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인면수심' 목사님의 두 얼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5: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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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번씩이나… 천사가면 쓴 악마형제 번갈아 몹쓸짓

[일요시사=사회팀] 인천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천사 형제로 알려졌던 이씨 형제의 실체는 충격적이었다. 이들 형제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안면이 있던 지적장애 자매를 수년간 수십 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 형제 중 목사 안수를 받은 형은 "언니는 했는데 동생은 안했다"며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마저 부인하고 있다. 상담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자들의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렀다.


"사실 그 사람 잘 오지도 않았어요.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했어요."

인천 중구 동인천역 앞 허름한 빌딩들이 늘어선 골목길에는 '사랑의 마을' 급식소가 있었다. 인근 상권이 쇠락하면서 근처에 있던 식당과 학원들이 모두 문을 닫은 그곳에는 몇몇 유흥주점 간판과 노래방 네온사인만 눈에 띄었다. 한눈에 봐도 조악한 '사랑의 마을' 간판 밑에는 소형 봉고 트럭 2대가 주차돼 있었다. 사이드미러 너머로 눈에 비치는 운전석에는 십자가가 걸려있었다.

언론의 집중 조명
장관표창까지 받아

'사랑의 마을'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던 이모(54)씨는 '조명탄 목사'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언론에 선행으로 보도된 것만도 수십 차례.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로 된 선행 표창까지 받았다.

과거 이씨는 인천에서 유명한 조직폭력배로 활동했다. 인천 최대조직인 G파 행동대장으로 알려진 그는 그쪽 세계에서 '해결사'로 통했다.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건설업자들과 손잡고 힘없는 철거민을 두들겨 패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의 대가로 이씨는 유흥주점을 관리하며 빌딩 등의 부동산을 소유했다.


폭력 등 전과 14범으로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살았던 이씨는 지난 1996년 수감생활 도중 인천순복음교회의 최성규 목사를 만났다. 최 목사는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의 마지막 영결예배를 집도했던 목사다. 최 목사는 김씨처럼 조폭 출신인 이씨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당시 최 목사는 이씨를 수차례 면회하면서 신앙을 가지라고 조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부터 3년이 지난 1999년. 이씨는 출소 후 자신 명의의 부동산 일부를 매각해 '사랑의 마을'이라는 무료급식소를 설립했다. 노숙인에게 밥을 나눠주는 일종의 교회 봉사를 시작한 것. 이씨는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유일한 속죄의 길"이라며 '사랑의 전도사'를 자칭했다. 그러나 '사랑의 마을'을 시작한 지 14년이 지난 최근 이씨는 10대 지적 장애 여성 2명을 수년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천사라는 가면에 가려져 있던 그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씨는 몇 년 전부터 '사랑의 마을'에 거의 출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언론 촬영이나 취재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이씨가 '사랑의 마을'을 찾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일부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노인들에게 제공한 무료 급식 수준도 턱없이 낮았다. 급식을 만드는 일은 이씨의 손윗 처남이 혼자 도맡았는데 이마저도 무료급식소가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몇몇 노인들은 쓸쓸한 발걸음을 되돌려야했다.

이씨의 한 지인은 "급식소를 자주 찾는 분들 중에서는 할머니가 많으셨는데 혼자 식당을 운영해서 그런지 식단을 보면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인은 "무료급식소가 있는 건물 임대료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이씨 명의로 된 후원 계좌가 알려진 것만 수백 개인데 그 돈을 모아 모두 어디로 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과 14범 폭력조직 행동대장 출신 "감옥 들락날락"
99년 출소 후 무료급식소 운영…'노숙인 대부' 칭송

