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고소·고발 집착하는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23 11: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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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갈 각오면 건드려봐'…새 공포정치시대 개막?

[일요시사=정치팀] 이번 대선을 거치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겐 '고소의 여왕'이란 별명이 새롭게 추가됐다. 대선과정에서 근거 없는 네거티브를 뿌리 뽑겠다며 고소·고발을 남발한 결과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은 왜 이토록 고소·고발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고소·고발에 집착하는 박 당선인의 숨겨진 사연을 추적해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회에 입성한 뒤 14년간 발의한 법안 건수는 불과 15건. 반면 직간접적으로 고소·고발에 휘말린 경우는 정확한 통계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박 당선인이 지금까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본연의 업무인 법안 발의보다는 개인적인 소송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상 소송 한두 개에 휘말리는 것은 일도 아니라지만 박 당선인의 고소·고발 집착은 유독 심하다.

네거티브?
진실규명?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 기간에도 정치쇄신특위 산하에 판검사 출신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클린정치위원회를 신설하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법적으로 적극 대응했다. 당초 클린정치위는 선거 기간 벌어지는 각종 흑색선전을 수사기관에 고소·고발 하는 것을 비롯해, 박 당선인의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 의혹을 예방·점검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현실은 각종 네거티브 공격에 법적으로 대응을 하는 역할에만 크게 치우쳤다는 평가다. 정치평론가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를 두고 "정치쇄신위가 자기들 쇄신을 위한 것인 줄 알았더니, 주로 국민을 고소하는 일을 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박 당선인의 고소·고발 집착 때문인지, 대선은 끝났지만 대선 관련 법정 다툼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대선이 끝나면 대개 국민대통합이나 화해 분위기와 맞물려 상대방에 대한 고소· 고발을 취하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명예훼손과 진실은 불과 한끗 차이인데
"우리도 고소되는 거 아냐?" 입 다문 언론

민주통합당은 대선이 끝난 후 양측이 서로 소를 취하하자는 입장을 밝혔으나 새누리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그동안 선거가 끝나면 선거 중 있었던 고소·고발은 취하하고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향후 흑색선전이 재발하지 않도록 고소·고발 취하 없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이렇듯 강경한 방침을 밝히면서 양측은 아예 끝장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현재 박 당선인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만났다고 주장한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박 당선인의 친동생 지만씨가 5촌 조카 박용수, 박용철씨의 자살·살해 사건을 교사한 의혹이 있다고 말한 우상호 전 민주통합당 공보단장을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한 상태다.

이에 반해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 측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여당 측 인사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모두 취하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박 당선인의 고소·고발 집착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라기보단 반대파의 입을 막기 위한 '재갈 물리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당방위냐
재갈 물리기냐

실제로 박 당선인의 고소·고발 남발로 박 당선인에 대한 의혹제기는 크게 위축되었다는 평가다. 특히 박 당선인은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언론에 가혹하다. 그동안 박 당선인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의혹제기로 큰 반향을 일으켜 왔던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18대 대선이 박 당선인의 승리로 끝나자 지난해 12월22일 해외로 출국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박 당선인이 지난 2010년 11월 G20정상회담 기간 중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만났다는 박태규씨의 최측근 A씨의 육성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했다가 박 당선인 측으로부터 고소당했다.


박 당선인의 고소대상은 해외에 소재한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의 교포지 <선데이저널 USA>는 지난해 7월 '대통령이 되지도 않겠지만 만약 된다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는 제목의 기사로 박 당선인과 최태민 목사의 사적인 관계를 보도했다가 박 당선인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박 당선인 측은 <선데이저널 USA>가 비방 목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악의적으로 보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지난해 8월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 등에 "2002년 5월 방북 때 박 당선인이 북한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등의 글을 네 차례 게시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 오모씨가 결국 구속까지 됐다.
더 큰 문제는 박 당선인의 고소·고발이 정치인과 언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 당선인은 자신이 정수장학회 문제가 잘 해결되게 해달라며 1억5000만원을 들여 굿을 했다는 내용을 퍼뜨린 누리꾼과 박 당선인이 육영재단 이사장을 지내던 당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서약서를 받았다고 주장한 일반시민도 고소했다.

심지어 박 당선인의 고소·고발은 예술의 영역까지 침범했다. 새누리당은 대선 기간 화가 홍성담씨가 그린 캔버스 유채 작품인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에 대해 "예술은 예술이어야 한다. 예술이 정치수단화가 돼 사용되면 예술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라며 "여성들과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숭고한 순간인 출산을 비하하면서 박근혜 후보를 폄훼한 그림을 내건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고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제재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이 이토록 고소·고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스타가 된 인물”이라며 “그만큼 집중견제를 받았고 상대 정당이나 언론인들이 박 당선인만 스토커 수준으로 따라다니면서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문제 삼았다. 그런 것들에 시달리다 보니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고소·고발에 집착하게 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공평한 법?
정치검찰 논란

또 다른 정치권의 관계자는 “자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소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단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 대중들이 보기엔 '정말 억울한가보다' 또는 '정말 자신있나보다'하는 생각을 한다. 때문에 정치인들이 고소·고발을 즐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인들은 고소·고발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후 실제로는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일례로 박 당선인 측은 지난 대선 기간 자신이 억대 굿판을 벌였다고 증언한 원정 스님을 허위사실유포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원정 스님 측은 "본인은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않았기에 새누리당을 맞고소하려고 남부지검에 전화를 했더니 내 이름으로 고발된 게 없었다"며 "찔리니까 고소 못해놓고 국민들을 속이려고 고소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박 당선인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 당선인이 정치입문 후 늘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만큼 검찰과 재판부도 사실상 그의 편이었다는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박 당선인에 대한 명예훼손혐의는 유독 실형선고율이 높았다.

지난 2008년엔 박 당선인과의 결혼설을 주장한 허경영씨가 명예훼손혐의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살았고, 박 당선인의 친동생인 근령씨의 남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겸임교수도 박 당선인의 미니홈피에 '박근혜가 육영재단을 강탈했다' '박근혜가 중국에서 나를 납치·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글을 남겼다는 이유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일반인도 예외 없는 무차별 고소 '고소의 여왕'
대선 승리에도 고소·고발 취하 없어 "끝까지 간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반대파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는 분석이다. <천당에 간 판검사가 있을까>의 저자 김용원 변호사는 그의 저서에서 정치인들이 명예훼손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정당한 의혹제기에도 재갈을 물리고 있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누군가가 나서 권력자들의 그런 행각을 비판하면, 판검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모욕이다, 비방이다, 명예훼손이다, 허위사실유포다 하면서 잡아 가둔다"며 "우리나라 권력자들은 동물농장 돼지들이고, 우리나라의 판검사들은 동물농장 개들이다. 모욕, 비방, 명예훼손, 그리고 허위사실 유포 같은 판검사들이 즐겨 써먹는 죄명들은 개들의 이빨이나 발톱같은 것이다. 우리나라 권력자들은 판검사들, 개들을 동원해 마음먹은 대로 말하고 글을 쓸 시민의 자유를 질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의혹제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법정에 서게 되면 소송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웬만한 중소언론조차 이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박 당선인에 대한 정당한 의혹제기 조차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인데
실형은 기본

이렇듯 박 당선인의 과도한 고소·고발 집착에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한 정치 전문가는 "그동안 각종 의혹에 시달려온 박 당선인의 심정도 이해는 되지만 악의적인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법으로 해결하겠다는 태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독재자의 딸이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박 당선인이기에 더더욱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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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