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 ‘안철수 죽이기’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19 17: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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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는 지금 “안풍아 멈추어 다오~”

[일요시사=정치팀] 여의도에 다시 ‘안철수 바람’이 분다. 꾸준히 부는 모양새가 어째 심상치 않다.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안풍’에 몹시 신경 쓰는 분위기다. 보수언론은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가 ‘밥그릇싸움’을 한다고 했다. 안 전 후보가 등장하기도 전에 싸움판에 몰아세웠다. 정작 주인공은 한국에 없다. ‘안’은 없고 ‘풍’만 부는데도 정국은 벌써부터 예민하다.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인 노회찬 의원이 결국 의원직을 상실했다. 무려 159명의 여야 의원들이 ‘노회찬 구명운동’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이런 와중에 진보정의당과 접점을 찾기 어려운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등장이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무대는 4월 재보궐선거. 떠나는 자의 뒷자리를 안 전 후보의 측근 인사들이 채울 경우 ‘안풍’은 여의도 담장을 넘게 된다. 이 경우 안풍이 얼마나 거세질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 이들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안 때문”
다음엔 “우리 때문”

이처럼 노 의원의 뒷자리는 안 전 후보 정계진출 첫 시험무대로 정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먼저 움직인 것은 민주통합당이다. 제18대 대선 패배의 책임을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격화될 무렵,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 실패가 전면에 등장했다. 여전히 주류는 안 전 후보가 불편하고, 비주류는 내심 안 전 후보가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안 전 후보를 거론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했던 민주당 지도부에서 안 전 후보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대선 패배 원인분석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친노진영에서 ‘안철수 책임론’을 공식 제기하면서부터다.

대선 당시 이해찬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태년 의원은 '18대 대선 평가의 핵심과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안철수 전 대선 예비후보와 캠프의 미숙한 사퇴 결정이 (야권) 지지자들을 정서적으로 통합시키는 데 결정적인 장애가 됐다”라고 주장했다.

안은 말이 없는데
민주는 “하지 마”

대선 당시 정치쇄신의 대상에 민주당이 포함된 것도 결정적인 패인으로 지적했다. 단일화방식 협상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놓고 안 전 후보에게 책임을 물었다. 안 전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놓고도 “사퇴 후보의 흔쾌하지 못한 행보 등으로 완전한 지지자 통합은 물론 시너지 효과 창출에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아울러 안 전 후보가 사퇴 이후 2주일이 지난 후에야 지지 행보를 시작한 것 또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본선 행보를 제약하고 지지율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당연히 김 의원을 향한 당내 비주류 인사의 반박이 이어졌다. 안 전 후보 지지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후 김 의원은 ‘안철수 신당’과 관련, 매체를 통해 “(신당이 늦게 출현하면) 분열 프레임에 빠질 수도 있다”며 “(안 전 후보가) 이왕 정치하실 거라면 빨리 선택하시라고 권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또한 “(안철수 신당 창당) 시간이 늦추게 되면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며 “야권 전체 진영에 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의원은 안 전 후보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전가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51페이지 보고서 중 반 페이지의 내용만이 부각된 것이다. ‘안철수 책임’이란 해석은 잘못됐다”라고 밝혔다.

친노 대선 패배 두고 ‘안철수 책임론’ 공식 제기해 반발 거세져
문희상 ‘안’ 향해 거침없는 발언 쏟아내 “신당 창당 악마의 유혹”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서는 “대부분을 우리 민주당 내부에서 찾아야 된다. 우리 민주당이 신뢰와 안정감을 주지 못했지 않았나 하는 점을 크게 지적했다. 그다음에 민주당의 분열과 불안한 리더십, 그리고 경제민주화나 복지 등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능력, 또는 정책일관성, 우리가 ‘다수당이 아니기 때문에 국정을 잘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서 의구심을 가졌다고 보고 우리 민주당 스스로 자성을 해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예상치 못한 화살에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수장인 문희상 위원장도 그랬다. 문 위원장의 발언은 김 의원보다 더욱 수위가 높았고 더욱 노골적이었다. 문 위원장은 “당을 새로 만든다는 것은 풍찬노숙하며 돌밭을 개간하는, 정말 힘든 일”이라며 “정치인에게는 떡하니 들어와 내 밭으로 만드는 염치없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안 전 후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안 전 후보의 신당 창당 가능성이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나아가 문 위원장은 “안 전 후보에게 신당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악마의 유혹”이라며 “신당이 뜨면 야권 전체가 공멸한다”고 신당을 창당하지 말 것을 압박했다. 혹시 있을 안 전 후보의 ‘의원 빼가기’를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해찬은 아직 친노 좌장”
“박지원은 안철수에 충치”

