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박근혜 '대선 후유증' 무시해선 안 되는 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02 11: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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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믿고 48.4 무시했다간 '큰코' 다친다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통령선거는 끝이 났지만 그 후유증이 심상치 않다. 지난 21일에는 한 노동자가 "박근혜 정권하에서 5년을 더 버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자살하는 유례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같은 대선 후유증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진영도 무척 긴장하는 모양새다. 자칫 취임 후 제2의 촛불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일촉즉발 대선 후유증 실태를 꼼꼼히 취재해봤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무려 1577만3128표(득표율 51.55%)를 얻어냈다. 이로써 박 당선인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가장 많은 표를 얻어낸 대통령이 됐다. 사상최초의 '과반대통령'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딸이 대통령이 된 최초의 '부녀대통령'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박근혜 시대의 개막은 대선 후유증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박근혜 시대’ 개막 전
노동자 자살로 얼룩져

대선 이틀 뒤인 지난 21일 한진중공업의 복직노동자 최모씨가 "박근혜 정권하에서 5년을 더 버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자살을 선택했다. 하루 뒤인 22일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직노동자인 이모씨가 투신자살했다. 같은 날 서울민권연대 청년활동가 최모씨 역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탄절인 25일에도 한국외대 노조지부장 이모씨가 노조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대선이 끝난 후 불과 일주일 사이 4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대선과 관련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에게는 승자와 패자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승자와 패자는 분명히 존재했다. 특히 이번 선거가 초박빙 대결 끝에 박 당선인의 승리로 끝나자 진보성향의 젊은 세대들은 더욱 큰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대선 후유증으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의 지지자들은 지금까지도 대선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선관위에 수개표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 후보 지지자들은 개표과정에서 문 후보의 표가 '미분류' 항목으로 분류돼 있거나 무효표가 박 당선인의 지지표로 분류된 것처럼 보이는 사진 등을 근거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48.4% "박근혜 대통령 됐으니 나라 망했다?"
막말·비방 위험수위 '대선 후유증' 위험수위

따라서 전면적인 수개표가 진행되기 전까진 박 당선인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관위에서는 이에 대해 해명했지만 민주당 측도 이 같은 국민들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며 최근 수개표 청원운동을 국회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심지어 일부에선 이번 선거가 선관위까지 개입된 조직적인 부정선거여서 유엔 조사단의 조사와 함께 재선거가 실시돼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은 극심한 세대 간 갈등으로도 번졌다. 박 당선인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세대라는 이유로 대선 직후 대중교통 노인 무임승차 폐지 논란이 일더니 최근에는 기초노령연금제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아예 70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투표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박 당선인을 지지한 층이 저학력, 저소득, 고령계층으로 정보습득력이 취약해 이번 선거에서 '묻지마 투표'를 했다"며 "이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모가 박 당선인에게 투표했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보내드리던 용돈을 끊겠다거나 반대로 부모가 박 당선인에게 투표하지 않은 대학생 자녀에게 용돈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의 사례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세대 간 갈등이 가족 내에서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결과에 실망한 이들 중 일부는 "대한민국이 차라리 망해야 한다"며 "박 당선인에게 투표한 이딴 쓰레기 국민은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게 맞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아버지 vs 아들
깊어진 세대 갈등

이들의 분노표출은 박 당선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박 당선인이 대학 등록금을 4.7% 이내에서 인상한다"는 유언비어가 퍼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등록금인상률 상한선 4.7%는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등록금 인상 상한선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 이내를 교과부가 매년 안내하는 사항"이라며 즉각 해명했다.

박 당선인이 집권 시 수도, 공항, 철도 등의 국가 기간산업을 민영화할 것이란 일각의 주장도 결국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또 일부 문 전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으로 정권을 잡았고 박 당선인은 51.6%의 득표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은 18년 집권, 박 당선인은 18대 대통령이다. 박 당선인은 5·16이 끝난 지 정확히 51년 6개월 만에 당선됐다"는 등의 이야기를 통해 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곧 박 전 대통령의 재림이라며 박 당선인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리스트를 작성해 시기별로 꼼꼼히 체크하고 조금이라도 엇나가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딴지를 걸 태세다.

이대로라면 박 당선인은 결코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펼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유독 이번 대선의 후유증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정치전문가는 "이번 선거는 초박빙의 판세 속에서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총집결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선거가 마치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심어줬다"며 "각 후보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인데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며 비하하는 행태까지 보여온 사람들이 패배에 쉽게 승복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박 당선인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특이한 이력과 풀리지 않은 각종 의혹들이 있다. 진보진영에선 박 당선인의 승리를 민주주의의 위기로까지 인식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5년 간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을 기대해왔던 진보진영으로서는 모든 가치관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한 상실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진보진영 지지자들의 분노를 결코 가볍게 여기고 지나가서는 안 된다며 경고하고 있다.

무시 못할 후유증
난감한 박근혜

한 정치 전문가는 "이번 대선 과정이 그 어느 선거보다 격렬했던 탓에 대선 후유증도 그 어느 선거보다 깊고 오래갈 것"이라며 "또 박 당선인이 과반의 승리를 거뒀다고 하지만 과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박 당선인을 반대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이 이들을 설득하고 함께 나가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국정운영 자체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발생한 '촛불시위'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이 대통령의 '불통정치'는 당시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 이후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소통부족을 인정하며 대국민사과를 해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저항의 기저에는 지금과 같은 대선후유증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한 전문가는 "이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BBK사건 등 수많은 의혹에 휩싸였지만 명쾌하게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채 대통령에 취임하게 됐다. 또 취임 후에는 마치 점령군처럼 행동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을 압박해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진보세력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며 "진보진영에선 '너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반감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러한 반감이 결국 촛불시위로 표출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상찮은 2030분노…갈라진 대한민국
무엇보다 반쪽 난 민심 수습이 최우선

게다가 대선 후유증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정당한 비판보다는 발목잡기에 더욱 치중한다는 점이다. 만약 박 당선인이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펼친다면 박 당선인을 반대했던 이들의 신념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차라리 나라가 망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다.

또 박 당선인이 아무리 국정운영을 잘 한다도 해도 빈틈은 생기기 마련이다. 박 당선인이 이들과 계속 대립한다면 사소한 빈틈에도 제2의 촛불시위와 같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이들을 반드시 보듬고 가야 하는 이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임기 내내 지적받았던 가장 큰 문제는 '소통부족'이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박 당선인이 선거기간 내내 지적받았던 것도 바로 '불통'이었다"며 "기본적으로 젊은 세대는 박 당선인이 가지고 있는 권위주의라는 정치적 상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만약 박 당선인이 원칙이라는 잣대로 진보진영의 공격에 강경하게 대응할수록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진보언론인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고 윤창중 수석대변인 같은 극우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무척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불통은 공멸
소통은 상생

마지막으로 한 정치 전문가는 "세대 간, 좌우 진영 간 갈등이 계속 된다면 국가 경쟁력 제고에 치명적"이라며 "박 당선인이 진보진영의 공격에 강경하게 대응할수록 저항은 거세질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공멸로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박 당선인이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해내기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던 48%의 국민들을 끌어안고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라며 "선거 기간 내내 외쳤던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품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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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