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에 절망 '노동자 최강서' 자살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07 12:12:13
  • 댓글 0개

"문제가 뭔지도 모르는데 문제 푼다고?"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승리에 한창 도취해 있던 지난해 12월21일. 최강서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은 "박근혜 정권하에서 5년을 더 버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혹자는 그의 죽음에 대해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이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는 뭔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 사연을 <일요시사>가 적나라하게 공개한다.

구랍 21일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이 노조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최씨의 나이는 향년 서른다섯. 두 아이의 아빠다. 최씨는 자신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휴대폰에 남긴 메모에서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 못하겠다"라고 적었다.

어리석은 죽음?

혹자는 그의 죽음을 두고 "원하는 대통령이 당선 안 됐다고 자살이라니 한심하다"며 단순한 대선후유증으로 치부하고 희화화하기도 했다. 남겨질 가족들을 생각하지 않은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고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도 사실상 선 긋기에 나섰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한광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이 구랍 31일 최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지만 노조 측의 한 관계자가 "사람을 죽여 놓고 뻔뻔하다"고 말하자,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은 "언제 죽였다고 그러나? 말조심하라"라고 응수하면서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런 새누리당의 고압적인 태도에 유가족들은 "조문을 온 것이 아니라 조문을 당한 격"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 당선인 측은 최씨의 죽음과 관련해 지금까지도 논평 한마디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최씨를 죽음으로 내몬 한진중공업사태는 지난 2010년 12월15일, 경영악화를 이유로 한진중공업 측이 생산직 근로자 400명을 희망 퇴직시키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노조 측은 '정리해고 전면 철회'를 주장하며 맞섰지만 사측 은 용역을 동원해 이들을 탄압했다.

2011년 1월부터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내의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희망버스운동 등으로 한진중공업사태가 여론의 큰 관심을 받자 사 측은 사회적 압력에 떠밀려 지난 해 9월 해직노동자 92명을 복직시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변한 것은 없었다. 사 측은 바로 이틀 뒤 복직 노동자들에 대해 무기한 휴업 발령을 냈고, 손해배상 가압류를 남발하고, 노조 사무실 폐쇄를 협박하는 등 탄압을 지속했다.

업무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는 이명박 정권에서 사용자가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가장 공공연하게 활용한 방법이다. 파업 투쟁 등을 한 사업장에서는 어김없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뒤따랐다.

158억 손해배상 소송에 목 졸린 노동자의 죽음
일주일새 4명 목숨 끊었는데…침묵하는 박근혜

노조 관계자는 "사실상 돈이 없는 노동자를 상대로 피해를 부풀려 청구하는 방법으로 노동자들이 회사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가장 악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한진중공업은 노동자들 사이에선 이미 악명이 자자하다. 역대 노조위원장 가운데 두 명이 해고·구속됐고, 투쟁과정에서 노동자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씨가 사망했다. 김주익씨는 '손배가압류를 철회하라'며 35미터 높이 크레인에 올라 문을 걸어 잠그고 129일을 버티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 역시 그동안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전해진다. 사 측은 휴직기간에도 월평균 220여만원의 임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으나 노조 측은 사 측이 실제로 지급한 임금은 월 120여만원에 불과했다고 맞서고 있다. 한 가족의 삶을 지탱하기엔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다.

사 측은 일감이 없어 노동자들의 복직이 힘들다고 주장했으나 노조 측은 사 측이 컨테이너선 등을 수주하고도 임금이 싼 해외공장으로 일감을 분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 측이 노조를 고사시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영도조선소에 일감을 내려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사 측이 노조 측에 제기한 158억원의 손해배상도 최씨의 숨통을 옥죄었다. 사 측은 지난 2011년 노사합의에 따라 조합간부 등 개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및 형사 고소, 고발을 모두 취하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이 최씨의 직접적인 자살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전히 남아있다. 노조 측 관계자는 "노조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노조가 패한다면 당연히 노조원들이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 측이 말장난으로 노조원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씨는 유서에서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자본, 아니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또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이라고 말했다.

사실 벼랑 끝에 몰린 최씨에게 정권교체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노조 측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대선 전에도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도 거부했고 노동현안 해결 요구에 대해서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왔다. 박 당선인이 대통령후보시절 전태일 열사 유족을 찾았을 때 노동자들이 강력히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박 당선인이 그동안 보여준 태도로 미뤄볼 때 박근혜 정권 하에서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불과 일주일 사이 노동자들이 네 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박 당선인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이 얼마나 강한지를 익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이후에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죽음?

박 당선인 측 박선규 대변인은 "박 당선인은 이미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이대로 안 된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며 "하지만 어떤 한 분이 유서에 박 당선인의 이름을 거론했다고 해서 일일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과하다. 박 당선인은 이러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푸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서에 박 당선인의 이름이 나온 것이 우연이 아니라 박 당선인의 반노조적 성향 때문이라는 지적에는 "박 당선인이 반노조적 성향이라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정리해고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했겠는가? 노동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답변을 전해들은 노조 측의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 측은 그동안의 자신의 행태가 문제라는 것조차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 문제를 풀 수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