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삼성동 'GH역' 미스터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30 15: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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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가만히 앉아서 10억 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앉아서 10억원가량을 벌게 됐다. 박 당선인 자택 앞 300m 지점에 봉은역(임시명)이 곧 들어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봉은역 주변은 유동인구도 없고 특별한 건물도 없다. 반경 1km안에 건설 예정인 역까지 합쳐 모두 6개의 역이 있다. 이런 곳에 난데없이 역이 들어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추적해봤다.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928정거장. 이곳은 주변 봉은사와 가까워 봉은역이란 임시 역명으로 불리지만 사실 더 가까운 것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집이다. 봉은역과 박 당선인의 삼성동 자택과의 직선거리는 300m 남짓. 도보로 2~3분 거리다.

박근혜역

이 때문에 삼성1동 주민들은 928정거장을 'GH역'(GH는 박근혜 당선인을 지칭)이라 부르고 있었다. 현재 봉은역은 오는 2014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지역 주민들이 이 역을 GH역이라 부르는데는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상식적으로 역이 들어설 수 없는 곳임에도 역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사실상 박 당선인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었다.

실제로 봉은역이 위치한 이곳은 주변에 유동인구를 발생시킬만한 큰 건물이 전혀 없었다. 취재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거리풍경은 무척 한산한 모습이었다. 인근 식당 종업원도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실 역 위치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유동인구다. 유동인구가 없는 곳에 덜컥 지하철역을 건설했다간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봉은역 주변에 유동인구를 발생시킬만한 특별한 개발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봉은역 주변에선 봉은역 호재를 맞아 기존의 단독주택을 4~5층대의 빌딩으로 개축하는 공사들이 한창이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현재 봉은역 반경 1km안에는 이미 지하철역이 5개나 있다. 청담역과 강남구청역, 선정릉역, 선릉역, 삼성역 등이다. 청담역과 선정릉역은 봉은역과 불과 600m 거리다. 또 봉은역에서 불과 700m 떨어진 곳에선 9호선 2단계 구간 929정거장인 코엑스역(임시명)도 공사 중이다.

이렇게 되면 봉은역 주변으로 역이 6개나 되는 것이다.

봉은역 전후로 역간 거리가 너무 짧은 것도 문제다. 봉은역이 없다고 해도 전후 역간 거리는 1.35km가량에 불과하다.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봉은역의 적자운영과 주변 역들의 이용객 감소는 불을 보듯 뻔했다. 도대체 이런 곳에 역이 들어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주변에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어 이용객은 충분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관계자가 다 바뀌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변 아파트 지역에서 근처 역들과의 거리는 불과 500m 가량.

이는 단순히 아파트 주민들의 환승불편을 줄이기 위해 역을 건설했다는 설명이나 다름이 없었다.


9호선 봉은역, 동네선 '박근혜역'이라 불러
유동인구 없고 주변 역만 6개, 타당성 있나?

일반적으로 지하철역을 하나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60~70억가량이다. 그러나 한 지역 주민은 "9호선을 이용해야 한다면 봉은역까지 가기보단 차라리 가까운 주변 역에서 지하철을 탄 후 환승하는 것이 편하다. 봉은역을 이용할 사람들은 봉은역 반경 500m 안 아파트 주민들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당선인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청와대를 나와 성북동에 살다가 지난 1990년 현재 삼성동 자택으로 이사왔다. 박 당선인의 자택은 대지면적 484.8㎡에 연면적 316㎡ 규모의 2층 단독주택이다.

구입 당시 집값은 10억원가량이었다. 현재는 공시지가만 27억원에 달하고 실거래가는 50억원을 상회한다. 무려 5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가격 상승폭은 66%, 강남구 상승폭은 147%에 그쳤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봉은역이 완공되면 박 당선인 자택의 가격은 또다시 최소 20%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때 박 당선인은 가만히 앉아서 10억원가량을 벌게 된 것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9호선 2단계 구간 개통과 함께 박 당선인 자택 주변으로 7호선과 분당선, 9호선이 지나가게 된다. 보통 노선 두 개만 지나가도 더블 역세권이라 불리며 집값이 뛰는데 박 당선인의 집은 쓰리 역세권이다. 또 자택에서 역까지의 거리가 300m에 불과해 그야말로 노른자위 땅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역 위치 선정 과정에서 유력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한 전직 철도청 관계자는 "노선 설계 과정에서 자기 지역에도 역을 만들어 달라며 주민들이 시위를 하고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회유와 협박을 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며 "실제로 그런 압박을 견디다 못해 역이 신설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2007년 개통한 인천공항철도의 경우도 당초 설계에는 모두 6개의 역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주민 민원과 인천시의 주장이 거세지면서 3개의 역을 더 짓게 됐다.

이처럼 주변의 압박으로 없어도 될 역이 생기면 해당 지역주민이야 집값이 올라서 좋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땐 큰 낭비다. 불필요한 역 건설에 천문학적인 건설비가 낭비되고, 적자운영으로 인한 역 운영비가 낭비되고, 해당 역을 지나는 모든 지하철 승객들의 운행시간이 낭비된다.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기본계획은 지난 2007년 확정됐다. 당시 박 당선인은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유력 대선주자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점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박 당선인 측 박선규 대변인은 "그 부분에 대해선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하고 할 말도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정황상 의혹

한 정치 전문가는 "박 당선인이 봉은역 건설에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 당선인 자택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적자운영이 불보듯 뻔한 역이 신설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정황상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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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