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국산차 vs 수입차 전격 비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26 14: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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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 겉멋보다 실속 보고 고르세요!

[일요시사=경제1팀] 수입차의 국내 공세가 더 거세지고 있다. 도로에는 부쩍 수입차가 늘었다. 소비자들은 차량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품질·가격·서비스 등 전 분야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카푸어' 'AS의 어려움' '차량가격의 불투명성' 등 다양한 폐해도 점점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상용차 제외)에서 13만858대가 팔렸다. 이는 2011년의 10만5037대에 비해 24.6%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수입차 업체 중 판매 1위를 기록한 BMW는 물론, 전통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벤츠,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폭스바겐, 아우디 등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10대 중 1대 수입차
명성만 믿고 탔다가는

수입차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10대 중 1대가 수입차라는 얘기다. 수입차 업계 전문가들은 수입차가 수년 내에 점유율 15%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과거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 가량을 점하고 있던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산 자동차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던 소비자들은 수입차의 파상공세 덕에 차량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수입차 업체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서 품질과 가격, 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더욱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하지만 이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 구입 과정에서 소위 '카푸어'(자동차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들의 부채가 늘어나고 있으며 ▲수입업체와 판매업체로 2원화 된 구조로 인해 차량 가격의 전반적 상승과 구입 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 ▲수입원가 및 옵션 가격의 불투명성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 ▲정비측면에서 지나치게 고가의 수리 및 부품비용이 발생하는 것과 AS의 어려움 ▲법인이 수입차를 리스할 경우 차량비용을 사업비로 인정받아 세금을 줄일 수 있어 발생하는 탈세 문제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입차 점유율 10% 달성에는 수입차 업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할부금융 프로그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렴하게는 1000만원대의 선납금과 월 50만원 이내의 할부금으로 고가의 수입차를 인수하는 방법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BMW 320d의 경우, 우선 1500만원 정도를 납부하면 차를 인수할 수 있으며 매달 32만원을 36개월 동안 갚아나가는 할부금융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수입차 시장 급성장…이점 있지만 폐해도 증가
'빛 좋은' 할부 프로그램 잠재적 '빚쟁이'양성

그러나 문제는 3년 후 차량 가격의 60%에 해당하는 유예원금 3000만원을 납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누구나 고급 수입차를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구매 후 수천만원에 이르는 유예 원금 상환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5000만원 정도의 아우디 A4를 유예할부 프로그램으로 사면 선납금 1500만원, 유예원금 3300만원에 36개월 할부금 월 35만원 정도가 든다. 이를 합하면 약 6000만원. 실제 가격보다 1000만원이나 더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부채에 시달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수입차를 구매하는 사람들 중 약 70%가 할부금융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최근 3년간 수입차 구입으로 인해 밀린 유예 원금이 전체적으로는 1조원에 이른다는 추측도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수입차 구매자들이 잠재적인 '빚쟁이'가 된 셈이다.

2중 유통구조로 인한 가격 인플레이션과 책임회피도 큰 문제다.

BMW코리아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BMW가 국내로 들어오기 위해서 거치는 한국법인이다. BMW코리아는 독일 본사로부터 차량을 수입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판매를 맡고 있지는 않다. 수입차의 국내 판매는 별도의 딜러사가 맡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을 '딜러판매 방식'이라고 한다.


딜러판매 방식은 수입과 판매를 분리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유통구조의 2원화로 비용이 2배로 들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수입따로 판매따로
소비자가 '봉'?

판매 후에도 2중 유통구조의 허점은 드러난다. 소비자가 수입차를 구입한 후 차량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입사와 딜러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차량의 품질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국내법인에 문제를 제기하면 판매 이후의 문제는 딜러 측에 문의하라는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다. 그러나 수입차 딜러들의 특성상 영업사원들이 타 업체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고 딜러 측에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결국 이로 인한 문제점도 소비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6000만원대에 팔리는 수입차의 수입원가는 얼마일까? 정답은 관계자 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알 수 없다'이다.

수입차의 수입원가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업계에서는 판매가격의 약 60∼70% 수준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수입차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BMW 520d의 배기량은 2000cc, 판매가격은 6260만원. 국산차 중 동급 차량인 현대차 쏘나타의 판매가는 2785만원이다. 3475만원 차이가 난다.

