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먹는 하마' 역대 정부조직개편 풀스토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11 14: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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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 때마다 '새 술은 꼭 새 부대에?'

[일요시사=정치팀] 정부 조직개편은 우리나라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하는 하나의 ‘통과의례’다. 지난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현 박근혜 정부까지 무려 8차례나 조직의 틀이 바뀌었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1988년 이후 국토안보부가 신설된 것을 제외하면 현 행정조직이 25년째 유지되고 있다. 왜 우리나라는 유독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개편에 목을 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혈세가 줄줄 샜던 역대 정권의 조직개편 풀스토리를 살펴봤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창 숙성 중인 새 술을 낡은 부대에 부으면 술이 팽창하면서 가죽부대가 터지기 때문에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새 부대만 고집하다 아예 술을 쏟아버릴 위기에 처했다.

새 부대 고집하다
새 술 엎지를라!

지난 1월30일 발의된 정부조직개편안이 한 달 넘게 표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개편안을 놓고 여야는 첨예하게 대치중이다. 핵심쟁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둘러싼 이견이다. 새누리당은 SO부문을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고, 민주통합당은 SO부문을 방송통신위에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의 통과가 미뤄지며 국정공백은 점점 커져가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부조직과는 상관없는 생뚱맞은 지상파방송 사장 선임 문제를 협상카드로 제시했고,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며 고집을 피우고 있다.

일관성 없는 조직개편에 줄줄 새는 혈세
고민 없는 조직개편 "임기 중 세 번이나?"

정부조직개편을 둘러싼 갈등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은 대통령으로서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야당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8년 전엔 자신이 야당의 대표로서 정부조직개편안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정부조직법개정안의 수정안을 강행처리하려고 하자, 박 대통령이 대표로 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들은 단상을 점거하는 등 물리적 저지에 나섰을 정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행되는 정부조직개편은 마치 연말만 되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갈아엎는 기이한 풍경과도 비슷하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역대 정권은 예외 없이 부처 통폐합을 단행했다. 새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별다른 기능도 없는 부처가 신설되기도 했고, 전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간판만 바꿔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 과정에서의 혈세 낭비는 필연적이었고, 각 정부 부처들이 5년 주기로 대변화를 겪다보니 업무 연속성이 깨지며 효율성도 떨어졌다. 역대 정권의 조직개편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역대 조직개편
효율성은 '꽝'

지난 1993년 2월 탄생한 김영삼 정권에서는 5년간 3차례에 걸쳐 정부조직을 개편했다. 김영삼 정권은 효율성과 민주성이라는 원칙 아래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전면에 제시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이뤄진 1차 개편은 정부 부처 축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 상공부와 동력자원부를 각각 통합해 문화체육부와 상공자원부로 개편한 것이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만인 1994년 김영삼 정권은 다시 대대적인 정부조직개편을 한다. 상공부와 동력자원부를 통합해 만든 상공자원부는 통상정책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춰 다시 통상산업부로 개편됐다.

체신부는 정보통신부로 변경됐고, 환경처는 환경부로 격상됐다. 게다가 또 1년여가 흐른 1996년 2월에는 중소기업청을 설치했고, 같은 해 8월 해양수산부 및 해양경찰청을 신설한다. 작은 정부를 외쳤던 초기와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김대중 정권도 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3차례에 걸쳐 정부조직을 개편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1998년 2월 김영삼 정권의 '2원14부5처14청'의 정부체제를 '17부2처16청'으로 개편했다. 재정경제원을 재정경제부로 이름만 바꾸고 외무부에 통상교섭본부를 신설해 외교통상부로 변경했으며, 내무부와 총무처를 통합해 행정자치부를 만들었다. 통상기능을 담당하던 통상산업부는 산업자원부로 탈바꿈했다.



