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할 '박근혜 약속'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21 1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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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는 '공약(公約)' 선거 끝나면 '공약(空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평소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무엇보다 신뢰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대선이 끝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새누리당 안팎에선 지킬 수 없는 공약은 수정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두되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국민들의 실망감 역시 클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이제부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듯하다. <일요시사>가 박 당선인이 지키지 못할 공약들을 미리 정리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불, 7대 경제대국 달성이라는 이른바 '747경제공약'을 제시했었다.

5년이 흐른 지금,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경제공약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했고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747공약은 '공약'이라기보다는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봐야 한다"는 황당한 변을 늘어놨다.

공약(公約)
공약(空約)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선거 당시 제시했던 반값 등록금, 반값 아파트, 충청권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등 수많은 공약들을 지키지 못한 채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역대 선거에서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는 약간 특이하다. 취임도 하기 전부터 당 안팎에서 "공약을 지키면 안된다"는 충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 한다면 그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내세운 공약 중 예산을 짜다 보니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며 "잘못된 것들은 지금이라도 얘기하는 게 옳고 정직한 태도"라고 말했다.

전문가 그룹은 물론 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박 당선인의 공약 전반이 당초부터 소요재원이 과소 계산된 데다 재원을 마련할 방법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법. 이젠 부푼 기대를 내려놓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정부 출범도 하기 전에 "공약 포기하자"
증세 없는 복지 확대 '지킬 수 없는 약속'

우선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박 당선인의 가계부채 대책이다. 박 당선인은 약 322만명에 달하는 채무불이행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원금의 최대 50%까지 감면(기초수급자는 70%) 해주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기본적인 구조는 채무불이행자의 악성 채권을 시장에서 싼 값에 사들인 뒤 일정 원리금을 탕감하고, 남은 부채는 8~10년간 장기분할상환방식으로 전환해 회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이로써 우리 사회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채무자는 '나라에서 해주겠지', 채권자는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박 당선인 측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정부 배당분 3000억원, 신용회복기금 잔여재원 8600억원, 캠코 차입금 7000억원 등으로 1조8600억원의 종자돈을 만들고 10배의 공사채를 발행해 18조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처음 얼마동안은 여론을 의식해 실제로 시행될지도 모르겠지만 기금의 건전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엔 견디지 못하고 폐지될 공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
도덕적 해이 불러

박 당선인이 내놓은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 대해서는 보건의료 관계자들조차 우려를 넘어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은 현재 70% 수준인 암·심장병·뇌질환·희귀병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높여 2016년까지 100%로 만들겠다는 공약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현재 건보 재정으론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100% 보장하려면 현재 보장 대상이 아닌 6인 미만 병실의 입원료, 선택진료비(특진료), 간병비에도 건보를 적용해야 한다. 문제는 특정질환 진료비가 모두 무료가 되면 쓸데없는 가수요까지 촉발시켜 건보 재정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6세 미만 어린이들의 입원진료비를 전액무료로 했다가 어린이들의 입원이 급증해 보험재정지출이 늘어나자 1년 만에 어린이 진료비의 본인부담을 10%로 되돌린 적도 있다. 또 4대 중증질환은 한 번 발생하면 사망할 때까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기에 연속성도 고려해야 한다. 노령 인구가 늘고 있는 실정을 반영했을 때 이 정책은 단순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박 당선인이 대선 직전 내놓은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도 논란이다. 육군 사병 기준 현행 21개월인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국방부는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복무기간 단축 시 연평균 2만7000명이 부족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간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추진불가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복무기간을 줄이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투경찰, 경비교도, 소방요원 등 대체복무요원을 없애야 하고 입대자들의 신체 급수도 훨씬 더 낮춰야 한다. 대체복무요원을 없애는 만큼 이들을 대신할 공무원을 충원해야 한다. 큰 정부가 될 수밖에 없고 국가가 수천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된다. 게다가 현 21개월 복무체제하에서도 병사들의 낮은 숙련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입대 병사들의 낮은 신체 등급은 초급 간부들의 지휘 부담을 훨씬 더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군복무 단축
묻지마 공약

박 당선인의 최초 공약에는 복무기간 단축이 없었다. TV토론에서도 복무기간 단축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박 당선인은 대선 이틀 전에 이를 번복하고 이 같은 공약을 내놨다. 군 입대를 앞둔 청년층의 표를 의식한 '묻지마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일각에선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두고 "지킬 수도 없고 지켜서도 안 되는 공약"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박 당선인이 교육정책의 일환으로 제시했던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공약도 위태롭다. 올해부터 만 0~5세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된다. 대학등록금은 부모의 소득과 연계해 '소득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으로 소득하위 80%까지 지원된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무상보육의 경우 단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당장 올 가을이면 보육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한 만 0~5세 영유아 대상 무상보육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8조419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지난해 6조2545억원보다 35%가 증가한 금액이다.

당장은 시행하겠지만 문제는 '지속 가능성'
박근혜 공약 '대국민 사기극'으로 막 내리나?

대표적으로 서울시만 보더라도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필요 예산은 1조2297억원으로 추정되는 상황인데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3566억원 뿐이다. 나머지 8731억원은 시와 자치구에서 부담해야 한다. 올해 서울시 무상보육 예산은 시비 2644억원, 구비 1419억원 등 모두 4063억원이 편성된 상태로 추가로 필요한 금액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발생했던 보육대란의 재발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보육현장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어린이집 부족과 맞벌이 아동 기피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역시 필요한 재원 가운데 1조원 정도는 대학이 마련해야 돼 정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박 당선인은 반값 등록금 예산에 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정부 예산을 4조원 투입하고 나머지 3조원은 대학 자체 장학금에서 2조원을 확충하고 대학 자구 노력을 통해 1조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일부 선거공약 이행 여부가 개별 대학의 재정능력에 달린 만큼 대학들이 의지가 없거나 재정능력이 없다면 공약 이행이 불가능 하다. 또 올해부터 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행된다고 하지만 고작 1년치 예산을 확보한 것뿐이다. 당장 내년부터는 공약의 이행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못 지킨 공약
잘못 된 공약

한 정치전문가는 "물론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약을 못 지키는 경우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고작 한 달도 지나기 전에 대선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당직자들 입에서 공약을 지켜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이들은 자신들의 공약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선거기간 중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관한 것이다. 물론 잘못된 공약을 억지로 추진하는 것은 안 되지만 이는 국민들을 현혹해 대권을 차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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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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