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박의 남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1.28 15: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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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국력인데…‘노구 총리’ 잘 해낼까

[일요시사=정치1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4일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지명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권과 언론의 흔한 하마평에도 거론되지 않을 정도로 ‘깜짝 등용’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박 당선인이 김 위원장을 차기 정부 첫 총리로 낙점한 배경은 무엇일까.

새 정부 조각(組閣)의 첫 단추로 꼽히는 초대 총리에는 김용준(75) 대통령 인수위원장이 지명됐다. ‘소아마비 장애인 출신 첫 대법관’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김 총리 지명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과하면 장애인 출신 첫 국무총리가 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총리로 직행하는 이례적인 기록도 세웠다.

김용준 카드
빼낸 배경은?

‘김 총리 지명자 카드’를 꺼낸 배경엔 박 당선인이 수 차례 강조해온 ‘법질서 확립’에 대한 의지가 작용됐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박 당선인 역시 총리 지명 배경에 대해 “김용준 지명자는 헌재소장을 역임하면서 평생 법관으로서 국가의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고 확고한 소신과 원칙에 앞장서온 분”이라며 “김 지명자가 법치와 원칙을 바로 세우고 무너져 내린 사회 안전과 불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김 총리 지명자도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면에서 질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총리 지명자는 지난 대선 기간 정치권에 발을 들인 후 누누이 ‘법 질서 바로 세우기’를 최대 국정 과제로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박 당선인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할 당시에도 그는 “박근혜 후보가 법치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잡게 하겠다고 약속해 (선대위에) 참여했다”고 밝혔고, 박 당선인 역시 “새누리당이 지향하는 소중한 가치, 법치와 원칙, 헌법의 가치를 잘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선대본부장서 인수위원장, 그리고 초대총리까지
한화 전신 조선총화 대표 김봉수씨 5남 중 장남

김 총리 지명자는 이후 인수위원장에 임명될 때도 “박 당선인이 국정 운영을 하는데 법치주의, 법에 의한 지배에 중점을 두려고 (나를 임명)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은 또 김 총리 지명자가 살아온 발자취를 고려해 ‘사회적 약자 배려’에 적합한 인사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 지명자는 겸손하고 성실한 성품으로 법조계의 신망을 받아온 인물이다. 박 당선인은 이를 고려해 자신이 공약한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는 데 조언을 아끼지 않을 적임자로 김 총리 지명자를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출신의 김 총리 지명자는 한화그룹의 전신인 조선총포화약주식회사 대표를 지낸 김봉수씨의 5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6·25 당시 부친이 납북되는 바람에 편모 슬하에서 성장했다. 친가와 외가가 모두 부유한 편이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이 성장했다.

김 총리 지명자는 3살 때 소아마미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이 때문에 어머니 등에 업혀 등교할 정도로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희망하던 경기고 진학이 좌절되는 설움도 겪었다.

그럼에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아 서울고 2학년 재학 중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대학 3학년 때인 만 19세엔 고등고시(현 사법고시)에 수석합격, 1960년 최연소 판사로 법조계에 발을 내딛으며 ‘최연소’, ‘수석’ 타이틀을 동시에 달았다.


장애인들의
‘살아있는 신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만약 법관이 된다면 독점기업 등 강자의 횡포로부터 보다 많은 약자를 돕는데 애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판사 시절 박 당선인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껄끄러운 관계였다. 그는 1963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구속된 송요찬 전 육군참모총장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하는 소신 판결로 인정 받았다.

이후 그는 서울가정법원, 광주고법, 서울고법 등에서의 부장판사 생활과 서울가정법원장을 거쳐 지체장애인으로서는 최초로 1988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1994년 제2대 헌법재판소 소장에 올랐다.

법관 시절 그는 후배 법관들에게 “법조문에 얽매이지 말고 구체적 타당성에 입각해 판결하라”며 실정법과 현실 간 괴리를 메울 현실적 합리성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장 재임 중에는 과외금지 사건, 군제대자 가산점제, 택시소유상한제, 동성동본 금혼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는 등 국민 기본권 침해에 대한 각종 제한을 철폐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총리 지명자는 헌법재판소장에서 물러난 후에도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장, 대검찰청 공안자문위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을 지내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왔다. 법무법인 넥서스에 ‘고문’으로 적을 두고 있다.

박 인사 스타일
능력보다 신뢰?

그동안 정치권과는 거리를 둬왔으나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대선후보 중앙선대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가족으로는 아내 서채원씨와 2남 2녀의 자녀가 있다. 두 사위와 장남이 김 총리 지명자와 마찬가지로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용준 총리 인선’을 두고 ‘의외’는 맞지만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번 일하면서 신뢰가 쌓인 사람에 대해 자퇴는 있어도 퇴출은 없다’는 박 당선인의 인사 원칙이 결국 총리 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과거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 “실력이 있다 하더라도 이해  관계에 따라서 쉽게 마음이 변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신뢰할 수 있는 성품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사에서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것이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볼 때, 김 총리 지명자는 이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중앙선대위를 꾸리면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김 총리 지명자를 영입한데 이어 인수위원장까지 맡기면서 점점 두터워진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인선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칙 따른 국정운영·사회적 약자 배려 일석이조
고령에 국정경험 전무 등…부처 장악능력 보일지 의문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에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자질 논란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논란으로 박 당선인도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만큼 새 정부의 안정적인 출범을 위해서는 흠결과 자질 시비가 붙기 어려운 원로급 인사를 첫 총리로 인선해야 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시각이다.

향후 차기 정부 조각 과정에서 인수위 멤버의 입각 및 청와대행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인선으로 인수위에 발탁된 인사들이 유력한 장관급 후보군 하마평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총리 지명자 기용에 ‘2%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그가 ‘무난한 스타일로는 보이지만, 새 정부 초대 총리로서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도 많다.

김 총리 지명자가 올해 75세로 고령에다 건강상 문제까지 있어 국정운영을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뒤 첫 총리는 국정 2인자로서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이 점에서 김 총리 지명자는 박 당선인이 수차례 공언해 온 ‘책임형 총리’ 보다는 ‘관리형 총리’ 스타일에 가깝다는 평이다.


민주당 역시 “김용준 지명자는 훌륭한 법조인이자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적 활동을 해온 사회통합적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동안 김 지명자가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박 당선인이 공약한 책임총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보여주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무난한 인사
‘2% 아쉬움’

특히 실제 김 총리 지명자가 대선 기간 최고 수장인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었고 대선 이후에는 인수위원장으로 임명됐지만 주도적이고 ‘리더십’ 있는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러한 의구심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평생을 법관으로 살아왔고, 국정 경험도 없는 그가 풍부한 행정경험을 통해 부처 장악능력을 보여야 하는 총리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용준 총리 후보자는?

 

▲1938년 서울 출생 ▲1959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67년 서울대 법과대학원 졸업 ▲1957년 고등고시 합격(9회) ▲1960년 대구지법 판사 ▲1961년 서울지법 판사 ▲1966년 서울고법 판사 ▲1969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1970년 서울고법 판사 ▲1973년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겸 사법연수원 교수 ▲1975년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1977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부장판사 ▲1979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1980년 광주고법 부장판사 ▲1981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1984년 서울가정법원장 ▲1988년 대법관 ▲1994년 헌법재판소 소장(2대) ▲2012년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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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