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투성이' 장순흥 수수께끼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30 14: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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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배후설부터 개신교 나팔수까지 '설왕설래'

[일요시사=사회팀] 장순흥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가 인수위에 합류하자 가장 먼저 들렸던 얘기는 "박정희 측근 장우주씨의 아들이 대를 이어 박근혜와 인연을 맺었다"였다. 장 교수와 관련된 CT&T 의혹, 창조과학회 논란까지 그의 인선이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장 교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평가를 비웃듯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전무후무한 거대 조직을 만들어냈다. 그를 둘러싼 소문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다음달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조직 개편이 한창인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가 단연 눈길을 끌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 과학기술 정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총괄하는 부처로 예상 본부 인력만 1000여 명이 넘는 초대형 조직이다.

매머드 미래부
장순흥 미래는?

금융자산 100조원 규모의 우정사업본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예편됐으며 교육부가 관장했던 산학협력, 특성화 대학지원도 모두 미래창조과학부로 그 기능이 이관됐다. 이밖에도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으로 편입됐다.

이처럼 미래창조과학부가 차기 정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설립을 주도한 장순흥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수위 교육과학분과에서 과학 분야 수장 역할을 맡고 있는 장 위원은 이번 인수위에 합류하면서 '박정희 측근의 아들'로 소개됐지만 실은 '정몽준의 사람'에 더 가깝다.

미국 매사추세츠(MIT) 대학 동문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장 위원의 인연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통합21'이란 정당을 만들며 대권에 도전했던 정 의원은 당시 대한민국 양 거대 정당의 벽을 넘지 못하고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한다. 재계에서는 맞설 사람이 없던 정 의원이었지만 대선을 겪으면서 인맥의 부재를 실감한 정 의원은 이 무렵부터 각계를 망라한 인재 수집에 총력을 기울인다.


장 위원과 돈독한 관계를 쌓은 것도 이때쯤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정 의원은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획처장으로 있던 장 위원에게 과학기술 관련 자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지난 2005년 8월 정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28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심포지엄에서 장 의원은 '원자력, 얼마나 안전한가?'란 주제로 연단에 섰다. 이로부터 2달 뒤 정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으로 KAIST를 방문했고 당시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현 스탠포드대 교수)을 만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조율해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장 위원이 함께했다.

'뜨거운 감자' 초대형 미래부 주축멤버 관측
정몽준과 대학동문 친분…10년 전부터 교류

정 의원과 장 위원은 KAIST가 있는 대전 모처에서 사적으로 만나 강신옥 변호사와 함께 몇 차례 등산을 하고 저녁을 먹는 등 남다른 친분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2007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 의원은 5년의 준비 끝에 지난해 대권에 도전했는데 이때 과학 분야 정책 자문을 담당했던 것이 장 위원이었다.

정 의원은 대선 예비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을 방문해 장 위원과 회동을 가졌다. 원전 사업에 관심이 많은 정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실증시설'인 ACPF를 둘러봤다.

ACPF는 사용후핵연료(방사성폐기물)를 재활용하는 시험 시설로 사용후핵연료는 처리 과정에서 그 형질을 변경할 경우 핵무기급 물질로 전용될 수 있다. 서울로 돌아간 정 의원은 이로부터 약 2주 후 "북한 핵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 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장 위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한전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UAE 원전 수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했다. UAE로 직접 날아가 협상 대표단을 3차례나 만나는 등 '한국형 원전' 수출에 열의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UAE와 계약 체결 후 정부는 지난해 2월 터키와도 원전 수출 협상을 벌였는데 정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컨소시엄의 주축인 한국전력기술 지분 5%를 매입해 단숨에 한국전력기술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정 의원과 장 위원은 개신교 신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소망교회 집사인 정 의원은 교회 내에서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현재 소망교회에는 박지만 EG 회장 내외가 출석하고 있으며 차기 정부의 요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도 속속 눈에 띄고 있다.