이씨는 지난 2005년께 인천예수중심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씨와 오래전부터 안면이 있던 '사랑의 마을' 관계자는 "이씨가 인천예수중심교회의 이초석 목사와의 인연으로 몇 해 전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인천예수중심교회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지만 지난해 8월 이 목사는 주일 설교 도중 이씨의 예명과 목사 직함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성폭행 사건이 불거지자 서울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한 목사는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경찰서를 직접 찾았다. 그는 "내가 오래 전부터 이씨를 알고 지냈는데 돈 주고 목사직을 산 그런 놈은 목사가 아니다"고 말하는 등 이씨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이어 그는 "목사들한테 기부하라며 돈 뜯고 '다방 여자'들 엉덩이 때리며 희희덕대는 그놈 때문에 우리 교회가 지금 이렇게 먹칠을 당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목사라는 직함과 '사랑의 마을'이라는 단체를 교묘히 이용했다. 기업이나 교회, 각종 단체에 후원을 요구할 때면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한 뒤 '사랑의 마을'이 언급된 기사 스크랩 파일을 보여줬다. "이런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 돈을 좀 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또 이씨는 인천시로부터 무료급식소 운영을 명목으로 한 해에만 6000여만원의 후원금을 챙겼다. 그러나 이씨는 늘 "상황이 어렵다"며 지인들에게 더 많은 후원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받은 후원금은 결국 이씨 가족의 생활비로 쓰였다. 이 같은 사실을 몇몇 후원자들은 알고 있었다. 이와 관련 '사랑의 마을' 후원자 대표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씨는 몇몇 크리스천 교사와의 친분으로 사립 중·고등학교 강연 활동도 벌였다. 10대 장애 여성 2명을 성폭행했던 시기에도 이씨는 꼬박꼬박 강연을 나가 어린 학생들을 만났다. 주로 자신이 회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강연이 끝난 날이면 자신의 옛 부하이자 '사랑의 마을' 운영을 돕고 있던 봉사자 A(39)씨를 만났다. A씨에게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딸 B(19)양과 C(17)양이 있었다. A씨 역시 지체장애(4급)를 갖고 있었다.

이씨는 출소 후 이들과 함께 살았다. 그리고 A씨의 사정으로 각각 6살과 4살이던 B양과 C양이 고아원에 맡겨진 시점까지 이씨는 이들의 보호자를 자처했다. 그러나 이씨가 수년간 성폭행한 사람은 바로 갓 중학생이 된 B양과 C양이었다.


사랑의 마을
성폭행 마을

인천경찰서 등 복수 관계자 증언을 종합하면 이씨는 부인 조모(40)씨와 결혼한 후 A씨의 집을 나와 신혼집을 차렸다. 그리고 이씨의 동생 이모(44)씨는 형이 나간 직후인 2006년부터 A씨의 집에 얹혀살았다.

형과 마찬가지로 전과 14범인 동생 이씨는 출소 후 특별한 직업 없이 인천 모처에 살고 있었다. 동생 이씨는 A씨가 개인 사정으로 B양과 C양을 책임질 수 없게 되자 이들을 고아원에서 빼내 몇 달간 돌봐줬다. 이 같은 인연 때문에 B양 자매는 어릴 적부터 동생 이씨를 '삼촌'이라고 불렀다.

부인 조씨와 결혼까지 하고 목사로 이름을 날린 이씨에 비해 동생 이씨는 전처와 이혼한 후 가진 것이 없었다. 이들 형제가 소원해진 건 이런 사회·경제적인 차이에 기인한다고 한 지인은 귀띔했다.

돈이 필요했던 동생 이씨는 인천 동구에 있는 A씨의 집으로 들어가 A씨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노렸다. 고아원에서 살던 두 자매도 A씨의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동생 이씨와 A씨 가족의 비극적인 동거가 시작됐다.


A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비를 구청으로부터 매달 지원받고 있었다. A씨는 B양과 C양 앞으로 들어오는 장애수당도 함께 관리하고 있었다. 모두 합하면 매달 100만원이 조금 넘는 액수였다. 그러나 A씨는 이 돈 대부분을 동생 이씨에게 강탈당하고 있었다.

기초생활수급비가 통장으로 찍히는 날이면 동생 이씨는 A씨를 닦달했다. 그리고 A씨 가족 생활비로 입금된 돈은 고스란히 현금으로 인출돼 동생 이씨 손아귀로 들어갔다. 동생 이씨는 A씨 가족의 생계비를 갈취하면서도 "우리는 가족이다"라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이니까 함께 살기 위해 그 돈을 자기가 갖고 있겠다는 이해하기 힘든 핑계였다. 이 같은 수법으로 A씨가 당한 피해액은 파악된 규모만 1800만원이 넘었다.

