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할 '박근혜 약속'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21 1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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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는 '공약(公約)' 선거 끝나면 '공약(空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평소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무엇보다 신뢰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대선이 끝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새누리당 안팎에선 지킬 수 없는 공약은 수정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두되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국민들의 실망감 역시 클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이제부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듯하다. <일요시사>가 박 당선인이 지키지 못할 공약들을 미리 정리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불, 7대 경제대국 달성이라는 이른바 '747경제공약'을 제시했었다.

5년이 흐른 지금,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경제공약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했고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747공약은 '공약'이라기보다는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봐야 한다"는 황당한 변을 늘어놨다.

공약(公約)
공약(空約)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선거 당시 제시했던 반값 등록금, 반값 아파트, 충청권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등 수많은 공약들을 지키지 못한 채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역대 선거에서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는 약간 특이하다. 취임도 하기 전부터 당 안팎에서 "공약을 지키면 안된다"는 충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 한다면 그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내세운 공약 중 예산을 짜다 보니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며 "잘못된 것들은 지금이라도 얘기하는 게 옳고 정직한 태도"라고 말했다.

전문가 그룹은 물론 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박 당선인의 공약 전반이 당초부터 소요재원이 과소 계산된 데다 재원을 마련할 방법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법. 이젠 부푼 기대를 내려놓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정부 출범도 하기 전에 "공약 포기하자"
증세 없는 복지 확대 '지킬 수 없는 약속'

우선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박 당선인의 가계부채 대책이다. 박 당선인은 약 322만명에 달하는 채무불이행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원금의 최대 50%까지 감면(기초수급자는 70%) 해주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기본적인 구조는 채무불이행자의 악성 채권을 시장에서 싼 값에 사들인 뒤 일정 원리금을 탕감하고, 남은 부채는 8~10년간 장기분할상환방식으로 전환해 회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이로써 우리 사회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채무자는 '나라에서 해주겠지', 채권자는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박 당선인 측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정부 배당분 3000억원, 신용회복기금 잔여재원 8600억원, 캠코 차입금 7000억원 등으로 1조8600억원의 종자돈을 만들고 10배의 공사채를 발행해 18조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처음 얼마동안은 여론을 의식해 실제로 시행될지도 모르겠지만 기금의 건전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엔 견디지 못하고 폐지될 공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
도덕적 해이 불러

박 당선인이 내놓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 대해서는 보건의료 관계자들조차 우려를 넘어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은 현재 70% 수준인 암·심장병·뇌질환·희귀병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높여 2016년까지 100%로 만들겠다는 공약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현재 건보 재정으론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100% 보장하려면 현재 보장 대상이 아닌 6인 미만 병실의 입원료, 선택진료비(특진료), 간병비에도 건보를 적용해야 한다. 문제는 특정질환 진료비가 모두 무료가 되면 쓸데없는 가수요까지 촉발시켜 건보 재정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6세 미만 어린이들의 입원진료비를 전액무료로 했다가 어린이들의 입원이 급증해 보험재정지출이 늘어나자 1년 만에 어린이 진료비의 본인부담을 10%로 되돌린 적도 있다. 또 4대 중증질환은 한 번 발생하면 사망할 때까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기에 연속성도 고려해야 한다. 노령 인구가 늘고 있는 실정을 반영했을 때 이 정책은 단순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박 당선인이 대선 직전 내놓은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도 논란이다. 육군 사병 기준 현행 21개월인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국방부는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복무기간 단축 시 연평균 2만7000명이 부족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간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추진불가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복무기간을 줄이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투경찰, 경비교도, 소방요원 등 대체복무요원을 없애야 하고 입대자들의 신체 급수도 훨씬 더 낮춰야 한다. 대체복무요원을 없애는 만큼 이들을 대신할 공무원을 충원해야 한다. 큰 정부가 될 수밖에 없고 국가가 수천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된다. 게다가 현 21개월 복무체제하에서도 병사들의 낮은 숙련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입대 병사들의 낮은 신체 등급은 초급 간부들의 지휘 부담을 훨씬 더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군복무 단축
묻지마 공약

박 당선인의 최초 공약에는 복무기간 단축이 없었다. TV토론에서도 복무기간 단축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박 당선인은 대선 이틀 전에 이를 번복하고 이 같은 공약을 내놨다. 군 입대를 앞둔 청년층의 표를 의식한 '묻지마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일각에선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두고 "지킬 수도 없고 지켜서도 안 되는 공약"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박 당선인이 교육정책의 일환으로 제시했던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공약도 위태롭다. 올해부터 만 0~5세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된다. 대학등록금은 부모의 소득과 연계해 '소득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으로 소득하위 80%까지 지원된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무상보육의 경우 단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당장 올 가을이면 보육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한 만 0~5세 영유아 대상 무상보육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8조419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지난해 6조2545억원보다 35%가 증가한 금액이다.


당장은 시행하겠지만 문제는 '지속 가능성'
박근혜 공약 '대국민 사기극'으로 막 내리나?

대표적으로 서울시만 보더라도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필요 예산은 1조2297억원으로 추정되는 상황인데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3566억원 뿐이다. 나머지 8731억원은 시와 자치구에서 부담해야 한다. 올해 서울시 무상보육 예산은 시비 2644억원, 구비 1419억원 등 모두 4063억원이 편성된 상태로 추가로 필요한 금액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발생했던 보육대란의 재발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보육현장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어린이집 부족과 맞벌이 아동 기피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역시 필요한 재원 가운데 1조원 정도는 대학이 마련해야 돼 정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박 당선인은 반값 등록금 예산에 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정부 예산을 4조원 투입하고 나머지 3조원은 대학 자체 장학금에서 2조원을 확충하고 대학 자구 노력을 통해 1조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일부 선거공약 이행 여부가 개별 대학의 재정능력에 달린 만큼 대학들이 의지가 없거나 재정능력이 없다면 공약 이행이 불가능 하다. 또 올해부터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행된다고 하지만 고작 1년치 예산을 확보한 것뿐이다. 당장 내년부터는 공약의 이행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못 지킨 공약
잘못 된 공약

한 정치전문가는 "물론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약을 못 지키는 경우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고작 한 달도 지나기 전에 대선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당직자들 입에서 공약을 지켜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이들은 자신들의 공약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선거기간 중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관한 것이다. 물론 잘못된 공약을 억지로 추진하는 것은 안 되지만 이는 국민들을 현혹해 대권을 차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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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