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기상천외 성인용품 대공개

살살 빨아먹는 ‘설탕속옷’ 슬슬 녹여주는 ‘황금딜도’

[일요시사=사회팀] 홍대, 명동 등 서울시내 번화가에서 눈에 띄는 상점을 볼 수 있다. 바로 성인용품점. 국내에서 성인용품점이라고 하면 음지에서만 성행하는 은밀한 장소라고 인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번화가에서 음란상점으로 미화된 성인용품점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고자 팬시 성인용품점이 들어서는 한편,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여성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생 성인용품점이 하나둘씩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색 성인용품점을 집중 취재했다.

선진국가인 프랑스나 독일, 일본 등에서는 비교적 많은 성인용품점들이 건물 1층에 버젓이 들어서 있다. 반면 성문화에 개방돼있지 않은 우리나라는 외진 골목이나 오래된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 자리를 잡고 성인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나마 현재 국내의 성의식이 과거보다 눈에 띄게 개선됐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은 만족도나 위생 상태를 위해 콘돔을 비롯한 다양한 성인용품들이 예전보다 많이 제작·판매 되고 있고 쇼핑몰도 배로 많아졌다.

성인용품도
이제 팬시화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성인용품점이 있었다. 홍대와 명동 등 번화가에 위치한 ‘콘도000’. 상점에 들어서기 전 콘돔을 연상케 하거나 남성의 성기모양을 귀여운 모양의 캐릭터로 미화해 입구유리를 대문짝만하게 가득 메웠다. 이곳은 기존에 인식하고 있던 성인용품점과 달리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에 쉽게 현혹되는 여성고객을 노린 듯 팬시성인용품점으로 둔갑시켜 거부감을 덜게 했다. 이 때문인지 기자가 직접 방문했던 때가 꽤 이른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여대생들이 방문했다.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 다양한 종류로 구비돼있는 것은 단연 콘돔이었다. 작은 우유 곽 모형 속에 딸기, 포도, 레몬, 메론 등 여러 가지 향을 첨가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만든 미니 우유 곽 콘돔, 알록달록 여러 가지 색깔별·모양별 콘돔에 막대를 붙여 모르는 사람은 막대사탕으로 오인할 수도 있는 롤리팝(막대사탕) 콘돔이 전시돼 있었다. 아래 칸에는 성인용 머그컵과 야릇한 사진포장의 설탕속옷, 페로몬 향수 등이 나열돼 있었다.

롤리팝·우유곽 모양 각양각색 콘돔
24시간 몰…자위기구 심야배달 가능

성인용 머그컵은 물을 부으면 옷이 녹아 속살이 다 보이는 구조였다. 여성의 빨간 입술이 클로즈업된 상자 안에는 ‘먹을 수 있는 속옷’이라는 명목인 설탕으로 제작된 속옷이 담겨 있었고, 바로 옆 칸에도 알알이 묶인 사탕브라·팬티세트가 진열돼 있었다. 이 외에도 립스틱 모양의 콘돔, 겉이 도금돼있는 황금 콘돔 등이 약 3000원의 가격으로 책정돼 판매되고 있었다.

맨 아래 칸에는 남성 성기모양을 쿠션화한 ‘페니스공’과 집 천장에 걸어둘 수 있는 커다란 페니스 풍선이 진열됐다. 종류별 콘돔을 포장해 놓은 콘돔포장세트도 1만원 대에 판매 중이었다. 오른쪽과 왼쪽 벽에는 기능성이거나 브랜드가 있는 콘돔들이 나란히 걸려있었는데, 그중 ‘사정지연콘돔’과 ‘원터치 콘돔’이 눈에 띄었다. 사정지연콘돔은 콘돔 끝에 국소마취제가 묻어있어 관계 시 사정시간을 더 지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직접 사용해본 남성들은 “확실히 사정이 지연되는 효과는 있다. 여자친구가 좋아하긴 했지만 성기를 마취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성감이 떨어져 남자한테는 별로 안 좋은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원터치 콘돔은 일본에서 건너온 제품으로, 한손으로 테이프만 당기면 바로 성기에 씌울 수 있어 편리함을 부각시켰고 사정 부분에 공기가 빠져 있어 일일이 공기를 빼야하는 수고를 덜게 했다. 더불어 재질이 질겨 손톱 등에도 잘 손상되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원터치 콘돔은 사용한 사례자는 “정말 편리하다. 품질도 나름 괜찮다. 앞으로는 자주 이용해야겠다. 특히 와이프가 만족스러워 해서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오르가즘 볼펜
패니스 줄자

