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SK 쇼크’ 후폭풍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4: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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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 ‘회장님들’…겁먹고 ‘바들바들’

[일요시사=경제1팀] 폭풍전야. 요즘 재계 분위기가 딱 그렇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비리 기업인들이 떨고 있다. 특히 재벌 총수 죗값에 대한 ‘정찰제 판결 공식’이 깨져 더욱 좌불안석이다. 다음 타깃은 누가될지 아무도 모른다.



법원이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구속하자 재벌 총수에 대한 사법부의 엄벌 의지가 강하게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기업 총수 구속이 ‘국가 경제발전 기여’, ‘경제계에 미치는 충격’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주로 선고하던 관행이 ‘징역 4년, 법정구속’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잘나가던 총수들
줄줄이 ‘실형’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2월 1심 판결이 나온 태광그룹 횡령 사건에서 먼저 감지됐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이어 이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최규홍)도 이 전 회장에 대해 4년6개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벌금 액수만 달라졌을 뿐 형량은 1심 판결과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에 대해 “기업은 시장경제의 근간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경영을 정착시켜야 한다”며 “기업인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 클수록 범죄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이 범죄예방과 투명한 기업경영의 정착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건강이 악화돼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 전 회장에 대해 2심 선고 뒤에도 건강상태를 고려해 보석허가 결정을 유지하면서 형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현재 태광 횡령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최태원 회장 세간 예상 깨고 전격 법정구속
‘유전무죄 무전유죄’정찰제 판결 공식 깨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 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 회장은 위장계열사의 빚을 계열사가 대신 갚게 해 회사와 주주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손해를 끼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계열사를 이용해 차명 계열사를 지원한 점, 배임 범죄로 인한 계열사 피해가 2883억원에 달했다”며 “큰 규모의 차명 계좌를 운영하면서 양도소득세 포탈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에 손해를 가했으며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이면서도 모든 책임을 실무자에게 떠넘기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 역시 항소심 재판 도중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현재는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3~4월쯤으로 예정돼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주눅든 총수들
누가 감옥 갈까

상황이 이렇자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오너가 실형을 선고받은 SK, 한화, 태광은 물론, 다른 대기업들까지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특히 LIG, 오리온그룹, 금호 등 오너가 현재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중인 기업들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신세다.


업계 안팎에서는 회삿돈 횡령 혐의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후폭풍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담 회장은 300억원 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2011년 6월 구속됐다. 같은 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해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2심 종료 후 검찰이 항소를 제기해 현재 대법원 3심이 진행되고 있다.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 임원에게 월급이나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해외법인 자회사를 인수하는 것처럼 꾸며 회삿돈 약 300억원을 횡령·유용한 뒤 이 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총 226억원을 빼돌렸고 76억원을 유용하며, 서울 성북동 자택의 관리비나 관리비 용역비 등으로 썼다.

또 법인자금 19억원을 이용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와 ‘포르쉐 카이엔’ 등 고급 승용차 등을 리스해 자녀의 통학용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거액의 미술품 10여점을 사들여 자택에 걸어두는 등 회사에 거액의 손실을 끼치기도 했다.

이호진·김승연·구자원…재판중인 총수들 좌불안석
구속→실형→집유→? 떨고 있는 담철곤 

담 회장은 이러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지만, 이내 법원의 관용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현재는 검찰의 항소로 3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종결됐던 담 회장 비자금 사건이 최 회장의 구속으로 새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리온과 더불어 구자원 명예회장을 비롯한 LIG그룹 오너 일가도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처지다. 구 명예회장과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등은 2011년 3월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이전 22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사기 발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사기성 CP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구 회장 일가가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계열사의 경영권을 상실할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또 구 회장 일가가 2009년부터 15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LIG건설이 발행한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조작한 사실도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에 대한 중형이 내려진 날 서울중앙지법에선 LIG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속행 공판이 열렸고, 이들 역시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분쟁 중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박 회장은 300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하이마트도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은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수 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와 재산의 해외도피, 탈세의혹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기업도 노심초사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신세계 이마트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희 부장검사)로부터 노조활동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전방위 사찰한 의혹을 받고 수사를 받고 있으며, 신세계의 계열사 부당지원 여부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박은재 부장검사)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도 불법파견 혐의를 받고 울산지검 공안부로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대법원이 현대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내놓은 만큼 이번 수사가 어떻게 결론을 낼지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재벌 총수들의
‘봄날’은 갔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두고, ‘유전무죄’ 관행을 없앤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 대부분이지만 반기업 정서 확산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 역대 기소된 총수 가운데 실형을 산 예는 별로 없다. 형기를 채운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대기업 정보 제공사이트 재벌닷컴이 지난해 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자산기준 10대 재벌 총수 가운데 7명이 총22년6개월형의 징역형을 받았지만, 결국은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간 재벌 총수들은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부당 내부거래, 외환관리법 위반 등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예외 없이 사면을 받았다.

사면에 걸린 기간도 형이 확정된 뒤 평균 9개월에 불과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은 모두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의 경제범죄를 저질렀지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시민단체 연대 모임인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논평에서 “재벌 범죄에 대한 사법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특정경제범죄의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범죄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가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이유로 재벌들이 준법에 소홀했던 면이 없지 않았다”며 “결국 법원의 지나친 관용이 대기업 총수들의 도덕적·법적 해이를 반복적으로 초래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변해야 할 때”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그간 최 회장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경영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활성화 등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최 회장 판결을 계기로 최근 사회 일부에서 일어나는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도 “최근 사회적 여론을 근거로 향후 대기업 오너들을 상대로 마녀 사냥식 실형 선고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문제는 ‘총수 죽이기’가 아니라 재벌 범죄가 일어날 수 없게 하는 구조개선”이라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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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