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대국민 '삥뜯기 대작전'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21 14: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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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 전략에 당한 국민들 '멘붕'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복지를 위한 135조원의 예산을 증세 없이 정부예산 절감과 지하경제 양성화로 마련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취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국민들 사이에선 '속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실상 '세금 뜯어내기 대작전'에 나선 까닭이다. 박근혜 정부의 교묘한 세금 뜯어내기 대작전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정부와 여당이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가 하면, 첫 국무회의에서부터 경범죄처벌법 개정을 의결하며 국민들의 과태료 부담을 늘렸다.

표면적으로는 국민건강, 질서확립 등의 명분을 내놓고 있지만 야권에선 결국 복지공약 재원마련을 위한 '꼼수'가 아니겠냐며 반발하고 있다.

질서 확립?

우선 정부와 새누리당은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담뱃값을 한 갑당 2000원을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담배 소비세를 현재 641원에서 1169원으로 82.4% 인상하고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354원에서 1146원으로 223.7%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에 법안 발의에 정부 또한 화답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지난달 "담배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과 진 장관은 대표적인 박근혜의 사람들이다.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담배 관련 세수는 연간 1조 6000억원이나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2조원가량 늘어난다. 김 의원은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이 제시한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에 필요한 추가 재원 1조5000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주류세 인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국민건강을 우려해 담뱃값과 술값을 올리는 게 아니라,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간접세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 되고 있다.

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작정 담배가격을 올리는 것보단 담뱃갑 포장에 흡연 경고 그림, 문구 등을 넣거나 금연구역 설정, 청소년 접근 제한, 금연 치료 등의 비가격 정책을 시행했을 때 흡연율이 더욱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른바 '죄악세'로 불리는 담뱃값과 술값의 인상은 그나마 증세 명분이 뚜렷하고 조세저항이 적어 역대 정권에서도 정부가 재정난을 겪을 때면 늘 만지작거리던 카드였다.

간접세 늘리고 과태료 뜯고 "서민이 봉이냐?"
박근혜의 선택은? "부자증세 대신 서민증세"

이와 함께 박근혜 정부는 지난 11일 첫 번째 국무회의를 통해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했다. 수많은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가 가장 먼저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는 사실은 현재 논란거리다.


이번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법칙금 항목이 28개나 새롭게 지정됐다. 앞으로 과다노출을 하게 되면 5만원, 암표판매는 16만원, 다른 사람을 스토킹 하면 8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스토킹은 역사상 처음으로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었고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해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의 행위로 정의했다. 또 출판물 부당게재, 거짓광고, 업무방해, 암표매매 등 4개 행위에는 범칙금 16만원을 부과하도록 했다.

침입, 흉기 은닉 휴대, 거짓신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신고 불이행, 거짓 인적사항 사용, 자릿세 징수, 장난전화 등 행위에는 8만원이 부과된다. 특정단체 가입 강요, 과다노출, 지문채취 불응, 무임승차, 무전취식을 하다가 적발되면 범칙금 5만원을 내야 한다.

또한 기존에는 단속되면 즉결심판 법정에 출석해 재판을 받아야 했지만 개정령이 시행되면 법정에 출석할 필요없이 범칙금을 금융기관에 바로 납부하면 처벌이 종료된다.

이 같은 박근혜 정부의 결정에 대해 당장 시민사회와 야권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 '전국민 삥뜯기 작전'이란 반발이다. 해당 개정안의 판단기준이 모호하고 즉결심판 제도가 사라지면서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국민들에게 '삥'을 뜯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민주통합당도 "박근혜 정부가 경찰의 입장만을 수용해 연간 30만 건의 경범죄 과태료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대선기간 증세의 대안으로 제시했던 지하경제 양성화도 결국 서민 주머니 털기로 변질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 사실 지하경제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현금으로 결제한 후 현금영수증을 끊지 않으면 할인을 받는 등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이 있는 사소한 편법들이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벌써부터 현금거래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떨고 있다. 서민들의 ‘유리지갑’은 더욱 얇아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되살아나던 경제를 다시 침체로 빠뜨릴 가능성도 있다. 반면 고위층의 역외탈세 등은 정작 적발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구리왕' 차용규, '완구왕' 박종완 등 역외탈세 혐의자들을 적발하고도 법정싸움에서 연이어 패하며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표적이 서민층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민 주머니 털기

한 정치전문가는 "증세는 없다던 박근혜 정부가 결국 서민 주머니 털기라는 꼼수로 복지재원을 마련하려는 듯하다. 전 국민이 박 대통령의 조삼모사 전략에 완벽하게 당한 꼴"이라며 "차라리 복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직접세를 올려야만 소득 재분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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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