보수언론의 ‘안철수 때리기’도 본격화됐다. 민주당이 빌미를 제공한 셈이었다. 한 언론은 민주당과 안철수가 ‘밥그릇’ 때문에 싸운다고 했다. 야권이 주도권에 목매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보도는 “안 전 후보 측이 최근 결사체를 구성하고 신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뉴데일리>의 기사는 우선 민주당의 민주정책연구원의 보고서가 안 전 후보의 정치적 존재감을 무시한 것이라며 내용을 소개했다.

<뉴데일리>는 “민주정책연구원의 보고서는 대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당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주류세력인 친노(친노무현)계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이어 “정치권에서는 안 전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해찬 전 대표가 아직도 친노계의 좌장을 맡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라는 내용이 이어졌다.


그리고 안 전 후보 측 인물인 정연정 배재대 교수가 격분해 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하는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문 위원장도 피해 갈 수 없었다. 기사는 “친노세력과 안 전 후보 측이 벌이는 신경전에 민주당 비주류계의 선봉장격인 문 위원장은 친노세력의 손을 들어줬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안 전 후보에 대해 언급한 문 위원장의 '다소 예민한’ 발언들을 게재했다.  

보수언론 민주당-안철수 ‘밥그릇 싸움’으로 묘사하며 평가절하
과반의석 불안한 새누리당, 재보선 앞두고 안철수 사단 정조준  

내용은 ‘안 전 후보는 (대선 패배에 대한) 공동책임을 져야 될 입장’ ‘딴살림 차리면 도리 아니다’ ‘새로운 밭 개간하자고 부추기는 사람 말 따르는 것 아주 어리석은 일’ 등 이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안 전 후보에게 ‘충치’라는 말로 ‘퇴출’을 요구하며 경고성 발언을 던졌다는 내용도 이어졌다.

새누리당은 안 전 후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이 ‘안철수현상 지우기’를 내세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4월 재보선을 거점으로 ‘안철수발’ 신당 창당이 가져올 다당제의 출현이나 정계개편에서 새누리당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다.


4월 재보선 ‘판’이 커지면서 현재 과반 의석인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짜인 여의도의 역학구도를 안 전 후보가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록 4월 재보선이 규모가 작더라도 ‘박근혜 정부’ 출범시기와 맞물려 예상외의 파괴력을 낼 수도 있다는 평가다.

다가오는 ‘미니총선’에서 박근혜 정부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원내 과반의석이 자칫 흔들릴 수 있는 기로에 선 새누리당에게 안 전 후보의 정계 진출은 그리 희소식이 아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재보궐 지역구가 경상권이 많아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은 적고, 문제는 지금 지역구들을 지키냐 못 지키느냐다”라며 “정권 초기에 당이 흔들리면 정부에게도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가오는 미니총선
끝나지 않은 검증대

때문에 안 전 후보 측 인사와 맞붙게 될지도 모르는 지역에 거물급 인사들이 포진할 것이라는 뒷이야기가 파다한 상황이다. 또한 과반의석수를 지키기 위해 또다시 안 전 후보를 검증대에 세우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판을 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정치권에는 안 전 후보의 측근이 노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재보선이 확정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것이 안 전 후보의 추후 정치활동 기반이 될 수 있는 만큼 ‘안철수 사단’ 중 적어도 한 명은 선거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후보군은 금태섭 변호사, 정연순 변호사, 조광희 변호사 등이다.

이번 재보선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안풍의 위력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느냐에 달린 듯하다. 안철수 사단은 양 당의 물밑 공세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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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