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재계, 사내 ‘권력암투’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2.21 17: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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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지금…‘묻지마 투서’ 전쟁 중

[일요시사=경제1팀] ‘내부 고발자’의 투서에 기업들이 떨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는 비리 등과 관련된 투서·진정이 난무하고, 기업 밖에서는 공직자나 기업주를 흔드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되던 내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고발자가 사람 잡는 시대다.




“○○○ 부사장은 계약직 여직원을 사적인 자리에 불러내 성추행했다.” “○○○ 임원(후견인)은 스폰서가 한둘이 아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업 내부 인사들을 흠집 내는 투서가 쏟아지고 있다. 업계의 표현대로라면 과거엔 아무리 회사가 섭섭하게 해도 몸담았던 조직의 발을 찍는 일은 없었는데 최근 들어 부쩍 내부 고발자가 늘고 있다.

사정기관들은 이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에 나설 것이란 흉흉한 소문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기업의 조직 분위기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대론 안 돼”
내부고발자 급증

A공사는 최근 팀장급 직원이 공개한 C부사장의 인사비리 등 폭로 투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사 조사연구실에서 일하던 김모팀장은 지난달 22일 개인 블로그에 ‘파행경영과 비리 주역 C부사장의 파면을 요구한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팀장은 이 글에서 C부사장을 지목해 독단적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사내 파벌을 조장하고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공사가 고위간부로 재직 중인 C부사장 개인의 사조직이나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C부사장의 파행경영과 비리가 대표정책금융기관을 지향하는 공사의 정체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이런 파행경영이 3년간 지속되고 있지만 많은 직원들이 혹시 인사실권자(C부사장)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 벌벌 떨면서 ‘양들의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김 팀장은 우선 자신이 경험한 2010년 팀장 인사평가 문제를 지적하며, 산업은행 출신과 비산업은행 출신의 인사 차별에 대해 언급했다.

김 팀장은 “인사팀의 비산업은행 출신 부서장들에게 ‘다른 사람을 먼저 승진시켜야 한다’는 등의 황당무계한 논리로 이미 제출한 평가 점수를 낮춰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는 산업은행 출신이 아닌 관계로 업무프로세스가 익숙지 않은 비산업은행 출신 부서장들을 농락한 것이나 다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C부사장은 노골적으로 ‘내가 있는 한 외부출신의 승진은 없다’ ‘사장도(임기가 끝나면) 나간다. 나한테 줄 잘서라’ ‘(비산은출신 팀장에게) 내가 당신을 부장시키면 사장 앞에서 나를 씹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총·인사 앞둔 공기업·대기업 ‘폭로 몸살’
비리·성추문 등 의혹 봇물…고소·고발 난무

김 팀장은 C부사장의 현금상납설과 성추행설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공금의) 지출명목 허위작성은 일상화된 일”이라며 “일부 부서장들은 업무추진비는 물론 각종 회의비, 야식비까지 개인의 쌈짓돈처럼 쓴다”고 주장했다.

이어 “(C부사장이) 계약직 여직원에게 직접 전화해 사적인 저녁식사자리에 동참시킨 일도 있었다”고 파행을 폭로했다. 글의 마지막에는 감사실과 컴플라이언스팀에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 낱낱이 조사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해당 글이 확산되자 A공사는 감사원 감사를 실시, 지난 6일 전격적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해 투서에 당사자로 지목된 C부사장의 모든 직무와 권한을 중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C부사장은 공사의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아 기획과 인사, 자금, 국제금융, 해외사업 등의 주요 핵심 업무를 담당해 왔으나 이번 인사로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에 놓였다. 공사는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조기에 사태 진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청장 눈에 들면
1계급 특진?

B청은 ‘투서’를 발단으로 고위 간부들끼리 맞고소를 놓는 볼썽사나운 꼴을 연출하고 있다. L청장은 지난달 S 전 본부장과 B 현 간부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는 S 전 본부장이 L청장을 고소한데 대한 맞고소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당시 S본부장이 직위해제 되면서 시작됐다. S 당시 본부장이 L청장의 영남 중심 지역 편향적 인사와 개인 비리 등을 담은 투서(A4 11장)를 감사원·국회에 제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S 전 본부장은 직위해제 직후 L청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후 감사원은 L청장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와 답변이 오갔다. 그 사이 L청장은 S 전 본부장을 검찰에 맞고소했다. 두 달 남짓 감사를 벌인 감사원은 지난 7일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S 전 본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감사원에 따르면 L청장은 지난해 1월 임의로 승진 심사절차를 간소화하고 한 직원을 특별 승진시켰고, 2011년 7월에는 전입요건을 갖추고 못한 지방직 공무원 4명을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보 조치했다.

L청장은 또 자신이 차장으로 재직시절 직원들로부터 수 백만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 받았다는 투서를 감사원에 보냈다며 한 직원을 의심해 이 직원을 ‘직무수행 능력과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하고 성실·복종 및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를 붙여 강등 조치를 하기도 했다.

감사원의 발표에 따라 하극상으로 비춰지던 B청 수뇌부 간 갈등은 ‘총수의 인사전횡’이라는 반전으로 매듭짓는 분위기다. 조직 초유의 고소·고발 사태에 대해 B청의 한 직원은 “결국 인사 문제를 둘러싼 투서와 총수의 무원칙, 비리로 촉발한 일”이라고 한탄했다.

