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1000만 스타' 류승룡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3.08 10: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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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의 귀재…연기의 제왕…마성의 매력

[일요시사=연예팀]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유명한 구절처럼 류승룡은 단역으로 시작해 충무로 최고의 '흥행킹'으로 거듭났다. 영화배우가 전성기를 맞이한다는 40대. 영화 <7번방의 선물>로 당당히 '1000만 흥행배우'의 반열에 오른 류승룡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함께 작업한 배우 류승룡에 대해 "지문 사이 행간도 읽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배우"라고 평했다. 캐릭터 분석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류승룡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을 통해 '관객석을 가득 채우는 흥행 배우'로 거듭났다.

<7번방의 선물>
천만관객 돌파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조용한 돌풍은 이내 태풍이 되어 극장가를 덮쳤다. 류승룡이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상업영화 <7번방의 선물>은 누적 관객수(2월 26일 기준) 1052만7224명을 기록했다. <7번방의 선물>에서 함께 호연한 배우 정진영의 주연작 <왕의 남자>가 기록한 1051만명을 근소하게 넘어선 수치다.

더욱 놀라운 건 <7번방의 선물>의 흥행몰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제 류승룡은 자신이 조연으로 출연했던 전작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스코어(1231만명)에 도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연속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배우'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영화계는 지금 배우 김윤석 이후 등장한 이 무서운 흥행카드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우 하정우까지 더해 이들을 '충무로 트로이카'라 부르고 있다. 충무로의 확실한 대세로 떠오른 류승룡은 <최종병기 활>(2011),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 이어 <7번방의 선물>까지 4연타석 홈런을 치며 일약 '국민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네 작품의 누적 스코어를 합치면 모두 3천5백만에 이른다. 영화 <고지전>(2011)까지 더한다면 무려 4천만에 육박하는 경이로운 흥행 성적이다.


조연 <광해> 이어 주연 <7번방의 선물> 연속 홈런
빅 흥행카드 김윤석·하정우와 '충무로 트로이카'

류승룡은 최근 3년 사이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흥행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흥행계보를 거슬러 가다보면 '무명 시절' 류승룡을 만날 수 있다.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2006)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극중 조직에게 배신당한 사형수(정순탄 역)로 분한 류승룡은 매력적인 중저음과 강인한 눈매로 영화팬들의 이목을 한 눈에 사로잡았다. 다소 거칠게 기른 수염은 '마초 냄새' 물씬 나는 그의 마스크와 맞물려 스크린에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거룩한 계보>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정준호는 당시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는 류승룡이라는 보석 같은 배우를 발견한 영화"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비록 <거룩한 계보>가 흥행 면에서 썩 좋은 성적을 남기진 못했지만 '류승룡'이라는 이름 석 자는 그를 기억하는 관객들의 뇌리에 남았다. 그때부터 류승룡은 소위 말하는 '될놈'으로서의 가능성을 싹 틔웠다.

장진사단 출신
난타통해 성장

류승룡은 '톱스타의 산실'로 불리는 서울예대를 졸업했다. 연극과 90학번인 그는 방송인 신동엽, 배우 안재욱, 정재영, 황정민, 임원희 등을 동기로 두고 있다. 대다수 서울예대 출신들이 그렇듯 그는 맨 처음 대학로에서 전업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같은 학교 선배인 장진 감독과의 인연도 대학로에서 시작됐다. '장진 사단'의 일원인 그는 줄곧 장진 감독의 연극에 출연했다. 연극 <서툰 사람들>, <택시 드리벌> 등이 당시 출연했던 작품이다. 이때 맺었던 인연은 류승룡의 영화 데뷔로 이어졌다. 그러나 류승룡이 연극 무대에서 곧바로 영화판으로 뛰어든 건 아니다. 류승룡은 1998년 대학로를 떠나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 <난타>에 합류했다. 대사 없이 몸짓과 눈짓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무언극이었다.


그는 브로드웨이를 목표로 <난타>에 합류했다. 송승환 대표가 <난타>를 처음 기획했을 당시 그는 극단을 그만두고 오디션을 선택했다. <난타>의 일원으로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는 배우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내공을 닦았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5년이 흐르고, 연극배우로서 전성기를 누릴 때 그는 미련 없이 <난타>를 그만뒀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류승룡은 "예술인이 점점 안정적인 생활에 길들여져 기술인이 되가는 걸 느꼈다"며 <난타>를 그만둔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게 그는 배우로서의 다른 길을 찾았고, 영화계 선배인 장진 감독을 만났다.

그때 당시를 회고하며 류승룡은 "나 연기하고 싶다. 말 좀 하자"며 장진 감독에게 불쑥 찾아갔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리고 장진 감독은 2004년 <아는 여자>를 통해 류승룡의 기념비적인 영화 데뷔를 성사시켰다. 그때 맡았던 역할은 이름 없는 강도였다.

이후 류승룡은 영화 <소나기는 그쳤나요>와 <고마운 사람>에서 장진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영화판에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2005년. <박수칠 때 떠나라>를 통해 충무로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어필했다.

류승룡은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차승원의 라이벌 검사 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이 작품으로 류승룡은 무명 배우에서 '가능성 있는 조연'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임권택 감독 등 충무로 저명인사들은 '마초적인 매력'의 소유자인 '배우 류승룡'을 눈여겨보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저마다 비중 있는 조연 역할이었다. 박수칠 때 연극 무대를 떠났던 류승룡은 이제 영화계에서 당당히 박수 받는 사람이 돼있었다.

