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잦은 연말연초 모임 실태추적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31 10: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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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빠! "몸이 열 개라면…"

[일요시사=정치팀] 정치인들은 연말연시가 두렵다. 몸은 하나인데 참석할 행사는 너무나 많다. 그렇다고 초청받은 행사에 가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정치인들에겐 연말연초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업무의 일환인 것이다. <일요시사>가 정치권만의 특별한 연말연초 풍경을 들여다봤다.

한국사회에서 인맥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오죽하면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대통령의 출신학교와 출신지역 등이 주요관심사로 떠오를까.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들에게 연말연초는 인맥을 쌓을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가 남이가?

회원들의 면면이 화려한 일부 모임에는 가입 대기자들이 줄을 서기도 한다. 또 모임 참가자들 사이에선 자신의 세를 불리기 위한 치열한 물밑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인맥관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번 국회에는 300명의 국회의원 중 거의 절반인 148명(새누리당 76명, 민주당 56명)이 초선이다. 이들 여야 초선의원들은 대학생 뺨치는 각종 모임을 결성하고 민생현장 탐방은 물론이고 봉사활동, 정책개발 등의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중 연말연초가 되면 빠지지 않는 것은 각종 봉사활동 모임이다. 이미지가 생명인 정치인에게 봉사활동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봉사활동 모임은 비록 몸은 힘들지만 인맥도 쌓고 표몰이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모임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역시 지난 25일 성탄절을 맞아 서울 쪽방촌을 방문해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펼친 바 있다.


특히 봉사활동 모임의 경우 같이 땀을 흘리며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타 어떤 모임보다 인맥 쌓기에 탁월하다는 평가다. 봉사활동 후엔 참가자들끼리 뒤풀이 자리를 가지며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현재 국회 내에서 봉사활동만을 목적으로 구성된 모임은 없지만 모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는 단체들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모임인 '약속지킴이 25(약지25)'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현장을 찾아 국민 속에서 나오는 정책을 발굴하고 국민과의 소통 강화에 주력하겠다며 발족 후 정기적으로 봉사활동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초넷' 역시 매월 1회 정기 모임을 갖고 국민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도 민초넷의 회원이다.

또 굳이 이런 모임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연말이 되면 각 지역구에서 여러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임하는 정치인들도 많지만 일부 정치인들의 경우 봉사활동에 참가해 사진만 찍고 사라지는 구태는 여전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각종 향우회 모임이다. '우리가 남이가?'로 대표되는 향우회는 지난 87년 대선을 기점으로 심한 정치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그 후 향우회의 위력을 절감한 정치권은 향우회 회원들을 당원으로 적극 포섭하기도 했다. 한때 향우회에선 타향출신 후보를 지지할 경우 모임에서 매장될 정도로 정치색이 강했다.

오전엔 봉사활동, 오후엔 인맥 다지기 분주
기독교 신자가 법당에, 불교신자도 교회에

최근엔 지역주의가 많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정치인들에게 지역 지지기반은 여전히 중요하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자신의 고향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향우회가 지역주의를 비판하는 여론에 밀려 겉으론 몸조심을 하지만 여전히 지역색이 강하다. 향우회에 찍히고도 살아남는 정치인은 별로 없다"고 귀띔했다. 특히 향우회 중 호남, 충청 향우회의 세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경기친목회, 영남향우회 등은 다소 여론 형성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호남향우회의 경우 그 회원수가 무려 13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 대선에선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측은 문재인 전 후보를,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중앙회는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했다.

세 번째는 학연과 관련된 모임이다. 대표적인 것은 서울대출신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관악회'다. 19대 당선자들의 출신대학을 살펴보면 서울대가 78명(2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려대 26명(8.7%), 연세대 24명(8.0%), 성균관대 21명(7.0%), 이화여대 12명(4.0%) 순이다.

지난 15대 국회에선 서울대 출신 당선자가 과반을 넘기도 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서울대출신 국회의원들이 언제나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때문에 관악회는 국회 내에서도 여야를 넘나드는 파워인맥으로 손꼽힌다.

이번 19대 국회에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전공에 따른 모임도 생겼다. 새누리당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 22명이 참여하는 '이공계의원 모임(이공모임)'이 그것이다. 과학기술 관련 정책과 입법활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다며 발족한 이 모임에는 박근혜 당선인과 강창희 국회의장 등이 참여하고 있어 여러 의원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네 번째는 종교모임이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교회로, 성당으로, 절로 표를 얻으러 다닌다. 불자도 교회에 나가고, 기독교인도 성당과 절을 다닌다. 그래서인지 국회의원 중 상당수가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른바 소망교회 라인이 각광받기도 했다.

우선 국회 내 종교모임 현황을 살펴보면 국회조찬기도회, 새누리당 기독인회, 민주당 기독신우회, 가톨릭신도의원회, 불교 정각회 등 다양하다. 이중 국회조찬기도회는 창립 이후 지금까지 매달 국회 내 소회의실 또는 대회의실에서 행사를 가져왔으며 회원수도 가장 많다.

신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인들이 국회조찬기도회에 참석하는 것은 거의 필수다. 대선을 앞두고 박 당선인과 문 전 후보 역시 국회조찬기도회에 참석했었다.

능력보단 눈도장?

이외에도 국회에는 장성출신 의원모임, 법조인출신 의원모임 등 직업별 모임과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 경제민주화 실천을 위한 국회의원모임 등 목적별 다양한 모임 등이 연말연시 송년회와 신년회를 앞두고 있다. 물론 국회의원 개개인별로도 각종 단체의 연말연시 모임 참석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연말연시에 가장 바쁜 사람은 정치인이라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 전문가는 "이러한 인맥정치는 스킨십을 강화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너무 심할 경우 능력보다는 눈도장만 잘 찍는 정치인이 득세하는 부작용도 있다"며 "유권자들의 냉철한 판단으로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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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