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둘러싼 '정치권 루머'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09 09: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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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서도 '검은연기' 솔~솔

[일요시사=정치팀] 18대 대통령선거는 치열했던 만큼 선거기간 내내 온갖 루머와 각종 시나리오 등이 난무했다. 그 중 대부분은 너무나 황당무계한 이야기였지만 일부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대선판을 뒤흔들기도 했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지난 대선을 전후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둘러싸고 불거져 나왔던 각종 루머들을 총정리 해봤다.

혹자는 이번 대선을 두고 안철수로 시작해 안철수로 끝났다고도 한다. 정치경험이 전무했던 안철수 전 대통령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여야 모두를 쥐고 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안 전 후보는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키며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은 바로 안 전 후보의 행보였다.

'루머왕' 안철수
식지 않는 인기

때문에 이번 대선 기간 쏟아져 나온 각종 루머와 시나리오 중 상당수는 안 전 후보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정광용 회장이 지난해 6월 제기한 이명박 대통령의 안 전 후보 지원설이다. 이 대통령이 안 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정 회장은 이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을 이재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에게 전달했으며,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 이 대통령이 민주통합당과도 접촉하고 있다는 첩보를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대통령 측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일축했지만 한동안 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의 관계는 냉각됐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대선이 끝난 후에는 일부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안철수-박근혜 밀약설'이 터져 나왔다. '박근혜 승리의 1등 공신은 사실 안철수'라는 것이 골자다. 이들은 안 전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사실상 야권에 훼방을 놓음으로써 차기 정부에서 주요 요직을 약속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안 전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몽니'를  부리다 일방적인 사퇴로 단일화를 한 것, 단일화 이후에도 문 전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은 것, 대선 당일 미국으로 떠나 버린 것 등이 바로 그 근거라고 말한다. 특히 안 전 후보가 앞으로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박 당선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박근혜-안철수 밀약설 "박근혜 승리 '1등 공신'은 안철수?"
백의종군 박근혜 측근 컴백 시나리오 '더 화려하게 돌아온다'

올해 재보선이 있긴 하지만 한때 대권을 눈앞에 뒀던 안 전 후보에겐 성이 차지 않는다. 이들은 안 전 후보가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총리나 박 당선인이 부활을 약속했던 과학기술부의 초대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두 번째는 대선이 끝난 후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박근혜 측근들의 컴백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의 골자는 측근들의 백의종군을 지시한 것이 박 당선인이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다시 불러들여 주요요직을 맡길 것이라는 것이다. 박 당선인 측근들의 백의종군은 대선 승리 후 새누리당 진영의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한편의 연극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이들에게 요직을 맡긴다면 측근 코드인사, 보은인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일단 백의종군의 형태로 물러나 호의적인 여론을 형성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요직을 맡길 것"이라고 말한다. 같은 측근 코드인사라 하더라도 백의종군한 인사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훨씬 모양새가 좋기 때문이다.

대선 공신들에게 보답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이미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 측근 코드인사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던 박 당선인이기 때문에 이 같은 연극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백의종군?
금의환향?

실제로 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많은 공신들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친박의 좌장으로 불리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21일 자신의 사무실 문에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 한 장 붙여놓고 홀연히 떠났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과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 이학재 후보 비서실장도 마찬가지였다.

일각에서는 측근들 스스로가 박 당선인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백의종군을 선택했다는 주장도 있다. 한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신뢰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을 볼 때 일단은 박 당선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더 큰 투자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과 당을 위한 순수한 희생을 음모론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무척 섭섭하다"는 입장이다. 과연 이들의 행동은 순수한 희생이었을까? 이제 관건은 이들이 정말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아무런 요직도 맡지 않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 번째는 '박근혜-이명박 밀약설'이다. 박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안철수 지지설이 나돌면서 한때 냉기가 돌았지만 지난해 9월2일 양자 단독회동 이후론 부쩍 가까워졌다는 것이 주위의 전언이다.

일각에선 두 사람의 단독회동 과정에서 모종의 밀약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무려 1시간40여 분간이나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때문에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이들은 대선과정에서 정부기관의 대대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던 '국정원녀' 사건 역시 이 대통령의 작품 중 하나였을 것이란 주장이다.

국가정보원?
선거조작원?

실제로 정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은 지난 1992년 초원복집 사건을 통해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초원복집 사건은 당시 정부 기관장들이 부산의 '초원복집'이라는 음식점에 모여 제14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모의한 것이 도청에 의해 드러나 문제가 된 사건이다.

게다가 특히 국정원은 그동안 이번 국정원녀 의혹뿐 아니라 1990년 대구서갑 보궐선거에서 한 후보에게 사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있었고, 1992년 총선에서는 홍사덕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물 살포 의혹, 1996년 총선에서는 대북 식량지원과 엮어 판문점 무력시위를 요청한 의혹이 제기됐었다.

1997년 대선에서는 한 종교인의 월북사건과 김대중 당시 후보의 연관성을 공작했다는 의혹까지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는 당시 한나라당에 의해 국정원의 불법 도청 문건이 폭로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박 당선인 지원설과 관련, 이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인을 물밑 지원한 대가로 측근들의 사면을 약속 받았다는 루머도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의 측근들은 줄줄이 항소를 포기하며 형을 확정 받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특별사면을 염두에 둔 행동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특별사면을 받기 위해서는 형이 확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MB 대선 공동전선 구축 의혹 "국정원녀는 MB 작품?"
박근혜-북한 교감설 '보수정권 규탄한다더니?' 수상한 북한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지내는 구치소에서의 생활이 교도소에서의 생활보다 훨씬 편하다. 또 피고인만 항소를 할 경우 새로운 혐의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항소하는 과정에서 형량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라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무조건 대법원까지 항소를 한다"고 설명했다.

특별사면을 염두에 둔 행동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직 이 대통령의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직접 사면도 가능하지만 마땅한 명분이 없고 여론도 냉담한 만큼 박 당선인이 취임 후 국민통합 명목으로 사면을 실시하는 쪽이 훨씬 부담이 적다는 분석이다.

네 번째는 '박근혜-북한 교감설'이다. 이러한 루머는 '북한은 보수정권이 들어서는 걸 반대한다면서 왜 꼭 선거 때만 되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걸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1일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발사체 기술력을 과시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 과정에서 미사일 발사시기를 놓고 박 당선인 측과 북한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 이라는 루머다.

지금까지 각종 선거 때마다 보수진영의 북풍 의혹은 수도 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모두 단순한 루머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중 실제로 드러난 사건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 1997년 일어났던 '총풍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대통령 선거에 앞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측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을 비롯한 3명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박충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를 만나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과정에서 결국 실체를 확인하지는 못한 채 불분명한 사건으로 종결됐지만 이른바 '북풍'이 처음으로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다.

겉으론 진보 환영
속으론 보수 환영

일각에선 북한이 겉으로는 보수정권의 집권을 반대하면서도 실제로는 보수정권의 집권을 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 이유는 포용과 대화를 주장하는 진보정권이 들어설 경우 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북한 내부에 재스민 혁명 같은 외부사상이 몰려와 체재불안을 야기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 지도부는 오히려 계속적인 대결구도를 만들어 남북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보수정권을 원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 전문가는 "이번 대선에서는 치열했던 선거과정만큼 수도 없이 많은 정치 시나리오와 루머, 음모론 등이 생산됐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허무맹랑한 소설에 불과하겠지만 일부는 가까운 미래에 사실로 밝혀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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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