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부산 폭력조직 동향

‘조폭 천국’ 부산은 지금 복수혈전 중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부산의 최대폭력조직 ‘칠성파’의 조직원들이 폭행 혐의로 검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칠성파 조직원이 30명 이상 입건된 것은 1990년 대대적인 조직폭력배 단속 이후 23년 만이다. 지난 2010년 칠성파 두목 이강환이 검거된 이후 칠성파 조직원들까지 검·경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부산시내의 타 폭력조직들도 오금을 저리며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흔들리는 부산시내 폭력조직의 동향을 살펴봤다. 


부산 조폭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22일 부산지검이 경쟁관계에 있던 ‘신20세기파’ 조직원을 집단 폭행한 혐의로 군에 입대한 이까지 포함해 칠성파 조직원 30여 명을 대거 구속·불구속했기 때문. 칠성파 조직원이 30명 이상 입건된 것은 1990년 노태우 정권 시절 ‘범죄와의 전쟁’선포 이후 23년 만이다.

보복폭행에 살인
막가는 조폭들

칠성파 조직원들의 보복전은 2011년 6월8일 발생했다. 이날 밤 회식을 해 만취한 30대 중반의 칠성파 중간 간부 이모(37)씨 등 3명은 해운대구 우동의 한  모텔 앞에서 20대의 젊은 신20세기파 조직원들과 마주쳤다. 제 몸도 가누지 못할 만큼 술에 취한 칠성파 조직원들은 경쟁 조직 신20세기파의 젊은 조직원들로부터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칠성파 간부급 조직원들은 상대 조직원의 주먹과 발로 얼굴과 가슴, 배 등을 가격 당했고, 이마가 찢어지는 등 피해를 봤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칠성파 조직원들은 격분했고, ‘작업(상대를 집단 구타하는 것을 의미)’에 들어감으로써 보복폭행에 나섰다. 칠성파 조직원 30여 명은 보복 폭행을 위해 보름간 합숙을 하면서 회칼·야구방망이 등을 실은 차량 10∼15대에 나눠 타고 부산 사하구와 서구, 중구, 해운대구 일대 유흥가를 돌며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을 면밀히 추적했다. 그러던 중 같은 달 24일 부산 시내에서 신20세기파 조직원 1명을 발견했고, 곧바로 집단린치를 가했다. 부산 폭력조직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칠성파와 신20세기파 간 분위기는 더욱 삭막해졌다. 분이 채 풀리지 않은 칠성파 조직은 같은 해 8월15일 또 다른 신20세기파 조직원을 야구방망이로 구타하려 했으나 이 조직원이 도망가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검찰은 6월8일 당시의 보복폭행과 더불어 이후 발생한 폭행 및 살인미수 등 모든 혐의를 이번 구속 기소에 포함시켰다.

칠성파vs반칠성파
반복되는 복수전


칠성파의 타 조직에 대한 보복전에는 긴 역사가 담겨있다. 1960년대부터 부산 시내 중심가에서 활동하다가 80년대 중반 유흥업소와 오락실 등을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입을 바탕으로 부산의 최대 폭력조직으로 군림하게 된 칠성파. 이들은 반칠성파 조직들이 세력을 확장해 나가자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신20세기파는 가장 큰 견제 대상이었다.

칠성파와 반칠성파 세력 중 하나인 신20세기파가 철천지 원수가 된 시기는 1993년 7월, 부산 중구 보수동 길가에서다. 신20세기파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칠성파 조직원들이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정모씨를 회칼로 무려 10여 차례 무자비하게 찌른 것. 이 사건 이후로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사이에는 되돌릴 수 없는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며 두 조직 간 지독한 악연이 시작됐다.

2006년 1월 신20세기파를 비롯한 반칠성파(칠성파 반대세력) 60여명이 회칼·손도끼 등을 들고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난입해 칠성파와 신20세기파 등의 반대세력 조직원들은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2007년 12월15일에는 칠성파 조직원이 부산 서면 번화가에서 경쟁 조직인 서면파의 조직원에게 구타를 당하자, 칠성파의 타 조직원들은 행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흉기로 찌르는 등 보복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내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조직원 30여 명 적발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후 본격 와해수순 밟나

2010년 12월에는 신20세기파 조직원 1명이 칠성파 조직원들에게 기습 폭행을 당해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는데,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조직원 보호’를 내세워 병원에서 난동을 부렸다. 다음해 2011년 6월에는 신20세기파 조직원 40여 명이 칠성파 조직원에 대한 보복을 위해 회칼, 야구방망이 등으로 완전 무장한 채 해운대와 서면 유흥가 일대를 떼로 몰려다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으며 신20세기파 조직원에 대한 보복 폭행도 이즈음 발생했다.

