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2인 현미경 검증 (완결)지지세력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18 17:00:08
  • 댓글 0개

"대권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잡는다?"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1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철저히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여야의 대선 후보로 압축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면면을 검증한다. 이번 호에서는 마지막 순서로 그들의 '지지세력' 면면을 살펴봤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인재영입 전쟁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호남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이 쏟아져 나오고 반대로 영남에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이 줄을 잇는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진영을 넘나드는 인재영입은 지역주의와 이념갈등을 타파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철새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과연 이들의 지지선언은 이번 대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박근혜 <국민대통합>
호남권·동교동 끌어안기 “아버지의 이름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캠프는 여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인재풀을 자랑한다. 대선 출마 이후 줄곧 '국민대통합'을 부르짖으며 인재영입에 공을 들인 결과다.

우선 박 후보는 지난 2011년 4·11 총선을 앞두고 직접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을 영입했다. '경제민주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 위원장은 지난 2004년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영입으로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고 중도층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격 인재영입


지난 8월27일에는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 검사'로 불린 안대희 전 대법관이 새누리당의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안 위원장의 영입을 위해 박 후보는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박 후보는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아 달라며 안 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안 위원장의 영입으로 야권이 주도하던 정치쇄신 이슈에서도 나름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지난 10월5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박 후보 캠프 합류를 공식선언해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을 당혹하게 했다.

한 전 고문은 11·13·14·15대 등 4선 의원을 지낸 인사로 동교동계 원로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를 성사시킨 막후 주역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02년 대선 때는 민주당 대표로서 국민경선제를 최초로 도입해 '이회창 대세론'을 넘어서는 데도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공천 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개혁공천이라는 미명 아래 당권 장악을 위한 패권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하며 탈당, 정통민주당을 창당해 서울 관악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한 전 고문과 함께 동교동계의 핵심으로 불리던 김경재 전 의원도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 기획조정특보로 임명되며 박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이들의 영입은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간의 역사적 화해의 상징성을 취하는 동시에 취약지역인 호남 민심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16일에는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전격 합당했다. 특히 이인제 선진당 대표는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돼 대선 기간 내내 충청권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 개인적으로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 불복해 탈당한 뒤 15년 만의 친정 복귀였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 역시 지난 11월24일 박 후보를 지지하면서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이 전 총재를 필두로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도 박 후보 지지선언에 동참했다. 특히 이 전 총재의 경우 박 후보와의 악연은 유명하다.

박 후보는 2002년 대선 당시 경선 룰을 두고 이 전 대표와 갈등을 빚은 끝에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미래연합을 창당했었다. 반대로 2007년 대선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 전 대표가 당시 박 후보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 삼성동 자택을 3차례나 찾았다가 모두 문전박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김종필 전 총재의 경우는 지난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른바 DJP연합을 형성하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대선패배의 아픔을 선사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6일에는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단 새누리당에 입당은 하지 않겠다는 조건이다. 4선 의원 출신의 한 전 대표는 권노갑 전 의원과 함께 '양갑'으로 불리며 동교동계의 중추역할을 해 왔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잃으면서 민주당 공동대표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18대와 19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호남에서 출마했으나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DJ의 옛 평화민주당을 계승해 새로운 '평화민주당'을 창당하고 대표직을 맡았지만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하면서 사퇴했다.

넓은 인재풀

마지막으로 지난 11일에는 민주통합당 출신 박주선 무소속 의원이 박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려다 취소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박 의원은 당초 지난 10일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할 것으로 예견됐으나 박 후보 지지를 반대하는 자신의 지지자들에 의해 산속으로 끌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의 지역구는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 광주다. 검사 출신인 박 의원은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모바일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가 드러나자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문재인 <용광로 선대위>
"영남권·상도동 끌어안기"

이번 대선의 화두가 중도층 공략인 만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역시 출마 직후 용광로 선대위를 천명하며 인재영입에 공을 들였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국민대통합에 맞서 본격적인 인재영입전쟁에 불을 당긴 것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영입이었다. 한때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멘토로 알려졌던 윤 전 장관은 지난 9월26일 문 후보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그는 국민통합추진위원장직을 맡았다.

늦은 인재영입


윤 전 장관은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고 지난 1997년에는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 전략가 역할을 했다. 이후 범보수의 제갈량, 한나라당의 전략통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문 후보와 윤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한 시민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처음 만났으며, 문 후보 측은 약 한 달간 윤 전 장관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장관의 캠프 합류는 문 후보 측의 다중 포석이었다.

합리적 보수층을 끌어안음으로써 중도층 확대의 발판이 되었으며 당시 야권단일화 승부의 경쟁상대였던 안 전 후보를 견제하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박 후보에 비해 문 후보 측은 이후로 이렇다한 인재영입성과는 얻지 못했다. 오히려 민주당의 뿌리와도 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가 둘로 나뉘어 대립하는 과정을 앉아서 지켜봐야만 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문 후보에 대한 외부인사들의 지지선언이 줄을 이으며 대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10일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통합특별보좌관을 지낸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이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김 의장은 지난 1970년 당시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대표적인 상도동계 정치인이다. 서울 서초을에서 5선을 지냈고, 한때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구청장 공천 희망자들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가 불거져 당시 당 대표였던 박근혜 후보에게 검찰에 고발당한 악연도 있다. 이후 김 의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상득 전 의원,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재오 의원과 함께 ‘6인회의’를 이끌었다.


김 의장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재기를 모색했으나 신예 고승덕 변호사에게 밀려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뒤 주로 물밑에서 개헌촉구운동 등을 벌여왔다.

김 의장의 영입은 새누리당의 동교동계 공략에 맞선 민주당의 상도동계 역습으로 평가됐다. 이번 대선에서 과거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끈질긴 악연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사실상 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상도동계는 완전히 갈라서게 됐다.

김 전 부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아버지의 민주화에 대한 지금까지의 열정이 역사에 욕되지 않기 위해 이번 선거는 민주세력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소장은 또 "혹독한 유신시절 박정희와 박근혜는 아버지와 딸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이 나라를 얼음제국으로 만들었다"면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과연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동안 보수세력의 승리를 위해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 전 부소장은 "아버지께서 공식적으로 박 후보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상도동계의 잇따른 지지선언으로 문 후보 측은 이번 대선의 전략 요충지인 경남 공략에 더욱 힘을 받게 됐다는 평가다.

지난 11일에는 정운찬,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직접 기자회견 등을 열진 않았지만 민주당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혀왔다. 때문에 당초 고건 전 총리도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는 발표도 있었으나 고 전 총리 측이 이를 부인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대역습 시작

정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의 2대 총리로 지명된 뒤 세종시 원안 추진을 반대하며 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다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동반성장위원장을 맡아 동반성장지수 공표 등을 주도했다.

이수성 전 총리는 김영삼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이회창 당시 후보에게 밀려 낙선한 경력이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