장진 감독과의 인연도 이어졌다. 류승룡은 <거룩한 계보> 출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내가 매니저가 없는데 장진 감독이 사실상 내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류승룡이 출연한 영화에 대해 장진 감독이 계약서 부분을 담당해준 것. 이후 그는 영화 <퀴즈왕>을 통해 2010년 장진 감독과 조우했다.

그 전까지 류승룡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거룩한 계보>를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류승룡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을 비롯해 배우 송혜교, 유지태가 출연한 <황진이>에서 사극배우로서의 가능성까지 보여주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혀나갔다.

'연기의 달인'
소문난 다작배우

류승룡은 업계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 평판이 남달랐다. 한 제작사 대표는 "류승룡이 그때부터 준비된 톱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회상했다. 여기자들 사이에서도 류승룡은 인기가 좋았다. 늘 매너 있는 태도로 인터뷰에 응함은 물론 유머감각까지 갖추고 있어 얘기가 잘 통했다는 후문이다.

몇몇 관계자에 따르면 류승룡은 보기보다 상당히 세심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기 관리가 뛰어난 탓이지 웬만해서는 실수를 하지 않으며, 특히 연기에 있어선 보는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것. 이처럼 소탈해 보이는 류승룡의 이면에는 섬세하면서도 뜨거운 날것 그대로의 열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세밀한 캐릭터 분석은 류승룡이 가진 최대 장점이다. 그만큼 류승룡은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읽는다.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는다"고 한 연예계 관계자는 전했다. 완벽한 연기를 위해 틈틈이 캐릭터에 대한 메모를 빼놓지 않는 건 물론이다.

그렇게 공들여 만들어진 캐릭터가 <최종병기 활>의 만주군 수장 쥬신타다. 그는 쥬신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몇 달 동안 변발을 하고, 만주어를 익히기 위해 만주의 역사까지 배우는 등 고증에 힘을 쏟았다. 이때 흘린 땀방울은 고대하던 흥행과도 연결됐다.


새로운 일에 늘 자신감을 밝혀왔던 그지만 다작을 하다 보니 고민도 많았다. 동시에 서너 작품을 하다 보니 자신이 가진 능력 이상의 것을 발휘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던 것. 그는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을 촬영할 당시 이준익 감독에게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고 전해졌다. 그러자 이준익 감독은 "스스로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말라"고 조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승룡은 "이 말에 큰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슬럼프를 겪을 때쯤 몸에 좋은 약을 맞았던 것.

이처럼 캐릭터를 파고 또 파던 류승룡은 주조연작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마침내 잭팟을 터뜨렸다. 충무로 역사상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평가받는 마성의 카사노바 '장성기'를 히트시킨 것.

당시 관객과의 대화에서 류승룡은 "비 맞아서 불쌍하고 귀여운데 만지고 싶지 않은 강아지와 같은 느낌"이라고 '장성기'를 설명했다. 이어 류승룡은 "장성기가 실제 류승룡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의 말을 해석하자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었던 셈이다.

누가 뭐래도 '장성기'는 그해 충무로 최고의 문제적 캐릭터였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독특한 유머감각. 류승룡은 이 영화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더티 섹시'라는 그의 유명한 별명도 이때쯤 다시 회자됐다. '장성기'를 통해 그는 분명 대중에게 재조명되고 있었다.

관객 홀린 정신지체 연기
'최저예산 천만영화' 기록

류승룡의 차기작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뚜껑을 열기 전 배우 이병헌의 원톱 영화로만 알려졌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반응은 달랐다. '광해'와 불꽃튀는 연기대결을 펼쳤던 '허균'이 없었다면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렇듯 카사노바에서 킹메이커로 물 흐르듯 연기변신에 성공한 류승룡은 그의 운명과도 같은 작품 <7번방의 선물>을 마침내 만났다.


상업영화 첫 단독 주연. 그러나 정신지체장애인을 연기해야 했다. 캐릭터 분석에 몰두했던 류승룡은 경기 일산에 있는 한 공장에 찾아가 20대 후반의 정신지체 남성을 만났다. 영화 속 '용구'는 그렇게 탄생했다. 시사회에서 밝혔던 대로 류승룡은 촬영장에서 '용구'로 살았다. 밝고 긍정적이면서도 절대로 과하지 않은 한 아이의 아빠로다.

이런 용구를 뒷받침해준 명품 조연진들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의 감동을 극대화했다. 배우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김기천, 정만식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조연들은 모두 7번방의 죄수가 됐다. 단독 주연의 부담을 안고 있던 '고기' 류승룡에게 이들의 존재는 마치 '물'과 같았다.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류승룡은 영화 안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잘빠진 시나리오에 녹아든 류승룡의 연기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여기저기 입소문은 퍼졌고, 마침내 '최저예산 천만관객 영화'라는 금자탑이 류승룡에 의해 세워졌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배우 최초로 출연한 영화 두 편 연속 천만관객을 돌파한 희귀 케이스로 남게 됐다.

물오른 연기력
충무로 재발견

류승룡은 영화계 데뷔 때부터 술·담배를 일절하지 않았다. 소문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배우로서의 삶만큼이나 '가정적인 남편' '좋은 아빠'로서의 삶도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촬영 이외의 시간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유명한 류승룡. <7번방의 선물>에서 그가 보여준 부성애는 어쩌면 '인간 류승룡'의 진심에서 우러난 '몸에 꼭 맞는 옷'이 아니었을까.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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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