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첫 내각 둘러싼 논란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18 11: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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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각 구성해놓고 어찌 국정운영을?"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이 드디어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13개 부처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이날 임명장을 받은 장관들 중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한 사람은 고작 7명. 절반 가까이는 도덕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지만 임명이 강행됐다. 박 대통령은 이런 내각을 이끌고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해낼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진 새 정부 첫 장관 임명자들과 관련한 논란을 총정리 해봤다.



지난 11일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회의가 열렸다. 대통령 취임 14일 만이었다. 헌정사 이후 최장의 국정공백이었다. 그나마 이번 국무회의는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기 전까진 장관 임명을 미루겠다며 고집을 피우던 박근혜 대통령이 한발 물러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첫 국무회의에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13개 부처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부적격?
발목잡기?

하지만 임명장을 받은 장관들 중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고 '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겨우 7명. 나머지 6명 중 2명은 '미흡' 판정을 받았고, 4명은 야당이 아예 반대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첫 장관 임명자 중 절반 가까이가 도덕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장관 후보자의 경우 국무총리나 헌법재판소장과는 달리 국회의 인준 없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일부 장관 임명과 관련, 야당의 부적격 판단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업무수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투기·전관예우·병역기피는 장관의 3대 의무?
13개부처 장관 임명장 받았지만 절반은 '문제아'

그러나 도덕성 의혹을 벗지 못한 장관 후보자들이 그대로 임명된 진짜 이유는 청와대와 여야가 정치논리만 앞세운 탓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집권 초부터 인사문제를 놓고 더 이상 밀려선 곤란하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었고, 야당 역시 자칫 발목잡기란 오해에 따른 역풍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정치논리 앞에서 국민들의 여론과 상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만 것이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첫 내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편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거센 반발을 불러온 장관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었다. 법사위 청문보고서에는 여당의 '적격', 야당의 '부적격' 의견이 함께 적혔다. 황 장관은 청문회 당시 각종 의혹으로 새누리당 내에서도 자진사퇴 요구가 나왔었다.

새누리당도 반대
대통령은 강행

황 장관은 '골수 공안검사'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지난 2005년엔 삼성 X파일 사건 특별수사팀의 지휘를 맡기도 했다. 당시 사건은 이상호 MBC 기자가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의 도청자료를 폭로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이 기자가 공개한 도청자료에는 삼성 측이 정치권 및 검찰 고위직에게 수십억원을 추석 떡값으로 제공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황 장관이 수사를 지휘한 검찰은 이건희 회장과 삼성 관련자는 물론, '떡값 검사'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증거 불충분이 이유였다.


반면 도청자료를 폭로한 이상호 기자와 떡값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전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당시 사건 당사자인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조차 조사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황 장관은 "부끄러운 것 없는 수사를 했다"며 오히려 담당검사들을 격려했다.

황 장관은 또 지난 2011년 퇴임 뒤 17개월 동안 법무법인 태평양에 고문변호사로 재직하면서 무려 16억원을 받은 점이 문제가 됐다. 새누리당의 김학용 의원조차 "고위공직자 경력을 활용해 큰 수입을 얻고 공직에 되돌아오는 점을 국민은 납득하지 못한다"며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이 팽배하다"고 다그쳤다.

게다가 황 장관은 병역면제자다. 병역면제사유도 꺼림칙하다. 황 장관의 병역면제사유는 담마진. 일종의 두드러기 증상이다. 지난 10년 동안 신체검사를 받은 365만여 명 가운데 단 4명만이 담마진으로 면제됐을 정도로 희귀병이다. 군 면제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던 황 장관은 군 면제 이후 곧바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황 장관이 지난해 8월 장남에게 차용증을 받고 전세금 3억원을 빌려준 점에 대해서는 증여세 회피 의혹이 불거졌다. 황 장관은 공직에 지명된 후 뒤늦게 증여세를 납부했다.

황 장관은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받았다. 황 장관의 부인이 지난 1999년 은행 대출까지 받으면서 투기열풍이 거셌던 경기 용인시 수지지역의 대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황 장관 부부는 용인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에도 이사하지 않고 지금까지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거주해 왔다. 용인 아파트는 전세를 준 상황이다.

또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 재직시절 교도소 재소자들을 기독교로 교화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종교편향 논란까지 일었다.

청문회 무용론
국민여론 무시

황 장관과 함께 부적격 판정을 받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 역시 청문회 과정에서 전관예우, 양도세 탈루, 장녀 채용특혜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곤혹을 치렀다.

교육부 차관으로 재직했던 서 장관은 퇴직 후 경인교대 초빙교수로 4800만원, 홍익대 초빙교수로 420만원,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 고문료 1200여만원, 서울장학재단 이사 400만원, 한국연구재단국비지원사업 9000만원, 기타 강의료 및 연구비 등 4600만원, 위덕대학교 총장 급여 3600만원 등의 소득을 올렸다. 차관 재직 때보다 연봉은 오히려 23%나 증가했다. 사실상 전관예우의 혜택을 누린 것이란 지적이다.

서 장관은 또 1989년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서 과천으로 이사하면서 본인의 주소지를 기존 서울 아파트에 남겨둔 것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도 받았다. 서 장관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자였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았다. 주민등록법과 소득세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서 장관의 장녀가 고등학교 인턴교사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서 장관의 장녀는 지난 2010년 교원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도 과천 A고등학교의 과학실험교육 인턴교사로 채용돼 4개월간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규정에 따르면 교원자격증 소지자의 채용을 원칙으로 하지만 미소지자의 경우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었다. A고등학교는 2010년 8월29일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채용안건을 통과시켰지만 학교는 이미 이틀 전인 8월27일 계약서를 작성하고 채용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학교 측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국회 '부적격' 판단에도 대통령은 임명 강행
하나마나 한 인사청문회 "국민여론 무시하나?"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실세장관'인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역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조 장관은 청문회 과정에서 보유 주식 신고 누락 및 증여세 회피, 부동산 투기 의혹과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난타 당했다.

특히 친정어머니에게 빌렸던 2억원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하는 규정을 알지 못했다는 조 장관의 당시 해명에 대해 야권은 "변호사이고 국회의원 시절 인사청문회를 두 번이나 했는데 (규정을)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도덕성이나 준법성과 관련해 중대한 흠결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야당 의원들은 고용노동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정책철학이나 소신, 전문성과 주요 현안에 대한 문제해결능력 등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방 장관에 대한 보고서 채택에는 원만하게 합의했다.

이외에도 역시 실세장관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원 겸직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특정기업과 관련한 사건을 계속해서 수임한 점과 고액 후원금, 부인 관련 의혹에 시달리다 미흡판정을 받았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상속농지 보유의 농지법 위반 여부, 한전 주식 보유의 위법성 여부, 자녀 예금에 대한 증여세 지연납부 의혹 등으로 미흡 판정을 받았다.

청문회 과정에서 적격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경우는 법무법인에서 고액연봉을 받던 시절 대학생이던 딸이 가계곤란 장학금을 다섯 차례나 받은 사실에 병역기피 의혹, 위장전입, 투기, 신전관예우, 거짓해명 등의 의혹이 불거졌지만 청문회에서 적격판정을 받았다.


법보단 돈
피해는 국민에게

한 정치전문가는 "이번 장관 청문회의 경우는 박 대통령이 일정에 쫓기다 17개 부처의 장관을 거의 동시에 임명한데다 조직개편안 통과 난항, 북한 안보 위협 등의 국내외 정치상황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사실상 날치기로 통과된 면이 없지 않아 있다"며 "이처럼 부적격 인사로 꾸린 내각이 국정운영을 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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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