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로 본 박근혜 정권 5년 대예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14 12: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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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은 밑그림부터,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일요시사=정치팀] 벌써부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통령직 인수과정을 보면 향후 5년의 미래도 자연스레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지난 6일 현판식을 갖고 공식출범한 박근혜 정권 인수위를 통해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미리 예측해봤다.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등록된 출입기자는 무려 1000여 명에 달한다. 그만큼 인수위의 취재열기 또한 뜨겁다. 시답잖은 인수위의 언론브리핑 한 줄에도 기자들은 열광하며 기사들을 쏟아낸다.

그렇다면 언론들은 왜 임기 두 달짜리 인수위 활동에 이렇듯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인수위는 향후 박근혜 정권 5년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인수위 진영만 살펴봐도 정권의 향후 운영방향, 경제정책, 리더십, 외교안보까지 거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밑그림 완성
좋은 그림 될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밑그림을 잘못 그린 후 아무리 채색을 훌륭하게 해봐야 좋은 그림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인수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권의 성패여부는 인수위 과정에서 이미 절반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인수위 운영기간은 정권의 민낯이 드러나는 기간이기도 하다. 대선기간에는 친서민, 복지를 외치다가도 막상 정권을 잡은 후에는 친기업, 성장 위주로 돌아선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박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근 20여 일 만에 공식출범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해보기로 했다.


지난 9일 인수위는 정부부처의 업무보고 일정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업무보고가 중요한 이유는 각 부처의 업무보고 대상 포함 여부, 순서 등이 사실상 박 당선인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부처별·지역별 뜨고 지는 향후 5년 '새판 짜기'
중소기업에 무한관심? 안보 앞세운 공포정치 우려

박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부처별 업무보고의 첫 순서로 정한 것은 중소기업청과 국방부, 보건복지부다. 대선기간 강조했던 '민생·안보·복지' 키워드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대선승리 후 박 당선인이 당선인 신분으로서 가진 최초 일정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경제살리기는 늘 역대 정권들의 최우선 목표였으나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프렌들리를 앞세우며 대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로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이 같은 문제점의 해결책으로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 살리기를 선택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를 위해 인수위는 대통령 취임 전까지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 예산의 배분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정부 내 주요 부처와 공공기관에 흩어져 있는 각종 중소기업 지원책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중소기업 살리기 드라이브에 따라 향후 5년간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중소기업의 도약 여부가 될 전망이다.

중소기업 도약할까?
안보도 최우선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만큼 서민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비관론도 상존한다.

또 중소기업청과 함께 국방부가 부처별 업무보고의 첫 순서로 정해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안보기조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당선인은 평소 입버릇처럼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새누리당이 주도했던 올해 새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국방부분에서 무려 4120억원이 집중 삭감됐던 것을 상기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이와 함께 인수위는 일반사병의 군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 측이 앞으로 실제 안보분야에 많은 투자를 기울이겠다는 신호라기보단,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반공'을 명분으로 수많은 정적을 억압했듯 박 당선인 역시 '안보'를 명분으로 반대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을 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와 함께 박 당선인은 첫날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를 받기로 하면서 복지 또한 박근혜 정부의 최대 화두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첫 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아 여성가족부의 역할도 기대된다. 5년 전 '작은 정부'를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여가부는 존폐의 갈림길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인수위 내에서 여가부는 달라진 위상을 뽐내고 있다. 올해 예산도 국회 심의 결과 정부안보다 140억원 더 올랐다.

총예산은 지난해보다 19.7% 증가해 5379억원으로 책정됐다. 박근혜 정권이 대선 기간 여성대통령을 강조한 만큼 각종 여성 관련 정책들도 꽃을 피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큰 폭의 여권신장 역시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남녀 역차별 논란도 있는 만큼 남녀 간 성갈등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반면 수석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통상 국회 업무보고나 대통령 업무보고 때 항상 1번을 차지해 왔지만 이번엔 2순위로 밀려나는 굴욕을 맛봤다. 한국은행도 체면을 구겼다. 5년 전 인수위 때 업무보고를 했던 한은은 이번엔 업무보고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관 중심의 정책 흐름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정권 인선에선 이른바 TK(대구·경북) 출신들과 폴리페서들의 활약이 예고된다. 이번 인수위 파견 공무원 51명(국정원 파견 제외)의 출신 지역으로는 서울이 16명으로 가장 많고 대구·경북(TK) 지역이 12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국장급인 전문위원 28명 가운데 7명(25%)이 TK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인수위 당시 23%보다 늘었다.

또 이번 인수위를 보면 교수 출신 폴리페서 위원들이 유독 많다. 무려 9명이나 된다. 모두 새누리당 선거 캠프 때부터 박근혜 당선인과 함께 해온 이들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2달 동안의 인수위 업무가 끝나면 현장으로의 복귀가 원칙"이라고 밝혔지만 전문성을 요하는 각 분야에서 등용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TK 출신 득세
뜨는 폴리페서

한편 박 당선인이 인수위 과정에서 보여준 여러 가지 문제점은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문제점은 '불통'. 지난해 선거 기간부터 박 당선인이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단연 불통이었다.

이번 인수위에서도 불통의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인수위가 공식출범 한 후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 정문 앞은 반값등록금 촉구 대학생부터 쌍용차 해고노동자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당장 인수위에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줄 창구가 전혀 없었다.


지난 정권들이 인수위 출범과 함께 관련 분과나 센터를 만들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인수위 측은 부랴부랴 관련 부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제일 먼저 만들어졌어야 할 부서가 가장 나중에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을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특히 대선결과와 관련 자살한 노동자에 대해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당당히 외친 정권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또 박 당선인은 첫 인선부터 보안을 중시한다며 인선배경과 이유를 전혀 설명 하지 않는 '일방 통보형' 인선을 실시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을 전후해 발표한 첫 내각 인사에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이라는 논란에 휩싸여 초기 국정운영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언론은 불신, 야권과는 대립 '귀 닫은 인수위'
'불통정국' 계속될 듯…극단적 갈등사회 예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때 박 당선인의 인선 스타일도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선 자체도 너무 극우에 치우쳤다는 비판이지만 검증 자체를 거부하는 '내가 정했으니 끝'이라는 식의 태도가 더 문제다.

지난 2008년 말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당시 오바마 당선자가 그와 함께 국정을 이끌어갈 장관 후보자들을 직접 국민들에게 소개한 것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그는 장관 후보자들과 나란히 서서 그들을 소개했으며, 그들이 어떤 자격을 갖췄고 왜 이 시기에 꼭 필요한지 설명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구하는 데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할애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인수위에서는 거의 모든 부분이 '보안'이라는 명분으로 일방적으로 운영된 부분은 매우 우려스럽다. 브리핑 발표 시간은 고작 20여 분 전 기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됐고, 브리핑 후 기자들의 질문에는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기 일쑤였다. 박근혜 정권에서 언론의 자율성이 크게 위축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불통 정국운영
극단적 갈등사회

야권과의 관계설정도 난항이 예상된다. 역대 정권에서 야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정권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갈등을 대화로 풀지 못하는 '박근혜식 리더십'은 거센 저항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보여준 행태는 불통이었고, 이는 곧 향후 5년간 극단적 갈등사회가 시작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한 전문가는 "대통령의 성공은 취임 전에 이미 결정된다는 말도 있다. 인수위에서의 67일은 정권의 5년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기간"이라며 "박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이 기간 동안 지적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비판들을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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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