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투성이' 장순흥 수수께끼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30 14: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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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배후설부터 개신교 나팔수까지 '설왕설래'

[일요시사=사회팀] 장순흥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가 인수위에 합류하자 가장 먼저 들렸던 얘기는 "박정희 측근 장우주씨의 아들이 대를 이어 박근혜와 인연을 맺었다"였다. 장 교수와 관련된 CT&T 의혹, 창조과학회 논란까지 그의 인선이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장 교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평가를 비웃듯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전무후무한 거대 조직을 만들어냈다. 그를 둘러싼 소문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다음달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조직 개편이 한창인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가 단연 눈길을 끌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 과학기술 정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총괄하는 부처로 예상 본부 인력만 1000여 명이 넘는 초대형 조직이다.

매머드 미래부
장순흥 미래는?

금융자산 100조원 규모의 우정사업본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예편됐으며 교육부가 관장했던 산학협력, 특성화 대학지원도 모두 미래창조과학부로 그 기능이 이관됐다. 이밖에도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으로 편입됐다.

이처럼 미래창조과학부가 차기 정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설립을 주도한 장순흥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수위 교육과학분과에서 과학 분야 수장 역할을 맡고 있는 장 위원은 이번 인수위에 합류하면서 '박정희 측근의 아들'로 소개됐지만 실은 '정몽준의 사람'에 더 가깝다.

미국 매사추세츠(MIT) 대학 동문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장 위원의 인연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통합21'이란 정당을 만들며 대권에 도전했던 정 의원은 당시 대한민국 양 거대 정당의 벽을 넘지 못하고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한다. 재계에서는 맞설 사람이 없던 정 의원이었지만 대선을 겪으면서 인맥의 부재를 실감한 정 의원은 이 무렵부터 각계를 망라한 인재 수집에 총력을 기울인다.


장 위원과 돈독한 관계를 쌓은 것도 이때쯤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정 의원은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획처장으로 있던 장 위원에게 과학기술 관련 자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지난 2005년 8월 정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28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심포지엄에서 장 의원은 '원자력, 얼마나 안전한가?'란 주제로 연단에 섰다. 이로부터 2달 뒤 정 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으로 KAIST를 방문했고 당시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현 스탠포드대 교수)을 만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조율해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장 위원이 함께했다.

'뜨거운 감자' 초대형 미래부 주축멤버 관측
정몽준과 대학동문 친분…10년 전부터 교류

정 의원과 장 위원은 KAIST가 있는 대전 모처에서 사적으로 만나 강신옥 변호사와 함께 몇 차례 등산을 하고 저녁을 먹는 등 남다른 친분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2007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 의원은 5년의 준비 끝에 지난해 대권에 도전했는데 이때 과학 분야 정책 자문을 담당했던 것이 장 위원이었다.

정 의원은 대선 예비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을 방문해 장 위원과 회동을 가졌다. 원전 사업에 관심이 많은 정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실증시설'인 ACPF를 둘러봤다.

ACPF는 사용후핵연료(방사성폐기물)를 재활용하는 시험 시설로 사용후핵연료는 처리 과정에서 그 형질을 변경할 경우 핵무기급 물질로 전용될 수 있다. 서울로 돌아간 정 의원은 이로부터 약 2주 후 "북한 핵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력 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장 위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한전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UAE 원전 수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했다. UAE로 직접 날아가 협상 대표단을 3차례나 만나는 등 '한국형 원전' 수출에 열의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UAE와 계약 체결 후 정부는 지난해 2월 터키와도 원전 수출 협상을 벌였는데 정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컨소시엄의 주축인 한국전력기술 지분 5%를 매입해 단숨에 한국전력기술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정 의원과 장 위원은 개신교 신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소망교회 집사인 정 의원은 교회 내에서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현재 소망교회에는 박지만 EG 회장 내외가 출석하고 있으며 차기 정부의 요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도 속속 눈에 띄고 있다.