그리고 장 위원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새누리교회에 출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장 위원은 자신의 아들 이름도 구약성경에서 따왔을 정도로 깊은 신앙을 갖고 있다. 장 위원의 아들은 지난해 교회 신도들의 축복 아래 대전의 한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정몽준의 사람
원자력에 올인

장 위원의 이 같은 이력은 인수위 합류 후 여론의 역풍과 맞부딪혔다. 장 위원이 활동했던 '창조과학회'가 기독교 원리주의를 근본으로 한 학회였기 때문이다. 창조과학회 소속 회원들의 논문 대부분은 학계의 가장 유력한 학설인 진화론(진화생물학)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개신교의 신이 우주와 인류를 창조했다고 믿으며, 나아가 진화론은 그릇된 학설이라고 논지를 핀다. 창조과학설을 신봉하는 회원들은 "결국 진화론은 모든 인간을 무신론자로 만들기 위한 사상 교육의 일환이며 기독교인들을 탄압하기 위한 도구"라고 주장한다.

장 위원은 창조과학회 대전지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전지부에는 유독 KAIST 교수가 많은데 초대회장이었던 김영길 한동대 총장(전 KAIST 교수), 권혁상 신소재공학과 교수, 노희천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최병석 화학과 교수 등이 그 면면을 차지하고 있다.

대전지부의 핵심 사업은 창조과학전시관 건립이다. 대전 엑스포가 열린 지난 1993년 8월 창조과학전시관은 엑스포 전시관 내에 첫 포문을 열었다. 이후 2001년까지 모두 6억6800만원의 운영비를 지출한 창조과학전시관은 2002년 5월 KAIST 대학 내로 전시관을 옮겼다.

지난 2001년 창조과학전시관 이전 논의가 있었을 당시 최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장소는 한남대였다. 하지만 장 위원과 전시관 업무를 도맡았던 노 교수 등은 창조과학전시관을 KAIST로 유치했다. 장 위원과 같은 학과인 노 교수는 이후 창조과학전시관장을 맡게 된다.

KAIST교회에 설립된 창조과학전시관은 매해 1만여 명 수준의 관광객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대부분은 외부 교회 단위의 단체 관람객이었다. 창조과학전시관의 목적은 '잘못된 진화론'을 '창조론'의 관점에서 바로 알리는 것이었다. 일종의 선교사업인 셈이다.

창조과학전시관이 이전될 무렵 장 위원은 KAIST선교회를 세우고 선교회 회장을 맡았다. KAIST 내 포교 활동에 힘써 온 장 위원은 지난 2005년 KAIST교회에서 열린 한 포교대회에 참석해 "이슬람 세력이 교회 복음의 행로를 막고 있다"며 "미전도 종족들을 복음화할 일꾼들이 KAIST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설교했다.

이때 당시 장 위원은 몽골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에게도 각별한 관심을 갖는 등 과학을 통한 비기독권 해외 포교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 위원은 선교를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며 2007년부터 명지대 대학원에서 문화교류선교학과 강의를 맡기도 했다.


KAIST교회를 중심으로 한 이들의 선교사업은 2008년부터 위기를 맞는다. 같은 해 7월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김윤성 한신대 교수의 기고문(KAIST에 버젓이 '창조과학관'이 있다니…)이 게재되면서부터다.

김 교수는 해당 기고문에서 "국립 기관인 카이스트 측이 구내에 창조과학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공간을 제공했다는 건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많아 보인다"라고 적었다. 이 기고문을 기점으로 학계 내의 창조과학에 대한 '사이비과학' 논쟁이 불붙었고 창조과학전시관은 2010년 KAIST를 떠나 대전 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게 된다.

KAIST 내 창조과학전시관의 개관부터 이전까지 지켜봤다는 익명의 조교는 "외부에서 우려하는 만큼 특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규모도 수십평 밖에 안 됐고 대부분의 KAIST 학생들은 그 전시관이 있는지도 모른 채 졸업을 하게 되는 그런 공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창조과학전시관이 KAIST를 떠날 당시 장 위원은 KAIST 부총장을 맡고 있었다. 장 위원은 창조과학전시관을 내줬지만 더 큰 그림을 갖고 있었다.