중간 진열단상에는 몸에 바르는 초콜릿 유리병과 여성 가슴모양의 저금통, 다양한 입욕제와 러브젤이 진열됐는데, 희귀했던 상품은 ‘버진 어게인’이었다. 버진 어게인은 여성용 크림으로, 질이 수축돼 질압을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설명돼있었다. 남성과 여성 둘 다 첫경험의 짜릿한 경험을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어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를 사용한 주부 이모씨는 “좀 부끄럽지만 남편이 엄청 좋아하더라. 요즘 고민이 많았는데 단 한 번에 해결됐다. 다만 가격대비 양이 좀 적은 것이 단점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버진 어게인은 6만원 대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음에도 수많은 여성들의 예찬덕분에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성관계를 혹은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위한 성인용품도 있었던 반면 단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성인용품도 있었다. 오르가슴 볼펜과 패니스 줄자, 체위카드가 그것이다. 오르가슴 볼펜은 펜을 꾹 눌러쓰면 펜 위쪽 부분에서 여성 신음소리가 들리는 팬시제품이고, 페니스 줄자는 남성 성기 길이를 재는 용도의 줄자였다.

체위카드는 남녀가 원카드 게임방법으로 카드게임을 하다가 마지막에 남는 카드의 그림대로 체위를 시도해보는 재미용도의 팬시카드다. 이 외에도 말랑말랑한 고무소재의 여성가슴 볼, 여성 엉덩이 모형의 안티 스트레스 볼 등이 아래 진열대를 꽉 채우고 있었다. 클럽파티나 기념일에 착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 용도의 큼지막한 콘돔 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깨부터 발끝까지 망사로 된 야시시한 여성용 속옷과 간호사, 경찰 등 코스프레 속옷, 은수갑과 가죽수갑 등을 판매해 더욱 자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며 적나라한 홍보에 나섰다.

            

뒷골목 성인용품점 번화가에 떡하니 자리
팬시점·레스토랑형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친구와 같이 매장을 방문한 여대생 김모(22)씨는 “내부 인테리어나 상품들이 예뻐서 처음에는 팬시점인줄 착각했다. 알고 봤더니 성인용품점이었다. 친구랑 같이 오지 않았다면 정말 민망할 뻔 했다”며 “성인용품도 팬시용품처럼 디자인이나 색깔에 초점을 맞추니 접하기 쉽고 거부감이 덜해서 좋다. 콘돔 종류도 많고 기호에 따라 사용할 수 있을 거 같다. 남자친구랑 한 번 더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치 팬시용품으로 착각이 들 만큼 앙증맞고 귀여웠던 성인용품점도 있었지만, 기존의 성인용품점처럼 노란색과 붉은색 조명 아래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성인용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기자가 두 번째로 방문한 강남의 모 성인용품점은 입구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성인용품점이라고 명시돼있지 않으면 여느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다를 게 없어보였다.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진 나무문, 아기자기한 문패까지 여성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바로 옆에는 성인PC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아저씨가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이 성인용품점은 앞서 방문했던 팬시성인용품점과는 달리 온 사방의 벽과 천장까지 진열된 여성·남성용 자위기구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실제 신체구조와 유사하게 만들어진 남성 페니스와 여설 질 입구, 엉덩이, 가슴 등이 나열됐다. 주로 40∼50대 남성은 고무로 제작된 여성의 엉덩이와 가슴을 구매한 후 실제로 자위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이 성인용품점 주인은 “페니스 크기가 작은 남성들은 고무로 만들어진 페니스를 끼우고 성관계를 갖기도 하고, 돌기가 나와 있는 콘돔을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휴대폰 고리용
애널용품도

남성들을 위한 자위기구는 수없이 많았다. 대부분 가슴과 질, 엉덩이였지만 실제 사람의 살과 비슷한 촉감을 자랑한다고 설명돼 있었다. 여성의 질 모형에 남성의 성기를 삽입하면 신음소리가 덤으로 나는 상품도 진열됐다. 아이스 컵으로 된 여성 질 상품도 있었는데, 뚜껑을 열면 남성의 성기를 컵 속에 넣어 자위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구강섹스를 위한 상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렇게 남성용 자위기구는 대부분 여성의 신체를 실사화한 고무모형이었다. 고무 안에 구멍이 뚫려 언제든지 남성의 성기가 고무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작됨은 물론 신음소리나 오럴기능까지 추가됐다.

