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취재> '자격 논란' 국회 인사청문위원 현미경 검증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26 14: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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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에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에 티끌은 잘 보입니까?

[일요시사=정치팀]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모두 마무리 됐다. 인사청문회는 벌써 10년이 넘은 제도지만 청문회 때마다 쏟아지는 각종 의혹에 국민들은 아직도 입이 딱 벌어진다. 그런데 청문회를 지켜보다보니 이색적인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인사청문위원들은 정작 깨끗한 사람들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일요시사>가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위원들을 역으로 검증하는 이색취재를 해봤다.



드디어 박근혜 정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그런데 원대한 포부를 안고 힘차게 출발해야 할 박근혜호는 벌써부터 힘이 많이 빠진 모양새다. 그 이유는 대통령 당선인 시절 실시한 인선의 연이은 실패 탓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총리후보 지명 발표에 나설 정도로 무한한 애정을 보이던 김용준 전 국무총리후보자의 낙마는 박 대통령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김 전 후보자는 총리 지명 후 각종 의혹에 시달리다 인선 닷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김 전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공동선대위원장에서 인수위원장, 총리후보자로 연달아 발탁하면서 무한신뢰를 보내오던 인물이었다.

겉으론 청렴
속으론 부패

게다가 김 전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 출신으로 청렴한 공직자의 표본으로 알려져 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후보자의 낙마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이색적인 궁금증이 생긴다. 평소 청렴한 공직자의 표본으로 알려져 왔던 인물도 저러한데 그들을 검증하는 청문위원들은 얼마나 깨끗한 사람들일까?


지난 20일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날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질의 시작과 함께 대뜸 정 후보자를 향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특히 공직자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국회 인사청문위원 중 병역면제자만 4명
후보자보다 흠결 많은 청문위원 '황당'

이날 청문회장에는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도 청문위원으로 참석했는데, 진보당이 당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을 거부했던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상규 의원 측은 청문회가 끝난 후 "총리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에서 같은 청문위원을 공격하는 것은 인사청문회 자체를 모욕하는 행위"라며 당장 항의하고 나섰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통합진보당 측은 다음 날 SNS를 통해 "종북주사파 언급한 이장우 의원. 대전동구청장시절 호화청사 짓는다고 동구 재정 파탄내고 공무원 월급도 안주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만 하면 용서됩니까?"라며 반격에 나섰다. 총리후보자를 검증해야할 청문위원들이 서로를 검증하고 나서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종북주사파' 논란에 
"재정파탄 주범" 맞대응

그런데 이 두 의원을 제외하고도 이번 정홍원 총리후보자 인사청문위원들은 대체로 문제가 많아 보였다.
이번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홍일표·이진복·이장우·김희정·신동우·이완영(이상 새누리당), 민병두·전병헌·이춘석·최민희·홍익표(이상 민주통합당), 이상규(통합진보당) 의원 등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이중 새누리당 홍일표(만성간염)·신동우(징병검사 무등급 3회)·이완영(심장질환) 의원과 민주당 민병두 의원(고령) 등 4명이 병역면제를 받았다. 여성인 김희정·최민희 의원을 제외하면 면제비율은 40%나 됐다.

군복무를 마친 의원들 중에서도 원유철 위원장은 공군상병 소집해제, 이진복 의원은 육군이병 소집해제였고, 전병헌 의원은 학사장교, 홍익표 의원은 육군 중위 출신으로 직업적으로 군대를 택한 이들이었다. 이외에 이춘석 의원은 군법무관 출신, 이상규 의원은 옥중 강제징집 돼 군복무를 마쳤다. 일반적인 육군병장 만기전역을 한 사람은 이장우 의원 단 한명 뿐이었다.

이 같은 청문위원들의 흠결 때문에 청문회장에선 아이러니한 장면들이 연이어 연출됐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정 후보자에게 "아들이 허리디스크로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그 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아픈 허리로 어떻게 공부했느냐"고 추궁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만성간염으로 병역을 면제받고도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에 임용됐다.



병역문제는 인사청문회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단골소재다. 그런데 청문위원들의 병역과 관련한 의혹은 또 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는 병역면제를 받을 정도로 심장질환이 심각했지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그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치열한 경쟁의 중앙부처에서 건강하지 못한 사람으로 찍혀 실력으로 평가받는 것에 걸림돌이 될까 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지난 30년간 기적처럼 정상인과 동일하게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창 출신인 이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고용노동청장 시절 부하 여직원을 노래방에서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총선과정에서 이른바 '명륜동 알박기 논란'에 휘말렸었다. 논란은 명륜동 중앙하이츠 아파트를 시공하면서 토지매입 과정에서 시행사와 지역 유지들이 사전정보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알박기를 시도, 토지대금을 부풀려 챙기는 수법으로 4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이 의원이 논란에 휘말린 이유는 당시 아파트 허가권을 가진 구청장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것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행정기관의 비호나 묵인이 없이는 400억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알박기가 성사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총선 당시 이 의원의 상대후보는 이 의원이 이 사건으로 구속된 시행사 대표 등과 골프모임을 갖는 등 각별한 사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각종 송사는 기본
낯 뜨거운 의혹도

강동구청장 출신인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구청창 임기 중 총선출마를 위해 사퇴를 선언하면서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신 의원이 중도사퇴를 선언한 것은 구청장 당선 후 1년6개월 만이었다. 당시 강동구 주민 266명은 신 의원의 사퇴로 불필요한 보궐선거 비용을 구 예산에서 부담하게 됐다며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에 대해 소송을 낸 주민들은 총선에 출마하려는 일부 공직자들의 무책임한 중도사퇴로 생기는 행정공백과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국회 등원 이후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내역이 총선 출마 당시에 비해 크게 늘어나 구설수에 휘말렸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19대 국회 신규등록 의원 재산내역은 지난 2012년 5월30일 기준이며, 총선 출마자 재산공개 기준일자는 지난 2011년 연말이었다.

부동산 알박기부터 부하직원 성추행 의혹까지
청문위원들끼리 서로를 검증하며 다투기도


홍 의원은 불과 6개월 사이 재산이 5억원 이상 늘어났다. 때문에 총선 당시 재산내역을 불성실하게 신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 의원이 총선 당시 신고한 재산은 5억6200만원이었다.

마지막으로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의 경우 지난 해 <MBC 100분토론>에서 북한인권, 세습, 북핵에 대한 질문에 대해 "군사 독재시절의 색깔론이 재연되고 있다. 북에 대해 협력과 교류를 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기초 속에서 이분법적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질문 자체가 옳지 않다. 답변을 유보하겠다"고 밝혀 종북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당시 방송에서에서는 '통합진보당, 어디로 Ⅱ'라는 주제로 부정선거로 촉발된 통합진보당 사태와 통합진보당의 향후 행보에 대해 논쟁을 펼치고 있었다.

당당한 검증?
부끄러운 검증

이날 토론 중 한 시민 논객은 이 의원에게 "당권파의 종북주의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 통진당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당권파의 종북주의 때문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면서 "북한 인권이나 북핵, 3대 세습 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종북이라는 말이 횡행하는 것 자체가 유감이다"면서 "여전히 남아있는 사상 검증은 양심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질문과 프레임이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취재결과 공직자를 검증해야 하는 청문위원들이 오히려 더 많은 의혹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과연 청문위원 본인도 청문대상자와 비슷한 의혹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검증대상을 당당히 검증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도대체 누가 누굴 검증한다는 것일까? 뒷맛이 씁쓸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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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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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