동생 이씨는 A씨가 제때 돈을 주지 않으면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했다. 흉기도 사용했다. 한 번은 동생 이씨가 휘두른 칼에 A씨가 등을 찔려 병원치료를 받았다. 무엇보다 동생 이씨는 늘 B양과 C양 앞에서 A씨를 때렸다. A씨에게는 모욕을 두 자매에게는 공포를 심어주기 위한 계산이었다.

이처럼 지옥 같은 날이 계속되자 참다못한 A씨는 동생 이씨로부터 달아났다. 가출을 한 것이다. 하지만 동생 이씨는 집요했다. 늘 A씨의 소재를 추적했고, A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했다. 그리고 온갖 구실을 잡아 A씨를 때렸다. 때리고 나서는 항상 편지를 썼다. 편지 말미에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폭력의 도그마는 멈추지 않았다.

이 순간에도 이씨 형제는 대외적으로 '천사' 행세를 하고 다녔다. 담당 구청은 A씨의 잦은 가출과 혈연관계가 없는 동생 이씨의 동거를 미심쩍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다. 두 자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동생 이씨와의 분가를 계속 거부했기 때문이다. 담당 구청은 속만 태웠고 동생 이씨의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돈 뺏으며
칼 휘둘러


2013년 1월. A씨는 다시 한 번 가출을 결심했다. 이번에는 자신의 딸인 B양과 C양을 데리고 잠적했다. A씨와의 연락이 두절된 상황. 경찰이 찾아간 A씨의 집에는 동생 이씨만이 있었다. 동생 이씨도 A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긴급한 순간에 한 통의 전화가 인근 경찰서로부터 걸려왔다. A씨가 경찰서에 잡혀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A씨는 경범죄에 연루돼 경찰서에 있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작심한 듯 가출이 잦았던 사정을 경찰 측에 설명하기 시작했다. 동생 이씨의 악행이 몇 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A씨의 두 딸도 동생 이씨의 폭행을 증언했다. 조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B양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삼촌이 저를…."

동생 이씨의 성폭행 사실이 그렇게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동생 이씨는 지난 2009년부터 지난달까지 A씨의 집에서 한 달에 2∼3번씩 모두 수십 차례에 걸쳐 B양 자매를 성폭행했다. 동생 이씨의 성폭행은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벌어졌다. 동생 이씨는 이들이 지적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성폭행 사실을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촌이라 부르며 잘도 따랐는데…"
신세지던 집 두자녀 차례로 성폭행
후원금에 기초생활수급비까지 강탈

실제로 B양과 C양은 성폭행 사실을 수년간 숨겨왔다. 하지만 이들 자매는 성폭행을 기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버지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B양과 C양 자매의 입을 막았던 동생 이씨는 결국 경찰에 구속됐다. 그리고 닫혀있던 본인의 입을 열었다. "내 형도 집에 와서…."

지난 2009년 이씨는 함께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던 A씨가 자신의 딸들을 급식소에 데려오자 A씨에게 심부름을 시켜 A씨만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남아있던 B양 자매를 차례로 성폭행했다.

이씨의 성폭행은 그날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씨는 자신의 동생이 살고 있는 A씨의 집을 찾아 또다시 B양 자매를 성폭행했다. 확인된 사례만 모두 6건. 이들 형제가 B양 자매를 성폭행한 횟수는 모두 36번이었다.

숨겨온 비밀
파렴치한 형제

나란히 구속된 형제에게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인천경찰서는 곧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경찰서 강력팀의 허석곤 수사관은 "이들 형제의 여죄 여부를 계속해서 밝힐 것"이라며 "이런 중범죄의 경우는 보강 수사를 더 해야 하는데 구속 기간이 짧은 것이 좀 아쉽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이씨가 폭력조직과의 유착을 완전히 끊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피해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하고 피의자가 형을 마치고 출소했을 때 추가적인 보복도 사전에 예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피해 가족 상태는?

A씨 가족은 이씨 형제의 악행이 드러난 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성폭행 사실을 진술한 B양과 C양은 이씨 형제의 해코지가 두려워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현재 B양 자매는 구청의 지원 속에 병원과 연계된 다수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이수 받고 있다. 신경안정제도 복용하고 있다.
B양 자매를 돕고 있는 구청 직원은 "아이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선 주위에서 아이들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언론의 신중한 보도를 부탁했다. 아이들의 아버지 A씨는 "이젠 우리끼리 정말 잘 살고 싶다"며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삶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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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