반면 여성의 자위기구는 달랐다. ‘바이브레이터’라고 해서 진동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모형과 길이가 남성의 성기와 같았다. 여성용 자위기구는 남성의 것보다 배는 많았다. 주인에 따르면 여성 고객들이 성인용품점을 더 많이,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주 고객층은 30∼40대 여성이고, 간혹 20대 여성들도 친구나 남자친구랑 같이 방문해 자위기구나 애널용품을 구매하기도 한다고. 특히 단골손님은 1주일에 한두 번씩은 새로 나온 것 없냐며 구경하다 하나씩 구매한다고 전했다. 기자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주인은 여성용 자위기구의 사용법과 종류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낮에도 여대생 북적
성의식 과거보다 개선

여성용 자위기구는 진동의 강도와 크기에 따라 종류가 나뉘어졌는데, 진동의 강도가 셀수록 여성들이 만족감을 최고로 느낀다고 한다. 크기도 아주 얇고 작은 것부터 굵고 긴 것까지 다양했다. 일본에서 수입해왔다는 진동과 회전, 구슬기능을 합쳐놓은 자위기구는 마니아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인기상품인 진동세기 60에 달하는 자위기구는 20∼30대 주부나 싱글여성들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약간 나이가 있는 여성은 일반적인 자위기구보단 금으로 도금된 황금자위기구를 선호한다고도 한다. 일반 바이브레이터 옆에 실제 남성의 성기와 똑같이 생긴 고무 페니스도 있었는데, 아래 부분에 손가락 하나 정도만 들어갈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 구멍에 손가락을 끼워서 사용하는 용도인 듯 보였다.

여성의 항문을 자극하는 ‘애널용품’도 다양했다. 애널용품은 대부분 얇고 길었다. 진동이 가미된 제품도 있는 반면 긴 장난감 같은 단순한 모양도 있었다. 그중 휴대폰 고리와 라이터가 눈에 띄었는데, 성인용품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성인용품인지 모를 정도로 감쪽같은 제품이었다. 라이터 모형은 옆 부분에 버튼만 누르면 길고 얇은 진동기가 나오는 구조였고, 휴대폰 고리는 끝부분은 둥글지만 작은 버튼을 누르면 진동이 되는 작은 장난감 모형이었다. 물론 휴대폰 고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수십 가지 종류의 러브젤과 콘돔, 입욕제, 자위기구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전 매장처럼 여성용 섹시속옷과 가터벨트, 스타킹, 수갑, 바니(토끼) 코스프레 의상이 왼쪽 벽 구석에 걸려 있었다. 여성용 상품이 더 많은 것으로 보아 남성보다는 여성고객이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됐다.

주인은 “과거에는 남성고객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여성들이 더 많아졌다. 여성의 성의식이 개방되면서 기호에 맞는 자위기구를 사용해 스스로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누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성인용품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성들이 성인용품을 통해 욕구를 충족함으로써 성범죄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성인용품 중독은
성생활에 악영향

성인용품점은 온라인에서 더 인기다. 대부분의 온라인 성인용품몰은 24시간 대기상태로 심야시간 대에도 언제든지 택배 배달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오프라인 성인용품점 방문을 꺼려하는 남녀고객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한다. 실제로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남녀 중 80% 이상이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자위기구에 중독되면 실제 남녀 간 성관계에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한 섹스칼럼니스트는 “관계 상대가 있음에도 자위행위를 즐기거나 자위기구를 통해 더 짜릿함을 느낀다면 이 또한 존재가치에 대한 상실감에 빠뜨리게 한다”며 “한번 성인용품에 빠지게 되면 그 중독에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특별한 때에 가끔 이용하는 것이 성생활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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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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