그리고 장 위원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새누리교회에 출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장 위원은 자신의 아들 이름도 구약성경에서 따왔을 정도로 깊은 신앙을 갖고 있다. 장 위원의 아들은 지난해 교회 신도들의 축복 아래 대전의 한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정몽준의 사람
원자력에 올인

장 위원의 이 같은 이력은 인수위 합류 후 여론의 역풍과 맞부딪혔다. 장 위원이 활동했던 '창조과학회'가 기독교 원리주의를 근본으로 한 학회였기 때문이다. 창조과학회 소속 회원들의 논문 대부분은 학계의 가장 유력한 학설인 진화론(진화생물학)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개신교의 신이 우주와 인류를 창조했다고 믿으며, 나아가 진화론은 그릇된 학설이라고 논지를 핀다. 창조과학설을 신봉하는 회원들은 "결국 진화론은 모든 인간을 무신론자로 만들기 위한 사상 교육의 일환이며 기독교인들을 탄압하기 위한 도구"라고 주장한다.

장 위원은 창조과학회 대전지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전지부에는 유독 KAIST 교수가 많은데 초대회장이었던 김영길 한동대 총장(전 KAIST 교수), 권혁상 신소재공학과 교수, 노희천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최병석 화학과 교수 등이 그 면면을 차지하고 있다.

대전지부의 핵심 사업은 창조과학전시관 건립이다. 대전 엑스포가 열린 지난 1993년 8월 창조과학전시관은 엑스포 전시관 내에 첫 포문을 열었다. 이후 2001년까지 모두 6억6800만원의 운영비를 지출한 창조과학전시관은 2002년 5월 KAIST 대학 내로 전시관을 옮겼다.

지난 2001년 창조과학전시관 이전 논의가 있었을 당시 최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장소는 한남대였다. 하지만 장 위원과 전시관 업무를 도맡았던 노 교수 등은 창조과학전시관을 KAIST로 유치했다. 장 위원과 같은 학과인 노 교수는 이후 창조과학전시관장을 맡게 된다.

KAIST교회에 설립된 창조과학전시관은 매해 1만여 명 수준의 관광객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대부분은 외부 교회 단위의 단체 관람객이었다. 창조과학전시관의 목적은 '잘못된 진화론'을 '창조론'의 관점에서 바로 알리는 것이었다. 일종의 선교사업인 셈이다.

창조과학전시관이 이전될 무렵 장 위원은 KAIST선교회를 세우고 선교회 회장을 맡았다. KAIST 내 포교 활동에 힘써 온 장 위원은 지난 2005년 KAIST교회에서 열린 한 포교대회에 참석해 "이슬람 세력이 교회 복음의 행로를 막고 있다"며 "미전도 종족들을 복음화할 일꾼들이 KAIST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설교했다.

이때 당시 장 위원은 몽골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에게도 각별한 관심을 갖는 등 과학을 통한 비기독권 해외 포교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 위원은 선교를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며 2007년부터 명지대 대학원에서 문화교류선교학과 강의를 맡기도 했다.


KAIST교회를 중심으로 한 이들의 선교사업은 2008년부터 위기를 맞는다. 같은 해 7월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김윤성 한신대 교수의 기고문(KAIST에 버젓이 '창조과학관'이 있다니…)이 게재되면서부터다.

김 교수는 해당 기고문에서 "국립 기관인 카이스트 측이 구내에 창조과학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공간을 제공했다는 건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많아 보인다"라고 적었다. 이 기고문을 기점으로 학계 내의 창조과학에 대한 '사이비과학' 논쟁이 불붙었고 창조과학전시관은 2010년 KAIST를 떠나 대전 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게 된다.

KAIST 내 창조과학전시관의 개관부터 이전까지 지켜봤다는 익명의 조교는 "외부에서 우려하는 만큼 특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규모도 수십평 밖에 안 됐고 대부분의 KAIST 학생들은 그 전시관이 있는지도 모른 채 졸업을 하게 되는 그런 공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창조과학전시관이 KAIST를 떠날 당시 장 위원은 KAIST 부총장을 맡고 있었다. 장 위원은 창조과학전시관을 내줬지만 더 큰 그림을 갖고 있었다.

