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4대 위기론'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4: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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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배도 안 띄웠는데 태풍 불고 날 저물고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사면초가에 빠졌다. 박 당선인의 지지율은 어느새 50%대까지 밀렸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의 지지율이 80%대 안팎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취임도 하기 전에 레임덕이 온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우려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의 이러한 위기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박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 흔들리는 4가지 이유를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 당선인이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52%에 불과했다. 과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90%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8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대로라면 박근혜 정부의 실패가 불 보듯 훤하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에 박 당선인이 휘청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용한 인수위?
시끄러운 인수위

첫 번째 이유는 실패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역대 최악의 대통령 당선인 지지율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인수위의 실패가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출범 초만해도 역대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며 호언장담 했었다. 그러나 평가는 냉혹했다.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는커녕 '역대 최악의 인수위'라는 비판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무엇보다 인수위의 지나친 '보안우선주의'가 화를 자초했다. 박 당선인은 확정되지 않은 사실들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겠다며 인수위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함구령에 언론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불통'이라며 융단폭격을 가했다. 정작 인수위는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시끄러운 인수위가 된 것이다. 이때부터 조용한 인수위를 꾸리겠다는 박 당선인의 목표는 본말이 전도되기 시작했다.

좌충우돌 인수위 사고 연발에 기죽은 박 당선인
역대 최악 지지율, 겉으론 '태연' 속으론 '답답'


게다가 연이은 사고도 터졌다. 인선에서는 헌정사상 최초로 총리 지명자가 중도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고,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는 "외교와 통상의 분리는 헌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사실상 박 당선인에게 정면으로 항명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잇따른 사고에 박근혜식 인수위에 지지를 보내던 국민들도 점차 의심의 눈초리로 인수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인수위에서의 시행착오야 정권 출범 후 개선하면 그만'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문제는 인수위 시절 한번 잃은 국민들의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인수위 시행착오

정권 말까지 간다

또 현 상황에 대한 인수위의 태도나 인식으로 볼 때 개선도 기대하긴 힘들다. 인수위 측은 최근 지지율 하락에 대해 "지지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단 민생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착실히 실천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의 지지율 하락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니 지금까지 지적됐던 문제들을 고쳐나가기보단 이전 스타일을 고수하며 국민들이 알아주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총리 인선 실패를 전후로 '깜깜이 인선'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지만 여전히 박 당선인은 인선과정이나 배경 등을 철저히 비밀로 한 채 이전 스타일만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인수위 시절 불거져 나왔던 문제들은 박근혜 정권 출범 후에도 그대로 재현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너무 여론을 의식해 국정을 운영하면 포퓰리즘에 빠질 우려가 있지만 반대로 여론에 너무 무감각하면 독선에 빠질 수 있다"며 "정권 출범 전에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데 인수위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칫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에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 이유는 대선 후유증이다. 대선이 끝난 지도 벌써 두 달 가량이 지났다. 하지만 대선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대선은 유례없는 양 진영의 총력전이었다. 그만큼 상처도 깊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도 "우리 쪽이 졌더라도 마음을 추스르고 새 정부를 지지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결과 재검표 요구는 지난달 21일 당선무효 소송의 기한이 종료됐음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달 17일에는 국회에서 선관위 개표 절차 공개 시연회까지 열렸으나 참석자들 사이에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의혹만 더 키운 셈이 됐다.

 

대선 기간 한창 뜨겁게 달아올랐다 별다른 진상규명을 하지 못하고 사그러들었던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 개입 여부는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쟁점은 두 가지다. 경찰이 부실수사, 은폐수사를 했느냐와 국정원이 실제로 선거개입을 했느냐는 것이다. 당초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이 대선과 관련해 댓글을 단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두 달 가량이 지난 지금 연일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며 논란은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아이디 여러 개를 이용해 정치 관련 글에 찬반을 표시하거나 무려 120여 차례에 걸쳐 정치 관련 글을 직접 게시한 사실도 공개됐다.

지난 대선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던 강지원 변호사는 "만일 국정원이나 경찰이 이런 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건 4·19혁명이 일어났던 상황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해도 당장 대선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의혹들이 풀리지 않는 한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절반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한다면 원활한 국정운영은 기대하기 힘들다.

신뢰 잃고

발목 잡히고

세 번째 이유는 박 당선인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평소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무엇보다 신뢰를 강조해왔다. 신뢰의 정치인 이미지는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런데 대선이 끝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새누리당 안팎에선 지킬 수 없는 공약은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박 당선인은 이 같은 목소리에 경고를 보내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최근에는 기초노령연금 지급, 4대 중증 질환 무료 진료 등 주요 복지 공약을 대폭 수정하기로 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다.

박 당선인 측이 주요 복지공약을 수정하기로 한 것은 당초 예상보다 재정이 훨씬 더 많이 소요돼 재원조달이 어려운데다, 형평성 논란과 도덕적 해이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점은 대선기간 꾸준히 지적되어왔던 것들이다.

불과 두 달 전엔 이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해도 무조건 할 수 있다며 억지를 부리다 지금에 와서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약 재조정 '신뢰 잃고' 대선 후유증 '정당성 잃고'
당내 비박세력 꿈틀 "발목 잡힌 국정 추진동력"

물론 역대 대통령 중 대선 공약을 제대로 이행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맞지만 박 당선인의 경우는 평소 '약속과 신뢰'를 가장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때문에 일부에선 "박근혜 정권의 진짜 고비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선보다 공약 재조정"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네 번째 이유는 박 당선인의 국정 추진력이 벌써부터 발목이 잡혔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30일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에 서명하지 않은 새누리당 내 의원은 154명 중 9명으로 지난 정권 출범 직전 여당 전체 의원 서명으로 발의되던 때와는 비교된다.

일부 의원들의 미서명은 이때까지만 해도 정치적 소신을 밝힌 차원이라고 해석됐으나 최근에는 곧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견제세력이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유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제대로 힘을 쓸 수 없고 박 당선인의 정국운영 추진력도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드시 해결해야
'성공한 대통령'

게다가 새누리당은 현재 무려 11명의 의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소송에 휘말리며 자칫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는 지경에 처해있다. 대선 당시 과반의석을 무기로 강력한 국정 장악력을 보여주겠다던 박 당선인의 계획은 정부 출범 전부터 어긋나게 된 것이다. 특히 과반이 깨져버린다면 박근혜식 리더십으로서는 결코 야권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박 당선인의 리더십은 전형적인 '나를 따르라'식이다. 이 같은 박근혜식 일방통행 리더십은 새누리당을 여러 차례 위기에서 구해내며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과연 새 정부의 정식 출범 전부터 꼬여버린 박 당선인의 행보는 정상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까? 박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주어졌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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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