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뒤통수 노리는 '반박' 뜨는 까닭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3.04 13: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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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꼬리' 되느니 차라리 '뱀머리' 될 테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정부가 지난달 25일 드디어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새누리당이 국회 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국정드라이브가 기대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당내에서 야당보다 무서운 '반박(반박근혜)'세력이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나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카리스마는 정치권에서도 유명하다. 전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측근들이 자신의 의견에 이견을 보일 때면 굳은 표정으로 상대방을 빤히 쳐다본다고 한다. 이른바 '박근혜 레이저광선'에 이견을 보이던 인사들도 지레 겁을 먹고 입을 다물기 일쑤다.

그런데 최근 그런 박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위협받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 야당보다 무서운 '반박' 세력이 몸집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독히도 괴롭혀온 것은 다름 아닌 당내 친박(친박근혜)세력이었다. 비록 소수지만 당내 반박세력의 등장이 심각한 이유다.

지는 친박
뜨는 반박

반박세력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을 필두로 한 친이(친이명박)세력이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경선룰 갈등으로 박 대통령과 대립한데 이어 대선 이후에도 연일 박 대통령 '딴지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첫 인사로 알려진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가 하면, 박 대통령이 일괄적으로 발표한 새 정부 장관 후보자 중 일부에 대해서도 자진사퇴를 거론하고 나섰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었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헷갈릴 정도다. 특히 대선 이후 당내에서 비주류로 추락한 친이계는 다가오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을 탈당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두 번째 세력은 당초 친박계로 분류되다 다양한 사연으로 반박으로 돌아선 탈박(탈박근혜)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다.

사사건건 이견 표출, 노리는 것은 무엇?
당내 세력화 할까? 반기들다 눌릴까?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지난 2004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맡았을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심복이지만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박근혜 저격수'로까지 불리고 있다. 유 의원 본인도 박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해진 이유에 대해 "내가 너무 쓴 소리를 잘해서 그렇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지난 해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당명을 변경하려 하자 "새누리당이란 이름에 가치와 정체성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 비대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박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섰다.

또 인수위 시절에는 박 대통령이 막말 논란을 겪고 있는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을 임명하자 윤 대변인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며 박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 중에서 윤 대변인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유 의원이 처음이었다.

어제의 동지
오늘의 적


세 번째는 아직까진 수면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대선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고도 인선에서 소외된 세력들이다. 이들 사이에선 선거 승리의 공이 당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그렇잖아도 이번 대선에서 역할을 한 당내 인물들이 너무 많아 논공행상이 어려운 지경인데 박 대통령은 인수위 때부터 이러한 인물들을 대부분 배제하고 외부인사 위주로 인선을 실시해 나갔다. 당내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등 대선과정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대선이 끝난 후 버려지다시피 한 외부 영입 인사들은 얼마든지 반박세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반박세력으로 분류되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같은 당이라고 해도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면 이를 말할 수도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이들과는 달리 야권에선 여권과 첨예하게 대립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표출되지 않고 똘똘 뭉친 모양새다. 게다가 현재 반박세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 중에는 과거에는 당론에 무조건 따르던 이들도 상당수다. 이들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는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대표적인 반박세력으로 거론되는 이재오, 유승민 두 의원은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지역별 의원들과 가진 식사 모임에 나란히 불참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반박세력의 등장으로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 야권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과 장관 임명 등에 대해 당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되다 보니 국민들이 보기에는 박 대통령의 선택에 정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을 야권의 발목잡기로 몰아가고자 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154석으로 아슬아슬한 과반을 유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서는 반박세력의 이탈이 치명적이다. 현재 19대 국회는 여대야소라고 하지만 반박세력이 본격적으로 세를 형성해 나간다면 실질적인 여소야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여대야소 상황에서도 국정운영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친박계의 득세로 실질적 여소야대 상황에 직면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반박세력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선 이들이 반박세력을 형성하게 된 것은 '이미 잃을 것이 없다'는 심리가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애초부터 박 대통령과 대립관계였던 만큼 이들로선 박 대통령과 관계가 나빠진다고 해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역으로 이제 와서 새 정부에 적극 협조한다고 해서 얻을 것도 없다는 분석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주요 현안마다 반대 목소리를 냄으로써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몸값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냄으로써 소수의 인원으로도 전체의 그림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박 대통령이 당장 반박 다독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박 대통령에 충성하는 친박계보다 박 대통령과 대립하는 반박세력이 새 정부에서 오히려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수도 있다.

선제적 방어
"우리 건들지 마"

이 같은 반박세력의 형성이 박근혜 정부하에서 벌어질지도 모르는 정치보복에 대한 선제적 방어 성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보복이 있기 전에 미리 세력을 형성함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친이계의 사례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진 친박계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공천 학살' 등 정치적 핍박을 받았다. 이에 정치권에선 대선 전부터 "박근혜가 집권하면 문재인보다 더 세게 친이계 보복에 나설 것"이란 추측들이 오갔다.

실제로 현재 국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마자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가사업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됐다. 국회는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열고 4대강 사업과 한식 세계화사업에 대한 감사 요구안을 각각 의결했다.

따라서 친이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박 대통령과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것이란 분석이다. 친이계의 반박세력 형성은 '우리를 건들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가 될 수 있다.

야당 보다 무서운 반박, 그들의 정체는?
"날 버린 박근혜, 후회하게 만들겠어"

또 친이계로선 어차피 다음 공천을 보장받을 수 없는 데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할수록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된다. 결국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할 때 박근혜 정부에 협조하는 것보단 자신들만의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분석이다.

다음 총선이 2016년에야 치러진다는 것도 이들이 반박세력을 형성한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적어도 그때까진 안전이 보장되는데다 다음 총선의 공천권은 임기를 고작 1년 남긴 박 대통령과 주변세력이 갖기보단 차기 대권을 노리는 새로운 주자가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정권 말이 되면 예외없이 현 정권에 대한 평가가 바닥을 쳐왔던 만큼 현 정권과 미리부터 거리두기에 나서는 것이 다음 총선에서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자가당착
결자해지

이 같은 반박세력의 가장 훌륭한 롤모델은 누가 뭐래도 과거 이명박 정부하에서의 친박세력일 것이다. 당시 친박세력은 당내 소수임에도 주요 현안에서 이 전 대통령과 정면대결을 펼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었다. 또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한 박 대통령은 대선 경선 패배 후에도 꾸준히 언론에 거론되며 존재감을 부각시켰고, 다음 대선까지 잊혀지지 않고 유력 대선주자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러한 친박계의 행보는 박근혜 정부하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반박계의 롤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당내에서 이 전 대통령을 괴롭혔던 박 대통령이 앞으로 5년간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과연 박 대통령은 이들을 다독이기 위해 어떠한 카드를 내놓을까? 박 대통령은 이들을 끌어안고 강력한 국정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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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