건설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중동이라는 유력한 성장 시장에서 확고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동아그룹 해체 후인 2010년 간첩 사건으로 리비아와 외교문제가 불거졌을 때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행하면서 카다피와 막역한 관계를 맺었던 최 회장을 외교사절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 정도였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동아그룹은 97년 12월 기준, 동아건설·대한통운·동아생명·동아증권·동아엔지니어링·공영토건 등 22개 계열사를 둔 재계서열 10위의 대기업 자리를 꿰찼다. 주력 기업인 동아건설과 대한통운의 매출은 3조원과 1조1500억원으로 매출 순위 각각 31위와 75위의 기업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잘 나간 동아그룹은 국내에서는 연일 뭇매를 맡고 있었다. 국내 다른 그룹 계열 건설사들은 아파트 건축과 그룹 자체 공사로 상당한 양의 일감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해외 공사에 주력했던 동아건설은 국내 재개발과 재건축 공사를 따내는 데 그쳤다. 신축과는 달리 이주비가 들어가는 재개발과 재건축 공사를 위해 동아건설은 제2금융권으로부터 막대한 단기자금을 차입할 수밖에 없었고 94년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성수대교(동아건설 시공) 붕괴와 외환위기까지 맞으면서 회사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결국 98년 초 최 회장이 부실 경영의 책임을 지고 경영권과 700억대의 재산을 내놓고 경영에서 물러났고 그해 8월 동아그룹은 국내 최초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으로 최종 확정됐다. '동아건설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매각해 경영을 정상화하라'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동아그룹은 2000년 11월 법정관리 대상기업으로 결정돼 퇴출됐다가 2001년 5월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55년 역사를 자랑하던 대형 건설사는 공중분해됐다.

재개발·재건축에
매달리다 급추락

2004년 분식회계, 배임, 불법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된 최 전 회장은 2008년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지만 3번의 결혼과 3번의 이혼, 그리고 끊임없는 여자 연예인과의 스캔들 등 '불량총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 전 회장 일가는 회사가 분해된 뒤에도 남부럽지 않은 호화생활을 누려왔다. 먼저 최 전 회장은 학교법인 공산학원 이사장으로 있으면서도 회사 부도 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줄곧 세금을 체납해왔다. 지난해 말까지 최 전 회장이 체납한 세금은 6억6000만원에 이른다.

2007년에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방송예술대학의 학내 기업이 만드는 <굿바이 테러리스트>라는 영화에서 총감독을 맡아 영화계에 입문하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국세청의 눈을 피해 2011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빅혼골프클럽의 회원권환급금 25만달러를 차남에게 양도하기도 했다. 또한 공산학원의 공금 10억원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최 전 회장을 체납처분 면탈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건설 대표이사와 예음 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낸 최 전 회장의 동생 원영씨는 1997년 10월부터 1998년 3월까지 경원학원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경원대와 경원전문대 학생들이 낸 등록금 201억원을 자신이 운영하던 예음그룹 산하 계열사의 부도를 막는데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됐다. 이에 앞서 원영씨는 1993년 11월에 자산이 운영하던 예음문화재단 명의의 부동산을 성남교육청에 매각하고 받은 99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이와 함께 경원전문대학의 강의동 등에 대한 공사를 자신이 운영하는 동아종합환경에 발주하도록 하고 선급금 명목으로 28억원을 지급, 법인에 손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검찰 수사 시작되자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원영씨는 1998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핵심인물인 예음그룹 종합기조실장인 장모씨 등을 일본으로 도피시키고 그해 12월 미국으로 도주했다가 지난해 말 미국 내 소재지가 노출되며 수사망이 좁혀지자 지난해 11월28일 자진 귀국해 수사에 응했다.

원영씨는 동아그룹 해체 전 최 전 회장과 공산학원을 둘러싸고 재산을 둘러싼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형제의 모친인 임춘자씨가 최 전 회장을 고발한 것이 원인이 됐다. 두 형제가 가까스로 화해한 것은 지난 97년 2월이었다. 이에 앞서 95년에는 최 전 회장의 이복 여동생 혜숙씨가 최 전 회장을 상대로 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에서 혜숙씨가 패소하면서 소송은 물거품이 됐지만 동아그룹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할 무렵 벌어진 두 번의 골육상잔은 채권단들이 최씨 형제로부터 등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최 전 회장에게는 공식적으로 혼외 자식을 비롯해 전처들에게서 난 4남2녀가 있다. 최 전 회장이 20살일 때 한 여배우 사이에서 낳은 딸 선희씨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형 고 이창희 전 새한그룹 회장의 차남 재찬씨와 결혼했으며 지난해 3월 아들 준호·성호군과 함께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1000억원대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내 주목을 받았다.

영화배우 전도연씨와 2000년대 초 염문설이 터지면서 화제가 됐던 장남 우진씨는 최 전 회장의 첫 부인인 김혜정씨의 소생이다. 김씨는 60년대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대표적 육체파 배우. 최 전 회장은 62년 김씨와 첫 결혼식을 올렸으나 파경했다. 우진씨는 옛 '동아맨'들이 포진하고 있는 W엔지니어링에서 전략기획실장(상무)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 가족들도 밥 걱정 없다"
감시 피해 자녀에 재산 양도
기업 사위·명문가 며느리로

우진씨의 여동생 유정씨는 강수창 대원화성 명예회장의 장남 상엽씨와 혼인을 올렸다. 대원화성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 세게 유수의 스포츠사에 인공피혁을 공급하고 벽지제품을 생산하는 중견회사다.

76년 최 전 회장이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은 배인순씨는 70년대를 풍미한 가수 펄 시스터즈의 멤버다. 배씨는 2003년 출간한 저서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 잔>에서 최 전 회장과 결혼하기까지의 사연, 고초, 고액 위자료설 등에 대한 심경을 털어놨다. 특히 최 전 회장과 스캔들이 있었던 연예인들이 J, K, L 등의 이니셜로 등장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둘 사이에는 3명의 아들이 있으며 98년 이혼했다.

배씨의 첫째 아들이자 최 전 회장의 차남 은혁씨는 2003년 6월 액상원두커피, 차, 인스턴트식품 등을 취급하는 쟈댕의 윤영노 회장의 딸과 혼인했다. 윤 회장은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의 친동생이다. 은혁씨는 최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산학원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체납처분 면탈 방조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최 전 회장의 삼남 용혁씨는 2006년 경 당시 정일순 라스포사 사장의 딸과 결혼설이 돌았지만 현재 생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사남 재혁씨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숨기고
아들은 모른 척


최 전 회장이 99년 세 번째 부인으로 맞아들였다가 2010년 4월 이혼한 KBS 아나운서 출신 장은영씨와는 자녀가 없다. 장씨는 연세대 재학 시절인 92년 미스코리아 선에 뽑혀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대중적 인기를 모은 KBS <열린음악회>를 진행하다가 27살 연상의 최 전 회장과 결혼했다. 장씨는 그의 언니인 혜영씨와 함께 방배동 서래마을에 위치한 커피숍을 운영 중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동아그룹은?>

▲1945년 충남토건사 설립
▲1957년 동아건설산업(주)로 사명 변경
▲1968년 대한통운 인수
▲1973년 동아종합상사 설립(해외 사업 진출)
▲1977년 최원석 회장 취임
▲1983년 리비아 대수로 공사 수주
▲1990년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 수주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8년 최원석 회장 퇴진, 국내 최초 워크아웃 대상기업 확정
▲2000년 11월 법정관리 대상기업 결정
▲2001년 5월 파산선고, 그룹 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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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