특혜는 없지만
위헌소지 있다

국내 기독교계의 오랜 숙원은 북한을 상대로 포교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북한은 신앙의 불모지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엘도라도'로 인식된다. 초기에 개척만 잘해놓으면 독점적인 선교 사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에 크리스천들이 뛰어든 것은 이 같은 교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2001년 정부의 승인을 얻어 시작된 평양과학기술대학 건축 공사에는 약 40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참여정부 당시 남북협력기금에서 10억원이 지원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개신교도들의 후원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했다.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는 장 위원이 앉았다. 같은 해 1월 평양에서 열린 학사 조정 회의에는 김진경 평양과학기술대학 총장(당시 연변과학기술대학 총장), 이장로 고려대 교수, 전길자 이화여대 교수가 장 위원과 함께 참석했고, 이들은 모두 자비로 평양행을 선택했다.


장 위원이 다니는 새누리교회도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이사교회로 참여했다. 새누리교회는 1억원 규모의 모금을 목표로 하는 회의를 장 위원과 함께 진행했으며 2007년 평양과학기술대학에 대한 지원을 결의했다.

그리고 2010년 10월, 평양과학기술대학이 학부 과정 100명, 대학원 과정 60명 규모로 문을 열었다. 장기적으로는 학부 과정 2000명, 대학원 과정 600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5억∼10억원 규모의 추가 현금 지원과 600만달러 이상의 운영자금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먼저 국내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평양과학기술대학 내에 '김일성 영생탑'이 세워진 것에 이어 '김일성 주체사상연구센터'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유일신을 믿는 개신교의 교리와 배치되는 '김일성 영생탑'이 공개되자 곧바로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우려를 나타냈고 '김일성 주체사상연구센터'가 들어서자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까지 지원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계에서는 평양과학기술대학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의 최대 주주로 알려진 소망교회는 지원을 철회하지 않았고, 평양과학기술대학의 교육사업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나님' 찬양하며 대학 내 선교사업 논란
"과학자가, 그것도 KAIST서…" 학계 반발

개신교 신앙을 가진 과학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크리스천 과학기술인 포럼' 설립에도 장 위원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과학기술을 이어받을 다음 세대에게 복음 안에 균형 잡힌 가치관을 세워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단체의 발기인 명단에는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오정호 새로남교회 목사, 윤맹현 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장 위원은 이들과 나란히 이 단체의 고문으로 등록됐다.

이처럼 장 위원은 KAIST 교수로 임용된 후 창조과학회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개신교와 관련된 일에 손을 뻗어왔다. 아울러 장 위원은 자신의 창조과학론자로서의 입장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명칭이 '창조과학'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장 위원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과 인수위 업무는 다르다"는 입장을 인수위 출입 기자를 통해 여러 차례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과학기술 분야의 사업이 부진한 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의 상용화 정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과학기술은 뭉쳐야 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장 위원의 의지에 따라 대통령 직속 장관급 독립기구였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구로 편입됐다. 장 위원은 그간 발표한 논문들을 통해 "원자력의 위험성은 실제 밝혀진 것보다 과장됐다"고 주장했으며 전기요금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원전이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복음 전도사
원전 전도사

탈핵단체들은 이런 장 위원을 '원전 마피아'라고 부르며 반발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원전 확대를 반대하는 한 교수는 "인수위에서 장 위원을 선임한 것은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박 당선자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원전은 인류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당장의 이득을 위해 핵안전에 대해 과장됐다고 얘기하는 건 학자로서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과 KAIST에서 인연을 맺었던 한 지인은 "장 위원이 기독교적인 색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KAIST에서 부총장까지 오르는 등 실무적인 경험을 쌓았고 원자력 분야에서도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지 않냐"며 "두고 봐야 알겠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거대조직이 된 만큼 많은 국책 사업들이 몰릴 텐데 그때 가봐야 장 위원이 특정 종교를 대변한 정책을 만들었는지 혹은 모 기업의 이권에 개입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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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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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