1999년 2월 2차 정부조직개편에서는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처를 통합해 기획예산처를 신설했다. 김대중 정권은 또 경제부총리 및 교육부총리를 신설했다.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하여금 경제부처를 총괄 조정하도록 하고,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인적자원 개발정책에 관해 관계부처를 총괄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여성부도 신설, 17부2처16청으로 출범한 김대중 정권은 '18부4처16청'으로 막을 내렸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정부조직개편이라는 하드웨어 변경보다는 기능조정이라는 소프트웨어 변경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차원에서 보건복지부의 보육서비스 기능이 여성부로, 기획예산처의 행정개혁 기능이 행정자치부로 각각 이양됐다.

동시에 특정 정부조직이 전담하기 어려운 정부혁신, 지방분권 등 굵직한 대통령 어젠다를 수행하는 기구로 각종 위원회를 신설, 전담토록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이 신설한 위원회들은 각종 문제를 야기했고 별다른 효용성 없이 공무원수만 늘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밖에도 노무현 정권은 소방방재청과 방위사업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신설하고 철도청을 공사화했다. 이로써 노무현 정권에서의 정부조직은 '18부4처18청'으로 개편됐다.

오락가락 개편
늘렸다 줄였다

이명박 정권은 1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수술했다. 인수위 시절부터 점령군 논란을 겪었던 이명박 정권이기에 어쩌면 예상된 결과였다. '작고 유능한 실용정부'를 목표로 추진된 이명박 정권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통일부 및 여성부 존폐 논란 등으로 지금과 같은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조직 규모는 노무현 정권 때보다 대폭 축소돼 '15부2처18청'이 됐다.

이명박 정권은 우선 경제ㆍ교육ㆍ과학기술 부총리제를 폐지했고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기획재정부로 통합했으며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를 각각 폐지했다. 이명박 정권은 이처럼 기존 18부의 조직을 15부로 무리하게 줄이면서 해당 부처 공무원들과 해당 부처와 관련된 각계 인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이명박 정권의 정부조직개편안은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2월29일에서야 실행에 옮겨질 수 있었다. 이명박 정권은 대신 정보기술 산업정책 및 산업기술연구개발정책을 통합해 지식경제부를 신설하고 과학기술정책을 교육에 결합해 교육과학기술부로 개편하는 동시에 특임장관을 신설했다. 또한 정보통신부의 통신서비스 정책ㆍ규제 기능과 방송위원회의 방송 정책ㆍ규제 기능을 통합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었다.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 역시 이전 정권들의 조직개편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서 15부2처18청이었던 조직을 '17부3처17청'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행정안전부는 안전을 우선한다는 취지에서 안전행정부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름만 바꿨다.

안전행정부가 행정안전부보다 안전할까?
조직개편이 정부혁신이라는 착각 버려야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예산 낭비는 필연적이다. 부처의 명칭이 바뀌면 전국의 현판과 부처가 쓰던 서류, 명함 등을 모두 바꿔야 한다.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명칭만 앞뒤로 바뀌는 데 무려 6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정부 측은 명칭 변경을 계기로 국민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상 업무면에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과연 안전행정부가 행정안전부보다 더 안전할지는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소속 부처를 옮기는 공무원과 산하기관 종사자들은 4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이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조직 개편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너무 잦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토안보부가 신설된 것을 제외하곤 1988년 이후 현 행정조직을 25년째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2001년 관료주의의 상징이던 대장성을 없애고 부처수를 절반으로 줄인 뒤 지금까지 12개 성청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일본은 이 같은 조직 개편을 위해 10년이 넘는 준비 기간을 거쳤던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별다른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겨우 5년간의 임기 중에 세 번씩이나 조직개편을 거쳤던 지난 정권들의 사례는 지난 정권들이 조직개편을 함에 있어 그만큼 고민이 부족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고민없는 개편
반복되는 폐해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토록 조직개편에 목을 매는 것일까? 우선 표면적인 이유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국정 철학을 지닐 수밖에 없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정부조직개편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특정 분야를 육성하고 집중적으로 자원을 쏟아붓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정부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조직개편은 실상 '전 정권 지우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조직개편을 정부혁신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며 "무작정 덩치를 키우거나 공무원수를 줄인다고 해서 일 잘하는 정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정부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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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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