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부산 폭력조직 동향

‘조폭 천국’ 부산은 지금 복수혈전 중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부산의 최대폭력조직 ‘칠성파’의 조직원들이 폭행 혐의로 검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칠성파 조직원이 30명 이상 입건된 것은 1990년 대대적인 조직폭력배 단속 이후 23년 만이다. 지난 2010년 칠성파 두목 이강환이 검거된 이후 칠성파 조직원들까지 검·경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부산시내의 타 폭력조직들도 오금을 저리며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흔들리는 부산시내 폭력조직의 동향을 살펴봤다. 


부산 조폭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22일 부산지검이 경쟁관계에 있던 ‘신20세기파’ 조직원을 집단 폭행한 혐의로 군에 입대한 이까지 포함해 칠성파 조직원 30여 명을 대거 구속·불구속했기 때문. 칠성파 조직원이 30명 이상 입건된 것은 1990년 노태우 정권 시절 ‘범죄와의 전쟁’선포 이후 23년 만이다.

보복폭행에 살인
막가는 조폭들

칠성파 조직원들의 보복전은 2011년 6월8일 발생했다. 이날 밤 회식을 해 만취한 30대 중반의 칠성파 중간 간부 이모(37)씨 등 3명은 해운대구 우동의 한  모텔 앞에서 20대의 젊은 신20세기파 조직원들과 마주쳤다. 제 몸도 가누지 못할 만큼 술에 취한 칠성파 조직원들은 경쟁 조직 신20세기파의 젊은 조직원들로부터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칠성파 간부급 조직원들은 상대 조직원의 주먹과 발로 얼굴과 가슴, 배 등을 가격 당했고, 이마가 찢어지는 등 피해를 봤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칠성파 조직원들은 격분했고, ‘작업(상대를 집단 구타하는 것을 의미)’에 들어감으로써 보복폭행에 나섰다. 칠성파 조직원 30여 명은 보복 폭행을 위해 보름간 합숙을 하면서 회칼·야구방망이 등을 실은 차량 10∼15대에 나눠 타고 부산 사하구와 서구, 중구, 해운대구 일대 유흥가를 돌며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을 면밀히 추적했다. 그러던 중 같은 달 24일 부산 시내에서 신20세기파 조직원 1명을 발견했고, 곧바로 집단린치를 가했다. 부산 폭력조직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칠성파와 신20세기파 간 분위기는 더욱 삭막해졌다. 분이 채 풀리지 않은 칠성파 조직은 같은 해 8월15일 또 다른 신20세기파 조직원을 야구방망이로 구타하려 했으나 이 조직원이 도망가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검찰은 6월8일 당시의 보복폭행과 더불어 이후 발생한 폭행 및 살인미수 등 모든 혐의를 이번 구속 기소에 포함시켰다.

칠성파vs반칠성파
반복되는 복수전


칠성파의 타 조직에 대한 보복전에는 긴 역사가 담겨있다. 1960년대부터 부산 시내 중심가에서 활동하다가 80년대 중반 유흥업소와 오락실 등을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입을 바탕으로 부산의 최대 폭력조직으로 군림하게 된 칠성파. 이들은 반칠성파 조직들이 세력을 확장해 나가자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신20세기파는 가장 큰 견제 대상이었다.

칠성파와 반칠성파 세력 중 하나인 신20세기파가 철천지 원수가 된 시기는 1993년 7월, 부산 중구 보수동 길가에서다. 신20세기파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칠성파 조직원들이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정모씨를 회칼로 무려 10여 차례 무자비하게 찌른 것. 이 사건 이후로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사이에는 되돌릴 수 없는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며 두 조직 간 지독한 악연이 시작됐다.

2006년 1월 신20세기파를 비롯한 반칠성파(칠성파 반대세력) 60여명이 회칼·손도끼 등을 들고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난입해 칠성파와 신20세기파 등의 반대세력 조직원들은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2007년 12월15일에는 칠성파 조직원이 부산 서면 번화가에서 경쟁 조직인 서면파의 조직원에게 구타를 당하자, 칠성파의 타 조직원들은 행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흉기로 찌르는 등 보복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내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조직원 30여 명 적발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후 본격 와해수순 밟나

2010년 12월에는 신20세기파 조직원 1명이 칠성파 조직원들에게 기습 폭행을 당해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는데,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조직원 보호’를 내세워 병원에서 난동을 부렸다. 다음해 2011년 6월에는 신20세기파 조직원 40여 명이 칠성파 조직원에 대한 보복을 위해 회칼, 야구방망이 등으로 완전 무장한 채 해운대와 서면 유흥가 일대를 떼로 몰려다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으며 신20세기파 조직원에 대한 보복 폭행도 이즈음 발생했다.