같은 해 8월, 서면 유흥가에서 세력 다툼을 벌이며 폭력을 행사한 부산의 양대 조폭 칠성파와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이 난투극을 벌여 두 조직의 조직원 52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중 칠성파 두목 정모씨와 재건20세기파 두목 변모씨 등 8명을 구속하고 38명을 입건했다.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은 2010년 12월17일 오전 5시30분쯤 칠성파가 관리하는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모 주점에서 난동을 부리다 업주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칠성파 조직원들과 패싸움을 했다. 이후 양 조직은 조직원들을 더 규합했고, 같은 날 오전 7시께 인근 식당 노상에서 2차로 맞붙었다.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은 오후 즈음에 난투극으로 부상한 조직원이 입원한 병원 2곳을 점거하고 보안직원을 폭행한 뒤 의료진을 협박하는 한편 칠성파의 보복에 대비해 병원 앞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등 업무를 방해한 바 있다.

칠성파와 반칠성파 조직들은 거의 연중행사 치르듯 이권다툼은 물론 집단 보복폭행을 벌여왔다. 또한 칠성파 행동대원들은 지난해인 2012년 4월 금주령을 어긴 후배 조직원 3명을 집단 폭행했고, 같은 해 5월에는 탈퇴하려는 후배 조직원에게 “손가락을 자르라”며 위협하는 등 같은 조직원에게도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범죄와의 전쟁
시동 걸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다시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듯 “칠성파에 맞섰던 통합서면파와 부전동파, 신20세기파 등의 두목과 조직원들이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차례로 형사처벌을 받으면서 부산시내 조직세력은 칠성파가 독주를 해왔으나 이번에 칠성파 조직원 34명이 구속되거나 수배중이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본다. 도주 중인 조직원들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부산시내의 약 20여 개에 달하는 폭력조직 중 협소한 조직들은 ‘눈 깜빡하면 다 죽는다’는 신념으로 와해만을 막고자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사실 부산 최대 폭력조직들은 과거의 명성에 비해 현재는 세력이 비교적 약해져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부산 길거리를 장악하며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해 무서울 게 없었던 그들이지만 90년대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폭력조직들이 검찰의 먹잇감이 되자 꼬리를 내리고 몸을 움츠렸다. 실제로 노태우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1년 동안 전국 253여 개에 달하는 폭력조직에서 839명의 조직폭력배가 검거됐고, 이중 762명을 구속됐다. 여기엔 두목급 20명과 행동대장 83명 또한 포함돼 있어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폭력조직은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신20세기파·유태파 등 다음 타깃
검경 ‘떼 범죄’강력 처벌 예고
신흥세력 중심 주먹계 재편 관측

그러나 지금의 폭력조직의 분위기는 노태우 시절과 사뭇 다르다. 최근 경찰 측이 “떼로 지어 몰려다니기만 해도 엄벌에 처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전에 이미 전국의 폭력조직들은 혼란 속에 빠진 상태였다.
특히 범죄도시, 조폭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부산은 약 5년 전만해도 칠성파 등 101개파와 약 2000여 명에 달하는 조직폭력배가 기승을 부렸지만 지금은 폭행 및 상해, 마약과 성매매 알선 혐의로 일부 폭력조직들이 꾸준히 검거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은 칠성파와의 납골공원 사건으로 두목이 구속되면서 잇따라 자수를 하며 조직와해 직전까지 만들기도 했고, 해상유 불법 거래업자들의 범행현장을 몰래 촬영한 뒤 이를 미끼로 선주들을 협박해 2년여 동안 1억여 원을 갈취해 온 유태파와 서면통합파 조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히기도 했다.

그나마 일본 야쿠자와의 오랜 유대관계로 전통과 건재함을 자랑하는 칠성파는 지난 2010년 두목 이강환이 산의 한 건설업체 대표를 위협해 13차례에 걸쳐 약 4억원을 빼앗고 두 차례 납치해 폭행한 혐의로 구속 됐으나 결국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이 나며 조직의 건재함을 보여준 부산의 유일한 조직으로 남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칠성파의 중장년 간부급 주먹들이 사실상 한걸음 물러나 있고, 실제 유흥업소, 오락실 관리, 상대 조직원 협박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조직원은 20∼30대 초반이 대부분이라 이번 구속기소가 조직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

조폭 줄줄이 검거
와해는 시기상조

검경이 대대적인 일침을 놓았음에도 조폭들의 기는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설마 몰려다니다가 검거되겠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이번 칠성파 대거 구속은 부산경찰이 조폭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2013년 새해가 밝았고, 새 대통령이 선출되며 새 정권이 열렸다. 새 정권은 4대 사회악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4대 사회악 중 조직폭력 근절은 해당사항이 아니지만 부산검경은 ‘조폭 뿌리 뽑기’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큰 결심으로 '조폭과 범죄의 도시 부산'이라는 오명을 이번 기회에 모두 씻겨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