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취재> '자격 논란' 국회 인사청문위원 현미경 검증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26 14: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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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에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에 티끌은 잘 보입니까?

[일요시사=정치팀]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모두 마무리 됐다. 인사청문회는 벌써 10년이 넘은 제도지만 청문회 때마다 쏟아지는 각종 의혹에 국민들은 아직도 입이 딱 벌어진다. 그런데 청문회를 지켜보다보니 이색적인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인사청문위원들은 정작 깨끗한 사람들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일요시사>가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위원들을 역으로 검증하는 이색취재를 해봤다.



드디어 박근혜 정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그런데 원대한 포부를 안고 힘차게 출발해야 할 박근혜호는 벌써부터 힘이 많이 빠진 모양새다. 그 이유는 대통령 당선인 시절 실시한 인선의 연이은 실패 탓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총리후보 지명 발표에 나설 정도로 무한한 애정을 보이던 김용준 전 국무총리후보자의 낙마는 박 대통령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김 전 후보자는 총리 지명 후 각종 의혹에 시달리다 인선 닷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김 전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공동선대위원장에서 인수위원장, 총리후보자로 연달아 발탁하면서 무한신뢰를 보내오던 인물이었다.

겉으론 청렴
속으론 부패

게다가 김 전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 출신으로 청렴한 공직자의 표본으로 알려져 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후보자의 낙마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이색적인 궁금증이 생긴다. 평소 청렴한 공직자의 표본으로 알려져 왔던 인물도 저러한데 그들을 검증하는 청문위원들은 얼마나 깨끗한 사람들일까?


지난 20일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날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질의 시작과 함께 대뜸 정 후보자를 향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특히 공직자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국회 인사청문위원 중 병역면제자만 4명
후보자보다 흠결 많은 청문위원 '황당'

이날 청문회장에는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도 청문위원으로 참석했는데, 진보당이 당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을 거부했던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상규 의원 측은 청문회가 끝난 후 "총리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에서 같은 청문위원을 공격하는 것은 인사청문회 자체를 모욕하는 행위"라며 당장 항의하고 나섰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통합진보당 측은 다음 날 SNS를 통해 "종북주사파 언급한 이장우 의원. 대전동구청장시절 호화청사 짓는다고 동구 재정 파탄내고 공무원 월급도 안주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만 하면 용서됩니까?"라며 반격에 나섰다. 총리후보자를 검증해야할 청문위원들이 서로를 검증하고 나서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종북주사파' 논란에 
"재정파탄 주범" 맞대응

그런데 이 두 의원을 제외하고도 이번 정홍원 총리후보자 인사청문위원들은 대체로 문제가 많아 보였다.
이번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홍일표·이진복·이장우·김희정·신동우·이완영(이상 새누리당), 민병두·전병헌·이춘석·최민희·홍익표(이상 민주통합당), 이상규(통합진보당) 의원 등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이중 새누리당 홍일표(만성간염)·신동우(징병검사 무등급 3회)·이완영(심장질환) 의원과 민주당 민병두 의원(고령) 등 4명이 병역면제를 받았다. 여성인 김희정·최민희 의원을 제외하면 면제비율은 40%나 됐다.

군복무를 마친 의원들 중에서도 원유철 위원장은 공군상병 소집해제, 이진복 의원은 육군이병 소집해제였고, 전병헌 의원은 학사장교, 홍익표 의원은 육군 중위 출신으로 직업적으로 군대를 택한 이들이었다. 이외에 이춘석 의원은 군법무관 출신, 이상규 의원은 옥중 강제징집 돼 군복무를 마쳤다. 일반적인 육군병장 만기전역을 한 사람은 이장우 의원 단 한명 뿐이었다.

이 같은 청문위원들의 흠결 때문에 청문회장에선 아이러니한 장면들이 연이어 연출됐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정 후보자에게 "아들이 허리디스크로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그 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아픈 허리로 어떻게 공부했느냐"고 추궁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만성간염으로 병역을 면제받고도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에 임용됐다.



병역문제는 인사청문회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단골소재다. 그런데 청문위원들의 병역과 관련한 의혹은 또 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는 병역면제를 받을 정도로 심장질환이 심각했지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그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치열한 경쟁의 중앙부처에서 건강하지 못한 사람으로 찍혀 실력으로 평가받는 것에 걸림돌이 될까 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지난 30년간 기적처럼 정상인과 동일하게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창 출신인 이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고용노동청장 시절 부하 여직원을 노래방에서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총선과정에서 이른바 '명륜동 알박기 논란'에 휘말렸었다. 논란은 명륜동 중앙하이츠 아파트를 시공하면서 토지매입 과정에서 시행사와 지역 유지들이 사전정보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알박기를 시도, 토지대금을 부풀려 챙기는 수법으로 4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이 의원이 논란에 휘말린 이유는 당시 아파트 허가권을 가진 구청장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것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행정기관의 비호나 묵인이 없이는 400억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알박기가 성사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총선 당시 이 의원의 상대후보는 이 의원이 이 사건으로 구속된 시행사 대표 등과 골프모임을 갖는 등 각별한 사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각종 송사는 기본
낯 뜨거운 의혹도

강동구청장 출신인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구청창 임기 중 총선출마를 위해 사퇴를 선언하면서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신 의원이 중도사퇴를 선언한 것은 구청장 당선 후 1년6개월 만이었다. 당시 강동구 주민 266명은 신 의원의 사퇴로 불필요한 보궐선거 비용을 구 예산에서 부담하게 됐다며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에 대해 소송을 낸 주민들은 총선에 출마하려는 일부 공직자들의 무책임한 중도사퇴로 생기는 행정공백과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국회 등원 이후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내역이 총선 출마 당시에 비해 크게 늘어나 구설수에 휘말렸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19대 국회 신규등록 의원 재산내역은 지난 2012년 5월30일 기준이며, 총선 출마자 재산공개 기준일자는 지난 2011년 연말이었다.

부동산 알박기부터 부하직원 성추행 의혹까지
청문위원들끼리 서로를 검증하며 다투기도


홍 의원은 불과 6개월 사이 재산이 5억원 이상 늘어났다. 때문에 총선 당시 재산내역을 불성실하게 신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 의원이 총선 당시 신고한 재산은 5억6200만원이었다.

마지막으로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의 경우 지난 해 <MBC 100분토론>에서 북한인권, 세습, 북핵에 대한 질문에 대해 "군사 독재시절의 색깔론이 재연되고 있다. 북에 대해 협력과 교류를 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기초 속에서 이분법적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질문 자체가 옳지 않다. 답변을 유보하겠다"고 밝혀 종북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당시 방송에서에서는 '통합진보당, 어디로 Ⅱ'라는 주제로 부정선거로 촉발된 통합진보당 사태와 통합진보당의 향후 행보에 대해 논쟁을 펼치고 있었다.

당당한 검증?
부끄러운 검증

이날 토론 중 한 시민 논객은 이 의원에게 "당권파의 종북주의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 통진당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당권파의 종북주의 때문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면서 "북한 인권이나 북핵, 3대 세습 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종북이라는 말이 횡행하는 것 자체가 유감이다"면서 "여전히 남아있는 사상 검증은 양심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질문과 프레임이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취재결과 공직자를 검증해야 하는 청문위원들이 오히려 더 많은 의혹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과연 청문위원 본인도 청문대상자와 비슷한 의혹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검증대상을 당당히 검증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도대체 누가 누굴 검증한다는 것일까? 뒷맛이 씁쓸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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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