같은 해 8월, 서면 유흥가에서 세력 다툼을 벌이며 폭력을 행사한 부산의 양대 조폭 칠성파와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이 난투극을 벌여 두 조직의 조직원 52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중 칠성파 두목 정모씨와 재건20세기파 두목 변모씨 등 8명을 구속하고 38명을 입건했다.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은 2010년 12월17일 오전 5시30분쯤 칠성파가 관리하는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모 주점에서 난동을 부리다 업주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칠성파 조직원들과 패싸움을 했다. 이후 양 조직은 조직원들을 더 규합했고, 같은 날 오전 7시께 인근 식당 노상에서 2차로 맞붙었다.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은 오후 즈음에 난투극으로 부상한 조직원이 입원한 병원 2곳을 점거하고 보안직원을 폭행한 뒤 의료진을 협박하는 한편 칠성파의 보복에 대비해 병원 앞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등 업무를 방해한 바 있다.

칠성파와 반칠성파 조직들은 거의 연중행사 치르듯 이권다툼은 물론 집단 보복폭행을 벌여왔다. 또한 칠성파 행동대원들은 지난해인 2012년 4월 금주령을 어긴 후배 조직원 3명을 집단 폭행했고, 같은 해 5월에는 탈퇴하려는 후배 조직원에게 “손가락을 자르라”며 위협하는 등 같은 조직원에게도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범죄와의 전쟁
시동 걸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다시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듯 “칠성파에 맞섰던 통합서면파와 부전동파, 신20세기파 등의 두목과 조직원들이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차례로 형사처벌을 받으면서 부산시내 조직세력은 칠성파가 독주를 해왔으나 이번에 칠성파 조직원 34명이 구속되거나 수배중이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본다. 도주 중인 조직원들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부산시내의 약 20여 개에 달하는 폭력조직 중 협소한 조직들은 ‘눈 깜빡하면 다 죽는다’는 신념으로 와해만을 막고자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사실 부산 최대 폭력조직들은 과거의 명성에 비해 현재는 세력이 비교적 약해져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부산 길거리를 장악하며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해 무서울 게 없었던 그들이지만 90년대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폭력조직들이 검찰의 먹잇감이 되자 꼬리를 내리고 몸을 움츠렸다. 실제로 노태우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1년 동안 전국 253여 개에 달하는 폭력조직에서 839명의 조직폭력배가 검거됐고, 이중 762명을 구속됐다. 여기엔 두목급 20명과 행동대장 83명 또한 포함돼 있어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폭력조직은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신20세기파·유태파 등 다음 타깃
검경 ‘떼 범죄’강력 처벌 예고
신흥세력 중심 주먹계 재편 관측

그러나 지금의 폭력조직의 분위기는 노태우 시절과 사뭇 다르다. 최근 경찰 측이 “떼로 지어 몰려다니기만 해도 엄벌에 처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전에 이미 전국의 폭력조직들은 혼란 속에 빠진 상태였다.
특히 범죄도시, 조폭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부산은 약 5년 전만해도 칠성파 등 101개파와 약 2000여 명에 달하는 조직폭력배가 기승을 부렸지만 지금은 폭행 및 상해, 마약과 성매매 알선 혐의로 일부 폭력조직들이 꾸준히 검거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은 칠성파와의 납골공원 사건으로 두목이 구속되면서 잇따라 자수를 하며 조직와해 직전까지 만들기도 했고, 해상유 불법 거래업자들의 범행현장을 몰래 촬영한 뒤 이를 미끼로 선주들을 협박해 2년여 동안 1억여 원을 갈취해 온 유태파와 서면통합파 조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히기도 했다.

그나마 일본 야쿠자와의 오랜 유대관계로 전통과 건재함을 자랑하는 칠성파는 지난 2010년 두목 이강환이 산의 한 건설업체 대표를 위협해 13차례에 걸쳐 약 4억원을 빼앗고 두 차례 납치해 폭행한 혐의로 구속 됐으나 결국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이 나며 조직의 건재함을 보여준 부산의 유일한 조직으로 남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칠성파의 중장년 간부급 주먹들이 사실상 한걸음 물러나 있고, 실제 유흥업소, 오락실 관리, 상대 조직원 협박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조직원은 20∼30대 초반이 대부분이라 이번 구속기소가 조직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

조폭 줄줄이 검거
와해는 시기상조

검경이 대대적인 일침을 놓았음에도 조폭들의 기는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설마 몰려다니다가 검거되겠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이번 칠성파 대거 구속은 부산경찰이 조폭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2013년 새해가 밝았고, 새 대통령이 선출되며 새 정권이 열렸다. 새 정권은 4대 사회악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4대 사회악 중 조직폭력 근절은 해당사항이 아니지만 부산검경은 ‘조폭 뿌리 뽑기’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큰 결심으로 '조폭과 범죄의 도시 부산'이라는 오명을 이번 기회에 모두 씻겨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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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