국내외 안전평가
국산차 승승장구

글로벌 브랜드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최근에 발표한 '글로벌 TOP 100 브랜드'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업체 중 BMW는 2위, 현대차는 7위다. 브랜드 가치 차이로 인한 가격차가 있을 수 있지만 이 때문에 2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가격 차이의 진실은 뭘까? 바로 '옵션'의 차이다. 수입차는 국내에서 대부분 '풀 옵션' 차량 1개 트림만을 운영하고 있다. 수십가지에 달하는 옵션을 모두 탑재한 차량을 판매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옵션에 대한 비용까지 지불해야만 한다.



반면 국산차의 경우 10여 가지 안팎의 옵션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으며 수입차는 이와 같이 소비자의 취향에 옵션만을 선택할 경우 구매 후 6개월 가량이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또한 수입차 업체들이 옵션 판매가격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은 딜러 측에서 제시하는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국산차와는 명확하게 차이가 나는 기본적인 성능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동차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안전'이다. 그런데 국내외에서 치러진 안전성 평가를 보면 실제 결과는 사람들의 생각과 같지 않다.

지난해 12월 국토해양부에서 실시한 '신차안전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내외 신차 11종(국산차 8종, 수입차 3종) 중 최우수 차량은 현대차 산타페, 우수차량은 한국GM 말리부가 선정됐다.

폭스바겐 CC, BMW 320d, 토요타 캠리 등 수입차 3종은 '충돌분야 평가'에서 일부 2등급 판정을 받아 대부분 1등급 판정을 받은 국산차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차량이 후방충돌하는 경우의 안전성 평가에서는 수입차 3차종 모두 경차급인 기아차 레이보다는 낮은 등급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자동차 안전도 평가기관 중 하나인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벤츠 C클래스와 렉서스 IS250, IS350, ES350, 아우디 A4 등 5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수입차들이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2중 유통구조…인플레이션과 책임 회피
수입원가·옵션 판매가 ‘며느리도 몰라’

반면 국내 브랜드는 양호등급을 받은 기아차 K5, 보통등급을 받은 현대차 쏘나타 등 상대적으로 수입차들보다 높은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국토해양부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세계 주요국가 중 한국의 안정성 평가가 가장 까다롭고 항목도 많은 편"이라며 "가장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국산차가 유럽이나 미국 등 주요국가의 안전성 평가에서 고급 수입차보다 높이 평가받을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수입차 문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애프터서비스(AS)문제다. 수입차는 수입사와 판매사가 다르고 정비 역시 수입사가 직접적으로 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차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수리하는 데에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주말에는 정비업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차 시스템도 잘 구축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들은 먼 곳까지 이동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자비를 들여 다른 교통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늘어나고 있는 수입차의 수에 비해 턱업이 모자라는 정비망 때문에 정비센터 1곳이 감당해야 할 물량이 상당히 높다.

한국소비자원이 정비센터 1곳당 처리해야 할 차량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벤츠가 3672대, BMW 3306대, 폭스바겐 2677대 등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수입차 중에는 브랜드 명성에 걸맞지 않게 크고 작은 잔고장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단순한 부품 교환의 경우에도 외국에서부터 부품을 공수해 와야 하기 때문에 국산차의 수리기간보다 훨씬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

AS보증기간이 지난 경우에는 고가의 부품비와 인건비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기도 한다. 부품비의 경우 국산차 대비 2.5∼8.8배 가량 높고, 인건비 역시 약 2.5배에 달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시간당 인건비에 따르면 벤츠가 6만8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BMW가 6만원, 아우디·폭스바겐이 5만5000원, 렉서스 5만원, 혼다 4만4000원, 토요타 4만2000원 등 국산차 인건비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입차는 인건비 산정에 있어서 보험 및 정비업체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객관적인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도 수리비 상승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몇 번 고장 나면
국산차 1대 값

FTA로 인한 관세인하, 다양한 할부금융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남들과는 다른' 고가의 수입차를 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어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명확히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어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 적은 자금을 들여 수입차를 살 수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수입차를 선택하지는 말아야 한다"며 "수년 길게는 10여 년을 타야하고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자동차의 선택은 구매 전 단계부터 향후 유지와 중고차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심사숙고해서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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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