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고소·고발 집착하는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23 11: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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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갈 각오면 건드려봐'…새 공포정치시대 개막?

[일요시사=정치팀] 이번 대선을 거치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겐 '고소의 여왕'이란 별명이 새롭게 추가됐다. 대선과정에서 근거 없는 네거티브를 뿌리 뽑겠다며 고소·고발을 남발한 결과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은 왜 이토록 고소·고발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고소·고발에 집착하는 박 당선인의 숨겨진 사연을 추적해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회에 입성한 뒤 14년간 발의한 법안 건수는 불과 15건. 반면 직간접적으로 고소·고발에 휘말린 경우는 정확한 통계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박 당선인이 지금까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본연의 업무인 법안 발의보다는 개인적인 소송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상 소송 한두 개에 휘말리는 것은 일도 아니라지만 박 당선인의 고소·고발 집착은 유독 심하다.

네거티브?
진실규명?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 기간에도 정치쇄신특위 산하에 판검사 출신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클린정치위원회를 신설하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법적으로 적극 대응했다. 당초 클린정치위는 선거 기간 벌어지는 각종 흑색선전을 수사기관에 고소·고발 하는 것을 비롯해, 박 당선인의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 의혹을 예방·점검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현실은 각종 네거티브 공격에 법적으로 대응을 하는 역할에만 크게 치우쳤다는 평가다. 정치평론가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를 두고 "정치쇄신위가 자기들 쇄신을 위한 것인 줄 알았더니, 주로 국민을 고소하는 일을 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박 당선인의 고소·고발 집착 때문인지, 대선은 끝났지만 대선 관련 법정 다툼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대선이 끝나면 대개 국민대통합이나 화해 분위기와 맞물려 상대방에 대한 고소· 고발을 취하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명예훼손과 진실은 불과 한끗 차이인데
"우리도 고소되는 거 아냐?" 입 다문 언론

민주통합당은 대선이 끝난 후 양측이 서로 소를 취하하자는 입장을 밝혔으나 새누리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그동안 선거가 끝나면 선거 중 있었던 고소·고발은 취하하고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향후 흑색선전이 재발하지 않도록 고소·고발 취하 없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이렇듯 강경한 방침을 밝히면서 양측은 아예 끝장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현재 박 당선인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만났다고 주장한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박 당선인의 친동생 지만씨가 5촌 조카 박용수, 박용철씨의 자살·살해 사건을 교사한 의혹이 있다고 말한 우상호 전 민주통합당 공보단장을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한 상태다.

이에 반해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 측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여당 측 인사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모두 취하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박 당선인의 고소·고발 집착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라기보단 반대파의 입을 막기 위한 '재갈 물리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당방위냐
재갈 물리기냐

실제로 박 당선인의 고소·고발 남발로 박 당선인에 대한 의혹제기는 크게 위축되었다는 평가다. 특히 박 당선인은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언론에 가혹하다. 그동안 박 당선인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의혹제기로 큰 반향을 일으켜 왔던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18대 대선이 박 당선인의 승리로 끝나자 지난해 12월22일 해외로 출국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박 당선인이 지난 2010년 11월 G20정상회담 기간 중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만났다는 박태규씨의 최측근 A씨의 육성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했다가 박 당선인 측으로부터 고소당했다.

박 당선인의 고소대상은 해외에 소재한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의 교포지 <선데이저널 USA>는 지난해 7월 '대통령이 되지도 않겠지만 만약 된다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는 제목의 기사로 박 당선인과 최태민 목사의 사적인 관계를 보도했다가 박 당선인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박 당선인 측은 <선데이저널 USA>가 비방 목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악의적으로 보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지난해 8월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 등에 "2002년 5월 방북 때 박 당선인이 북한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등의 글을 네 차례 게시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 오모씨가 결국 구속까지 됐다.
더 큰 문제는 박 당선인의 고소·고발이 정치인과 언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 당선인은 자신이 정수장학회 문제가 잘 해결되게 해달라며 1억5000만원을 들여 굿을 했다는 내용을 퍼뜨린 누리꾼과 박 당선인이 육영재단 이사장을 지내던 당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서약서를 받았다고 주장한 일반시민도 고소했다.

심지어 박 당선인의 고소·고발은 예술의 영역까지 침범했다. 새누리당은 대선 기간 화가 홍성담씨가 그린 캔버스 유채 작품인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에 대해 "예술은 예술이어야 한다. 예술이 정치수단화가 돼 사용되면 예술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라며 "여성들과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숭고한 순간인 출산을 비하하면서 박근혜 후보를 폄훼한 그림을 내건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고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제재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이 이토록 고소·고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스타가 된 인물”이라며 “그만큼 집중견제를 받았고 상대 정당이나 언론인들이 박 당선인만 스토커 수준으로 따라다니면서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문제 삼았다. 그런 것들에 시달리다 보니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고소·고발에 집착하게 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공평한 법?
정치검찰 논란

또 다른 정치권의 관계자는 “자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소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단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 대중들이 보기엔 '정말 억울한가보다' 또는 '정말 자신있나보다'하는 생각을 한다. 때문에 정치인들이 고소·고발을 즐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인들은 고소·고발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후 실제로는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일례로 박 당선인 측은 지난 대선 기간 자신이 억대 굿판을 벌였다고 증언한 원정 스님을 허위사실유포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원정 스님 측은 "본인은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않았기에 새누리당을 맞고소하려고 남부지검에 전화를 했더니 내 이름으로 고발된 게 없었다"며 "찔리니까 고소 못해놓고 국민들을 속이려고 고소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박 당선인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 당선인이 정치입문 후 늘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만큼 검찰과 재판부도 사실상 그의 편이었다는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박 당선인에 대한 명예훼손혐의는 유독 실형선고율이 높았다.

지난 2008년엔 박 당선인과의 결혼설을 주장한 허경영씨가 명예훼손혐의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살았고, 박 당선인의 친동생인 근령씨의 남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겸임교수도 박 당선인의 미니홈피에 '박근혜가 육영재단을 강탈했다' '박근혜가 중국에서 나를 납치·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글을 남겼다는 이유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일반인도 예외 없는 무차별 고소 '고소의 여왕'
대선 승리에도 고소·고발 취하 없어 "끝까지 간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반대파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는 분석이다. <천당에 간 판검사가 있을까>의 저자 김용원 변호사는 그의 저서에서 정치인들이 명예훼손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정당한 의혹제기에도 재갈을 물리고 있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누군가가 나서 권력자들의 그런 행각을 비판하면, 판검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모욕이다, 비방이다, 명예훼손이다, 허위사실유포다 하면서 잡아 가둔다"며 "우리나라 권력자들은 동물농장 돼지들이고, 우리나라의 판검사들은 동물농장 개들이다. 모욕, 비방, 명예훼손, 그리고 허위사실 유포 같은 판검사들이 즐겨 써먹는 죄명들은 개들의 이빨이나 발톱같은 것이다. 우리나라 권력자들은 판검사들, 개들을 동원해 마음먹은 대로 말하고 글을 쓸 시민의 자유를 질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의혹제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법정에 서게 되면 소송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웬만한 중소언론조차 이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박 당선인에 대한 정당한 의혹제기 조차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인데
실형은 기본

이렇듯 박 당선인의 과도한 고소·고발 집착에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한 정치 전문가는 "그동안 각종 의혹에 시달려온 박 당선인의 심정도 이해는 되지만 악의적인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법으로 해결하겠다는 태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독재자의 딸이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박 당선인이기에 더더욱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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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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