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4대 위기론'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4: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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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배도 안 띄웠는데 태풍 불고 날 저물고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사면초가에 빠졌다. 박 당선인의 지지율은 어느새 50%대까지 밀렸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의 지지율이 80%대 안팎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취임도 하기 전에 레임덕이 온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우려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의 이러한 위기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박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 흔들리는 4가지 이유를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 당선인이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52%에 불과했다. 과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90%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8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대로라면 박근혜 정부의 실패가 불 보듯 훤하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에 박 당선인이 휘청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용한 인수위?
시끄러운 인수위

첫 번째 이유는 실패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역대 최악의 대통령 당선인 지지율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인수위의 실패가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출범 초만해도 역대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며 호언장담 했었다. 그러나 평가는 냉혹했다.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는커녕 '역대 최악의 인수위'라는 비판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무엇보다 인수위의 지나친 '보안우선주의'가 화를 자초했다. 박 당선인은 확정되지 않은 사실들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겠다며 인수위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함구령에 언론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불통'이라며 융단폭격을 가했다. 정작 인수위는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시끄러운 인수위가 된 것이다. 이때부터 조용한 인수위를 꾸리겠다는 박 당선인의 목표는 본말이 전도되기 시작했다.

좌충우돌 인수위 사고 연발에 기죽은 박 당선인
역대 최악 지지율, 겉으론 '태연' 속으론 '답답'


게다가 연이은 사고도 터졌다. 인선에서는 헌정사상 최초로 총리 지명자가 중도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고,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는 "외교와 통상의 분리는 헌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사실상 박 당선인에게 정면으로 항명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잇따른 사고에 박근혜식 인수위에 지지를 보내던 국민들도 점차 의심의 눈초리로 인수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인수위에서의 시행착오야 정권 출범 후 개선하면 그만'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문제는 인수위 시절 한번 잃은 국민들의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인수위 시행착오

정권 말까지 간다

또 현 상황에 대한 인수위의 태도나 인식으로 볼 때 개선도 기대하긴 힘들다. 인수위 측은 최근 지지율 하락에 대해 "지지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단 민생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착실히 실천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의 지지율 하락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니 지금까지 지적됐던 문제들을 고쳐나가기보단 이전 스타일을 고수하며 국민들이 알아주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총리 인선 실패를 전후로 '깜깜이 인선'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지만 여전히 박 당선인은 인선과정이나 배경 등을 철저히 비밀로 한 채 이전 스타일만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인수위 시절 불거져 나왔던 문제들은 박근혜 정권 출범 후에도 그대로 재현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너무 여론을 의식해 국정을 운영하면 포퓰리즘에 빠질 우려가 있지만 반대로 여론에 너무 무감각하면 독선에 빠질 수 있다"며 "정권 출범 전에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데 인수위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칫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에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 이유는 대선 후유증이다. 대선이 끝난 지도 벌써 두 달 가량이 지났다. 하지만 대선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대선은 유례없는 양 진영의 총력전이었다. 그만큼 상처도 깊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도 "우리 쪽이 졌더라도 마음을 추스르고 새 정부를 지지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결과 재검표 요구는 지난달 21일 당선무효 소송의 기한이 종료됐음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달 17일에는 국회에서 선관위 개표 절차 공개 시연회까지 열렸으나 참석자들 사이에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의혹만 더 키운 셈이 됐다.

 

대선 기간 한창 뜨겁게 달아올랐다 별다른 진상규명을 하지 못하고 사그러들었던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 개입 여부는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쟁점은 두 가지다. 경찰이 부실수사, 은폐수사를 했느냐와 국정원이 실제로 선거개입을 했느냐는 것이다. 당초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이 대선과 관련해 댓글을 단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두 달 가량이 지난 지금 연일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며 논란은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아이디 여러 개를 이용해 정치 관련 글에 찬반을 표시하거나 무려 120여 차례에 걸쳐 정치 관련 글을 직접 게시한 사실도 공개됐다.

지난 대선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던 강지원 변호사는 "만일 국정원이나 경찰이 이런 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건 4·19혁명이 일어났던 상황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해도 당장 대선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의혹들이 풀리지 않는 한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절반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한다면 원활한 국정운영은 기대하기 힘들다.

신뢰 잃고

발목 잡히고

세 번째 이유는 박 당선인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평소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무엇보다 신뢰를 강조해왔다. 신뢰의 정치인 이미지는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런데 대선이 끝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새누리당 안팎에선 지킬 수 없는 공약은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박 당선인은 이 같은 목소리에 경고를 보내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최근에는 기초노령연금 지급, 4대 중증 질환 무료 진료 등 주요 복지 공약을 대폭 수정하기로 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다.

박 당선인 측이 주요 복지공약을 수정하기로 한 것은 당초 예상보다 재정이 훨씬 더 많이 소요돼 재원조달이 어려운데다, 형평성 논란과 도덕적 해이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점은 대선기간 꾸준히 지적되어왔던 것들이다.

불과 두 달 전엔 이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해도 무조건 할 수 있다며 억지를 부리다 지금에 와서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약 재조정 '신뢰 잃고' 대선 후유증 '정당성 잃고'
당내 비박세력 꿈틀 "발목 잡힌 국정 추진동력"

물론 역대 대통령 중 대선 공약을 제대로 이행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맞지만 박 당선인의 경우는 평소 '약속과 신뢰'를 가장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때문에 일부에선 "박근혜 정권의 진짜 고비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선보다 공약 재조정"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네 번째 이유는 박 당선인의 국정 추진력이 벌써부터 발목이 잡혔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30일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에 서명하지 않은 새누리당 내 의원은 154명 중 9명으로 지난 정권 출범 직전 여당 전체 의원 서명으로 발의되던 때와는 비교된다.

일부 의원들의 미서명은 이때까지만 해도 정치적 소신을 밝힌 차원이라고 해석됐으나 최근에는 곧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견제세력이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유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제대로 힘을 쓸 수 없고 박 당선인의 정국운영 추진력도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드시 해결해야
'성공한 대통령'

게다가 새누리당은 현재 무려 11명의 의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소송에 휘말리며 자칫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는 지경에 처해있다. 대선 당시 과반의석을 무기로 강력한 국정 장악력을 보여주겠다던 박 당선인의 계획은 정부 출범 전부터 어긋나게 된 것이다. 특히 과반이 깨져버린다면 박근혜식 리더십으로서는 결코 야권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박 당선인의 리더십은 전형적인 '나를 따르라'식이다. 이 같은 박근혜식 일방통행 리더십은 새누리당을 여러 차례 위기에서 구해내며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과연 새 정부의 정식 출범 전부터 꼬여버린 박 당선인의 행보는 정상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까? 박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주어졌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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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