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풀스토리> 전주 일가족 살인사건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4: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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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형 서서히 죽인 냉혹한 패륜아

[일요시사=사회팀] 전주에서 일가족 4명이 가스에 질식했다. 처음에는 생활고로 인한 자살 시도로 추정됐다. 아버지와 어머니, 큰 아들이 죽고 작은 아들만 살아남았다. 그런데 이 작은 아들의 정체는 존속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였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께 전북소방안전본부에 한 통의 신고전화가 접수됐다.

"빨리 와요. 그전에도 119에 신고한 적이 있어요."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는 곧 끊겼고, 119구조대는 곧 사건 현장으로 급파됐다.

사건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의 한 아파트 3층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곳에 살던 일가족 4명은 일산화탄소 가스에 질식하면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자살로 알았더니…


발견 당시 집주인 A(52)씨와 A씨의 아내 B(55)씨, 이들 부부의 큰 아들 C(27)씨 모두 의식이 없었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모두 옮겨졌으나 숨졌다. 유일한 생존자인 박모(25)씨 역시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를 보여 전북대병원에 입원했다.

A씨 자택은 큰 방과 작은 방 거실로 이뤄져 있었다. 일산화탄소 중독의 원인으로 지목된 번개탄은 A씨 부부가 있던 안방과 C씨 형제가 있던 작은방 이렇게 두 곳에 피워져 있었다. 그리고 번개탄을 피운 화덕은 A씨 가족의 자살을 암시하듯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러나 비슷한 사고는 이미 지난달 8일에도 있었다. A씨 부부와 박씨가 가스 사고에 노출됐었던 것이다. 당시 A씨는 전북대학교의 한 연구센터에 사고 조사를 의뢰했다. 출타 중이라 사고를 피했던 C씨도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집 내부 가스 시설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디선가 가스는 유출됐는데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던 상황. 분명한 건 보일러나 가스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20여 일 뒤 똑같은 장소에서 또 다시 가스에 의한 질식 사고가 발생했다.

폴리스 라인이 쳐진 사건 현장은 의심할 나위 없는 '자살 현장'이었다. 번개탄과 화덕은 가족의 자살을 가리키는 듯 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 자택에서 '유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 통상 가족이 동반 자살을 꾀하는 경우 유서는 남기기 마련인데 A씨 가족 주변에서는 어떤 메모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의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A씨 가족은 지난달 8일 신고 전에도 두 차례에 걸쳐 "약국이 어디 있느냐"고 119에 물었다. 질식사건이 있던 날의 신고까지 합치면 올 들어 4번이나 119에 신고한 것이다. 석연찮은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이와 관련 정확한 증언을 듣기 위해서는 유일한 증인인 박씨가 의식을 회복해야했다. 전북대병원에 누워있던 박씨는 담당 수사관을 만나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새벽 5시까지 형과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형이 준 우유를 마시고 곯아 떨어져 일어나보니 집 안에 연기가 자욱해 119에 신고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박씨는 "형 C씨가 사업과 여자 문제로 고민하던 중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C씨의 여자친구는 "사건 당일 오전 3시까지 C씨와 함께 있었는데 차 안에서 연탄과 번개탄은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즉 박씨의 진술에 따르면 C씨는 자살을 결심한 오전 3시 이후 남은 술과 번개탄을 자신의 차량으로 가져다 놓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번개탄을 피우고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이처럼 연결고리가 약한 박씨의 진술을 경찰은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박씨는 실제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A씨 가족은 자살을 결심할만한 뚜렷한 이유도 없었다. A씨는 시가 1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콩나물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업에도 막힘이 없었다. 사건 당일에도 A씨의 휴대폰에는 제품을 주문하는 바이어들의 문자 메시지가 쇄도했다. 사고 며칠 전에는 지인을 통해 땅도 알아봤다.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A씨의 아들 C씨 역시 체인점 형태의 떡갈비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경찰은 생활고로 인한 동반 자살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 내렸다.

탐문을 이어가던 중 경찰은 박씨가 자신의 차량에서 C씨의 차량으로 번개탄을 가져다 놓은 정황을 포착했다. 박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차량을 세차했는데 이게 거꾸로 범행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이다.

3명 가스 질식사 알고 보니 작은아들 범행
치밀한 계획 세워 살해…경찰 삼촌이 조언

박씨에게 세차를 조언한 건 다름 아닌 현직 경찰관이었다. 박씨의 외삼촌인 D경사(42)는 박씨를 전북대병원에서 만났고 박씨의 범행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D경사는 박씨에게 현장의 유류품을 치우라는 등의 조언을 했다. 이후 D경사는 박씨의 증거인멸을 도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4일 경찰은 일가족 3명을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박씨를 긴급 체포했다. 지난달 31일 장례식장에서 상주 노릇을 하며 눈물까지 흘리던 박씨는 경찰에 구속되자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박씨의 침묵에도 범행 흔적은 속속 드러났다.

전주 덕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박씨는 매우 치밀하게 이번 범행을 계획했다. 올해 초 박씨는 보일러가 있는 베란다와 작은 방 사이의 벽에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구멍을 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이 구멍에 가스 연기를 주입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형인 C씨를 해치기 위한 사전 준비였던 셈. 뿐만 아니라 박씨는 지난달 8일 보일러 연통을 20cm 정도 뜯어내고 가스 연기를 부모가 있는 방 안으로 강제 유입했다. 그러나 A씨와 B씨는 가스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깼다. 박씨의 첫 살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계획이 무산되자 박씨는 자신의 집과 비슷한 구조의 오피스텔을 월세로 얻었다. 그리고 번개탄 10여 개와 화덕을 구입해 원룸에서 모의실험을 감행했다. 실험이 성공으로 끝나자 박씨는 병원을 찾아가 불면증을 호소했다. 그리고는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이는 모두 살인을 위한 사전 준비였다.

사건 당일인 30일 오전 1시께. 박씨는 A씨와 B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건넸다. 음료수를 마신 A씨 부부는 잠들었다. 이후 박씨는 이들 부부가 있는 방 안에 화덕을 가져다 놓고, 가스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문을 닫았다. A씨 부부는 서서히 일산화탄소에 질식했다. 그리고 박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형 C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든 게 거짓말

C씨와 오전 3시20분께 만난 박씨는 C씨의 승용차 안에서 맥주를 나눠 마셨다. 그리고 오전 4시30분께 귀가해 수면제가 든 우유를 C씨에게 건넸다. 쓰러진 C씨는 A씨 부부와 같은 방법으로 박씨에게 살해됐다. 박씨는 범행 1시간30분 뒤 C씨의 휴대전화로 여자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행복해. 잘 살아"란 내용이었다. 자살극으로 위장하기 위한 고도의 연출이었다.

박씨는 체포된 뒤 "여자친구를 만나고 자백하겠다"고 하는 등 죄책감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씨가 '사이코패스'라는 주장 또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 같은 계획적인 존속살해는 본 적이 없다"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박씨의 범행 동기는…

보험금? 성격장애?

A씨 부부와 C씨가 남긴 사망 보험금은 25억원. 여기에 A씨가 남긴 부동산은 수십억원대로 추정된다. 이 같은 정황을 바탕으로 경찰은 박씨가 재산을 노리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죽은 일가족 3명의 보험 개수는 모두 30여 개에 달하며, 납입 보험금은 월 3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박씨가 육군 소령이었던 아버지 A씨와의 불화 등으로 인해 성격 장애를 겪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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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