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 고조에도 박근혜 웃는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19 13: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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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내가 핵 덕을 볼 줄이야"

[일요시사=정치팀] 국제사회의 잇따른 경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난 12일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특히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하는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핵 사태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겐 오히려 천금 같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색적 지적이 나온다. 북핵 사태에도 박 당선인이 극도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내막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는 "내치에서의 실수는 선거에서 지면 그만이지만, 외교에서의 실수는 우리 모두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공식 취임도 하기 전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 북한이 지난 12일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특히 이번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하는 기술을 완성한 것으로 추정돼 국제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게다가 국정원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상태다.

절체절명 위기가
천금 같은 기회?

국방부는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고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성명을 통해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조기에 배치하겠다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심지어 정치권 내부에서는 우리나라의 핵무장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로써 한반도는 한 순간에 일촉즉발의 초긴장 국면으로 진입했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무척 난감한 상황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기간 이명박 정부 5년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약속했었다. 필요하다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직접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입장까지 밝혔었다. 북핵사태로 박 당선인의 이러한 구상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선 북핵사태가 박 당선인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이색적인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천금 같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불편했던 사람들과 단숨에 '의기투합'
위기서 또 빛난 박근혜식 '불통리더십'

우선 박 당선인의 지지도는 북핵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진 급격한 하락세였다. 지난 1월 이후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더니 2월에 접어들면서는 급기야 50% 밑으로 빠지는 참담한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역대 최저치다.

한국갤럽이 설 직전인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박 당선인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8%에 그쳤다.

반면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9%였고, 의견 유보는 17%였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인선실패 등 여러 가지 악재로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그런데 북핵사태가 터지면서 국면은 단숨에 전환됐다. 실제로 인선 및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박 당선인과 연일 대립각을 세웠던 야권은 북핵사태 이후 여권과의 공조에 무척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박 당선인은 북핵사태로 단번에 야권과 대화의 물꼬를 틀수 있었다.

물론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에도 속사정은 있다. 야권은 지난 대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좌클릭 노선을 꼽고 있다. 때문에 북핵사태 이후 자칫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 북한 편들기로 비춰질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민주당의 경우는 북핵사태를 전후로 안보 행보를 강화함으로써 확실한 중도 이미지를 심겠다는 포석이다.


궁지몰린 박
국면 대전환

여권 내부의 갈등도 급격히 봉합되는 추세다. 전날까지 통상조직개편 문제로 심각하게 대립했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진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간의 갈등은 눈 녹듯 사라졌고, 측근 특별사면 문제 등으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 당선인은 북핵사태 당일 회담을 갖고 긴밀히 공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당선인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던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들은 일거에 해결된 것이다.

박 당선인을 옥죄어 오던 각종 의혹들도 당분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듯하다. 북핵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박 당선인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윤정훈 목사가 지난 대선 당시 불법댓글 아르바이트 팀을 운영한 이른바 '십알단 사건'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을 받으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었다. 하지만 북핵사태 이후 이 같은 이슈에 대한 관심도는 뚝 떨어졌다.

또 일부 진보언론의 경우는 북핵사태에도 박 당선인과 관련한 의혹을 취재했다는 이유만으로 네티즌들로부터 '종북언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연히 기자들의 취재활동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야권 정치인들이 북핵사태를 놓고 더욱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박 당선인이 북핵사태 다음 날인 지난 13일 발표한 6개 부처 인선의 경우 야권이 문제 삼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이번 인선에선 안전행정부 장관에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 교육부 장관에는 서남수 위덕대 총장, 외교부 장관에는 윤병세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수석, 법무부 장관에 황교안 전 부산고검장, 국방부 장관에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각각 내정됐다.

이중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벌써부터 배우자와 장남 명의로 경북 예천군 용문면 임야를 매입한 것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가 탈루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북핵사태로 안보라인의 공백을 용납할 수 없는 긴박한 시점에서 국방부 장관 내정자를 낙마시키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이번 6개 부처 인선의 경우는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야권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인수위 출범 이후 인선 때마다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으로 큰 곤혹을 치러온 박 당선인으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일 것이다.

또 박 당선인은 북핵사태와 관련 취임 후 안정적인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주게 되면 오히려 지지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높다.

안보 대통령
여성 대통령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안보대통령이 되겠다고 스스로 공언했지만 상대 후보들은 여성대통령은 안보에 취약할 것이라는 논리로 박 당선인을 집요하게 공격했었다. 이제 박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안보 대응능력을 시험받게 된 것이다.

물론 박 당선인 진영은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리더십은 사실 위기상황에서 더욱 빛나는 리더십"이라며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위기 상황에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느라 우왕좌왕하는 것보다 조직을 일사분란하게 통솔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박 당선인은 그러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북핵사태를 전후해 박 당선인의 지지도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낙관이었다.

실제로 박 당선인을 정점으로 한 집권세력은 북핵사태가 터지자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곧바로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을 통해 북한을 강력 규탄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청와대로 달려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 결과를 설명받고 대응방안을 숙의했다. 상대가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당장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발 빠른 대응이었다는 평가다.

국면전환에 안보만큼 좋은 것은 없다
북핵 악재라고? 임기 초 정국 돌파구

북핵사태로 보수층을 물론이고 대다수의 중도층에서도 우리 정부가 북한에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 또한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으로서는 호재일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 기간 대북문제와 관련 지나친 좌클릭으로 일부 보수층의 반발을 샀었다. 북핵사태를 계기로 박 당선인은 이 같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수위 기간 역대 최저치의 지지도를 기록하며 출범과 동시에 '식물정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았던 박근혜 정부는 북핵사태로 인해 정국 초반 강력한 국정 장악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호재는 곧 다가올 4월 재보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박 당선인의 잇따른 인선 실패, 불통 논란과 이명박 정부의 실책, 측근 특사 논란 등으로 4월 재보선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여당으로서는 북핵사태가 내심 반가웠을 것이다.

게다가 박 당선인으로서는 북핵사태로 실질적으로 잃을 것이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자칫 북핵사태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도나 코스피 등이 하락해 경제 상황이 어려워졌다면 박 당선인으로서도 부담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북핵사태에도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은 굳건한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은 박 당선인이 북핵사태에도 더욱 마음 놓고 웃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잃은 것 없고
얻은 것만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북핵은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훨씬 중요시 되는 국가적인 중대사안"이라며 "다른 정치 갈등요소들은 당연히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은 당분간은 정치 갈등에서 벗어나 강력한 국정 운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진당, 북핵 규탄 결의안 표결 불참

 

'종북' 논란 더욱 가속화 될 듯

 

통합진보당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북한 제3차 핵실험 규탄 결의안'에 대한 표결 불참을 결정했다.

김재연 통진당 원내대변인은 표결 불참 이유에 대해 "당론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인데, 결의안에는 그 내용이 빠져서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진당이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종복'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만큼 이번 북한 핵실험 규탄 결의안에 불참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결의안에서 "금번 북한의 핵실험을 용납할 수 없으며, 핵실험 강행을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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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