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 출마 손익계산서 총정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17 17:27:27
  • 댓글 0개

'철수바람' 차기 대선에서 다시 불까?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초박빙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그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대선정국에서 가장 주목 받은 인물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다. 그는 지난달 23일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대권꿈을 접는 듯 보였으나 이른바 ‘안철수 바람’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벌써부터 안 전 후보의 다음 행보에 쏠리는 이유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 그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매우 식상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보다 그를 잘 표현할 방법은 없다. 어느날 갑자기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곧 사라져 버렸다는 점, 그리고 언젠간 다시 화려하게 돌아올 것이라는 점이 혜성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안 전 후보가 정치무대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해 9월2일이었다.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다.

안철수 현상

이전까지만 해도 그는 존경받는 기업가였지만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출마 선언 이후 안 전 후보는 50% 이상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단숨에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이 되었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의 담판에서 후보직을 전격 양보한다. 지지율 50%의 후보가 5%의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는 유례없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안 전 후보가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인지, 정말 우연에 불과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사건으로 그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안철수 현상'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절묘한 '타이밍정치'로 대선정국에서 1년 넘게 지지율 40% 가량을 유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한때는 그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누르고 다자대결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는 등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비록 지난달 23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안 전 후보가 또 한 번의 '양보(?)'를 선택하면서 대권을 향한 그의 여정은 끝이 났지만 '안철수 바람'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따라서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안 전 후보의 다음 행보에 쏠리고 있다.

그는 정말 차기 대권에 도전할까? 만약 도전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안 전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들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안 전 후보가 이번 대선 출마를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경험'이다. 안 전 후보는 말 그대로 '정치초보'다. 그만큼 이번 대선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안 전 후보가 정말 차기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라면 이 같은 시행착오는 오히려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안 전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정치경험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안 전 후보를 좋아하면서도 경험이 전무한 그가 과연 국가를 잘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이번 대선정국에서 안 전 후보가 보여준 정치행보는 하나의 검증이며 확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출마를 통해 쌓은 여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인맥도 그의 미래를 밝게 하는 대목이다.

정치경험 얻었지만 굳어진 우유부단 이미지
최대 수혜자 또는 최대 피해자, 엇갈린 평가

게다가 안 전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자진사퇴라는 형식을 취하면서 오히려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히는 효과를 얻었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의 단일화 대결을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패할 경우 한쪽은 정치적으로 재기불능에 가까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안 전 후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양보를 선택함으로써 패배자가 아닌 정권교체를 위한 '순교자'가 됐다. 이러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안 전 후보는 차기 대권도전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가장 먼저 선점한 셈이다.


설사 문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패한다 해도 안 전 후보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가 패배하게 될 경우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 경쟁력이 더 높았던 안 전 후보를 민주당이 고집을 부리면서까지 끌어내려 결국 선거에 패배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 대선에서 '대안은 안철수뿐'이라는 대세론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안 전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난생 처음 네거티브전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다운계약서 작성 이력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피해를 입었지만 이는 일종의 '예방주사'로 볼 수도 있다. 이미지 정치는 큰 폭발력을 가지지만 그만큼 휘발성도 강하다. 네거티브전을 겪으며 성자 이미지가 걷히면서 안 전 후보는 오히려 네거티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내구성을 키웠다는 평가다.

물론 안 전 후보가 잃은 것도 많다. 안 전 후보는 이번 대선과정에서 '우유부단'하다는 비판을 가장 많이 받았다. 위기의 순간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는 대선 출마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다 스스로 지지율을 깎아내렸다.

또 단일화 과정에서도 이른바 특유의 '안개화법'을 구사하며 야권 지지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제18대 대선을 정책도, 공약도, 개인에 대한 검증도 없는 '깜깜이선거'로 만든 원흉이라는 비판까지 받아야 했다.

문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진 일부 참모들과의 결별도 뼈아프다. 양 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이 안 전 후보의 일방적인 양보로 결론나자 캠프의 일부 인사들은 크게 반발하며 안 전 후보와의 결별을 선택했다. 결국 안 전 후보는 인재도 잃었을 뿐 아니라 조직을 이끌어 나갈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아야 했다.

또 단일화 이후 민주당이 네거티브전에 몰두하면서 새정치를 바라던 지지자들은 안 전 후보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선정국에서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 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안 전 후보로서는 가장 뼈아픈 점이다.

5년 후에도?

그렇다면 안 전 후보의 이번 대선출마는 결과적으로 득이었을까, 실이었을까? 정치권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안 전 후보가 이번 대선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도 있고, 최대 피해자라는 평가도 있다.

한 정치 전문가는 "안 전 후보 개인으로서는 이번 대선 출마가 득인지 실인지 평가가 엇갈리지만 안 전 후보의 출마로 이번 대선에서 정치혁신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최소한 국민들에게는 득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