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위기가 정치권에 미칠 영향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20 11: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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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북풍 한방 열 정책 안 부럽다!"

[일요시사=정치팀] 현재 정치권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정부조직개편안 협상과 일부 장관 인사청문회는 아직도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가 본격적으로 정책에 강공드라이브를 걸면서 이곳저곳에서 마찰음도 들려온다. 4월 재보선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여야 모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슈들을 한 번에 쓸어낼 초대형 이슈가 있다. 바로 최고조에 달한 북한의 안보 위협이다. 안보 위기는 정치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일요시사>가 예측해봤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이어 지난 11일 한미 연합 '키 리졸브'(Key Resolve) 연습이 시작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안보 위협이 최고조에 달했다. 북한은 키 리졸브 훈련을 빌미로 정전협정 백지화와 남북불가침합의 무효화까지 선언했다. 당장이라도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급진적 도발이다.

다시 찾아온 북풍

현재 정치권은 정부조직개편안 협상과 일부 장관 인사청문회, 각종 정책 시행과 관련해 갈등을 거듭하고 있지만 북한의 고수위 안보 위협 변수 속에 전략을 모두 새롭게 짜야 할 판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최근 잇달아 호전적인 발언을 쏟아내 무력도발을 경고하는 것은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반대로 북한의 안보위협은 우리 정치권에서도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최상의 카드이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를 둘러싼 갈등이다. 김 내정자에 대한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 위기를 계기로 김 내정자의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김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기간 동안 군 내부에서 제보가 끊이지 않았던 인물이다. 부동산 투기, 무기 로비스트 활동 등 청문회에서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의혹만 34가지에 이른다.

안보관 역시 의심된다. 천안함 폭침사건 다음 날 골프장을 찾아 라운드를 즐겼고, 연평도 포격사건 다음 날에는 해외 온천여행을 즐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안보 위기를 계기로 김 내정자의 임명을 강행하려 하는 것이다.

만약 안보 위기가 아니었다면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일이다. 그러나 현재 김 내정자 임명에 대한 찬반여론은 비등하다. 안보 위기 속 국방장관의 자리를 오랫동안 비워놓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역시 이러한 여론이 부담스러운 지경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안과 국방장관 내정 문제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독선적인 국정운영 등에 대해 비판할 일이 수도 없이 많지만 정부 출범 초기인데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우스갯소리로 자칫 빨갱이로 찍힐까봐 제대로 할 말도 못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안보 위기를 계기로 정치권 내에서 소수의 목소리는 철저히 묵살되고 있다. 일례로 통합진보당은 북한의 잇따른 군사도발위협 속에서도 여전히 북한을 감싸고 있다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우리 국민 중 누가 북한을 무너뜨리기 위해 내 아들이 죽어도 좋다고 하겠느냐"면서 "전쟁연습 그만하고 평화로 가자는데 수구보수세력이 또다시 통합진보당에 색깔론을 들이대며 북한 편든다고 공격한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대북 비판에 가세하면서 정치권 내 소수의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좌클릭 노선을 꼽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은 안보 위협을 전후로 평화노선을 주장하기보단 안보행보를 강화함으로써 확실한 중도 이미지를 심겠다는 포석이다.


정부 발목 잡다 빨갱이로 찍힐라 할 말 못해 '끙끙'
안보 위기 틈타 골치 아픈 정치이슈 '일시 해결'

안보 위기를 계기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북풍은 전통적인 여당의 호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영웅은 위기의 순간에 태어난다고 했다. 북한의 안보 위협에 정치권에서 실질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위기의 순간에는 똘똘 뭉치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안보 위기가 오히려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안보 위기를 계기로 박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윤정훈 목사가 지난 대선 당시 불법댓글 아르바이트 팀을 운영한 이른바 '십알단 사건' 등은 여전히 수사 중에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진 지 이미 오래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부조직개편안 등에서 야권에 발목이 잡히긴 했지만 인수위 기간 역대 최저치의 지지도를 기록하며 궁지에 몰렸었던 박근혜 정부로서는 안보 위기가 초반 국정 장악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안보 위기를 계기로 2030세대의 보수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당장 다가오는 4월 재보선의 선거전략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는 곳은 역시 대학가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함께 도발 위협이 고조되면서 대학가에서 안보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학생들이 '전쟁 반대'와 '미군 철수'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대학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안보 관련 글이 끊임없이 올라와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학생들의 달라진 안보인식은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대학생유권자연대가 전국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6%가 '우리나라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북한을 꼽았다. 북한 도발에 대해선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달라진 정치권

한 정치 전문가는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국정 초반인데 북한 안보 위협 문제까지 겹치면서 정치권이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시계제로의 상태에 빠졌다"며 "표면적으로는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너무 위기상황이 길어질 경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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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