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노조 뿔난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05 11: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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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수당 달라는 게 부당한 요구인가요?"

[일요시사=정치팀]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이 해도 당연히 받아야 할 '시간외 수당'을 주지 않는 회사가 있다. 정당한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으니 간이 커도 너무 큰 회사다. 이 회사의 이름은 '새누리당'.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제1당이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배출한 집권여당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 기간 행복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전에 자신의 주변부터 돌아봐야 할 듯하다. 새누리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지난달 17일 성명을 내고 근무여건의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에 들어갔다. 그들이 밝힌 새누리당의 근무여건은 설마 대한민국 제1정당의 것이라고는 쉽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말뿐인 노동법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지난해 1월경부터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이어지면서 거의 1년간이나 엄청난 격무에 시달렸다. 이 기간 새누리당 당직자들에게는 밤낮과 주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단 한번도 '시간외 수당'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바쁜 일정 탓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여름휴가는 꿈도 못 꿨지만 연차휴가보상비도 지급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야근과 주말근무 시에는 통상임금의 150% 수준의 시간외 수당을 반드시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이를 어길 경우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직원들은 시간외 수당을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회사에 관련 시스템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사무처 직원들의 급여는 3년째 동결이다. 반면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경찰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인상하고, 휴일·야간 근무 수당의 인상도 공약했다. 군인들의 월급도 대폭 올라갈 전망이다.


이외에도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2015년까지 공공부문에서 상시ㆍ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해 왔지만 정작 새누리당의 사무처 당직자들 중 20% 정도는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해 6월에는 새누리당 당직자의 육아휴직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출산휴가를 마친 당 사무처 직원이 2개월간의 육아휴직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뒤 2개월 무급휴직으로 처리된 것이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였기에 당시 이 사건은 크게 부각됐다.

당장 야권에선 "여권신장 운운하며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던 새누리당이 거꾸로 출산여성들을 억압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이런 행태는 현행 고용노동법이 보장하고 있는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커지자 그제서야 새누리당은 거부했던 당 사무처 직원의 육아휴직 신청을 부랴부랴 수용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일반 직원들이 정당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때문에 새누리당 노조는 그동안 당연시 되어오던 이 같은 부당한 행위들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투쟁에 나선 것이다.

"자기 식구부터 챙겨라!" 노동 공약 진정성 의심
법 어기고도 당당…사상초유 당직자 파업할까?

노조 관계자는 "정당의 사무처도 당연히 근로관계가 기본이며, 근로기준법 내지 기타 노동관계법이 적용되는 곳"이라며 "그동안 새누리당 사무처는 노동권익이 보장되지 못하는 사각지대나 마찬가지였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새누리당에 노조가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금의 노조와 같은 성격의 단체는 전부터 존재했지만 공식적으로 노조라는 이름이 사용된 것은 2004년부터다.


현재 새누리당 사무처 노동조합은 중앙당과 시도당의 사무처 직원 150여 명으로 구성돼있는데, 이들은 일반사업장의 정규직과 같은 개념이다. 사무처 당직자이면서 조합비를 납부하고 노조가입원서를 작성하면 누구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들이 노조이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오지만 이들은 결코 특별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조원이 아닌 새누리당의 일반 직원들도 새누리당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은 마찬가지다. 한 새누리당 직원은 "근로기준법이라는 것도 국회에서 만든 것 아닌가? 그런데 국회 제1당이 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 우리는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단지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내용을 지키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노조와 새누리당과의 교섭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 노조는 지난 연말부터 2013년도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 관련 단체교섭을 이어 왔다. 하지만 교섭 당사자인 서병수 사무총장은 아무런 결정권도 없는 실무자에게 교섭을 떠넘기며 사실상 교섭을 회피하기 바빴다.

서 총장은 친박계 실세로 통하는 인물이다. 심지어 사측의 교섭위원으로 나온 사람들은 노조 간부들에게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회사 관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면 되지 않냐"는 황당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노사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결국 새누리당 노조는 지난 1월17일 성명서를 내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새누리당 측은 노조 측에 제시안을 내놓긴 했지만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사상 초유의 새누리당 당직자들의 파업사태까지 예상된다.

남한테만 지켜라?

새누리당 노조 관계자는 "새누리당 내부의 이런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으면서 박 당선인이 기업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비정규직을 줄여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이는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이 내세운 노동공약 전체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19대 총선, 18대 대선을 달려오며 오로지 당과 국민을 위한 일념으로 노조 차원의 요구를 접고, 대의에 충실해 왔는데 새누리당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무척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새누리당 측에 이와 관련한 성의있는 답변을 요구했으나 새누리당 측은 곧 입장을 정리해 공식 발표할 것이라며 답변조차 거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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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