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진실 대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26 16: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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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운전은 했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라고?"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18대 대선을 뜨겁게 달궜지만 대선이 끝난 후 잊혀지는 듯 했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정원 여직원이 야당에 불리한 댓글을 단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 된데다 최근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정치개입 지시를 내린 내부자료까지 공개됐기 때문이다. 과연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은 정치권을 집어삼킬 태풍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또다시 의혹뿐인 미풍에 그치게 될까? <일요시사>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의 막전막후를 살펴봤다.



제18대 대통령선거를 불과 8일 앞둔 지난해 12월11일.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야당 대선 후보에게 불리한 댓글을 달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통합당 관계자와 함께 서울 역삼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이른바 '국정원녀 사건'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해당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던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는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44시간 동안이나 밖으로 나오지 않고 버텼다.

대선 삼킨
'국정원녀'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증거도 없이 국정원 여직원을 몰래 미행하고 사실상 감금까지 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게다가 김씨의 하드디스크 2대를 분석한 경찰은 수사를 시작한 지 나흘 만에 '김씨가 댓글을 단 흔적이 없다'고 발표하면서 민주당은 오히려 수세에 몰리게 된다.

당시 경찰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2월16일은 대선 후보들의 마지막 TV토론이 진행됐던 날이었다. 그런데 TV토론이 끝난 직후인 오후 11시경 경찰은 느닷없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대선과 관련해 어떠한 댓글도 단 흔적도 없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날 경찰의 수사결과는 국정원 직원에게 직접 제출받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2개에서 정치 관련 댓글이나 글을 쓴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언론 보도 따라 마지못해 하는 수사
국정원 오락가락 해명 '커지는 의혹'

하지만 댓글은 집에서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김씨가 하드디스크 내 저장내용을 이미 삭제했거나 아예 하드디스크를 교체했을 가능성까지 있었지만 경찰은 이러한 조사는 전혀 진행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를 강행했다.

때문에 경찰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수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의혹은 풀리지 않았고 대선은 그대로 끝이 났다. 어찌됐건 지난 해 대선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승리였다.

대선이 끝난 후 국정원 사건은 빠르게 잊혀져갔다. 민주당 내에서는 국정원 사건을 대선 패배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당시 대선을 막후에서 진두지휘했던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조차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증거가 없었다"며 자신은 민주당의 의혹제기를 말렸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의혹 투성이

그런데 지난 1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며 상황이 급변했다. 김씨가 활동한 사이트 운영자의 폭로와 함께 김씨가 정치적 내용의 게시글을 남겼던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해당 게시글은 문재인,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이름 등 대선 관련 키워드가 적시되지는 않았으나 대부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지난 발표를 할 때도 김씨가 이런 글을 게시한 사실은 알고 있었다"며 "6개의 대선 키워드로 구글링(인터넷 검색)한 결과 이러한 키워드가 들어있지 않아 대선관련 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앞서 김씨가 대선이나 '정치'와 관련한 글을 게시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발표했었다. 이로 인해 경찰의 말 바꾸기와 사건 축소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후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3차례나 소환조사했지만 그때마다 김씨에게 실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수사에 착수한 후 벌써 3개월가량이 지났지만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경찰에 대해 수사 의지가 없거나 정권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경찰이 수사착수 후 불과 4일 만에 중간 결과를 발표했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경찰의 수사는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 와중에 경찰은 갑자기 수사책임자를 교체하며 스스로 의혹을 키웠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은 지난 2월4일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담당자는 임병숙 서초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교체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권 수사과장과 윗선과의 갈등 때문이 아니겠냐는 뒷말이 나왔다.



대선 이후 국정원 직원을 도와 댓글을 작성한 '제3의 인물'도 등장했다. 40대 초반의 남성인 이모씨는 지난 1년간 서울 강남의 모 고시원에 살면서 국정원 여직원 김씨에게서 특정사이트 아이디 5개를 건네받고, 별도로 30여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글 160여 건을 작성하는 등 대선 여론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0여 차례가 넘는 게시글 추천·반대 활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 조성에 가담한 사실도 밝혀졌다.

직업도 없는데
월세 꼬박꼬박

국정원은 이씨에 대해 김씨의 지인으로 개인적으로 아이디를 나눠 쓴 것뿐이라고 설명했지만 40대 남성인 이씨와 20대 여성인 김씨가 인터넷 아이디를 나눠 쓸 만큼 친밀한 지인사이였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씨는 경찰의 소환통보에 2차례 불응한 뒤 잠적해버렸다. 수사 확대를 염려한 김씨와 국정원 쪽이 이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이씨를 빼돌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지만 경찰은 이씨가 참고인 신분이라 강제소환을 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은 현재까지도 이씨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정한 직업도 없는 이씨가 고시원에서 1년 넘게 지내면서 매달 45만원의 월세를 꼬박꼬박 낸 점은 무척 의심스럽다. 이씨가 대선 여론조작 등의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정원은 그동안 조직적으로 정치개입을 해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은 경찰의 수사에 대해 "언론의 보도에 따라 경찰이 마지못해 따라가고 있는 행태"라며 일갈하기도 했다.

상황 변화에 따라 국정원의 해명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예 댓글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댓글활동이 드러나자 개인적인 의견표명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다 최근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자 북의 선동 및 종북세력의 추종 실태에 대응해 올린 글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번지나?
국정원 국내정치개입 정황 갈수록 '뚜렷'

지난 18일에는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직원들에게 국내정치 개입을 지시했다'는 국정원 내부문건을 공개하면서 국정원 관련 의혹은 극에 달했다. 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정보원 인트라넷(내부통신망)에 게시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란 문건을 공개하며 국정원의 정치개입 증거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국정 현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좌파단체들이 많은데 국정원이 앞장서 대통령과 정부 정책의 진의를 적극 홍보하고 뒷받침해야 할 것' '세종시와 4대강 등 주요 현안에 (국정)원이 중심을 잡고 대처할 것' 등 국정원법이 금지하는 정치관여로 의심할 만한 부분이 많다. 이러한 내용은 국정원이 통상적 활동을 벗어나 국내 정치현안 개입, 선거 여론조작, 국정홍보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종북세력의 활동에 맞서려고 정당한 지시를 내린 것을 정치개입으로 왜곡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정부 현안에 대해 비판하면 모두 종북세력인 것이냐는 비판이다. 민주당은 이를 미국의 워터게이트사건과 비교하며 '원세훈게이트'라고 명명하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원세훈게이트'
정치권 삼킬까?

워터게이트사건은 1972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닉슨 대통령의 측근이 닉슨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 했던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닉슨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사건이 불거진 후 닉슨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행정부의 어느 누구도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집요하게 행정부가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닉슨은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 정치전문가는 "얼핏 생각하기엔 그깟 댓글을 좀 단 것이 무슨 문제냐 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정보원법 9조에는 원장과 차장 및 기타 직원은 정당 기타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며 "아직 사실 여부를 단정 짓기는 이르지만 만약 의혹이 모두 사실로 드러난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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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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