실제 B청 감찰계에 들어오는 투서는 한 달 평균 3∼4건 이지만 인사철이 되면 10배 가까지 폭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투서로
시장 추락 위기

기업들 역시 인사철에 몰리는 투서에서 자유롭지 않다. C사도 지난 2006년 임원 인사를 둘러싼 투서로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당시 투서문건에 따르면 J회장의 핵심 측근들이 기업 내 J회장 주변에 ‘인(人)의 장막’을 치고 독자적인 세력구축을 위해 인사를 전횡했다고 주장했다. 문건은 특히 이들이 주요 임원 인사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경쟁자를 제거했다는 주장까지 담고 있어 논란을 키웠다.

지난 2009년 D그룹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도 때 아닌 투서 소동이 일어났다. 차기 후보로 유력한 모 인사가 수년 전에 D그룹 내부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차익을 거뒀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투서가 날아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D그룹이 납품받는 과정에서 친인척 회사에 대규모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투서까지 나와 충격을 줬다.

E그룹은 동생이 회장으로 추대되는데 반대한 형이 동생의 비리를 담은 투서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골육상쟁의 불씨를 만들었다.

이에 검찰은 E그룹 전반에 대한 비리 조사를 실시했고, 조사결과 두 형제 모두 유죄가 입증 돼 나란히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정기관에도 진정서 쌓여…내사 돌입
해당 기업들 좌불안석 “정보풀 가동”

이후 형은 E그룹에서 제명됐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중견 기업을 인수했지만 자금난, 실적 부진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이듬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F사는 한 직원의 투서로 중국시장에서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 중국 현지에서 ‘모범답안’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F사에 돌이킬 수 없는 오명을 가져다 준 투서가 공개된 것이다.

지난 2006년 말 중국 상하이의 F사 A/S업체에 근무하던 한 직원은 당시 “F사가 판매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는 에어컨을 자체 수리 및 재포장 과정을 거쳐 새 제품으로 둔갑시킨 뒤 소비자에게 재 판매했다”는 내용의 투서를 보냈다.

당시 F사 측은 일부 A/S센터에서 일부 문제 제품에 대해 수리과정을 거쳐 포장만 다시한 후 판매한 사실이 있었음을 시인하며 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F사는 기업 이미지는 물론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시장 내에서 ‘반(反 ) F사’ 조직이 출범하는 계기가 됐고, 최근까지도 F사의 판매율은 꾸준한 하향곡선을 그리며 곤두박질치고 있다.

‘고발’은 짧고
‘고생’은 길다?

이런 과정에서 다수가 입은 상처는 컸다. 전문가들은 문제점 개선을 위한 투서문화는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각종 이해관계에 따른 감정적 고소고발은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양산해 사회를 좀먹는 병폐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학 교수는 내부고발자의 증가에 대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인터넷의 확산이 갖가지 부작용도 일으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긍정적인 것처럼 내부고발자도 불투명한 사회의 제도와 법을 보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 노조 관계자는 “민주주의는 절차의 합리성과 정당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의 경영 형태는 아직 불합리한 점이 많다”며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계속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고발은 짧고 고생은 길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근거 없는 진정과 투서 남발로 사법기관의 내사와 수사가 진행돼 행정력 낭비와 직원들의 사기저하가 심각하다”며 “이해관계에 따른 무분별한 진정과 투서는 지역의 분열만 조장할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내부고발자 잔혹사

입 함부로 놀렸다간 ‘모가지’

공익을 위해 조직 내부의 부패행위를 폭로했다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조직적 차원의 ‘보복행위’도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내부 고발자에 대해 보복성 인사를 가하는 등 불이익이 잇따르고 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직원 A씨는 2011년 6월 상급자의 업무추진비 횡령과 부당한 집행을 내부 감사실에 신고했다. 그런데 그는 곧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됐다. “조직 화합을 저해했다”는 이유였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직원 B씨는 지난해 5월 공사 계약 체결 과정에서 상급자의 부당한 알선·청탁 사실을 내부에 신고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포상이 아니라 재계약 거부 통지였다.
C씨는 지난해 3월 산림조합중앙회가 서울 우면산 산사태 복구공사비를 과다계상한 의혹을 발주 기관인 서울시에 신고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한 직원은 산림조합중앙회 직원에게 신고자의 신분을 유출했고, 산림조합중앙회는 C씨에게 신고를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전남 광양시청 직원인 D씨는 2011년 5월 동료 직원이 생활폐기물 반입 수수료 2700여만원을 누락시킨 사실을 광양시 감사실에 신고했다. D씨는 한 달여 뒤 동료 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다. 또 광양시는 공직기강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D씨에게 감봉 처분을 내렸다.
이에 권익위는 서울시장과 산림조합중앙회장에게 ㄷ씨의 신분을 공개한 직원을 각각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광양시장에게는 ㄹ씨에 대한 감봉 처분을 취소하고 과태료 350만원을 물도록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부패행위를 정당하게 신고한 사람에게 보복을 하거나 신변위협, 신분공개 등을 하는 행위에 대해선 앞으로도 형사처벌 등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매년 권익위의 반부패 경쟁력 평가에도 이 사실을 적극 반영해 기관들이 책임지고 내부 고발자 보호를 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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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