특혜는 없지만
위헌소지 있다

국내 기독교계의 오랜 숙원은 북한을 상대로 포교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북한은 신앙의 불모지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엘도라도'로 인식된다. 초기에 개척만 잘해놓으면 독점적인 선교 사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에 크리스천들이 뛰어든 것은 이 같은 교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2001년 정부의 승인을 얻어 시작된 평양과학기술대학 건축 공사에는 약 40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참여정부 당시 남북협력기금에서 10억원이 지원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개신교도들의 후원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했다.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는 장 위원이 앉았다. 같은 해 1월 평양에서 열린 학사 조정 회의에는 김진경 평양과학기술대학 총장(당시 연변과학기술대학 총장), 이장로 고려대 교수, 전길자 이화여대 교수가 장 위원과 함께 참석했고, 이들은 모두 자비로 평양행을 선택했다.


장 위원이 다니는 새누리교회도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이사교회로 참여했다. 새누리교회는 1억원 규모의 모금을 목표로 하는 회의를 장 위원과 함께 진행했으며 2007년 평양과학기술대학에 대한 지원을 결의했다.

그리고 2010년 10월, 평양과학기술대학이 학부 과정 100명, 대학원 과정 60명 규모로 문을 열었다. 장기적으로는 학부 과정 2000명, 대학원 과정 600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5억∼10억원 규모의 추가 현금 지원과 600만달러 이상의 운영자금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먼저 국내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평양과학기술대학 내에 '김일성 영생탑'이 세워진 것에 이어 '김일성 주체사상연구센터'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유일신을 믿는 개신교의 교리와 배치되는 '김일성 영생탑'이 공개되자 곧바로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우려를 나타냈고 '김일성 주체사상연구센터'가 들어서자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까지 지원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계에서는 평양과학기술대학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의 최대 주주로 알려진 소망교회는 지원을 철회하지 않았고, 평양과학기술대학의 교육사업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나님' 찬양하며 대학 내 선교사업 논란
"과학자가, 그것도 KAIST서…" 학계 반발

개신교 신앙을 가진 과학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크리스천 과학기술인 포럼' 설립에도 장 위원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과학기술을 이어받을 다음 세대에게 복음 안에 균형 잡힌 가치관을 세워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단체의 발기인 명단에는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오정호 새로남교회 목사, 윤맹현 전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장 위원은 이들과 나란히 이 단체의 고문으로 등록됐다.

이처럼 장 위원은 KAIST 교수로 임용된 후 창조과학회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개신교와 관련된 일에 손을 뻗어왔다. 아울러 장 위원은 자신의 창조과학론자로서의 입장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명칭이 '창조과학'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장 위원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과 인수위 업무는 다르다"는 입장을 인수위 출입 기자를 통해 여러 차례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과학기술 분야의 사업이 부진한 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의 상용화 정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과학기술은 뭉쳐야 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장 위원의 의지에 따라 대통령 직속 장관급 독립기구였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구로 편입됐다. 장 위원은 그간 발표한 논문들을 통해 "원자력의 위험성은 실제 밝혀진 것보다 과장됐다"고 주장했으며 전기요금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원전이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복음 전도사
원전 전도사

탈핵단체들은 이런 장 위원을 '원전 마피아'라고 부르며 반발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원전 확대를 반대하는 한 교수는 "인수위에서 장 위원을 선임한 것은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박 당선자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원전은 인류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당장의 이득을 위해 핵안전에 대해 과장됐다고 얘기하는 건 학자로서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과 KAIST에서 인연을 맺었던 한 지인은 "장 위원이 기독교적인 색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KAIST에서 부총장까지 오르는 등 실무적인 경험을 쌓았고 원자력 분야에서도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지 않냐"며 "두고 봐야 알겠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거대조직이 된 만큼 많은 국책 사업들이 몰릴 텐데 그때 가봐야 장 위원이 특정 종교를 대변한 정책을 만들었는지 혹은 모 기업의 이권에 개입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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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